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없는’ 종묘 개발 어디로?

  • 서진 기자 jen9@ilyosisa.co.kr
  • 등록 2025.11.25 13:23:56
  • 호수 15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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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에 빠진 수습 불가 난장판

[일요시사 취재1팀] 서진 기자 = 종묘를 둘러싼 서울특별시와 문화체육관광부 간 갈등은 세운 4구역 재개발을 풍경 좋은 미로로 바꿔놨다. 1995년 세계유산에 등재된 종묘를 두고 초고층 도심 개발을 기대하는 서울시와 숭고한 문화유산 보호를 요구하는 이들 사이에서 분초를 다투는 대립이 벌어지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안 나.” 높이 가로막혀 내부가 보이지도 않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의 건너편 고층 빌딩 부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4구역(이하 세운 4구역)’은 2023년 초 철거를 완료한 후 2년 넘게 굵은 펜스로 둘러싸인 채 방치돼있다.

긴 다툼

재개발 부지 근처에서 작은 상점을 운영하는 A씨는 세운 4구역을 둘러싼 소문에 이젠 지친다고 호소했다. “연초에 (건물을) 더 높인다고 승인이 떨어졌대. 타산이 안 맞으니까 올린다는 거지”라며 지난 수년간 있었던 부지의 변천사를 읊었다.

서울시 세운 4구역은 2004년 당시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됐으나, 9년간 총 10차례 넘게 문화유산 심의를 받으며 높이가 50m 축소되면서 사업 동력을 잃고 장기 지연됐다.

앞서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지난 2007년, 세운 4구역 사업시행자로 지정됐다. 그러나 2009년 사업시행인가를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의 문화재위원회(이하 문화재위) 심의에서 제동이 걸렸다. “종묘 맞은편에 고층 건물을 지으면 종묘에서 바라보는 경관을 해치니 건물 높이를 낮추라”고 권고한 것이다.


현재 논란인 ‘역사문화환경 보존 지역’에 대해서도, 세운 4구역이 종묘로부터 100m 이상 떨어져 있어 보존 지역에서 벗어나지만, 경관 훼손을 우려해 당시 문화재위 심의에 포함됐다.

세운 4구역은 세운지구 일대 중 종묘와 가장 가깝다. 이에 세계유산을 관리하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하 이코모스(ICOMOS))가 우려를 표명하자, 세운 4구역의 인허가권자인 종로구가 2009년 문화재청에 사업시행인가를 위한 현상 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문화재위는 2010년 “종묘에서 건물이 보이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스카이라인을 고려해 종묘 정전에서 상월대를 바라볼 때 건축물 최상부 3개 층 이하로 보이도록 하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2014년 문화재위 6차 심의에서 옥탑을 포함해 55~71.9m로 높이 기준이 조건부 가결되면서 SH공사는 2018년에야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20년 세상을 떠나면서 재개발은 다시 불확실해졌다. 서울시의 수장이 바뀌는 동안 재개발 계획은 뒷전으로 밀리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2021년 재보궐선거를 통해 복귀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듬해 4월 복합적인 민간 재개발과 녹지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는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내놨다. 세운상가를 비롯해 노후 상가 7곳을 단계적으로 철거해 공원으로 조성하고, 서울 종묘 앞부터 퇴계로까지 이어지는 ‘세운 재정비 촉진 지구’의 양옆으로 빌딩 숲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이 골자였다.

마천루 건설 왜 고집?
세계유산 해제 기우?


이후 2023년 9월, 고층 건물 건축을 허용하는 ‘서울특별시 문화재 보호 조례 개정안’이 서울시의회를 통과했다. 서울시는 문화재 반경 100m 이내의 ‘역사문화환경 보존 지역’ 밖이라도 문화재에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고 인정되면 인허가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문화재 보호 조례 등을 “과도한 규제”라는 이유로 삭제했다.

같은 해 10월 문체부와 국가유산청은 협의 없이 조례를 개정했다며 대법원에 무효 소송을 냈으나, 지난 6일 대법은 서울시 조례 개정이 적법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시의회가 세계유산평가에 관한 조례를 삭제한 게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대법원 판결 전인 지난달 30일 서울시는 세운 4구역 건축물 높이 기준을 종로변 55m에서 101m, 청계천변 71.9m에서 145m로 변경하는 재정비계획을 고시했다. 인근 주민들과 투자자들은 20년 넘게 지지부진하던 재개발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반대로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은 종묘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위를 잃을 수 있다며 경고에 나섰다.

