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명청대전, 박병영의 ‘손자병법’에 답 있다

최근 출간된 박병영의 <손자병법>은 전쟁의 책을 넘어 싸움을 피하면서도 이기는 법, 즉 권력의 흐름과 인간의 시간을 읽는 법에 대한 정치의 책이다. 저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자는 이미 구조를 설계한 자”라고 썼다. 정치에 이보다 더 명확한 조언은 없다.

정치학 박사인 박병영은 손자의 전쟁 철학을 현대 정치와 경영에 적용하면서 “형세(形勢)를 만드는 자가 결국 이긴다”고 해석했다. 싸움보다 중요한 것은 구조이며, 이기는 길은 정면충돌이 아니라 형세의 조율이라는 것이다.

명청대전의 서막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은 이 문장을 잘 새겨야 한다. ‘대통령 재판중지법’ 논란, 부산시당위원장 컷오프 파동, 그리고 정청래 대표의 100일 기자간담회 전격 취소까지, 최근 불거진 이 세 가지가 표면적으론 사소한 조율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이재명 대통령 체제와 정청래 대표의 당의 자율성을 둘러싼 긴장이 응축돼있다.

정 대표가 취임 100일 되던 지난 9일 “지금은 대통령의 시간”이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지금은’이라는 말 속엔 “곧 구조의 시간이 온다”는 복선이 깔려 있었다. 즉 명청대전(이재명과 정청래 싸움)이 이미 시작됐다는 얘기다.

지금 대통령실과 민주당의 문제는 싸움이 아니라, 시간의 분기점에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권력의 시간에 서 있고, 정청래는 구조의 시간으로 향하고 있다. 필자는 이 갈등의 본질은 감정이 아니라 체제의 전환이며, 그 해법은 박병영의 <손자병법>이 가리키는 형세의 정치에 있다고 본다.

절반의 권력, 흔들리는 균형

이 대통령의 임기는 2028년 2월 반환점을 향하고 있다. 전반 2년6개월은 대통령의 시간이다. 정책과 개혁, 인사와 외교의 중심이 대통령실에 있다. 그런데 어느 정권이나 임기 반절인 2년6개월이 지나면 권력의 무게추는 자연스레 대통령실에서 여의도로 옮겨가게 돼있다.

임기 후반으로 가면 국정의 시간이 끝나고, 공천과 총선의 시간, 즉 정당의 시간이 도래한다. 이재명정부도 2028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이 정 대표에게 집중된다면, 그에게 시간을 내줘야 한다. 이정부의 전반은 이 대통령의 시간이고, 나머지 후반은 정 대표의 시간이 되는 셈이다.

이 대통령이 국정의 리더라면, 정청래는 권력의 설계자다. 대통령은 명분으로, 당 대표는 시스템으로 정치를 움직인다.

명나라 황제가 자금성 안에서 천명(天命)을 논할 때, 만주의 청나라는 이미 장성을 넘어 권력의 새 질서를 준비하고 있었다. 정치는 언제나 내부 균형이 흔들릴 때 변화를 시작한다. 우리가 명청대전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박병영은 <손자병법> 해설에서 “전쟁의 본질은 정면충돌이 아니라 형세의 운용이다. 싸움은 마지막 수단일 뿐”이라고 말한다. 지금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싸움이 아니라, 형세의 재설계다. 정 대표와 이 대통령의 관계를 대결이 아닌 구조로 읽어야 해법이 열린다.

명청, 문명의 교체가 남긴 법칙

역사는 단순한 왕조의 교체가 아닌 체제의 전환이다. 흥미롭게도 명나라와 청나라는 각각 276년씩 지속됐다. 혈통도 문화도 달랐지만, 역사의 시계는 두 왕조에 같은 시간을 허락했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권력의 구조가 주기적으로 재편된다는 ‘권력의 순환 법칙’을 보여준 것이다.

명은 정의의 제국이었다. 천명을 받은 황제가 유교적 질서와 도덕 통치로 세상을 다스렸다. 과거제와 예법, 충성의 윤리를 국가의 근간으로 삼았다. 그러나 도덕은 제도를 앞질렀고, 명분은 현실을 가렸다. 부패와 내란, 왜구의 침입이 이어지며 명은 ‘이념의 피로’로 무너졌다.

청은 달랐다. 만주족은 유교의 외형을 유지하면서도 실용 행정을 강화했다. 광대한 영토를 다민족으로 통합하고, 효율적 통치구조를 만들었다. 명은 정의로 나라를 세웠고, 청은 제도로 나라를 유지했다. 결국 ‘이념의 제국’에서 ‘전략의 제국’으로 전환됐다.

박병영은 손자의 사상을 이렇게 해석한다. “승자는 형세를 만들고, 패자는 형세에 끌려간다.” 명은 정의의 이상을 붙잡았지만, 형세를 읽지 못했다. 청은 형세를 설계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이념으로 민심을 얻을 수는 있지만, 형세를 만들지 못하면 권력은 유지되지 못한다.

