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릴루아카스의 지구촌 탐방 ⑤대만

대만으로 떠나기에 최적의 시즌!

대만을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 왔다. 대만의 가을은 날씨가 아주 맑고, 화창한 날이 지속되기 때문에 방문하기에 최적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만만치 않은 일본의 물가 때문에 온천여행을 망설인 여행자라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대만이기 때문에 꼭 들러보길 추천한다. 동양과 서양의 절묘한 조화로 다양한 볼거리와, 수준 높은 박물관을 비롯해 화려한 쇼핑센터와 소박하고 정겨운 야시장의 풍경까지. 다양한 매력으로 여행자의 발길을 사로잡는 대만으로 떠나보자.

아름다운 자연과 다양한 문화 그리고 맛있는 음식
소박하고 정겨운 야시장 풍경…동서양의 절묘한 조화

인천국제공항에서 타오위엔 국제공항(도원국제공항)까지 약 2시간30분이면 도착하는 대만은 여행자들이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편리한 교통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혼자서 자유여행을 떠나기 망설였던 여행자에게도 안심할 수 있는 여행지다.

올해 초 인천에서 대만으로 떠나는 항공편뿐만 아니라 김포에서 대만으로 가는 저가항공편도 가세해 대만으로 가는 하늘길은 더욱 가까워졌다. 공항에 도착하면 꼭 만들어야 할 것 한 가지 바로 유스트레블카드이다. 15∼30세까지만 발급이 가능하다. 여권을 보여주면 무료로 만들어주며 프리와이파이 여부도 묻는데 MRT(대량수송교통기관)역, 병원, 도서관 등 공공장소에서 무료로 와이파이가 사용 가능하다.

고궁박물관, 101빌딩 등 입장료 할인과 딘타이펑 기념품도 받을 수 있어 나름 재미가 쏠쏠하다. 타이베이 지역으로 이동하려면 공항리무진 버스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타이베이 시내에서는 MRT 노선이 잘되어 있어 여행하기 편리하다. 여러 곳을 여행할 계획이라면 충전해 사용할 수 있는 이지카드를 구매하여 매번 표를 사는 번거로움을 줄이자.

최대 번화가 시먼띵


이곳은 타이베이시에서 최초로 형성된 보행자거리로서 각종 대형 쇼핑몰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거리를 따라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의류, 신발, 잡화, 음반 등을 판매하는 상점과 버블티나 각종 먹거리를 진열해 놓고 파는 길거리 음식점, 여기에 영화관이나 노래방 등 기타 휴식공간이 어우러져 있어 수많은 젊은이들로 붐비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화장품 브랜드 상점들도 많이 들어서 있고, K-POP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어 여기가 대만인지 한국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다.

시먼띵에서 돌아다니다 보면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가게가 하나 있다. 시먼띵의 최고 명물 곱창국수를 먹고 있는 풍경이다. 아쭝멘셴 곱창국수 음식점은 테이블도 없고 메뉴판도 없이 의자만 길가에 놓여 있다. 시먼띵에 온 사람들은 꼭 이곳에 들러 곱창국수를 먹기 때문에 늦은 시간에 가면 재료가 없어 허탕치기 일쑤라고 한다. 주문할 때 크기(대·소) 만 말하면 된다. 쇼핑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딱 좋은 음식이다.

길거리 음식 스린야시장

MRT 지엔탄역에서 내려 길게 늘어선 불빛을 따라 가면 현지인은 물론 여행자들에게도 유명한 곳 스린야시장이 나온다. 밤이 깊어갈수록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이곳은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들에게도 부담 없는 곳이다. 단맛을 좋아한다면 대만사람들이 가장 즐겨먹는 음료인 전주나이차를 마셔보자. 대만 사람들은 종일 음료를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음료를 많이 마신다고 한다.

스린야시장의 대표 음식 중 가장 인기 메뉴는 굴부침이라고 불리우는 오아젠이다. 느끼하면서 달콤한 오묘한 맛의 오아젠과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현지인처럼 여유를 즐겨보자. 또 다른 명물 닭튀김 지파이 가게, 이곳 또한 어김없이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막 튀겨낸 지파이에 후추양념을 뿌려 포장해 주는데 손바닥 두 개만한 어마어마한 크기이다. 스린야시장에서 뭐니뭐니 해도 취두부는 꼭 먹어봐야할 음식이다.

한국에 청국장, 일본에 낫토가 있다면 대만엔 취두부가 있다. 어디서 이런 고약한 냄새가 나는 것일까? 그 냄새를 따라가다 보면 영락없이 취두부 가게다. 간장에 절인 두부를 발효시켜 튀긴 취두부는 건강식, 야식으로 인기 있는 대만의 가장 친근한 음식이다. 냄새만 맡아도 진저리가 날 정도지만 대만 문화의 하나라 여기고 먹어보면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만한 음식이다.

