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익선동 포장마차 골목 맛집에서

지난 12일 불금 저녁 폭우 속에도 60대 중반의 고등학교 동기 3명과 종로구 익선동 포장마차 골목에 있는 등심을 잘하는 맛집을 다녀왔다. 우리가 맛집을 찾던 중 안내요원 띠를 두른 70대 어르신이 친절하게 안내해줘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익선동 포장마차 골목과 주변 식당은 주로 젊은 청년과 외국인이 찾는 곳이다. 포장마차 골목에서 불과 100여미터 떨어진 송해거리에는 7-80대 노인이 주로 찾는 곳이다. 종로구청이 송해거리로 가야 하는데 잘못 찾아온 우리 같은 노인을 위해 포장마차 골목에 안내요원을 배치했을 것이다.

보험개발원 실장 출신으로 보험 관련 논문만 30여편 쓴 보험 박사 친구 R, 건강관리공단에서 기획, 심사 업무를 담당했던 건강 박사 친구 K, 서울시 초등학교 최연소 교감을 거쳐 10여년 동안 교장을 역임한 교육 박사 친구 Y, 그리고 필자까지 우리 4명은 주로 건강 문제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먼저 보험개발원 출신 R이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OECD 국가 중 몇 위나 될 것 같냐”며 화두를 던졌다. 우리는 5위에서 7위 사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는 그럼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 중 몇 위나 될 것 같냐”고 물었다. 아무도 쉽게 답하지 못했다.

이때 R은 놀라지 말라면서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세계 2위고, 노인빈곤율은 세계 1위라고 했다. 그러면서 “얼마나 오래 사는가”보다 “어떻게 사는가”가 중요한데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배경도 설명해줬다.

우리나라가 1950년대 전쟁 직후 평균수명이 50세가 채 되지 않았는데, 불과 70여년 만에 세계 최상위권으로 올라선 배경에는 의료기술 발전, 경제 성장, 교육 수준 향상, 보건의료 접근성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했다.

그러나 단명 국가에서 장수 국가로의 극적 변화를 이뤄낸 것은 너무도 잘한 것이지만, 단기간 성과를 내면서 생길 부작용을 정부가 간과했다고 그는 정부의 노인정책을 지적했다. 그리고 고령사회에 맞는 연금, 노동시장, 주거정책 개선을 해야 노인 빈곤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필자는 일본은 오래전부터 장수 국가여서 노인 정책을 수십년간 펼 수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최근 10여년 사이 갑작스럽게 장수 국가가 돼 정부가 노인 정책을 준비할 시간이 짧아 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 이재명정부가 청년 문제와 함께 노인 문제도 심각하게 여기고 있으니 기대해보자고 했다.

그러자 건강관리공단 출신 K가 “우리나라가 평균수명은 늘었지만, ‘건강하게 사는 기간’은 상대적으로 짧다”며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자살률이 가장 높아 삶의 질 문제가 심각하다고 언급했다.

K는 우리에게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꼭 받고, 운동도 지속적으로 하고, 매일 건강을 체크하는 습관을 가지고, 특히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바로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으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의료 수준이 세계 최고라면서 본인은 서울대병원 담당 주치의한테 자신의 건강을 다 맡기고 주치의가 하라는 대로 하고 있다고 했다.

이때 필자도 한마디 했다. “건강한데 건강을 지나치게 챙기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게 최근 의학·심리학에서도 자주 지적되는 부분이라며, 지나치게 건강을 추구하다 보면 스트레스·불안이 늘어나 오히려 면역력이 떨어지고, 삶의 질이 낮아질 수 있으니 건강을 챙기되 과유불급을 삼가자고 했다.

필자 말에 R도 거들었다. 예전에는 “건강을 지키려면 노력해야 한다가 문제였다면, 지금은 지나친 건강관리가 건강을 해친다는 역설이 등장했다”며 ‘수명의 65%는 부모의 DNA에 따라 결정되며, 건강은 타고난다’는 최근 보고서가 있다면서 35%를 지키기 위해 너무 지나친 건강관리는 오히려 항체형성도 안 되고 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K가 “장수 집안이 평균적으로 수명이 긴 건 사실이지만, 흡연·음주, 식습관, 운동 여부, 사회적 관계망, 교육 수준, 의료 접근성 등이 건강 수명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며 “‘수명의 65%는 DNA로 결정된다’는 주장은 믿을 만한 주장은 아닌 것 같다”고 국민건강보험 출신다운 말을 했다

필자도 장수시대에 노인으로서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하나 제시했다. 바로 죽기 전에 ‘한번쯤 해보고 싶은 일, 즉 버킷리스트 10가지를 작성해 하나씩 도전해보는 게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필자도 곧 도전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자 R은 버킷리스트 10개 중 한 개는 이미 정했다면서 다음 주 조용하고 공기 좋은 시골로 이사간다고 했다. 그리고 나머지 중 5개 이상을 해외 역사 탐방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 K는 “나는 친구들을 좋아하니 친구들과 같이 하는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겠다”고 했다.

