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익선동 포장마차 골목 맛집에서

지난 12일 불금 저녁 폭우 속에도 60대 중반의 고등학교 동기 3명과 종로구 익선동 포장마차 골목에 있는 등심을 잘하는 맛집을 다녀왔다. 우리가 맛집을 찾던 중 안내요원 띠를 두른 70대 어르신이 친절하게 안내해줘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익선동 포장마차 골목과 주변 식당은 주로 젊은 청년과 외국인이 찾는 곳이다. 포장마차 골목에서 불과 100여미터 떨어진 송해거리에는 7-80대 노인이 주로 찾는 곳이다. 종로구청이 송해거리로 가야 하는데 잘못 찾아온 우리 같은 노인을 위해 포장마차 골목에 안내요원을 배치했을 것이다.

보험개발원 실장 출신으로 보험 관련 논문만 30여편 쓴 보험 박사 친구 R, 건강관리공단에서 기획, 심사 업무를 담당했던 건강 박사 친구 K, 서울시 초등학교 최연소 교감을 거쳐 10여년 동안 교장을 역임한 교육 박사 친구 Y, 그리고 필자까지 우리 4명은 주로 건강 문제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먼저 보험개발원 출신 R이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OECD 국가 중 몇 위나 될 것 같냐”며 화두를 던졌다. 우리는 5위에서 7위 사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는 그럼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 중 몇 위나 될 것 같냐”고 물었다. 아무도 쉽게 답하지 못했다.

이때 R은 놀라지 말라면서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세계 2위고, 노인빈곤율은 세계 1위라고 했다. 그러면서 “얼마나 오래 사는가”보다 “어떻게 사는가”가 중요한데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배경도 설명해줬다.

우리나라가 1950년대 전쟁 직후 평균수명이 50세가 채 되지 않았는데, 불과 70여년 만에 세계 최상위권으로 올라선 배경에는 의료기술 발전, 경제 성장, 교육 수준 향상, 보건의료 접근성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했다.


그러나 단명 국가에서 장수 국가로의 극적 변화를 이뤄낸 것은 너무도 잘한 것이지만, 단기간 성과를 내면서 생길 부작용을 정부가 간과했다고 그는 정부의 노인정책을 지적했다. 그리고 고령사회에 맞는 연금, 노동시장, 주거정책 개선을 해야 노인 빈곤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필자는 일본은 오래전부터 장수 국가여서 노인 정책을 수십년간 펼 수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최근 10여년 사이 갑작스럽게 장수 국가가 돼 정부가 노인 정책을 준비할 시간이 짧아 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 이재명정부가 청년 문제와 함께 노인 문제도 심각하게 여기고 있으니 기대해보자고 했다.

그러자 건강관리공단 출신 K가 “우리나라가 평균수명은 늘었지만, ‘건강하게 사는 기간’은 상대적으로 짧다”며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자살률이 가장 높아 삶의 질 문제가 심각하다고 언급했다.

K는 우리에게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꼭 받고, 운동도 지속적으로 하고, 매일 건강을 체크하는 습관을 가지고, 특히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바로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으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의료 수준이 세계 최고라면서 본인은 서울대병원 담당 주치의한테 자신의 건강을 다 맡기고 주치의가 하라는 대로 하고 있다고 했다.

이때 필자도 한마디 했다. “건강한데 건강을 지나치게 챙기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게 최근 의학·심리학에서도 자주 지적되는 부분이라며, 지나치게 건강을 추구하다 보면 스트레스·불안이 늘어나 오히려 면역력이 떨어지고, 삶의 질이 낮아질 수 있으니 건강을 챙기되 과유불급을 삼가자고 했다.

필자 말에 R도 거들었다. 예전에는 “건강을 지키려면 노력해야 한다가 문제였다면, 지금은 지나친 건강관리가 건강을 해친다는 역설이 등장했다”며 ‘수명의 65%는 부모의 DNA에 따라 결정되며, 건강은 타고난다’는 최근 보고서가 있다면서 35%를 지키기 위해 너무 지나친 건강관리는 오히려 항체형성도 안 되고 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K가 “장수 집안이 평균적으로 수명이 긴 건 사실이지만, 흡연·음주, 식습관, 운동 여부, 사회적 관계망, 교육 수준, 의료 접근성 등이 건강 수명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며 “‘수명의 65%는 DNA로 결정된다’는 주장은 믿을 만한 주장은 아닌 것 같다”고 국민건강보험 출신다운 말을 했다


필자도 장수시대에 노인으로서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하나 제시했다. 바로 죽기 전에 ‘한번쯤 해보고 싶은 일, 즉 버킷리스트 10가지를 작성해 하나씩 도전해보는 게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필자도 곧 도전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자 R은 버킷리스트 10개 중 한 개는 이미 정했다면서 다음 주 조용하고 공기 좋은 시골로 이사간다고 했다. 그리고 나머지 중 5개 이상을 해외 역사 탐방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 K는 “나는 친구들을 좋아하니 친구들과 같이 하는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겠다”고 했다.

