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명청대전, 박병영의 ‘손자병법’에 답 있다

최근 출간된 박병영의 <손자병법>은 전쟁의 책을 넘어 싸움을 피하면서도 이기는 법, 즉 권력의 흐름과 인간의 시간을 읽는 법에 대한 정치의 책이다. 저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자는 이미 구조를 설계한 자”라고 썼다. 정치에 이보다 더 명확한 조언은 없다.

정치학 박사인 박병영은 손자의 전쟁 철학을 현대 정치와 경영에 적용하면서 “형세(形勢)를 만드는 자가 결국 이긴다”고 해석했다. 싸움보다 중요한 것은 구조이며, 이기는 길은 정면충돌이 아니라 형세의 조율이라는 것이다.

명청대전의 서막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은 이 문장을 잘 새겨야 한다. ‘대통령 재판중지법’ 논란, 부산시당위원장 컷오프 파동, 그리고 정청래 대표의 100일 기자간담회 전격 취소까지, 최근 불거진 이 세 가지가 표면적으론 사소한 조율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이재명 대통령 체제와 정청래 대표의 당의 자율성을 둘러싼 긴장이 응축돼있다.

정 대표가 취임 100일 되던 지난 9일 “지금은 대통령의 시간”이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지금은’이라는 말 속엔 “곧 구조의 시간이 온다”는 복선이 깔려 있었다. 즉 명청대전(이재명과 정청래 싸움)이 이미 시작됐다는 얘기다.

지금 대통령실과 민주당의 문제는 싸움이 아니라, 시간의 분기점에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권력의 시간에 서 있고, 정청래는 구조의 시간으로 향하고 있다. 필자는 이 갈등의 본질은 감정이 아니라 체제의 전환이며, 그 해법은 박병영의 <손자병법>이 가리키는 형세의 정치에 있다고 본다.


절반의 권력, 흔들리는 균형

이 대통령의 임기는 2028년 2월 반환점을 향하고 있다. 전반 2년6개월은 대통령의 시간이다. 정책과 개혁, 인사와 외교의 중심이 대통령실에 있다. 그런데 어느 정권이나 임기 반절인 2년6개월이 지나면 권력의 무게추는 자연스레 대통령실에서 여의도로 옮겨가게 돼있다.

임기 후반으로 가면 국정의 시간이 끝나고, 공천과 총선의 시간, 즉 정당의 시간이 도래한다. 이재명정부도 2028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이 정 대표에게 집중된다면, 그에게 시간을 내줘야 한다. 이정부의 전반은 이 대통령의 시간이고, 나머지 후반은 정 대표의 시간이 되는 셈이다.

이 대통령이 국정의 리더라면, 정청래는 권력의 설계자다. 대통령은 명분으로, 당 대표는 시스템으로 정치를 움직인다.

명나라 황제가 자금성 안에서 천명(天命)을 논할 때, 만주의 청나라는 이미 장성을 넘어 권력의 새 질서를 준비하고 있었다. 정치는 언제나 내부 균형이 흔들릴 때 변화를 시작한다. 우리가 명청대전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박병영은 <손자병법> 해설에서 “전쟁의 본질은 정면충돌이 아니라 형세의 운용이다. 싸움은 마지막 수단일 뿐”이라고 말한다. 지금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싸움이 아니라, 형세의 재설계다. 정 대표와 이 대통령의 관계를 대결이 아닌 구조로 읽어야 해법이 열린다.

명청, 문명의 교체가 남긴 법칙


역사는 단순한 왕조의 교체가 아닌 체제의 전환이다. 흥미롭게도 명나라와 청나라는 각각 276년씩 지속됐다. 혈통도 문화도 달랐지만, 역사의 시계는 두 왕조에 같은 시간을 허락했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권력의 구조가 주기적으로 재편된다는 ‘권력의 순환 법칙’을 보여준 것이다.

명은 정의의 제국이었다. 천명을 받은 황제가 유교적 질서와 도덕 통치로 세상을 다스렸다. 과거제와 예법, 충성의 윤리를 국가의 근간으로 삼았다. 그러나 도덕은 제도를 앞질렀고, 명분은 현실을 가렸다. 부패와 내란, 왜구의 침입이 이어지며 명은 ‘이념의 피로’로 무너졌다.

청은 달랐다. 만주족은 유교의 외형을 유지하면서도 실용 행정을 강화했다. 광대한 영토를 다민족으로 통합하고, 효율적 통치구조를 만들었다. 명은 정의로 나라를 세웠고, 청은 제도로 나라를 유지했다. 결국 ‘이념의 제국’에서 ‘전략의 제국’으로 전환됐다.

박병영은 손자의 사상을 이렇게 해석한다. “승자는 형세를 만들고, 패자는 형세에 끌려간다.” 명은 정의의 이상을 붙잡았지만, 형세를 읽지 못했다. 청은 형세를 설계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이념으로 민심을 얻을 수는 있지만, 형세를 만들지 못하면 권력은 유지되지 못한다.

