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새만금으로 이동한 전북의 축⋯김관영 리더십 주목해야

전북특별자치도는 지금 아주 조용하지만, 동시에 너무도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전북의 미래는 지도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산업의 흐름이 어디에서 뛰고 있고, 그 동맥이 어디로 연결되고 있으며, 전북의 다음 10년이 어떻게 설계되고 있는지가 전북의 미래를 결정한다.

필자는 최근 몇 개월 동안 전북자치도를 다니며 산업 지도와 행정 현장을 함께 관찰했고, 그 결과 ‘전북 산업의 무게 중심은 이미 전주가 아니라, 군산·새만금 축으로 옮겨졌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구조적 대전환은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다. 즉, ‘새만금 시대’를 어떻게 이끌어가느냐가 앞으로 전북의 향방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이 거대한 흐름의 중심에서 지난 3년 동안 실제 결과를 만들어낸 사람이 있다. 그는 전북 최초의 ‘정책행정가형 도지사’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직접 발로 뛰는 ‘PT 도지사’로 알려진 군산시 국회의원 출신 김관영 도지사다.

필자는 김 지사가 지난 3년 동안 만들어낸 산업·정책·미래전략 성과를 분석하면서, 전북자치도가 지금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지, 그리고 내년 지방선거의 핵심 질문이 왜 ‘누가 전북의 속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가’야 하는지를 정리하고자 한다.

전북 산업의 중심은 이미 전주 아닌, 군산·새만금

전북자치도의 행정 중심은 전주다. 그러나 전북자치도의 산업 중심은 이미 군산·새만금이다. 이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전북의 다음 10년을 예측할 수 없다. 필자가 만난 여러 기업인과 연구자, 지역경제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전북의 산업은 군산과 새만금에서 움직인다”고 말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북의 미래 산업 인프라인 자율주행 테스트베드, 상용차 산업, 모빌리티 전환, RE100 기반 에너지, 대규모 항만·물류, 첨단 제조 실증, 대기업 투자 등이 모두 군산과 새만금에 집중돼있기 때문이다.

전북자치도가 국내 유일의 상용차 자율주행 테스트베드를 보유한 지역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그 의미는 과소평가돼있다. 그러나 새만금에 구축된 산업·상용자동차 산업·미래 물류 시스템은 실제 도로·기상·운영 조건에서 검증된 핵심 인프라다.

전북자치도의 상용차 산업구조도 자율주행 및 피지컬 AI 산업과 자연스럽게 결합되고 있다. 군산의 타타대우차 생산공장, 완주의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등 주요 상용차 생산 기반이 한 지역권 안에 밀집해 있어, ‘테스트베드·제조·실증·상용화’가 한 축으로 이어지는 전국 유일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새만금의 RE100 기반 에너지 공급 인프라가 더해지며, 군산은 전북의 ‘미래 제조업의 전초기지’가 되고 있다.

이 같은 산업구조는 전북의 중심축이 전주에서 군산·새만금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따라서 군산 출신이라는 지역적 배경은 단순한 출신의 유불리가 아니라, 전북 미래산업의 중심지와 도정 리더십이 정확히 일치한다는 전략적 적합성을 가진다. 전북 산업이 어디에서 뛰고 있는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도지사가 지금 필요한 이유다.

PT 도지사라는 새로운 리더십 모델

필자는 전국 여러 지자체를 보면서, 국가 공모사업 발표를 도지사가 직접 하는 경우를 많이 보지 못했다. 대부분 기획조정실장과 전담팀이 발표를 하고, 도지사는 인사말만 한다. 그러나 김 지사는 달랐다. 그는 ‘전북은 딱히 뒤에 앉아 있을 상황이 아니다. 직접 뛰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는 판단으로 모든 핵심 공모사업 PT를 직접 수행했다.


그리고 그 성적은 놀랍다. 7번의 PT 중 5승1무1패. 발표 전 10~20회 예행연습은 기본이었다.

이 과정은 단순한 발표 기술이 아니라, 전북의 산업·재정·기술·법제·국가전략을 모두 결합해 설계하는 ‘정책 전략가’의 전투였다. 피지컬 AI 1조원 단지를 전북이 따낸 것도, 서울을 꺾고 2036 전주하계올림픽 국내 단독 후보지를 얻은 것도 결국 이 리더십의 결과다. 필자는 이 일련의 과정을 보며 PT라는 형식 안에 전북자치도의 생존전략이 들어 있다고 느꼈다.

전북자치도처럼 체급이 작은 지역이 수도권·부산·대구 등 대도시와 경쟁하려면, 도지사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김 지사는 바로 그 지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이 ‘PT 도지사’ 모델은 전북자치도처럼 경쟁의 강도가 높은 지역에서 생존을 위한 최적의 리더십이다.

지난 14일 저녁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JD상생포럼 송년 세미나에도 김 지사는 KTX를 타고 올라와 약 20분 동안 전북자치도의 비전을 직접 설명하고 돌아갔다. 필자도 현장에 있었는데, 그는 말 그대로 전북자치도의 ‘영업사원 1호’라는 표현이 전혀 과하지 않았다. 오는 21일에는 핵융합 관련 PT를 직접 해야 한다며 서둘러 행사장을 떠나는 그의 뒷모습에서 듬직함과 진정성이 그대로 느껴졌다.

인공태양은 전북이 선택한 미래 에너지의 기점, 핵융합 연구시설 유치전

핵융합은 인류가 오랫동안 꿈꿔온 해법이다. 탄소 배출이 없고, 원자력보다 안전하며, 연료는 바닷물에서 나와서 ‘인공태양’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전 세계가 50년 넘게 도전하고 있지만, 아직 어느 나라도 완전한 상용화를 이루지 못했다. 그렇기에 실증 연구시설의 위치는 미래 에너지 산업의 패권을 결정하는 문제다.

