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사람 빠진 ‘AI 고속도로’

시정연설 28번 등장
인공지능의 양날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내년도 정부예산안을 설명하는 시정연설에서 “AI 고속도로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진다”고 말했다. 연설 속 ‘인공지능’은 28번 등장했지만 ‘노동자’ ‘존엄’ ‘불안’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미래를 설계했지만, 그 미래까지 걸어가야 할 ‘사람의 속도’는 없었다. 기술이 앞서 달리고 있는 시대, 인간의 속도는 어디쯤에 서 있는가. 이것이 지금 한국 사회가 마주한 가장 본질적인 질문이다.

늦으면
도태된다

기술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 = 기술의 시간은 직선이다. 더 빠르게, 더 멀리 뻗어나가며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의 시간은 원을 그리며 돌아온다. 상처를 받으면 멈추고, 실패하면 다시 시작할 용기를 모아야 한다. 로봇은 고장 나면 재부팅하면 되지만, 인간은 다시 걷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

플랫폼은 24시간 돌아가지만, 사람은 잠들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이 두 시간이 겹치지 못하면 사회는 균열된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은 바로 그 틈새다.

AI는 코드를 짜며, 로봇은 서빙하고, 챗봇은 감정을 흉내 낸다. 플랫폼은 우리의 소비, 이동, 감정까지 설계한다. 하지만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인간의 불안, 외로움, 존엄은 코드로 환산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책의 언어는 ‘혁신’과 ‘속도’를 반복한다. 그러면서 늦으면 도태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길을 뛰어야 할 청년들은 카페에서 취업 준비를 위해 또 하나의 오늘을 버티고, 50대 가장은 재교육과 구조조정 사이에서 삶의 의미를 되묻는다. 스마트폰을 인증하다가 실패한 노인은 은행 창구에서 돌아선다. 기술은 내일을 말하지만, 사람은 오늘을 버틴다. 그 간극이야말로 한국 사회가 외면해 온 가장 현실적인 틈바구니다.

AI 시대 플랫폼의 편리함과 그림자 = AI 시대의 산물인 플랫폼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지만 그 편리함은 누군가의 밤과 건강, 시간과 감정을 잘라 만든 결과다. 버튼 하나로 새벽에 음식이 도착하고, 클릭 한 번이면 이튿날 아침 택배가 문 앞에 놓인다. 그러나 그 뒤편에서 누군가는 영하 10도의 냉동창고에서 손끝이 얼어붙도록 배송할 물품을 분류하고, 누군가는 비 오는 밤 화물차 안에서 졸음을 참으며 달린다.

플랫폼은 인간을 돕는 기술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노동을 보이지 않도록 숨기는 기술이기도 하다. 택배 기사와 배달 라이더는 ‘개인사업자’라는 이름표 아래 4대 보험도, 정년도, 기본 휴식도 보장받지 못한다. 앱을 끄는 순간 소득도 사라진다.

이들은 노동자가 아니면서 동시에 자유도 없다. 노동과 책임이 노동자에게 있는데, 비용과 위험 역시 그들의 몫이다.

수도권 물류센터에서 심야에 사람보다 로봇이 먼저 움직인다. 하지만 여전히 가장 끝단의 분류 작업은 사람의 손으로 이뤄지는데, 그 손은 흔히 데이터나 AI라는 단어 속에서 지워진다. 강의실에선 50대 남성이 다시 엑셀과 코딩을 배우고, 한편에선 편의점·콜센터·배달 일자리가 중년의 새로운 노동시장으로 재편된다.

퇴근 후 퀵커머스를 뛰는 직장인, 낮에는 회사원이지만 밤에는 플랫폼 노동자로 사는 이들이 늘어났다. 기술이 만들어준 건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라 쪼개진 생계다.

댓글 창에서는 사람이 사라지고 맥락 없는 말들만 떠다닌다. 얼굴 없는 분노는 알고리즘을 타고 확산된다. 플랫폼은 소통을 확장하지만, 오히려 이해와 존중을 감소시킨다. 누군가의 불행이 클릭 수를 만들고, 타인의 상처가 조회수가 된다.


‘좋아요’와 ‘싫어요’가 인간을 평가하는 점수처럼 작동한다. AI는 감정을 계산하지만, 인간은 그 계산된 감정에 부서진다.

정치는 왜 간극을 못 메우나 = AI 시대의 정치는 기술과 인간의 간극을 메워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는 기술보다 더 느리다. 그리고 사람의 고통 대신 여론의 속도만 읽는다. 국회는 전자투표조차 완전히 도입하지 못했지만 ‘AI 국가 전략’을 말한다. 공무원 사회는 여전히 구두 보고를 하고 있지만, 외부에선 ‘디지털 대전환’을 외친다.

정치는 늘 미래를 말하지만, 정작 현재의 고통을 설계하지는 않는다.

필자는 AI 시대에 정치가 실패하는 주요 이유를 세 가지로 본다.