우리 4명은 고깃집을 나와 옛 추억을 생각하면서 포장마차도 들렀다. 그리고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소주잔을 들고 ‘건강을 위하여’ 라는 구호와 함께 건배도 했다. 그때 옆 테이블의 한 젊은 청년이 필자에게 “아버님 연세로 보이시는데 너무 멋있다”며 “자신의 부모님은 암 치료를 위해 요양원에 계신다”며 우리를 부러워했다.

포장마차를 나와 우리는 헤어졌다. 그런데 고깃집에서도 포장마차에서도 한마디 없던 교장 출신 Y가 밤늦게 단톡방에 동영상을 올렸다. 그 동영상에는 그가 작사·작곡한 ‘부모님 사랑의 노래’가 있었다. 그리고 자식과 조카를 교육시키기 위해 만들었다는 멘트도 있었다. Y는 본인이 작사·작곡한 ‘선산에 담긴 사랑’이라는 가사도 단톡방에 올렸다.

우리 세 친구는 추석을 앞두고 자식과 조카를 위해 멋진 선물을 준비한 Y에게 아낌없는 응원의 메시지와 이모티콘을 보내줬다.

필자는 그날 잠자리에 들기 전 여러 생각을 해봤다.

세계 2위 장수 국가에 살지만, 세계 1위 노인빈곤율의 상황을 극복하는 게 당분간 국가가 책임지기 쉽지 않으니, 우리나라 노인 스스로 무엇을 해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국가와 사회 정책과 시스템이 평균수명을 올려 준 것만도 고맙게 생각하고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R처럼 어떻게 살 것인가를 더 고민해보고, K처럼 꾸준히 건강 체크도 하고 운동도 하고, Y처럼 조상을 기리며 자식과 조카 교육도 시키고, 필자가 언급했듯이 버킷리스트도 작정해 도전해보고, 그리고 가끔 친구들과 만나서 담소를 나누는 것이 장수 국가에 살면서 행복해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정부도 세계 2위 장수 국가인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세계 1위라는 사실을 절대 간과하지 말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빈곤 노인이 원하는 게 돈이라고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돈이 없어서 자살하는 게 아니라 할 일이 없고 자식한테까지 외면받을 때 자살한다는 점을 잘 새겨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익선동은 서울특별시 종로구에 위치한 법정동으로, ‘더할 익(益)’과 ‘착할 선(善)’을 합쳐 ‘예전보다 더 좋은’이라는 뜻을 지닌 지명이다. 우리는 익선동에서 전보다 더 좋은 방향으로 건강에 대한 담소를 니눌 수 있어 행복했다.

Y가 작사·작곡한 노래 두 곡이 이번 추석을 맞이하여 우리나라 노인들에게 필요할 것 같아 소개한다.

 

<부모님 사랑의 노래>


                                 작사·작곡 윤경동

 

윤@@ 아버지, 넓은 품에 안아 자수성가, 평생을 헌신하셨네
5남 2녀 우리 모두에게 하늘 같은 믿음을 주셨네

오@@ 어머님, 인자한 미소로 살림을 지혜롭게 가꾸셨네
유머 속에 따뜻한 사랑으로 가족의 등불 되어주셨네

아, 우리 부모님 사랑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어
세월이 흘러도 마음에 남아 추석 달빛처럼 우리를 비추네

가난 속에 씨앗을 심으시고 풍요로운 삶을 일구셨네
7남매의 꿈과 희망 되어 길을 밝혀주신 그 발자취

당신들의 땀과 눈물이 우리 삶을 이루어 주셨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영원히 기억하리


아, 우리 부모님 사랑 별빛처럼 영원히 빛나리
세월이 흘러도 마음에 남아 추석 달빛처럼 우리를 비추네

추억 속에 살아 계신 부모님 사랑 노래하리

 

<선산에 담긴 사랑>

                              작사·작곡 윤경동

홀홀단신 걸어가시던 길 열흘 넘게 산을 오르시며
조상 묘소 하나하나 찾아 정성으로 풀을 베셨네

아버님의 그 소원 하나 한 자리에 조상님 모시기를
막걸리 잔에 묻힌 한숨도 사랑으로 남아 있네

 

(후렴)
선산에 담긴 사랑 세월을 넘어 이어가리
윤@@ 오@@ 그 마음 자식들이 가슴에 품으리

 

2
30년 전 형제들 함께 마침내 이루었던 그 뜻
서천 땅에 모신 선산 안에 가문의 뿌리 살아 있네

힘이 부쳐 못 한다 하여도 병든 몸에 걸음을 멈추어도
자식들의 손에 이어질 그 정성은 꺼지지 않으리

 

(후렴)

 

3
추석 달빛 고이 내려 풀꽃 사이 스며드네
벌초의 땀방울 속에 우리 집안의 사랑 있네

선산에 담긴 사랑 세월을 넘어 이어가리
조상 대대로 흐르는 정성 후손들이 지켜 가리

추석 달 밝은 밤에 부모님 그 뜻 노래하리
디지털은 도구일 뿐, 본질은 기억이고 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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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