우리 4명은 고깃집을 나와 옛 추억을 생각하면서 포장마차도 들렀다. 그리고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소주잔을 들고 ‘건강을 위하여’ 라는 구호와 함께 건배도 했다. 그때 옆 테이블의 한 젊은 청년이 필자에게 “아버님 연세로 보이시는데 너무 멋있다”며 “자신의 부모님은 암 치료를 위해 요양원에 계신다”며 우리를 부러워했다.

포장마차를 나와 우리는 헤어졌다. 그런데 고깃집에서도 포장마차에서도 한마디 없던 교장 출신 Y가 밤늦게 단톡방에 동영상을 올렸다. 그 동영상에는 그가 작사·작곡한 ‘부모님 사랑의 노래’가 있었다. 그리고 자식과 조카를 교육시키기 위해 만들었다는 멘트도 있었다. Y는 본인이 작사·작곡한 ‘선산에 담긴 사랑’이라는 가사도 단톡방에 올렸다.

우리 세 친구는 추석을 앞두고 자식과 조카를 위해 멋진 선물을 준비한 Y에게 아낌없는 응원의 메시지와 이모티콘을 보내줬다.

필자는 그날 잠자리에 들기 전 여러 생각을 해봤다.

세계 2위 장수 국가에 살지만, 세계 1위 노인빈곤율의 상황을 극복하는 게 당분간 국가가 책임지기 쉽지 않으니, 우리나라 노인 스스로 무엇을 해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국가와 사회 정책과 시스템이 평균수명을 올려 준 것만도 고맙게 생각하고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R처럼 어떻게 살 것인가를 더 고민해보고, K처럼 꾸준히 건강 체크도 하고 운동도 하고, Y처럼 조상을 기리며 자식과 조카 교육도 시키고, 필자가 언급했듯이 버킷리스트도 작정해 도전해보고, 그리고 가끔 친구들과 만나서 담소를 나누는 것이 장수 국가에 살면서 행복해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정부도 세계 2위 장수 국가인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세계 1위라는 사실을 절대 간과하지 말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빈곤 노인이 원하는 게 돈이라고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돈이 없어서 자살하는 게 아니라 할 일이 없고 자식한테까지 외면받을 때 자살한다는 점을 잘 새겨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익선동은 서울특별시 종로구에 위치한 법정동으로, ‘더할 익(益)’과 ‘착할 선(善)’을 합쳐 ‘예전보다 더 좋은’이라는 뜻을 지닌 지명이다. 우리는 익선동에서 전보다 더 좋은 방향으로 건강에 대한 담소를 니눌 수 있어 행복했다.

Y가 작사·작곡한 노래 두 곡이 이번 추석을 맞이해 우리나라 노인들에게 필요할 것 같아 소개한다.

<skkim5961@naver.com>

 

<부모님 사랑의 노래>

                                       작사·작곡 윤경동

윤@@ 아버지, 넓은 품에 안아 자수성가, 평생을 헌신하셨네
5남 2녀 우리 모두에게 하늘 같은 믿음을 주셨네

오@@ 어머님, 인자한 미소로 살림을 지혜롭게 가꾸셨네
유머 속에 따뜻한 사랑으로 가족의 등불 되어주셨네

아, 우리 부모님 사랑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어
세월이 흘러도 마음에 남아 추석 달빛처럼 우리를 비추네

가난 속에 씨앗을 심으시고 풍요로운 삶을 일구셨네
7남매의 꿈과 희망 되어 길을 밝혀주신 그 발자취

당신들의 땀과 눈물이 우리 삶을 이루어 주셨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영원히 기억하리

아, 우리 부모님 사랑 별빛처럼 영원히 빛나리
세월이 흘러도 마음에 남아 추석 달빛처럼 우리를 비추네

추억 속에 살아 계신 부모님 사랑 노래하리

 

<선산에 담긴 사랑>

                                       작사·작곡 윤경동

홀홀단신 걸어가시던 길 열흘 넘게 산을 오르시며
조상 묘소 하나하나 찾아 정성으로 풀을 베셨네

아버님의 그 소원 하나 한 자리에 조상님 모시기를
막걸리 잔에 묻힌 한숨도 사랑으로 남아 있네

 

(후렴)
선산에 담긴 사랑 세월을 넘어 이어가리
윤@@ 오@@ 그 마음 자식들이 가슴에 품으리

2
30년 전 형제들 함께 마침내 이루었던 그 뜻
서천 땅에 모신 선산 안에 가문의 뿌리 살아 있네

힘이 부쳐 못 한다 하여도 병든 몸에 걸음을 멈추어도
자식들의 손에 이어질 그 정성은 꺼지지 않으리

 

(후렴)

3
추석 달빛 고이 내려 풀꽃 사이 스며드네
벌초의 땀방울 속에 우리 집안의 사랑 있네

선산에 담긴 사랑 세월을 넘어 이어가리
조상 대대로 흐르는 정성 후손들이 지켜 가리

추석 달 밝은 밤에 부모님 그 뜻 노래하리
디지털은 도구일 뿐, 본질은 기억이고 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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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