정치는
더 느리다

첫째, 기술을 경제 성장 수단으로만 보기 때문이다. AI를 수출품이나 산업 전략으로 말하지만, 노동자의 삶이나 지역 공동체와 연결하려 하지는 않는다.

둘째, 정치가 기술의 속도나 인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지만, 국회는 법안을 두고 다투고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된다.

‘노동자’ ‘존엄’ ‘불안’ 언급 없어
한국 사회가 마주한 본질적 고민

셋째, 한국 정치의 언어가 ‘갈등을 조정하는 기술’보다 ‘갈등을 증폭시키는 기술’에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유튜브 정치, 팬덤 정치, 분노 마케팅은 갈등을 해결하기보다 갈등을 키워 정치적 이익을 얻는 방식이다.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엔 분명히 미래 전략이 담겼으나 빠진 것도 있었다. “누가, 어떤 조건에서 그 길을 함께 걸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기술만 말하고 사람을 언급하지 않는 정치는 결국 사람을 미래 밖으로 밀어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외국은 기술과 사람의 속도를 함께 설계했나 = 기술의 속도는 전 세계적으로 비슷하지만, 그 속도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기술을 경제 정책이 아니라 ‘사회적 설계’의 일부로 다뤄왔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을 선언하면서 동시에 노동자를 위한 ‘직업 재설계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자동화로 사라질 일자리를 예측하고, 노동자의 기존 기술을 디지털 산업에 맞게 재배치했다. 단순 교육이 아니라 ‘기계와 일할 사람이 어떻게 존중받을 것인가’를 정책의 전제로 삼았다.


덴마크는 ‘유연 안정성’이라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기업은 필요하면 해고할 수 있지만, 국가는 해고된 노동자가 재교육 뒤 다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실직이 곧 파탄이 되지 않는 구조다. 기술 변화는 곧 기회가 되고, 정부는 이를 관리하는 ‘신뢰의 중개자’가 된다.

핀란드는 기본소득 실험을 통해 기술 자동화 시대의 삶을 실험했다. 일정 소득을 국가가 보장하자, 오히려 사람들이 더 과감하게 창업하고 재교육에 뛰어들었다. 기술이 삶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삶을 재설계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반면, 한국은 기술은 빠르지만 사람을 위한 시스템은 느리다. AI 고속도로는 이미 설계됐지만, 그 길에서 넘어진 사람을 일으킬 안전망은 아직 공사 중이다. 기술은 국가 전략이 됐지만, 기술 때문에 뒤처진 사람은 각자가 해결해야 할 몫으로 남는다.

기술 진화보다 사회의 체력이 더 중요 = 기술은 앞으로도 인간보다 빠르게 진화할 것이다. 하지만 미래를 진짜로 만드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버틸 수 있는 사회의 체력이다. 미래는 발명이 아니라 버텨낸 시간 위에서 만들어진다.

우리가 지금 묻지 않으면 안 되는 질문은 “기술은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가, 아니면 더 빨리 소모되게 만드는가” “AI는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가, 아니면 인간의 존엄을 밀어내는가” 그리고 “국가의 역할은 기술을 설계하는 것인가, 아니면 사람이 무너지지 않도록 받쳐주는 것인가”이다.

기술의 속도보다 중요한 건 그 속도를 사람이 견딜 수 있는가다. 이를 위해선 ▲잠시 멈춰 숨 쉴 수 있는 권리와 제도 ▲실패 후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재교육과 복귀의 기회 ▲기술보다 사람의 존엄을 먼저 생각하는 존중의 문화 등을 잘 설계해야 한다.


이 세 가지가 없다면 기술은 결국 인간을 소모품으로 만들 것이고, 그런 미래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1970년대 과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절, 필자가 다녔던 중학교 과학 선생님은 “언젠가 문명의 이기가 사람을 지배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는 막연한 이야기처럼 들렸지만, 지금은 AI 기술이 그 서막을 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인간은 지혜로우니 이를 잘 극복하리라 믿는다.

인간이 버틸 수 있을 때가 진짜 미래 = 기술은 우리에게 가능한 미래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 미래를 실제로 살아가는 주체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로봇은 밥을 나를 수 있지만,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지 못한다. AI는 노래를 만들 수 있지만, 그 노래에 담긴 추억과 감정을 대신 느껴주지 않는다.

따라서 정치의 역할은 분명하다. 기술이 미래를 설계한다면, 정치는 오늘을 지켜야 한다. 이재명정부가 진짜 미래를 원한다면 기술의 속도보다 사람의 속도를 먼저 살펴야 한다. AI 고속도로 위에 설 사람들의 호흡, 체력, 존엄을 지키는 것이 정치다.

기술은 성공하고, 인간은 실패하는 사회가 돼선 안 된다. 미래는 인간이 견딜 수 있을 때만 진짜 미래가 된다. 이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AI 강국이라는 미래 비전을 밝힌 게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AI 고속도로를 걸어가야 할 사람 이야기가 빠져서 안타까웠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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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