“혐의·법리 다툼 여지 있어” 추경호 구속영장 기각

특검 “수긍 못해⋯신속 공소 제기”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을 방해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를 받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3일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추 의원에 대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본건 혐의 및 법리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면밀하고 충실한 법정 공방을 거친 뒤 그에 합당한 판단 및 처벌을 하도록 함이 타당하다”며 “이를 위해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며 방어권을 행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의자의 주거, 경력, 수사 진행 경과 및 출석 상황, 관련 증거들의 수집 정도 등을 볼 때 피의자에게 도망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전날 오후 3시부터 오후 11시53분까지 8시간53분간 이어지며 역대 최장 시간대 심문 중 하나로 기록됐다.

추 의원은 지난해 12월3일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 당시, 집권여당 대표로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의원총회 집결 장소를 여러 차례 바꿔 사실상 표결을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에 따르면 추 의원은 자택에서 국회로 이동하던 오후 10시59분,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국회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연다”고 공지했다가, 11시9분에는 장소를 국민의힘 중앙당사로 변경했다. 이어 오후 11시33분에는 다시 국회로, 다음날인 오전 12시3분에는 재차 당사로 집결지를 옮기도록 안내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이 과정이 단순한 혼선이 아니라 의도적 분산 조치였다고 보고 있다.

특히 두 번째 공지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통화한 뒤에도, ‘더 늦으면 국회가 봉쇄될 수 있으니 당사에 모인 의원들과 함께 신속히 국회로 가야 한다’는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의 제안을 추 의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을 핵심 정황으로 제시했다.

특검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일 오후 11시22분경, 추 의원에게 약 2분간 전화를 걸어 “비상계엄이 보안을 요하는 사안이라 미리 알리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며, 대국민 담화에서 밝힌 것과 같은 취지로 비상계엄 선포 이유를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과 추 의원이 정치적 입장을 공유해 온 관계를 감안하면, 짧은 통화로도 계엄 관련 공감대와 역할 분담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해 왔다.

또 추 의원이 같은 날 홍철호 당시 정무수석,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 등과 통화하며 파악한 비상계엄 관련 정보, 특히 계엄 선포 요건 충족 여부 등에 관한 내용을 당 소속 의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특검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해제 요구안 표결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할 수 있는 정보를 의도적으로 차단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 부장판사는 이런 정황들만으로 구속수사를 해야 할 정도의 ‘고의’와 공모관계가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통화 기록, 의원총회 장소 변경, 표결 불참 등의 정황은 존재하나, 이를 내란 가담으로까지 연결할 만한 결정적 증거나 추가 진술이 부족하다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서울구치소에서 심사 결과를 기다리던 추 의원은 구속영장 기각 직후인 오전 5시20분경 구치소 정문을 나서며 “무엇보다 공정한 판단을 내려준 법원에 감사드린다”며 “강추위 속에서 늦은 시간까지 걱정과 응원을 보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소회를 밝혔다.

현장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거 나와 추 의원의 이름을 연호하며 박수로 맞았다.

추 의원은 특검 수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특검은 제가 언제, 누구와 계엄에 공모·가담했다는 어떤 구체적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원내대표로서의 통상적 활동과 발언을 억지로 꿰맞춰 영장을 창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의 독선적 국회 운영을 비판한 제 발언을 계엄 사전 공모의 증거라고 우겨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계엄 선포 당일 동선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는 “윤 전 대통령과 짧게 통화한 뒤 당사에만 머문 것이 아니라, 동료 의원들과 함께 국회로 이동하며 의총 장소를 당사에서 국회 예결위 회의실로 옮겼다”며 “이를 본회의장 출입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당일 본회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셨듯이 국민의힘 의원 그 누구도 계엄 해제 표결을 물리적으로 방해한 사실이 없다”며 “미리 결론을 정해놓고 죄를 구성한 것은 정치적 의도를 가진 공작 수사였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판단에 대해 내란특검팀은 즉각 유감을 표했다. 특검팀은 입장문에서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수긍할 수 없다”며 “무장한 군인들에 의해 국회가 짓밟히고, 이에 저항하는 시민들이 군과 대치하는 상황을 추 의원이 직접 목격하고도, 집권여당 대표로서 시민의 안전과 헌정 질서 수호를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신속히 공소를 제기해 법정에서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영장 기각은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지난 6개월간 진행해 온 내란 수사의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서 나온 결정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특검은 지금까지 내란 의혹 관련 인사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 윤 전 대통령,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등 3명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받아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이어 추 의원까지 영장이 기각되면서 구속영장 인용률은 절반에도 못 미치게 됐다.

특히 박 전 장관의 경우 두 차례 청구에도 불구하고 모두 기각되면서 특검 수사가 ‘무리한 영장 청구’에 치우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은 수사 기간이 열흘 남짓에 불과한 상황에서 특검이 추가로 구속수사를 시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검찰·법조계 안팎에선 특검이 추 의원을 불구속 기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향후 본 재판에서 내란 가담 여부와 고의성을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추 의원 영장 기각 사태와 관련, 정치권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비상식적 결정”이라며 사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고, 국민의힘은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라며 특검과 민주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그간 추 의원에 대한 구속 증거는 차고도 넘쳤다”며 “법원의 비상식적인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추 의원은 내란 수괴 윤석열과의 통화 이후 불법 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적극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음에도, 지금 이 순간까지 일말의 반성과 사과 없이 거짓과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적반하장식 행태는 더욱 가관”이라며 “당 지도부 및 내란 주요 혐의자들은 여전히 거짓으로 진실을 덮으려는 시도를 획책하며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법부를 겨냥해서도 “조희대 사법부는 국민의 내란 청산과 헌정 질서 회복에 대한 바람을 철저히 짓밟고 있다”며 “내란 청산과 헌정 질서 회복을 방해하는 세력은 결국 국민에 의해 심판받고 해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이번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사법개혁·사정기관 개혁 등 권력기관 개편 드라이브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국민의힘은 법원 결정을 “지극히 상식적인 결과”라고 평가하며 특검 수사를 “삼류 공상수사”라고 몰아세웠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법원의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라며 “이재명정권과 민주당은 추 전 원내대표에게 내란이라는 극단적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장이 기각되면 사법부를 공격하겠다고 공언한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노골적 겁박과 정치 보복 속에 법치는 흔들렸고, 국민의 분노는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며 “오늘의 영장 기각은 그 무도한 공격과 조작된 프레임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법부의 마지막 양심이자 준엄한 경고”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위헌 정당으로 몰아가려 했던 음험한 계략은 물거품이 됐다”며 “이제 민주당과 이재명정권은 사법부 겁박과 야당 탄압을 멈추고 민생회복에 국정 동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으로 내란 특검 수사는 형식적으로는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지만, 본격적인 정치·법정 싸움은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재판에서는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에 여당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었는지 ▲추 의원의 의총 장소 변경과 정보 제공 여부가 실제로 표결 방해에 해당하는지 ▲내란중요임무종사죄의 구성요건을 어디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법원의 영장 기각이 내란 의혹에 대한 최종 판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만큼, 추 의원과 윤 전 대통령 등 주요 피고인들을 둘러싼 내란 공방은 당분간 국회와 법정을 오가며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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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