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여행 ①맹개마을

백두대간 속 고립된 섬

첩첩산중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어느 깊은 골짜기, 강을 건너야만 닿는 마을이 있다. 오직 물줄기를 가르고 나아가는 소형 모터보트, 그리고 큰 바퀴를 자랑하는 트랙터만 이 강을 오갈 수 있을 뿐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그 흔한 다리 하나 없다는 뜻이다. 최근에서야 징검다리 하나가 생겼을 뿐이다. 접근의 불편함을 매력으로 삼는 이곳은 경상북도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에 자리한 맹개마을이다.

앞으로는 낙동강이, 뒤로는 청량산을 비롯한 백두대간의 여러 봉우리가 감싼 이곳은 육지 속 섬처럼 고립된 형태를 띤다. 사람이 살아가기에 쉽지 않은 환경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일대의 풍경만큼은 놓치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답다. 조선 시대의 대학자, 퇴계 이황조차 친구에게 남긴 문장에 언급했을 정도로 빼어난 절경을 선사한다.

빼어난 절경

1980년대 초까지 맹개마을에는 네다섯 가구가 살았을 뿐이었다. 그마저도 교통, 전기, 상하수도 시설이 열악했던 탓에 하나둘 시내나 대도시로 떠났고, 마을은 방치되다시피 했단다. 버려졌던 마을에 다시 사람이 찾아온 것은 약 20년 후의 일이다.

농업회사법인 ‘밀과노닐다㈜’의 김선영 대표, 박성호 이사 부부가 이곳으로 귀농해 밀과 메밀 농사를 시작한 것이다. 당시에는 허허벌판에 쓰러져가는 집 두 채만 있었다고 하지만, 부부는 이 땅을 훌륭히 가꿔냈다.

현재 맹개마을은 직접 재배한 유기농 밀로 소주를 빚는다. 이곳에서 출시한 ‘안동 진맥소주’는 한국 최초의 밀소주다. 고문헌에 따르면, 그 역사는 훨씬 깊다. 조선 초기의 학자, 김유가 쓴 조리사 <수운잡방>에 진맥소주의 주조법이 남아 있으니 말이다.


맹개마을은 수운잡방에 기록된 주조법을 토대로 밀소주를 복원했고, 그게 오늘날의 안동 진맥소주가 됐다.

진맥소주의 인기는 대단하다. 전통주 애호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을 뿐 아니라, 일부 물량은 해외 유명 식당에 납품되기까지 한다. 국내와 국제 대회에서 다수의 상을 휩쓸며, 국제적인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중이기도 하다.

2024년, 맹개마을은 ‘한국관광의 별(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 ‘찾아가는 양조자(농림축산식품부)’에 선정되며 더욱더 힘찬 날갯짓을 하고 있다.

맹개마을은 진맥소주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예약자에 한해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트랙터 타기 체험, 시음, 양조장 시설 견학 등으로 구성돼있다. 약속된 장소에 도착하면, 맹개마을에서 트랙터가 마중을 나온다.

수심이 깊은 것은 아니지만, 트랙터를 타고 강을 건너는 체험은 정말이지 독특하다. 트랙터 바퀴가 강물에 닿을 때 튀는 물방울, 덜컹거리는 소리가 긴장감을 즐거움으로 바꿔준다.

접근이 불편한 만큼 특별한 곳
안동 맹개마을

맹개마을에 도착하면 이 공간에 관한 설명, 안동의 풍경과 낙동강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다음으로는 맹개마을에서 빚는 밀소주, ‘진맥소주’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농사를 짓는 중, 밀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시작한 소주 주조가 여기까지 온 것이라는 이야기에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곳에서 빚은 소주를 직접 시음해보는 시간도 갖는다.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소주인 40˚ 진맥소주,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주류품평회에서 다수의 상을 휩쓴 53˚ 진맥소주는 더 자세히 살펴보기를 바란다.

미국에서 수입한 버번 캐스크에 소주를 넣고 숙성한 ‘시인의 바위’는 그동안 경험했던 것과는 다른 맛과 풍미를 내세운다. 같은 재료를 사용해 술을 빚었는데도 색다른 맛과 향이 느껴진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틀림없이 전통주의 매력에 푹 빠질 것이다.

속세를 벗어나 하룻밤 쉬어가기에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맹개마을은 소수의 방문객이 고요한 하룻밤을 누릴 수 있는 숙소를 운영하기도 한다. 찾아오기 어렵다는 점을 역이용해 그 누구도 쉽게 방문할 수 없는 숙소를 구현한 점이 흥미롭다.

물 흐르는 소리,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말고는 아무런 잡음도 들려오지 않는다. 맑은 날 밤이면, 하늘을 수놓는 별천지를 만나볼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맹개마을은 투숙객을 위해 진맥소주 한 잔을 곁들인 저녁 식사를 별도로 판매하기도 한다. 한식 요리들을 코스 형태로 내어준다. 맹개마을이나 주변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활용해 나물무침, 장아찌류 등을 제공한다. 특히, 직접 재배한 메밀로 만든 묵과 맹개마을 내에서 채집한 표고, 돌나물 등도 꼭 맛보도록 하자.

