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주인> 윤가은 감독 조용한 세계관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11.18 06:45:39
  • 호수 15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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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 고레에다와 같은 듯 다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아역 배우의 연기력을 대폭 끌어올리는 마스터”란 평가를 듣는 윤가은 감독의 영화 <세계의 주인>이 조용한 흥행 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윤 감독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와 닮은 듯하면서도 다른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윤가은 감독의 신작 <세계의 주인>은 지난달 22일 개봉했다. 이후 지난 12일 기준 <세계의 주인>을 관람한 관객은 9만6670명이다. 독립영화로선 조용한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배우 김의성·김혜수·박정민·김태리·고아성 등은 릴레이 응원 상영회에 동참했다.

릴레이 응원

<세계의 주인>은 <우리들>과 <우리집>에 이은 윤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영화다. 윤 감독은 두 작품에서 여자 초등학생의 미묘한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했다. <우리들>에선 교실에서 흔히 일어날 법한 교우관계의 형성·갈등과 은근한 따돌림을 다뤘다. <우리집>에선 복잡한 가정환경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어른이 돼가는 아이들을 다룬다.

윤 감독은 <세계의 주인>에선 여고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세 작품을 통해 드러난 윤 감독의 연출 특징은 ▲아역 배우의 차원 높은 연기력 ▲아이의 눈높이와 움직임에 맞춘 장면 구도 ▲절제된 미장센 ▲집중력 있는 일상 탐구 ▲진지한 시선과 문제 제기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감독의 주된 역할 중 하나가 연기 지도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윤 감독은 데뷔작에서부터 숙련된 재능을 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일본 영화를 다수 감상한 관객이라면 윤 감독의 영화들에서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연상시킬 가능성이 있다. 윤 감독의 연출 특징 중 상당수는 고레에다 감독과 겹친다.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인 고레에다 감독은 절제된 미장센 속에서 아역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면서 현실 문제를 진지하게 다룬다. 두 감독 모두 억지 감동을 추구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서사를 통해 관객 스스로 느끼게 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윤 감독은 이미 데뷔작 <우리들> 공개 후 ‘한국의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별명을 얻었다. 윤 감독은 이 별명을 피하지 않는다. 봉준호·고레에다·중국의 지아장커 감독은 <세계의 주인>을 호평하면서 윤 감독을 지지했다. 이에 대해 윤 감독은 지난달 20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후배 영화인으로서 그분들의 길을 모방하고, 때로는 변주하면서 쫓아가는 길을 걸었다”고 말했다.

아역 중심 숙련된 연출…“마스터” 평가
미묘한 아이들 심리 섬세한 묘사가 장점

그들 중 봉 감독은 “윤가은·고레에다·고 아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아역 배우를 스크린에 살아 숨 쉬게 하는 3대 마스터”라고 극찬했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연출하면서 세계적 명성을 누렸다.

윤 감독의 영화는 여성 초등학생·고등학생의 평범한 일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묘한 갈등에 빠지고, 그 갈등을 통해 현실의 다양한 문제를 드러낸다는 특징이 있다.

<우리들>에선 또래 집단에서 제외되고 싶어하지 않는 아이들의 다양한 선택과 미묘한 갈등을 다룬다. <우리들>에서 묘사되는 교실은 이미 어른의 세계다. 살기 위해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그 상처는 봉합되지 않는다. 때로는 진실이 드러나 의도치 않게 따돌림을 당한다.


관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사람이 살아 있는 한 영원히 이어지는 숙제란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집>에선 가족을 다룬다. <우리들> 주인공의 가족은 가난하지만 화목했다. 반대로 <우리집> 주인공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가족이다. 가정불화가 이들을 괴롭힌다. <우리집>의 두 주인공이 친해진 계기는 이에 대한 공감대였다.

환경은 이들의 우정을 끝까지 괴롭힌다. 고레에다 감독의 2011년 작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선 아이들이 어른의 불화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슬프게 다가온다.

<세계의 주인>은 평범해 보이는 일상 속에서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불행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얘기한다. 그 상처는 가족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 가족은 저마다 각자의 방법으로 상처를 치유하려고 하지만, 때로는 그 각자의 방법이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그리고 “서로를 잘 알지 못해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세계의 주인>의 핵심 소재는 아동 성폭력이다. 이 상처를 이해하지 못하는 타인이 어떻게 2차 가해를 하는지, 피해자가 살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는지 등을 다양한 등장인물을 통해 아주 서서히 드러낸다. 윤 감독은 이들의 평범한 일상을 공들여 집중력 있게 장시간 보여준다. 이어 무르익었을 즈음 중심 소재를 서서히 드러내다가 어느 순간 폭발시킨다.

살기 위해 상처 치유 노력
“평범한 설정으로 감정 폭발”

이는 고레에다 감독이 지난 2023년작 <괴물>에서 보여줬던 연출과 비슷하다. <괴물>에선 비밀을 가진 두 남자 초등학생을 어른들이 이해하지 못해 갈등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그러다가 진실이 밝혀진 순간 폭발하는 감정을 예사롭지 않게 묘사했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란 말은 일상에서 흔히 쓰인다. 두 감독은 이 흔한 말을 영화 주제로 연출 전면에 내세운다. 윤 감독은 <우리들>과 <우리집>에서 “아이의 나쁜 관행과 어려움은 어른의 환경으로부터 비롯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반대로 <세계의 주인>에선 사려 깊은 어른이 있어야 아이도 상처가 아물 수 있도록 노력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세계의 주인>에선 어른의 역할 비중이 크지 않다. “아이가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선 어른의 말 없는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고레에다 감독이 아역 배우를 내세워 사회 문제를 다룬 영화로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 <괴물>을 언급할 수 있다. 이 영화 속 아이들이 겪는 문제는 모두 어른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아무도 모른다>에선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4남매가 등장한다. 아빠는 아예 존재 자체가 거론되지 않으며, 엄마는 자신만의 삶을 위해 아이들을 버렸다. 고레에다 감독은 4남매를 비극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하지만 계절의 변화를 뚜렷하게 묘사해서 “엄마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는 비극을 암묵적으로 전달한다. 아울러 밖에서 활발하게 노는 아이들을 보여주면서도 결국 엄마 없는 좁은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 현실을 대비시켰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와 <괴물>에선 아이를 자신의 틀에 맞추려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특히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선 상반된 두 아버지를 대비시키면서 무엇이 어른의 역할인지 되묻는다. <어느 가족>에선 친부모의 폭력과 ‘양부모 아닌 양부모’의 ‘사랑 아닌 사랑’을 대비시킨다.

드러나는 세계

고레에다 감독이 다양한 환경의 캐릭터들을 통해 현실에서 아이들이 처하는 어려운 상황을 묘사한 것처럼, 윤 감독도 아이들이 처하는 환경을 다루는 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아울러 <세계의 주인>에선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일상적인 설정을 주인공의 감정을 폭발시키는 매개로 다루면서 일상을 표현하는 연출력도 비범하단 사실을 입증했다.

윤 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에서 이창동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이 감독도 <세계의 주인>과 비슷한 소재를 다룬 걸작 <시>를 연출했다. 윤 감독은 거장들의 자양분을 꼼꼼하게 흡수해 어느덧 자신만의 세계를 드러내고 있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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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