이재명과 정청래, 현대의 명과 청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관계는 흔히 ‘친명 VS 비명’으로 단순화되지만, 실상은 이념과 구조, 정의와 전략의 문법이 충돌하는 전환기적 현상이다.

이 대통령은 ‘명나라형 리더’로 그의 언어는 정의, 원칙, 민심에 기반한다. 그는 “불의한 권력을 이기려면 정의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검찰 권력과 맞서 싸우고, 불공정을 개혁하려는 그의 태도는 ‘정의의 정치’다. 그러나 명분은 때로 현실의 속도를 놓칠 수 있다.

정 대표는 ‘청나라형 전략가’다. 그는 감정보다 구조를, 이상보다 실행을 본다. “당이 살아야 개혁이 가능하다”는 그의 표현은 실리와 시스템 그 자체로, 싸움보다 설계를 택한다. 청나라가 유교의 외형을 유지하며 효율의 제국을 만든 것처럼, 정 대표는 개혁의 이상을 제도의 언어로 번역한다.

박병영의 해석에 따르면, 장수는 싸움보다 형세를 다스려야 하는데, 그 이유로 형세를 얻는 자는 싸우기 전에 이미 이긴 자가 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명분의 지도자고, 정 대표는 형세의 설계자다. 이 둘이 충돌하면 체제가 분열하지만, 화합하면 조직은 강화된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하기 위해선 싸움이 아닌 형세의 조율을 잘해야 한다.

권력은 나누는 순간 약해져

정치는 때로 권력을 나눠야 지속된다고 말하지만, 역사는 그 반대를 증명한다. 명나라가 문신과 환관에게 권력을 분산시킨 순간 붕괴가 시작됐고, 청나라가 지방 군벌에게 자율권을 나눠준 뒤 신해혁명이 폭발했다. 결국 권력은 나누는 순간 약해진다.

이정부도 예외일 수 없다. 대통령과 당이 ‘균형’을 말하는 순간, 국민은 그 균형 뒤의 긴장을 읽는다. 공존은 이상이지만, 현실의 균형은 늘 불안하다. 이념이 구조를 압도하면 이상이 무너지고, 구조가 이념을 삼키면 영혼이 사라진다. 지금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원팀으로 이상 없다고 말하지만, 우리 국민은 명청대전을 체감하고 있다.

박병영은 손자의 형세론을 인용하며 말한다. “형(形)은 드러내지 말고, 세(勢)는 은폐하지 말라.” 이 대통령의 명분이 형이라면, 정 대표의 구조는 세다. 형과 세가 조화를 이루면 정치의 구도는 안정되지만, 어긋나면 권력의 동력은 급속히 떨어진다.

필자는 지금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그 경계 위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명과 청이 각각 276년씩 지속된 것은 역사의 반복 법칙이다. 권력의 시간은 절반을 지나면 균형을 잃고, 새로운 세력이 등장한다. 이정부의 5년도 마찬가지다. 첫 2년6개월은 명(이 대통령)의 시간으로 이념과 정의의 시기가 되지만, 나머지 2년 6개월은 청(정 대표)의 시간으로 조직과 실리의 시기가 된다.

2028년 총선은 그 두 시간이 교차하는 결정적 분기점이다. 이 대통령의 명(明)이 빛을 비출 것이냐, 정 대표의 청(淸)이 빛을 담을 그릇이 될 것이냐, 그 선택이야말로 대통령실과 민주당의 운명을 가를 것이다.

싸움의 끝은 설계의 시작

박병영은 <손자병법>을 해설하며 “전쟁은 싸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설계로 완성된다”고 강조한다. 그의 해석은 정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갈등을 풀 해법은 싸움이 아니라 설계다.

정치는 싸움이 아닌 설계의 예술이다. 명은 싸워서 졌고, 청은 설계해서 이겼다. 이 대통령이 명의 정의로 이상을 세우고, 정 대표가 청의 현실로 틀을 만든다면,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새로운 정치 질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는 피로 완성되지 않으며, 형세의 재설계로 완성된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지금 읽어야 할 책은 박병영의 <손자병법>이다. 싸움의 기술이 아니라, 형세의 운용과 시간의 배분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명(明)이 빛을 잃지 않으려면, 정 대표의 청(淸)이 그 빛을 담을 그릇이 돼야 한다. 명청대전은 과거의 왕조사가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는 한국 정치의 거울이다.

그리고 그 거울 앞에서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아직 싸우려 하는가, 아니면 설계할 준비가 됐는가? 

필자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박병영의 <손자병법>에 답이 있다.

명(1368-1644)과 청(1636-1912)의 재상들이 <손자병법>을 전쟁의 책으로 삼았듯 명청대전 당사자인 대통령실과 민주당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치인들도 <손자병법>을 다시 읽어야 한다. 싸움을 피하면서도 이기는 법, 그것이야말로 작금의 정치가 배워야 할 지혜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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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