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없는’ 종묘 개발 어디로?

  • 서진 기자 jen9@ilyosisa.co.kr
  • 등록 2025.11.25 13:23:56
  • 호수 15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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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에 빠진 수습 불가 난장판

[일요시사 취재1팀] 서진 기자 = 종묘를 둘러싼 서울특별시와 문화체육관광부 간 갈등은 세운 4구역 재개발을 풍경 좋은 미로로 바꿔놨다. 1995년 세계유산에 등재된 종묘를 두고 초고층 도심 개발을 기대하는 서울시와 숭고한 문화유산 보호를 요구하는 이들 사이에서 분초를 다투는 대립이 벌어지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안 나.” 높이 가로막혀 내부가 보이지도 않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의 건너편 고층 빌딩 부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4구역(이하 세운 4구역)’은 2023년 초 철거를 완료한 후 2년 넘게 굵은 펜스로 둘러싸인 채 방치돼있다.

긴 다툼

재개발 부지 근처에서 작은 상점을 운영하는 A씨는 세운 4구역을 둘러싼 소문에 이젠 지친다고 호소했다. “연초에 (건물을) 더 높인다고 승인이 떨어졌대. 타산이 안 맞으니까 올린다는 거지”라며 지난 수년간 있었던 부지의 변천사를 읊었다.

서울시 세운 4구역은 2004년 당시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됐으나, 9년간 총 10차례 넘게 문화유산 심의를 받으며 높이가 50m 축소되면서 사업 동력을 잃고 장기 지연됐다.

앞서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지난 2007년, 세운 4구역 사업시행자로 지정됐다. 그러나 2009년 사업시행인가를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의 문화재위원회(이하 문화재위) 심의에서 제동이 걸렸다. “종묘 맞은편에 고층 건물을 지으면 종묘에서 바라보는 경관을 해치니 건물 높이를 낮추라”고 권고한 것이다.

현재 논란인 ‘역사문화환경 보존 지역’에 대해서도, 세운 4구역이 종묘로부터 100m 이상 떨어져 있어 보존 지역에서 벗어나지만, 경관 훼손을 우려해 당시 문화재위 심의에 포함됐다.

세운 4구역은 세운지구 일대 중 종묘와 가장 가깝다. 이에 세계유산을 관리하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하 이코모스(ICOMOS))가 우려를 표명하자, 세운 4구역의 인허가권자인 종로구가 2009년 문화재청에 사업시행인가를 위한 현상 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문화재위는 2010년 “종묘에서 건물이 보이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스카이라인을 고려해 종묘 정전에서 상월대를 바라볼 때 건축물 최상부 3개 층 이하로 보이도록 하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2014년 문화재위 6차 심의에서 옥탑을 포함해 55~71.9m로 높이 기준이 조건부 가결되면서 SH공사는 2018년에야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20년 세상을 떠나면서 재개발은 다시 불확실해졌다. 서울시의 수장이 바뀌는 동안 재개발 계획은 뒷전으로 밀리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2021년 재보궐선거를 통해 복귀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듬해 4월 복합적인 민간 재개발과 녹지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는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내놨다. 세운상가를 비롯해 노후 상가 7곳을 단계적으로 철거해 공원으로 조성하고, 서울 종묘 앞부터 퇴계로까지 이어지는 ‘세운 재정비 촉진 지구’의 양옆으로 빌딩 숲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이 골자였다.

마천루 건설 왜 고집?
세계유산 해제 기우?

이후 2023년 9월, 고층 건물 건축을 허용하는 ‘서울특별시 문화재 보호 조례 개정안’이 서울시의회를 통과했다. 서울시는 문화재 반경 100m 이내의 ‘역사문화환경 보존 지역’ 밖이라도 문화재에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고 인정되면 인허가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문화재 보호 조례 등을 “과도한 규제”라는 이유로 삭제했다.

같은 해 10월 문체부와 국가유산청은 협의 없이 조례를 개정했다며 대법원에 무효 소송을 냈으나, 지난 6일 대법은 서울시 조례 개정이 적법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시의회가 세계유산평가에 관한 조례를 삭제한 게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대법원 판결 전인 지난달 30일 서울시는 세운 4구역 건축물 높이 기준을 종로변 55m에서 101m, 청계천변 71.9m에서 145m로 변경하는 재정비계획을 고시했다. 인근 주민들과 투자자들은 20년 넘게 지지부진하던 재개발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반대로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은 종묘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위를 잃을 수 있다며 경고에 나섰다.

