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3인 현미경 검증 (20)대외직함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0.26 09:21:34
  • 댓글 0개

"걸어온 삶의 이력, 대외직함 속에 녹아있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 각 정당의 경선 이전부터 대선예비주자들을 검증해 온 <일요시사>는 새누리당의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박근혜 후보와 야권단일후보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민주통합당)-안철수(무소속) 후보의 면면을 세세히 검증 중이다. 이번호에서는 스무 번째 순서로 그들의 '대외직함'을 살펴봤다.

정치인들에게 다양한 대외직함은 필수다. 여러 단체에 소속된다는 것은 많은 지지자들을 손쉽게 모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대외직함은 또 자신의 인맥과 힘을 뽐낼 수 있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대선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후보들은 대선후보라는 대외직함을 제외한 대부분의 자리는 이미 사임한 상황. 하지만 대선후보가 되기까지 그들이 가졌던 대외직함들을 살펴보면 그들이 살아온 이력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박근혜 <봉사활동 치중>
"가는 곳마다 비리의혹에 난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세 후보 중 가장 화려한 대외직함을 자랑하지만 그 중 대부분이 비리와 연루되어 있어 대선정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박 후보가 최초로 갖게 된 대외직함은 '대한민국 퍼스트레이디'다. 당시 박 후보의 나이는 고작 23살이었다. 박 후보는 어머니 육영수 여사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행사에서 암살범에게 피살당한 후 1979년 10월까지 의전상 대한민국의 영부인 역할을 대행했다.

퍼스트레이디 시절 박 후보는 최태민 목사와 함께 구국여성봉사단과 새마음봉사단 총재, 걸스카우트 명예총재 등의 직함을 갖고 봉사 위주의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1979년 10월 26일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마저 피살 된 후엔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박정희 후광?

다음해인 1980년 3월 당시 29살이었던 박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이 설립한 영남대 이사로 사회활동에 복귀, 한 달 후에 이사장이 됐다. 1982년에는 육영재단 이사장도 맡았다. 육영재단은 어머니 육영수 여사가 어린이 복지사업을 목적으로 1969년 설립했던 재단이다. 1994년에는 역시 박 전 대통령이 부산지역 기업인 고 김지태씨에게 강제 기부 받아 설립한 정수장학회의 이사장으로도 취임했다.

이처럼 박 후보는 부모의 후광으로 손쉽고 화려하게 사회활동에 복귀 할 수 있었지만 그 후 과정은 무척 험난했다. 우선 영남대는 교육자나 경영자로의 경험이 전무했던 20대의 박 후보가 이사장직에 오르자 학내에서 큰 논란이 일었다. 특히 1980년 '민주화의 봄' 분위기 속에서 교수들과 학생들이 박 후보의 이사장 취임을 반대하고 학교민주화를 요구하자 박 후보는 결국 6개월 만에 이사장에서 물러나 평이사로 돌아갔다. 8년 뒤에는 이사직에서도 퇴진했다. 하지만 박 후보가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영남대의 이사와 이사장직을 맡은 인사들이 대부분 박 후보의 측근들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육영재단을 놓고는 여동생 박근령과 운영권 다툼을 벌였다. 박근령 측은 앞서 거론한 최 목사가 박 후보를 배후에서 조종해 육영재단의 운영을 전횡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박 후보는 1990년 11월 육영재단 이사장에서 자진 사퇴했지만 끝까지 결백을 주장했다.

정수장학회는 지금까지도 박 후보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다. 최근에는 국회 문방위에서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 증인채택을 놓고 여야가 대립해 국정감사가 파행되기도 했다.

화려한 대외활동

정치입문 후 박 후보의 대외직함은 더욱 화려해졌다. 지난 1998년 정치에 입문한 박 후보는 그 해 국회의원에 당당히 당선되어 지금까지 무려 5선의 고지에 올랐다. 이때부터 박 후보의 대외직함은 '국회의원'이 됐다. 국회의원으로 시작된 박 후보의 대외직함은 2004년 한나라당 대표, 2011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2012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새누리당 제18대 대선후보로까지 이어졌다.

박 후보는 또 문화스포츠분야에 관심이 많아 1993년부터 지금까지 한국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맡고 있으며, 1994년에는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등록하기도 했다. 2011년에는 한나라당 평창동계올림픽 유치특별위원회 고문을 맡아 우리나라가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데 힘을 보탰다.


문재인 <사회활동 치중>
"민주주의 위해 헌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경희대학교 총학생회 총무부장을 자신의 자랑스러운 첫 대외직함으로 기억한다. 문 후보는 경희대 법과대학 재학시절 운동권으로서 당시 총학생회장이던 강삼재를 대신해 집회를 주도하기도 했다.

문 후보는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수료했으나 학생운동 전력으로 판사 임용에 실패했다. 그 후 고향 부산으로 내려간 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사법시험 동기인 박정규의 소개로 노 전 대통령을 만나 법무법인 부산에 합류했다.