하지만 서울시는 현재까지 세운 4구역이 종묘에서 180m 떨어져 보존 지역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높이 규제를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 시장은 서울시 정례회에서 재개발 시뮬레이션을 보여주며 “이래도 숨이 막힙니까? 기를 누를 정도입니까? 전혀 아닙니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재정비촉진위원회 심의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계획대로 세운 4구역을 개발할 경우 종묘 정전에서 바라보면 종묘와 가까운 종로변 오피스 2개동(20층·98.7m)은 상부 절반가량이, 청계천변 오피스·오피스텔 3개 동(최고 38층·141.9m)은 절반 이상이 모두 보인다.

세운 4구역 방면 을지트윈타워(20층)나 힐스테이트세운센트럴(27층)이 수목선(나무 높이)과 거의 비슷해 잘 보이지 않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종묘 정전을 등지고 정면을 바라볼 때 세운 4구역이 왼쪽에 치우쳐 있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20년 기다렸지만 착공 제자리
‘도돌이표’ 누가 발목 잡았나

이번 개발안은 2014년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 권고 기준안보다 최고 높이가 2배로 높아졌다. 서울 세운 4구역 재개발 계획의 최고 높이가 기존 권고안의 2배 수준까지 상향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는 종묘 경계에서 100m 이내 건물에 대해 ‘앙각’(올려다보는 각도) 27도를 준수하도록 하는 규정을 확대 적용했으며, 세운 4구역은 경계로부터 최소 173m 떨어진 만큼 최고 높이 역시 이에 맞춰 상향됐다.​

또 역사문화환경 보존 지역 내 인허가 전 높이 기준 적합 여부를 반드시 검토하도록 했던 조항이 삭제됐다. 더불어 건물 높이 기준을 초과할 경우 기존에는 국가유산청장이나 시장과 사전협의가 필요했으나, 이 규정도 사라질 예정이다.


국가유산청은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 명시된 ‘경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근 지역에서의 고층 건물 인허가는 없음을 보장할 것’이란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2006년 세운 4구역에서 36층(최고 높이 122m) 개발을 추진하다가 이코모스 한국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은 점 등을 근거로 세계유산 등재 취소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원형 그대로 보존된 정전 등 건축물과 제례악이 유산 지정의 주요 근거고, 현재도 수목선 위로 노출된 건물이 12개에 이르는 만큼 현 계획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계획이 그대로 이행될지도 의문이다. 세운 4구역 재개발은 SH공사가 시행을 맡고 2019년 1월 코오롱글로벌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그 과정 곳곳에는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계약을 체결한 지 5년이 지났지만, 터를 잡는 것조차 어려웠다. 기존 계획과 달리 2021년 호텔 2개동을 제외하거나, 2023년 문화재 조사 중 부지에 매장된 배수로와 도로(이문) 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시의 고도 제한 상향은 재개발사업을 초기 단계에 머물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코오롱글로벌과 SH공사가 체결한 세운 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공사 계약은 이달 말 만료된다. 첫삽을 뜨기도 전에 현장을 떠나야 하는 것이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추후 계약 기간을 연장하는 데 있어서는 논의된 사안이 아직 없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세운 4구역의 시공사 입찰이 거론되고 있으며 현재 여러 건설사가 경쟁을 준비 중이다. 코오롱글로벌은 2019년 당시 SH공사와 4811억원 규모로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여러 세운 4구역을 두고 이해관계가 얽혀있으나, 부지 특성이 국유지와 사유지의 경계에 놓여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가능한가

세운 4구역 주민대표회의 관계자는 지난 14일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20년 동안 (투자자 중) 3분의 2가 부동산을 팔고 나가서 140명 정도밖에 안 된다”면서 “지금 계획만을 가지고는 그동안의 피눈물을 닦기 어렵다. 고층 개발을 무조건 소망한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그들이(정부) 먼저 우리를 찾아와서 상생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생각하고, 문화재 보호구역이 벗어난 곳으로 역사·문화를 보존하자는 입장은 공권력의 횡포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jen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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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