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3인 현미경 검증 (20)대외직함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0.26 09: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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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온 삶의 이력, 대외직함 속에 녹아있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 각 정당의 경선 이전부터 대선예비주자들을 검증해 온 <일요시사>는 새누리당의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박근혜 후보와 야권단일후보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민주통합당)-안철수(무소속) 후보의 면면을 세세히 검증 중이다. 이번호에서는 스무 번째 순서로 그들의 '대외직함'을 살펴봤다.

정치인들에게 다양한 대외직함은 필수다. 여러 단체에 소속된다는 것은 많은 지지자들을 손쉽게 모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대외직함은 또 자신의 인맥과 힘을 뽐낼 수 있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대선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후보들은 대선후보라는 대외직함을 제외한 대부분의 자리는 이미 사임한 상황. 하지만 대선후보가 되기까지 그들이 가졌던 대외직함들을 살펴보면 그들이 살아온 이력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박근혜 <봉사활동 치중>
"가는 곳마다 비리의혹에 난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세 후보 중 가장 화려한 대외직함을 자랑하지만 그 중 대부분이 비리와 연루되어 있어 대선정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박 후보가 최초로 갖게 된 대외직함은 '대한민국 퍼스트레이디'다. 당시 박 후보의 나이는 고작 23살이었다. 박 후보는 어머니 육영수 여사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행사에서 암살범에게 피살당한 후 1979년 10월까지 의전상 대한민국의 영부인 역할을 대행했다.

퍼스트레이디 시절 박 후보는 최태민 목사와 함께 구국여성봉사단과 새마음봉사단 총재, 걸스카우트 명예총재 등의 직함을 갖고 봉사 위주의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1979년 10월 26일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마저 피살 된 후엔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박정희 후광?


다음해인 1980년 3월 당시 29살이었던 박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이 설립한 영남대 이사로 사회활동에 복귀, 한 달 후에 이사장이 됐다. 1982년에는 육영재단 이사장도 맡았다. 육영재단은 어머니 육영수 여사가 어린이 복지사업을 목적으로 1969년 설립했던 재단이다. 1994년에는 역시 박 전 대통령이 부산지역 기업인 고 김지태씨에게 강제 기부 받아 설립한 정수장학회의 이사장으로도 취임했다.

이처럼 박 후보는 부모의 후광으로 손쉽고 화려하게 사회활동에 복귀 할 수 있었지만 그 후 과정은 무척 험난했다. 우선 영남대는 교육자나 경영자로의 경험이 전무했던 20대의 박 후보가 이사장직에 오르자 학내에서 큰 논란이 일었다. 특히 1980년 '민주화의 봄' 분위기 속에서 교수들과 학생들이 박 후보의 이사장 취임을 반대하고 학교민주화를 요구하자 박 후보는 결국 6개월 만에 이사장에서 물러나 평이사로 돌아갔다. 8년 뒤에는 이사직에서도 퇴진했다. 하지만 박 후보가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영남대의 이사와 이사장직을 맡은 인사들이 대부분 박 후보의 측근들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육영재단을 놓고는 여동생 박근령과 운영권 다툼을 벌였다. 박근령 측은 앞서 거론한 최 목사가 박 후보를 배후에서 조종해 육영재단의 운영을 전횡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박 후보는 1990년 11월 육영재단 이사장에서 자진 사퇴했지만 끝까지 결백을 주장했다.

정수장학회는 지금까지도 박 후보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다. 최근에는 국회 문방위에서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 증인채택을 놓고 여야가 대립해 국정감사가 파행되기도 했다.

화려한 대외활동

정치입문 후 박 후보의 대외직함은 더욱 화려해졌다. 지난 1998년 정치에 입문한 박 후보는 그 해 국회의원에 당당히 당선되어 지금까지 무려 5선의 고지에 올랐다. 이때부터 박 후보의 대외직함은 '국회의원'이 됐다. 국회의원으로 시작된 박 후보의 대외직함은 2004년 한나라당 대표, 2011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2012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새누리당 제18대 대선후보로까지 이어졌다.

박 후보는 또 문화스포츠분야에 관심이 많아 1993년부터 지금까지 한국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맡고 있으며, 1994년에는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등록하기도 했다. 2011년에는 한나라당 평창동계올림픽 유치특별위원회 고문을 맡아 우리나라가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데 힘을 보탰다.



문재인 <사회활동 치중>
"민주주의 위해 헌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경희대학교 총학생회 총무부장을 자신의 자랑스러운 첫 대외직함으로 기억한다. 문 후보는 경희대 법과대학 재학시절 운동권으로서 당시 총학생회장이던 강삼재를 대신해 집회를 주도하기도 했다.

문 후보는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수료했으나 학생운동 전력으로 판사 임용에 실패했다. 그 후 고향 부산으로 내려간 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사법시험 동기인 박정규의 소개로 노 전 대통령을 만나 법무법인 부산에 합류했다.