사서 고생한 인생

1983년 문 후보는 법무법인 부산 대표변호사라는 대외직함을 갖게 된다. 문 후보는 법무법인 부산에서 노 전 대통령과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는데 이 과정에서 부산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산지부 대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경남지부 대표 등의 대외직함도 추가했다.

약칭 '민변'으로 불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인권을 옹호하고 민주사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한 변호사들의 단체로 1970~1980년대 시국사건 변론을 맡아 활동하던 인권변호사들이 1986년 구로동맹파업 사건의 공동변론을 계기로 결성한 '정의실천법조인회'가 기반이 됐다.

1984년에는 한국해양대 해사법학과 강사로도 활동했으며 1988년에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자유언론수호 투쟁 해직기자들과 정부의 언론통폐합 조치로 강제해직된 기자들이 모여 만든 <한겨레신문>의 창간위원을 맡아 창간에 힘을 보탰다. 이처럼 사회운동에 전념하던 문 후보는 2003년 노 전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으로 화려하게 중앙정치 무대에 등장한다.

2004년에는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라는 대외직함도 더했다. 그 후 1년 만에 녹내장과 고혈압 등 건강악화를 이유로 청와대를 떠났던 문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소식을 듣고 다시 청와대로 돌아와 2005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 2007년 대통령비서실 실장,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위원회 위원장 등의 직책을 맡았다.

참여정부 시절 문 후보의 화려한 대외직함은 '빛이자 그림자'다. 일각에선 그가 권력의 핵심에 있으면서도 청탁 등 이권개입을 멀리하고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지 않았으며,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국정운영 경험을 쌓았다며 높이 평가한다. 반면 참여정부 실정에 일정부분 책임이 있고 비서실장으로서 결과적으로 노 전 대통령 측근의 비리를 막는데 실패했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승승장구 정치인생

문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사후에는 2009년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의 상임이사를 거쳐 2010년 이사장을 맡았다. 또 2011년에는 진보진영 야권 통합 추진기구인 '혁신과 통합'의 상임대표를 맡아 지금의 민주통합당 탄생에 일조하기도 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권유에도 정치입문 만은 거절하던 문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정치입문을 결심하고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부산 사상구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지난 9월16일에는 정치신인임에도 경선을 통해 제1야당 민주통합당의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안철수 <재계활동 치중>
"착한 이미지 발목 잡는 대외활동"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는 의사, 프로그래머, 벤처 사업가, 교수이자 정치인이다. 다양한 직업만큼 대외직함 또한 다양하다. 1986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동대학원에서 의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한 안 후보는 1990년 만 27세에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학과장이라는 대외직함을 따냈다. 당시로선 최연소 학과장이었다.

의대 교수로 일하면서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어온 안 후보는 '교수가 학생 몰래 다른 일을 하면 학생은 불행한 것'이라고 생각해 학과장을 그만두고 1995년 2월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한다. 안 후보는 이후 2005년 3월까지 안철수연구소의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안철수연구소의 이른바 '착한경영'은 지금의 안 후보를 있게 했다. 반면 대표이사직 사임 후의 행보는 안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연소 학과장

안 후보는 2005년부터 6년 동안 포스코의 사외이사 및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그런데 포스코는 안 후보가 사외이사 및 이사회 의장을 맡은 기간 동안 자회사가 38개나 증가해 재벌 가운데 계열사 증가수 1위를 기록해 논란이 됐다. 또 안 후보가 2005년부터 2011년 이사회 의결안 235건 중 226건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 후보가 포스코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감시자 역할보다는 거수기 노릇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뒤따랐다.

이밖에도 안 후보는 벤처기업인 모임인 브이소사이어티의 회원으로 활동했는데 안 후보가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된 이 모임의 주선자 최태원 SK회장의 구명 탄원서에 서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안 후보 측은 브이소사이어티 40여명 전원이 서명했고 안 후보는 그중 한 명일뿐 특별한 관계는 없다고 해명했지만 재벌 개혁을 외치는 안 후보가 최 회장의 구명운동을 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그의 신뢰성은 치명상을 입었다.

2008년에는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의 석좌교수로 임명됐으나 이 과정에도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지난 15일 안 후보의 카이스트 석좌교수 경력과 관련해 "석좌교수는 해당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가져야 하는데 이 분야의 논문 하나 쓰지 않은 안 후보가 석좌교수가 된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특혜시비에 당혹

안 후보는 2011년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이 과정에서도 특혜 시비가 일었다. 특히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의 동시임용과 관련해서는 "연구 논문 실적이 정교수 임용에 부족하고 채용 전공인 생명공학정책 관련 논문도 없다"며 채용의 불합리를 지적하고 임용 심사위원 1명이 사퇴를 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안 후보는 2008년부터 박원순 서울시장이 중심이 돼 창립한 비영리 공익재단인 아름다운 재단의 이사직을 맡았는데 아름다운재단이 불법모금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을 당하면서 안 후보를 당혹하게 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