필자는 전북자치도가 이 핵융합 유치전에 뛰어든 과정을 면밀히 살폈다. 새만금은 핵융합 연구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거의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항만·공항·고속도로·철도라는 국가기간망이 한 지점에 모인 곳은 전국에서 새만금이 유일하다. 핵융합 시설은 초대형 장비와 초정밀 인프라를 이동·설치해야 하기에 이 물류 인프라는 필수다.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 역시 핵융합 연구의 생명이다. 새만금은 RE100 기반을 갖춘 국내 최대의 청정에너지 공급지다. 대용량 전력 소모가 필요한 핵융합 연구에 필수적인 전력 인프라를 갖춘 지역은 사실상 새만금뿐이다.

전북자치도는 이미 2012년 플라즈마기술연구소를 개소하며 핵융합 연구 기반을 구축해 왔다. 지난 10년간 축적된 연구 인력·장비·지자체 협업은 다른 지역이 단기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이다. 더구나 이재명정부가 공언한 ‘새만금의 첨단산업 테스트베드화’라는 국정 전략과도 완벽하게 부합한다.

김 지사는 이 흐름을 정확히 읽고, 전북의 국회의원·도의회·새만금개발청·전북대·군산대 등 17개 기관을 묶어 유치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필자는 이 장면을 지켜보며 전북이 드디어 미래에너지 산업의 중심임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순간이 왔다고 느꼈다. 핵융합 연구시설 유치는 단순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전북자치도가 다음 10년 동안 새로운 차원의 산업지도를 그릴 수 있는 결정적 기회다.

특별자치도 시대, 정책혁신 없이는 미래 없다

전북은 특별자치도로 승격했지만, 변화는 선언으로 오지 않는다. 권한은 131개나 받았지만, 이것을 실제 정책으로 바꾸는 능력이 중요하다. 김 지사는 취임 후 전북자치도 행정의 기본 작동 방식을 통째로 다시 설계했다.


그는 팀장 300명에게 직접 업무보고를 받았고, 타 지자체의 사례를 반드시 연구해 오도록 했으며, 제출된 591개 제안 중 572개를 실제 정책으로 채택했다. 전북자치도 공무원 사회가 스스로 제안을 내고, 스스로 혁신을 만드는 조직으로 바뀐 것이다.

필자는 공무원 사회가 변화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을 ‘단체장이 혁신을 선언하면서 공무원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김관영 체제의 전북자치도는 변화를 시작했다. 행정혁신은 전북자치도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며, 이 같은 흐름은 정책지향형 리더십이 아니면 결코 가능하지 않다.

올림픽, 전북이 서울을 처음 이긴 역사적 장면

서울을 이겼다는 사실 그 자체가 전북자치도에게는 커다란 상징이다. 49대 11이라는 결과는 전문성보다 ‘진정성’을 선택했다는 심사위원들의 평가기도 하다. 김 지사는 올림픽 후보지 경쟁에서 지방도시 연대 모델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고, 실제로 서울을 넘어섰다.

올림픽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전북자치도의 인프라를 완전히 재구성하고, 국가재정을 전북에 집결시키며, 국제도시로 재탄생할 수 있는 20년짜리 프로젝트다.

현재 한국은 매우 독특한 정치 환경 속에 있다. 대통령을 제외하면 여당 대표, 원내대표, 예결위원장, 도당위원장 등 중앙 정치의 핵심축이 모두 민주당 지도부로 채워져 있다.


중앙 권력의 흐름이 한 방향으로 정렬된 만큼, 이 정치적 구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전북자치도의 예산 확보로 직결된다. 이 구도는 위험일 수도 있지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 기회를 현실로 만드는 핵심은 ‘누가 중앙과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김 지사의 강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국회 부의장과 원내대표를 지내며 여야 협상의 언어와 절차, 사람과 힘의 흐름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정치인이다. 여야가 복잡하게 얽힌 협상 구조 속에서도 타협의 지점을 찾아내고 실질적 성과로 연결해 온 경험이 있다.

따라서 전북 예산의 규모와 방향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는 단순히 정치 지형이 아니라, 그 지형을 실제 예산으로 끌어올 수 있는 협상력이다. 지금의 중앙 권력구조는 전북에게 쉽지 않은 동시에 매우 드문 기회다. 김 지사는 이 기회를 실질적 자원으로 전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전북의 시간은 이제 직선운동으로 전환

필자는 전북자치도를 관찰하며 ‘삼기점(Samki Point, 원 운동이 직선 운동으로 바뀌는 지점)’이라는 개념이 떠올랐다. 전북은 더 이상 원운동으로 움직이지 않고, 속도를 내야 하는 직선운동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래산업이 가동되고 있고, 해외기업이 들어오고 있고, 대규모 국책사업이 시작되고 있으며, 새만금이라는 거대한 공간이 본격적으로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리더는 말이 아니라 실적, 구호가 아니라 속도, 계획 이론이 아니라 실행력을 가진 사람이다. 전북자치도는 지난 3년 동안 그 성과를 목격했다. 피지컬 AI, 자율주행, 상용차 혁신, RE100, 삼성 스마트허브, 올림픽 유치, 핵융합 유치전까지, 이 모든 결과가 전북자치도 현대사에서 가장 빠른 변화이자 속도였다.

전북은 내년 지방선거서 이 속도를 앞으로 더 가속시킬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전북의 미래는 출신이 아닌 적합성, 이름이 아닌 결과, 말이 아닌 속도, 과거의 정치가 아닌 새만금의 산업정책에 부합한 자만이 책임 질 수 있다.

전북의 미래 10년을 결정하는 선택은 도민의 몫이다. 새만금의 시간이 기다리는 리더십을 잘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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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