안동찜닭, 간고등어 등 안동의 유명 요리와 돼지고기 바비큐도 함께 내어준다. 마음에 드는 소주 한 병을 구매해 일행과 하룻밤을 즐기는 것도 맹개마을을 제대로 경험하는 방법이다.

마을 주변에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고택과 서원, 명소가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농암종택이다. 맹개마을에 들어가기 직전, 낙동강 자락에서 마주치게 되는 바로 그 고택이다. 이 고택은 1504년(연산군 10년), 임금의 노여움을 사 안동으로 유배된 농암 이현보의 종택이다. 지금도 농암 선생의 후손이 집을 지키고 있으며, 한옥스테이로 운영 중이다.

퇴계 이황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고 싶다면 도산서원으로 향하자. 한양 생활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퇴계 선생이 학문하며 직접 제자를 가르치기 위해 설립한 도산서당이 중심인 공간이다. 도산서당 옆에 퇴계를 기리는 사당이 추가로 세워져 오늘날의 서원 형태가 갖춰졌다.

조선 후기,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 당시에도 정리 대상에서 제외됐을 정도로 중요도가 높은 유적이다.

도산서원

낙동강과 안동호의 절경을 제대로 누리고 싶다면 선성현문화단지가 제격이다. 안동댐 건설로 수몰된 옛 성선현 관아 건물을 복원해 둔 곳이다. 한복 체험, 유교 문화 체험, 전통 공예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민속놀이를 즐기기에 좋은 마당이 있다. 안동호 쪽으로는 물 위를 걸어갈 수 있는 1㎞ 길이의 선성수상길이 이어진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선성현문화단지→도산서원→농암종택→맹개마을→월영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안동민속촌→월영공원→선성현문화단지→맹개마을
-둘째 날 농암종택→도산서원→유교문화박물관→안동구시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맹개마을 https://www.instagram.com/mengemaeul_official
-농암종택 http://www.nongam.com
-도산서원 https://www.andong.go.kr/dosanseowon
-선성현문화단지 https://koreanhouse.kr
-안동관광 https://www.tourandong.com

문의 전화
-맹개마을 010)7604-0065
-농암종택 054)843-1202
-도산서원 054)856-1073
-선성현문화단지 054)840-3475
-안동관광 054)840-3434

대중교통
-버스 서울-안동,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5회 운행(08:10, 08:40, 12:00, 14:00, 15:30, 16:20), 약 2시간55분에서 3시간10분 소요, 안동초교정류장 하차 후 안동초교정류장에서 512번 버스 이용, 가송 경유 버스일 경우 가송, 그렇지 않을 경우 소두들 정류장에서 하차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경안여객 054)821-4071

-기차 서울-안동, 서울역에서 안동행 KTX-이음 하루 4회 운행(08:57, 10:59, 15:01, 21:31), 약 2시간16분에서 2시간26분 소요, 안동역 하차 후 안동역에서 410번 버스 이용, 교보생명 정류장에서 512번 버스로 환승, 소두들 정류장에서 하차


*문의: 코레일 1588-7788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풍기톨게이트 진출→251m 이동 후 ‘소백산국립공원, 풍기, 봉화’ 방면으로 우회전→1.3㎞ 이동 후 봉현교차로에서 ‘단양, 영주’ 방면으로 회전교차로에서 9시 방향→73m 이동 후 봉현교차로에서 ‘안동, 영주, 봉화’ 방면으로 왼쪽 방향→8.9㎞ 이동 후 가흥교차로에서 ‘울진, 봉화’ 방면으로 오른쪽 방향→21㎞ 이동 후 금봉교차로에서 ‘청량산, 영양, 봉성’ 방면으로 우회전→5.6㎞ 이동 후 봉성삼거리에서 ‘재산’ 방면으로 왼쪽 방향→7.8㎞ 이동 후 도천삼거리에서 ‘재산’ 방면으로 우회전→964m 이동 후 ‘명호’ 방면으로 우회전→8.5㎞ 이동 후 청량산삼거리에서 ‘안동, 도산서원’ 방면으로 우회전→2.5㎞ 이동 후 ‘가송리’ 방면으로 좌회전→540m 이동 후 ‘가송길’ 방면으로 우회전→1.3㎞ 진입 후 맹개마을 주차장

숙박 정보
-안동 리첼호텔: 관광단지로, 054)850-9700
-전통리조트 구름에: 민속촌길, 054)823-9001
-브라운도트 안동문화의거리점: 문화광장길, 054) 857-7600

식당 정보
-대자연가든: 토종닭백숙, 도산면 가송길, 054)852-3222
-카츠예안: 수제돈카츠, 도산면 선성길, 054)841-9272
-메밀꽃피면: 막국수, 도산면 선성4길, 054)843-1253

주변 볼거리
안동호, 세계유교선비문화공원, 청량산, 월영공원, 안동민속촌, 안동시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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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