사서 고생한 인생

1983년 문 후보는 법무법인 부산 대표변호사라는 대외직함을 갖게 된다. 문 후보는 법무법인 부산에서 노 전 대통령과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는데 이 과정에서 부산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산지부 대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경남지부 대표 등의 대외직함도 추가했다.

약칭 '민변'으로 불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인권을 옹호하고 민주사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한 변호사들의 단체로 1970~1980년대 시국사건 변론을 맡아 활동하던 인권변호사들이 1986년 구로동맹파업 사건의 공동변론을 계기로 결성한 '정의실천법조인회'가 기반이 됐다.

1984년에는 한국해양대 해사법학과 강사로도 활동했으며 1988년에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자유언론수호 투쟁 해직기자들과 정부의 언론통폐합 조치로 강제해직된 기자들이 모여 만든 <한겨레신문>의 창간위원을 맡아 창간에 힘을 보탰다. 이처럼 사회운동에 전념하던 문 후보는 2003년 노 전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으로 화려하게 중앙정치 무대에 등장한다.

2004년에는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라는 대외직함도 더했다. 그 후 1년 만에 녹내장과 고혈압 등 건강악화를 이유로 청와대를 떠났던 문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소식을 듣고 다시 청와대로 돌아와 2005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 2007년 대통령비서실 실장,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위원회 위원장 등의 직책을 맡았다.

참여정부 시절 문 후보의 화려한 대외직함은 '빛이자 그림자'다. 일각에선 그가 권력의 핵심에 있으면서도 청탁 등 이권개입을 멀리하고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지 않았으며,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국정운영 경험을 쌓았다며 높이 평가한다. 반면 참여정부 실정에 일정부분 책임이 있고 비서실장으로서 결과적으로 노 전 대통령 측근의 비리를 막는데 실패했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승승장구 정치인생

문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사후에는 2009년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의 상임이사를 거쳐 2010년 이사장을 맡았다. 또 2011년에는 진보진영 야권 통합 추진기구인 '혁신과 통합'의 상임대표를 맡아 지금의 민주통합당 탄생에 일조하기도 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권유에도 정치입문 만은 거절하던 문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정치입문을 결심하고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부산 사상구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지난 9월16일에는 정치신인임에도 경선을 통해 제1야당 민주통합당의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안철수 <재계활동 치중>
"착한 이미지 발목 잡는 대외활동"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는 의사, 프로그래머, 벤처 사업가, 교수이자 정치인이다. 다양한 직업만큼 대외직함 또한 다양하다. 1986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동대학원에서 의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한 안 후보는 1990년 만 27세에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학과장이라는 대외직함을 따냈다. 당시로선 최연소 학과장이었다.

의대 교수로 일하면서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어온 안 후보는 '교수가 학생 몰래 다른 일을 하면 학생은 불행한 것'이라고 생각해 학과장을 그만두고 1995년 2월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한다. 안 후보는 이후 2005년 3월까지 안철수연구소의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안철수연구소의 이른바 '착한경영'은 지금의 안 후보를 있게 했다. 반면 대표이사직 사임 후의 행보는 안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연소 학과장

안 후보는 2005년부터 6년 동안 포스코의 사외이사 및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그런데 포스코는 안 후보가 사외이사 및 이사회 의장을 맡은 기간 동안 자회사가 38개나 증가해 재벌 가운데 계열사 증가수 1위를 기록해 논란이 됐다. 또 안 후보가 2005년부터 2011년 이사회 의결안 235건 중 226건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 후보가 포스코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감시자 역할보다는 거수기 노릇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뒤따랐다.

이밖에도 안 후보는 벤처기업인 모임인 브이소사이어티의 회원으로 활동했는데 안 후보가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된 이 모임의 주선자 최태원 SK회장의 구명 탄원서에 서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안 후보 측은 브이소사이어티 40여명 전원이 서명했고 안 후보는 그중 한 명일뿐 특별한 관계는 없다고 해명했지만 재벌 개혁을 외치는 안 후보가 최 회장의 구명운동을 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그의 신뢰성은 치명상을 입었다.


2008년에는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의 석좌교수로 임명됐으나 이 과정에도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지난 15일 안 후보의 카이스트 석좌교수 경력과 관련해 "석좌교수는 해당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가져야 하는데 이 분야의 논문 하나 쓰지 않은 안 후보가 석좌교수가 된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특혜시비에 당혹

안 후보는 2011년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이 과정에서도 특혜 시비가 일었다. 특히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의 동시임용과 관련해서는 "연구 논문 실적이 정교수 임용에 부족하고 채용 전공인 생명공학정책 관련 논문도 없다"며 채용의 불합리를 지적하고 임용 심사위원 1명이 사퇴를 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안 후보는 2008년부터 박원순 서울시장이 중심이 돼 창립한 비영리 공익재단인 아름다운 재단의 이사직을 맡았는데 아름다운재단이 불법모금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을 당하면서 안 후보를 당혹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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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