티이베이 상징  101빌딩


통칭 ‘타이베이101빌딩’으로 불리고 있는 타이베이국제금융센터는 지상 101층, 지하 5층, 총 508m로 세계 최고의 높이를 자랑한다. 타이완의 세계적 건축가 리쭈웬이 설계한 타이베이101빌딩은 만개한 꽃이 첩첩이 포개어진 형상 같기도 하고, 하늘을 향해 뻗어나가는 죽순의 모습을 닮은 듯도 하다.

8층씩 묶어 총 8개의 층으로 올렸는데, 이는 숫자 ‘8’이 중화 문화에서 성장과 번영, 발전 등을 의미하는 한자 ‘發’과 발음이 같은 길한 숫자이기 때문이다. 높이 외에도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로 공식 인정받고 각종 매체에서 ‘총알 엘리베이터’로 보도되었던 101빌딩 엘리베이터의 속도는 무려 분속 1000m이다. 5층 매표소부터 89층 전망대까지 올라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겨우 37초. 아찔한 속도감에 긴장될 즈음이면 이미 전망대에 도달해 천공에 떠있는 느낌을 받게 된다.

101빌딩 주변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LOVE를 발견하였다. 도쿄 신주쿠 빌딩 숲에서 봤던 LOVE가 대만에도 있었다니.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발견하여 나도 모르게 반가워 소리 지르고 말았다. 역시 여행은 계획한 대로만 흘러가는 건 아니었다.

치료+휴식 온천마을 베이터우

베이터우 온천은 타이베이분지의 동북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사모산과 칠성산, 대둔산 등으로 둘러싸여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천 계곡과 어우러져 온천공원, 박물관, 도서관 까지 이색적인 온천 마을이다.  특히 일본 ‘아카타현’에 암치료 온천으로 유명한 ‘타마가와온천’은 이곳 베이터우 유황석을 사용한다. 이 베이터우 유황석이 바로 타이완 베이터우 지방에서 처음 발견되어 유명해진 것으로, 방사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병을 치료하는데 그 효과가 탁월하며, 세계적으로는 이곳 베이터우 지역과 일본의 옥천, 그리고 남미의 칠레에만 존재한다. 이곳에 있는 노천온천은 남녀 공용으로 수영복을 착용하고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어 이른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신기한 자연경관 예류

예류의 자연적인 바위형성은 자연의 힘과 침식에 의해 생성된 곳으로 마치 혹성에 온 듯한 착각을 준다. 특히 이곳에서 가장 인기 많은 여왕바위엔 여행자들이 기념사진을 남기기 위해 항상 줄이 길게 늘어선다. 넓게 그리고 부드럽게 물결치는 해안에 뿌려져 있는 이상하고 기이한 모양의 바위들은 자연이 빚어낸 예술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괴 쌓인 탄광유적 진과스

진과스는 옛 탄광 유적으로 20세기 전반에 금 채굴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나 20세기 후반에 금이 차차 고갈되기 시작하자 점점 위축되어 폐광됐다.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황금박물관 때문인데, 박물관 내에 세계에서 가장 큰 220kg 규모의 금괴를 실제로 만져 볼 수 있어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실제로 들고 갈수 있으면 준다고 하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이곳에서 파는 광부도시락은 여행자들에게 인기 만점 메뉴다. 실제 광부들이 먹었던 도시락으로 다 먹은 후 기념으로 도시락통을 가지고 올 수 있다. 이런 재미있는 체험들 덕분인지 최근에는 관광 명소로 부활하고 있다.

아름다운 홍등천국 지우펀

대만의 옛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곳 지우펀은 너무나 외진 산골이라 장에 가서 물건을 사오면 항상 아홉 집 것을 고루 나눴다고 해서 지우펀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1920∼30년대에 아시아 최대의 광석도시라고 불렸던 이곳은 채광 산업이 시들해지면서 오히려 주변의 자연 환경을 그대로 이용하여 관광 도시로 탈바꿈했다. 이곳에서 촬영된 영화 <비정성시>가 국제적으로 유명해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닿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SBS 드라마 <온에어> 촬영지로 소개되어 한국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곳이다.

길 전체가 돌계단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구불구불 이어진 골목을 따라 찻집과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일본 애니매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여주인공이 통과하는 터널, 부모님을 찾아다니는 길 등 영화 속 모티브가 됐다고 해 일본 관광객도 많이 찾는 곳이다. 이곳 아메이차로 찻집 3층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바다 풍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특히 늦은 저녁 어둑어둑 해질 무렵 하나둘 켜지는 홍등과 지우펀의 예술적 분위기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야경을 연출하면 분위기 탓일까, 아니면 기분 탓일까. 갑자기 가슴속에 쓸쓸한 바람이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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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