하지만 서울시는 현재까지 세운 4구역이 종묘에서 180m 떨어져 보존 지역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높이 규제를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 시장은 서울시 정례회에서 재개발 시뮬레이션을 보여주며 “이래도 숨이 막힙니까? 기를 누를 정도입니까? 전혀 아닙니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재정비촉진위원회 심의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계획대로 세운 4구역을 개발할 경우 종묘 정전에서 바라보면 종묘와 가까운 종로변 오피스 2개동(20층·98.7m)은 상부 절반가량이, 청계천변 오피스·오피스텔 3개 동(최고 38층·141.9m)은 절반 이상이 모두 보인다.

세운 4구역 방면 을지트윈타워(20층)나 힐스테이트세운센트럴(27층)이 수목선(나무 높이)과 거의 비슷해 잘 보이지 않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종묘 정전을 등지고 정면을 바라볼 때 세운 4구역이 왼쪽에 치우쳐 있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20년 기다렸지만 착공 제자리
‘도돌이표’ 누가 발목 잡았나

이번 개발안은 2014년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 권고 기준안보다 최고 높이가 2배로 높아졌다. 서울 세운 4구역 재개발 계획의 최고 높이가 기존 권고안의 2배 수준까지 상향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는 종묘 경계에서 100m 이내 건물에 대해 ‘앙각’(올려다보는 각도) 27도를 준수하도록 하는 규정을 확대 적용했으며, 세운 4구역은 경계로부터 최소 173m 떨어진 만큼 최고 높이 역시 이에 맞춰 상향됐다.​

또 역사문화환경 보존 지역 내 인허가 전 높이 기준 적합 여부를 반드시 검토하도록 했던 조항이 삭제됐다. 더불어 건물 높이 기준을 초과할 경우 기존에는 국가유산청장이나 시장과 사전협의가 필요했으나, 이 규정도 사라질 예정이다.

국가유산청은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 명시된 ‘경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근 지역에서의 고층 건물 인허가는 없음을 보장할 것’이란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2006년 세운 4구역에서 36층(최고 높이 122m) 개발을 추진하다가 이코모스 한국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은 점 등을 근거로 세계유산 등재 취소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원형 그대로 보존된 정전 등 건축물과 제례악이 유산 지정의 주요 근거고, 현재도 수목선 위로 노출된 건물이 12개에 이르는 만큼 현 계획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계획이 그대로 이행될지도 의문이다. 세운 4구역 재개발은 SH공사가 시행을 맡고 2019년 1월 코오롱글로벌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그 과정 곳곳에는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계약을 체결한 지 5년이 지났지만, 터를 잡는 것조차 어려웠다. 기존 계획과 달리 2021년 호텔 2개동을 제외하거나, 2023년 문화재 조사 중 부지에 매장된 배수로와 도로(이문) 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시의 고도 제한 상향은 재개발사업을 초기 단계에 머물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코오롱글로벌과 SH공사가 체결한 세운 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공사 계약은 이달 말 만료된다. 첫삽을 뜨기도 전에 현장을 떠나야 하는 것이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추후 계약 기간을 연장하는 데 있어서는 논의된 사안이 아직 없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세운 4구역의 시공사 입찰이 거론되고 있으며 현재 여러 건설사가 경쟁을 준비 중이다. 코오롱글로벌은 2019년 당시 SH공사와 4811억원 규모로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여러 세운 4구역을 두고 이해관계가 얽혀있으나, 부지 특성이 국유지와 사유지의 경계에 놓여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가능한가

세운 4구역 주민대표회의 관계자는 지난 14일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20년 동안 (투자자 중) 3분의 2가 부동산을 팔고 나가서 140명 정도밖에 안 된다”면서 “지금 계획만을 가지고는 그동안의 피눈물을 닦기 어렵다. 고층 개발을 무조건 소망한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그들이(정부) 먼저 우리를 찾아와서 상생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생각하고, 문화재 보호구역이 벗어난 곳으로 역사·문화를 보존하자는 입장은 공권력의 횡포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jen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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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