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국정기획위원회(국정위)는 이재명정부 5년 동안 중점적으로 추진될 123대 국정 과제를 공개했다. 그러나 국민보고대회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던 정부 조직개편안과 금융 감독체계 개편안은 빠져있었다.
조직개편안을 놓고 국정위는 물론 여당 내에서도 이견이 나오고 있는 데다, 관세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조직개편 논의가 불필요하게 논란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한다.
금융 감독체계 개편안은 금융시장 안정, 소비자 보호, 감독 효율성 강화를 목표로, 금융위원회(금융위)와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지니고 있는 정책, 감독, 기능을 재편하고, 금융위 해체, 금융감독위원회 부활, 금융시장안정국,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날 정치권과 금융계는 정부가 글로벌 관세 전쟁에 대응하고 국내 경기부양을 이끌 금융 산업 전략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의아해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국정위 국민보고대회에서 금융위원장 후보로 이억원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명했고, 금융위의 의결과 김병환 금융위원장의 제청을 거쳐 이찬진 변호사를 금감원장으로 임명했다.
이 대통령이 15일 활동 기한이 종료된 국정위가 공개하지 못한 금융 감독체계 개편을 이억원 금융위원장 내정자와 이찬진 금감원장에게 맡긴 셈이다. 특히 국정위에서 사회1분과장으로 활동한 이찬진 금감원장의 역할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내 경제와 글로벌 거시 경제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인데도 금융권 수장이 대행체제거나 임기 만료를 눈앞에 두고 있어 금융 부재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한미 관세협상으로 ‘3500억달러 펀드’ 조성에 앞장서야 할 한국산업은행·수출입은행장이 공석이고, 신용보증기금과 예금보험공사를 비롯 공공기관장 등 국책은행장, 여신금융협회·금융투자협회장 등이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특히 수출입은행(기재부장관 제청)을 제외한 신보·예보·서금원·산은·기은 기관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니, 금융위원장 인선과 금융 당국 조직개편이 마무리돼야 후임 인선도 본격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금융 감독체계 개편안을 발표해야 하는 날 이 대통령이 금융위원장을 지명하고, 다음날 금감원장을 임명한 건 위기상황에 대한 발 빠른 조치였다.
그런데 진보 성향이 강한 이 금감원장이 역대 금감원장 중 금융권 인연은 적은 반면 대통령과의 인연은 깊은 사이여서 논란이 되고 있어 안타깝다.
이 금감원장은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노동법학회에서 함께 활동했고, 이 대통령의 대북송금 의혹 사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 각종 사법 리스크 대응 과정에서 변호를 맡았다. 반면 금융 관련 인연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이 전부다.
또한 이 대통령은 자신을 변호했던 변호사를 금감원장에 임명하면서 대통령실과 여당, 정부 요직에 포진한 ‘이재명 변호인’이 13명으로 늘어나, 논란이 되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도 논공행상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윤석열 사단 검사 출신 이복현 전 금감원장을 임명하자 “검찰 측근 나눠주기식 인사”라고 비난했는데, 정권이 바뀌자마자 이 대통령이 측근 변호사를 금감원장에 임명했으니 할 말이 없게 됐다.
금융위원장은 인사청문회가 필요하지만, 금감원장은 인사청문회가 필요 없다. 그래서 이 금감원장은 금융위 의결과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이튿날인 지난 14일 취임했고, 곧장 조직개편, 불공정거래 척결, 금융소비자 보호 등 당면 과제들을 빠르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이 주식시장의 불공정 및 부당거래 척결을 약속한 만큼 당장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의 활동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금감원장은 취임사에서 "모든 경제 주체가 공정한 과실 배분에 대한 신뢰 아래 혁신과 가치 창출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금융은 효율적 자원 배분이라는 본연의 역할로 인해 모든 과정의 중심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금감원장 임명에 대해선 비난이 많은 반면, 이 전 차관의 금융위원장 후보 지명에 대해선 비난이 없는 편이다. 그리고 지명 배경을 두고도 현 조직 체제에서 안정감 있게 조직개편을 하겠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내정자는 "새 정부의 금융 국정 과제를 국민들께서 체감할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위와 금감원은 원팀이라며 “포용 금융 강화, 생산적 금융으로 대전환, 금융시장 활성화, 가계부채 관리, 금융 소비자 보호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2008년 금융감독위원회에서 분리돼 우리나라 금융감독체계를 구축해 왔다. 원래는 금융위가 상급 기관이지만, 실질적으로 금융 회사에 대한 검사 및 감독권을 가진 금감원이 더 무서운 게 금융권의 현실이다.
금강원장은 차관급이지만 영향력은 장관급 이상으로 평가된다. 금융계에선 저승사자로 불린다. 정책을 만드는 건 금융위 몫이지만, 실제로 정책을 감독하고 제재하는 건 금감원 몫이다. 금융위원장은 장관급이다.
앞으로 이 금융위원장 내정자와 이 금감원장이 ‘Lee & Lee’ 원팀으로 국정위가 미완성으로 남겨놓은 금융 감독체계 개편을 추진할 것이다. 나라를 살리는 금융정책을 만들고 안정적으로 관리·감독하는 원팀이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