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트럼프, ‘2심법원의 관세정책 위법 판결’ 의미 되새겨야

미국 연방항소법원이 29일(미국 시각)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비상사태를 근거로 전 세계 교역국에 부과한 ‘상호 관세’와 중국·캐나다·멕시코 등에 매긴 ‘펜타닐 관세’가 위법이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연방항소법원은 관세를 즉시 폐지하진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대법원 상고를 준비할 수 있도록 오는 10월14일까지 시간을 줬다.

이번 판결은 지난 5월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당시 연방항소법원은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지만 관세 부과 권한까지 포함한다고 볼 수 없다”며 ‘비상권한법을 근거로 한 관세정책은 권한 남용’이라고 지적하며,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이때도 연방항소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1심의 판단에 항소하며 집행정지를 신청하자 1심의 효력을 일시 중단하고, 항소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상호 관세가 당분간 유지될 수 있게 했다.

트럼프는 무역적자가 미국 제조업과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긴급사태를 선언하고, 상호 관세 협상 카드로 전 세계를 압박했다.

그에 반해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부적절한 행정권 남용’이라며 소를 제기한 미국의 5개 자영업체와 오리건주를 비롯한 12개 주는 미국의 무역적자가 이례적이거나 비상한 위협이 아니고, 긴급 상황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미국의 1심과 2심 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비상권한법 남용에 이어 미국의 무역적자를 긴급사태로 보지 않고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우리나라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국가가 긴급 상황에 처했다고 생각해 비상계엄을 선언한 이후 탄핵까지 당하고 현재 재판 중에 있다. 우리나라 법원도 당시 위기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원고(국회) 측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 지도자는 국정을 운영하다가 국가가 위기에 빠졌다고 판단될 때, 비상권한법을 발동해 국가를 위기에서 구해야 한다.

그런데 국가가 무너질 정도의 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자기의 공약이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트럼프처럼 긴급사태를 선언하거나, 자신의 불법과 가족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 윤 전 대통령처럼 비상계엄을 선포하면 안 된다. 대통령일지라도 위법에 대해 사법부의 심판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미국에서 트럼프에 대한 탄핵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 상고심에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에 부과한 상호 관세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온다면 미국도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무효화되면 전 세계의 무역 혼란은 물론 미국의 정치도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항소법원이 전 세계 교역국에 부과한 상호 관세와 ‘펜타닐 관세’가 위법이라고 판단하자, 즉각 반발하면서 이번 판결에 대해 "미국 연방대법원의 도움으로 우리는 관세를 국가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며 연방대법원 상고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이고, 7월부터 9월까지 휴정 기간이어서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언제 3심 판결을 받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 연방대법원은 보수 성향 6명과 진보 성향 3명으로 구성돼있다.


앞선 2심서 트럼프 관세정책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린 연방항소법원은 11명의 판사 중 8명은 민주당 소속 대통령이, 3명은 공화당 소속 대통령이 임명한 자로 구성돼있다. 연방항소법원의 이번 판결은 판사 11명이 참여해 7대 4로 나왔다. 보수 성향의 트럼프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보수 성향이 다수인 연방대법원에선 트럼프가 유리해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지 않으리라 예상된다. 그러나 만약 연방대법원이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위법으로 판단할 경우, 미국이 각 나라에 부과했던 상호 관세가 모두 취소되면서 미국의 무역정책은 큰 역풍을 맞게 되고, 글로벌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이다.

이런 상황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법원의 1,2심 위법 판결을 잘 되새겨봐야 한다. 3심 결과에 상관없이 트럼프의 글로벌 관세정책이 자국의 법원에서 위법이라는 판결을 받았다는 자체가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판결로 미국의 교역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강경 관세정책에 반발할 것이다. 미국이 글로벌 교역 질서와 미·중 무역 분쟁에서 불리한 상황이 올수도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연방항소법원의 판결을 단순히 관세 부과의 위법성을 넘어, 대통령의 권한과 사법부의 역할, 그리고 무역정책의 방향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도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에 의한 탄핵 사태를 위법이나 내란 사태를 넘어, 대통령의 권한과 사법부의 역할, 그리고 국민주권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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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