이재명과 정청래, 현대의 명과 청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관계는 흔히 ‘친명 VS 비명’으로 단순화되지만, 실상은 이념과 구조, 정의와 전략의 문법이 충돌하는 전환기적 현상이다.

이 대통령은 ‘명나라형 리더’로 그의 언어는 정의, 원칙, 민심에 기반한다. 그는 “불의한 권력을 이기려면 정의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검찰 권력과 맞서 싸우고, 불공정을 개혁하려는 그의 태도는 ‘정의의 정치’다. 그러나 명분은 때로 현실의 속도를 놓칠 수 있다.

정 대표는 ‘청나라형 전략가’다. 그는 감정보다 구조를, 이상보다 실행을 본다. “당이 살아야 개혁이 가능하다”는 그의 표현은 실리와 시스템 그 자체로, 싸움보다 설계를 택한다. 청나라가 유교의 외형을 유지하며 효율의 제국을 만든 것처럼, 정 대표는 개혁의 이상을 제도의 언어로 번역한다.

박병영의 해석에 따르면, 장수는 싸움보다 형세를 다스려야 하는데, 그 이유로 형세를 얻는 자는 싸우기 전에 이미 이긴 자가 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명분의 지도자고, 정 대표는 형세의 설계자다. 이 둘이 충돌하면 체제가 분열하지만, 화합하면 조직은 강화된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하기 위해선 싸움이 아닌 형세의 조율을 잘해야 한다.

권력은 나누는 순간 약해져

정치는 때로 권력을 나눠야 지속된다고 말하지만, 역사는 그 반대를 증명한다. 명나라가 문신과 환관에게 권력을 분산시킨 순간 붕괴가 시작됐고, 청나라가 지방 군벌에게 자율권을 나눠준 뒤 신해혁명이 폭발했다. 결국 권력은 나누는 순간 약해진다.


이정부도 예외일 수 없다. 대통령과 당이 ‘균형’을 말하는 순간, 국민은 그 균형 뒤의 긴장을 읽는다. 공존은 이상이지만, 현실의 균형은 늘 불안하다. 이념이 구조를 압도하면 이상이 무너지고, 구조가 이념을 삼키면 영혼이 사라진다. 지금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원팀으로 이상 없다고 말하지만, 우리 국민은 명청대전을 체감하고 있다.

박병영은 손자의 형세론을 인용하며 말한다. “형(形)은 드러내지 말고, 세(勢)는 은폐하지 말라.” 이 대통령의 명분이 형이라면, 정 대표의 구조는 세다. 형과 세가 조화를 이루면 정치의 구도는 안정되지만, 어긋나면 권력의 동력은 급속히 떨어진다.

필자는 지금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그 경계 위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명과 청이 각각 276년씩 지속된 것은 역사의 반복 법칙이다. 권력의 시간은 절반을 지나면 균형을 잃고, 새로운 세력이 등장한다. 이정부의 5년도 마찬가지다. 첫 2년6개월은 명(이 대통령)의 시간으로 이념과 정의의 시기가 되지만, 나머지 2년 6개월은 청(정 대표)의 시간으로 조직과 실리의 시기가 된다.

2028년 총선은 그 두 시간이 교차하는 결정적 분기점이다. 이 대통령의 명(明)이 빛을 비출 것이냐, 정 대표의 청(淸)이 빛을 담을 그릇이 될 것이냐, 그 선택이야말로 대통령실과 민주당의 운명을 가를 것이다.

싸움의 끝은 설계의 시작


박병영은 <손자병법>을 해설하며 “전쟁은 싸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설계로 완성된다”고 강조한다. 그의 해석은 정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갈등을 풀 해법은 싸움이 아니라 설계다.

정치는 싸움이 아닌 설계의 예술이다. 명은 싸워서 졌고, 청은 설계해서 이겼다. 이 대통령이 명의 정의로 이상을 세우고, 정 대표가 청의 현실로 틀을 만든다면,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새로운 정치 질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는 피로 완성되지 않으며, 형세의 재설계로 완성된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지금 읽어야 할 책은 박병영의 <손자병법>이다. 싸움의 기술이 아니라, 형세의 운용과 시간의 배분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명(明)이 빛을 잃지 않으려면, 정 대표의 청(淸)이 그 빛을 담을 그릇이 돼야 한다. 명청대전은 과거의 왕조사가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는 한국 정치의 거울이다.

그리고 그 거울 앞에서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아직 싸우려 하는가, 아니면 설계할 준비가 됐는가? 

필자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박병영의 <손자병법>에 답이 있다.

명(1368-1644)과 청(1636-1912)의 재상들이 <손자병법>을 전쟁의 책으로 삼았듯 명청대전 당사자인 대통령실과 민주당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치인들도 <손자병법>을 다시 읽어야 한다. 싸움을 피하면서도 이기는 법, 그것이야말로 작금의 정치가 배워야 할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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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