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법리 다툼 여지 있어” 추경호 구속영장 기각

특검 “수긍 못해⋯신속 공소 제기”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을 방해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를 받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3일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추 의원에 대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본건 혐의 및 법리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면밀하고 충실한 법정 공방을 거친 뒤 그에 합당한 판단 및 처벌을 하도록 함이 타당하다”며 “이를 위해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며 방어권을 행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의자의 주거, 경력, 수사 진행 경과 및 출석 상황, 관련 증거들의 수집 정도 등을 볼 때 피의자에게 도망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전날 오후 3시부터 오후 11시53분까지 8시간53분간 이어지며 역대 최장 시간대 심문 중 하나로 기록됐다.

추 의원은 지난해 12월3일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 당시, 집권여당 대표로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의원총회 집결 장소를 여러 차례 바꿔 사실상 표결을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에 따르면 추 의원은 자택에서 국회로 이동하던 오후 10시59분,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국회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연다”고 공지했다가, 11시9분에는 장소를 국민의힘 중앙당사로 변경했다. 이어 오후 11시33분에는 다시 국회로, 다음날인 오전 12시3분에는 재차 당사로 집결지를 옮기도록 안내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이 과정이 단순한 혼선이 아니라 의도적 분산 조치였다고 보고 있다.

특히 두 번째 공지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통화한 뒤에도, ‘더 늦으면 국회가 봉쇄될 수 있으니 당사에 모인 의원들과 함께 신속히 국회로 가야 한다’는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의 제안을 추 의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을 핵심 정황으로 제시했다.

특검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일 오후 11시22분경, 추 의원에게 약 2분간 전화를 걸어 “비상계엄이 보안을 요하는 사안이라 미리 알리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며, 대국민 담화에서 밝힌 것과 같은 취지로 비상계엄 선포 이유를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과 추 의원이 정치적 입장을 공유해 온 관계를 감안하면, 짧은 통화로도 계엄 관련 공감대와 역할 분담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해 왔다.

또 추 의원이 같은 날 홍철호 당시 정무수석,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 등과 통화하며 파악한 비상계엄 관련 정보, 특히 계엄 선포 요건 충족 여부 등에 관한 내용을 당 소속 의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특검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해제 요구안 표결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할 수 있는 정보를 의도적으로 차단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 부장판사는 이런 정황들만으로 구속수사를 해야 할 정도의 ‘고의’와 공모관계가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통화 기록, 의원총회 장소 변경, 표결 불참 등의 정황은 존재하나, 이를 내란 가담으로까지 연결할 만한 결정적 증거나 추가 진술이 부족하다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서울구치소에서 심사 결과를 기다리던 추 의원은 구속영장 기각 직후인 오전 5시20분경 구치소 정문을 나서며 “무엇보다 공정한 판단을 내려준 법원에 감사드린다”며 “강추위 속에서 늦은 시간까지 걱정과 응원을 보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소회를 밝혔다.

현장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거 나와 추 의원의 이름을 연호하며 박수로 맞았다.

추 의원은 특검 수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특검은 제가 언제, 누구와 계엄에 공모·가담했다는 어떤 구체적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원내대표로서의 통상적 활동과 발언을 억지로 꿰맞춰 영장을 창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의 독선적 국회 운영을 비판한 제 발언을 계엄 사전 공모의 증거라고 우겨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계엄 선포 당일 동선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는 “윤 전 대통령과 짧게 통화한 뒤 당사에만 머문 것이 아니라, 동료 의원들과 함께 국회로 이동하며 의총 장소를 당사에서 국회 예결위 회의실로 옮겼다”며 “이를 본회의장 출입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당일 본회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셨듯이 국민의힘 의원 그 누구도 계엄 해제 표결을 물리적으로 방해한 사실이 없다”며 “미리 결론을 정해놓고 죄를 구성한 것은 정치적 의도를 가진 공작 수사였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판단에 대해 내란특검팀은 즉각 유감을 표했다. 특검팀은 입장문에서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수긍할 수 없다”며 “무장한 군인들에 의해 국회가 짓밟히고, 이에 저항하는 시민들이 군과 대치하는 상황을 추 의원이 직접 목격하고도, 집권여당 대표로서 시민의 안전과 헌정 질서 수호를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신속히 공소를 제기해 법정에서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영장 기각은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지난 6개월간 진행해 온 내란 수사의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서 나온 결정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특검은 지금까지 내란 의혹 관련 인사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 윤 전 대통령,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등 3명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받아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이어 추 의원까지 영장이 기각되면서 구속영장 인용률은 절반에도 못 미치게 됐다.

특히 박 전 장관의 경우 두 차례 청구에도 불구하고 모두 기각되면서 특검 수사가 ‘무리한 영장 청구’에 치우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은 수사 기간이 열흘 남짓에 불과한 상황에서 특검이 추가로 구속수사를 시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검찰·법조계 안팎에선 특검이 추 의원을 불구속 기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향후 본 재판에서 내란 가담 여부와 고의성을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추 의원 영장 기각 사태와 관련, 정치권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비상식적 결정”이라며 사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고, 국민의힘은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라며 특검과 민주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그간 추 의원에 대한 구속 증거는 차고도 넘쳤다”며 “법원의 비상식적인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추 의원은 내란 수괴 윤석열과의 통화 이후 불법 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적극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음에도, 지금 이 순간까지 일말의 반성과 사과 없이 거짓과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적반하장식 행태는 더욱 가관”이라며 “당 지도부 및 내란 주요 혐의자들은 여전히 거짓으로 진실을 덮으려는 시도를 획책하며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법부를 겨냥해서도 “조희대 사법부는 국민의 내란 청산과 헌정 질서 회복에 대한 바람을 철저히 짓밟고 있다”며 “내란 청산과 헌정 질서 회복을 방해하는 세력은 결국 국민에 의해 심판받고 해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이번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사법개혁·사정기관 개혁 등 권력기관 개편 드라이브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국민의힘은 법원 결정을 “지극히 상식적인 결과”라고 평가하며 특검 수사를 “삼류 공상수사”라고 몰아세웠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법원의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라며 “이재명정권과 민주당은 추 전 원내대표에게 내란이라는 극단적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장이 기각되면 사법부를 공격하겠다고 공언한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노골적 겁박과 정치 보복 속에 법치는 흔들렸고, 국민의 분노는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며 “오늘의 영장 기각은 그 무도한 공격과 조작된 프레임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법부의 마지막 양심이자 준엄한 경고”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위헌 정당으로 몰아가려 했던 음험한 계략은 물거품이 됐다”며 “이제 민주당과 이재명정권은 사법부 겁박과 야당 탄압을 멈추고 민생회복에 국정 동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으로 내란 특검 수사는 형식적으로는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지만, 본격적인 정치·법정 싸움은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재판에서는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에 여당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었는지 ▲추 의원의 의총 장소 변경과 정보 제공 여부가 실제로 표결 방해에 해당하는지 ▲내란중요임무종사죄의 구성요건을 어디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법원의 영장 기각이 내란 의혹에 대한 최종 판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만큼, 추 의원과 윤 전 대통령 등 주요 피고인들을 둘러싼 내란 공방은 당분간 국회와 법정을 오가며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jungwon933@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