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여행 ①맹개마을

백두대간 속 고립된 섬

첩첩산중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어느 깊은 골짜기, 강을 건너야만 닿는 마을이 있다. 오직 물줄기를 가르고 나아가는 소형 모터보트, 그리고 큰 바퀴를 자랑하는 트랙터만 이 강을 오갈 수 있을 뿐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그 흔한 다리 하나 없다는 뜻이다. 최근에서야 징검다리 하나가 생겼을 뿐이다. 접근의 불편함을 매력으로 삼는 이곳은 경상북도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에 자리한 맹개마을이다.

앞으로는 낙동강이, 뒤로는 청량산을 비롯한 백두대간의 여러 봉우리가 감싼 이곳은 육지 속 섬처럼 고립된 형태를 띤다. 사람이 살아가기에 쉽지 않은 환경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일대의 풍경만큼은 놓치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답다. 조선 시대의 대학자, 퇴계 이황조차 친구에게 남긴 문장에 언급했을 정도로 빼어난 절경을 선사한다.

빼어난 절경

1980년대 초까지 맹개마을에는 네다섯 가구가 살았을 뿐이었다. 그마저도 교통, 전기, 상하수도 시설이 열악했던 탓에 하나둘 시내나 대도시로 떠났고, 마을은 방치되다시피 했단다. 버려졌던 마을에 다시 사람이 찾아온 것은 약 20년 후의 일이다.

농업회사법인 ‘밀과노닐다㈜’의 김선영 대표, 박성호 이사 부부가 이곳으로 귀농해 밀과 메밀 농사를 시작한 것이다. 당시에는 허허벌판에 쓰러져가는 집 두 채만 있었다고 하지만, 부부는 이 땅을 훌륭히 가꿔냈다.

현재 맹개마을은 직접 재배한 유기농 밀로 소주를 빚는다. 이곳에서 출시한 ‘안동 진맥소주’는 한국 최초의 밀소주다. 고문헌에 따르면, 그 역사는 훨씬 깊다. 조선 초기의 학자, 김유가 쓴 조리사 <수운잡방>에 진맥소주의 주조법이 남아 있으니 말이다.


맹개마을은 수운잡방에 기록된 주조법을 토대로 밀소주를 복원했고, 그게 오늘날의 안동 진맥소주가 됐다.

진맥소주의 인기는 대단하다. 전통주 애호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을 뿐 아니라, 일부 물량은 해외 유명 식당에 납품되기까지 한다. 국내와 국제 대회에서 다수의 상을 휩쓸며, 국제적인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중이기도 하다.

2024년, 맹개마을은 ‘한국관광의 별(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 ‘찾아가는 양조자(농림축산식품부)’에 선정되며 더욱더 힘찬 날갯짓을 하고 있다.

맹개마을은 진맥소주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예약자에 한해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트랙터 타기 체험, 시음, 양조장 시설 견학 등으로 구성돼있다. 약속된 장소에 도착하면, 맹개마을에서 트랙터가 마중을 나온다.

수심이 깊은 것은 아니지만, 트랙터를 타고 강을 건너는 체험은 정말이지 독특하다. 트랙터 바퀴가 강물에 닿을 때 튀는 물방울, 덜컹거리는 소리가 긴장감을 즐거움으로 바꿔준다.

접근이 불편한 만큼 특별한 곳
안동 맹개마을

맹개마을에 도착하면 이 공간에 관한 설명, 안동의 풍경과 낙동강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다음으로는 맹개마을에서 빚는 밀소주, ‘진맥소주’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농사를 짓는 중, 밀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시작한 소주 주조가 여기까지 온 것이라는 이야기에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곳에서 빚은 소주를 직접 시음해보는 시간도 갖는다.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소주인 40˚ 진맥소주,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주류품평회에서 다수의 상을 휩쓴 53˚ 진맥소주는 더 자세히 살펴보기를 바란다.

미국에서 수입한 버번 캐스크에 소주를 넣고 숙성한 ‘시인의 바위’는 그동안 경험했던 것과는 다른 맛과 풍미를 내세운다. 같은 재료를 사용해 술을 빚었는데도 색다른 맛과 향이 느껴진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틀림없이 전통주의 매력에 푹 빠질 것이다.

속세를 벗어나 하룻밤 쉬어가기에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맹개마을은 소수의 방문객이 고요한 하룻밤을 누릴 수 있는 숙소를 운영하기도 한다. 찾아오기 어렵다는 점을 역이용해 그 누구도 쉽게 방문할 수 없는 숙소를 구현한 점이 흥미롭다.

물 흐르는 소리,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말고는 아무런 잡음도 들려오지 않는다. 맑은 날 밤이면, 하늘을 수놓는 별천지를 만나볼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맹개마을은 투숙객을 위해 진맥소주 한 잔을 곁들인 저녁 식사를 별도로 판매하기도 한다. 한식 요리들을 코스 형태로 내어준다. 맹개마을이나 주변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활용해 나물무침, 장아찌류 등을 제공한다. 특히, 직접 재배한 메밀로 만든 묵과 맹개마을 내에서 채집한 표고, 돌나물 등도 꼭 맛보도록 하자.

안동찜닭, 간고등어 등 안동의 유명 요리와 돼지고기 바비큐도 함께 내어준다. 마음에 드는 소주 한 병을 구매해 일행과 하룻밤을 즐기는 것도 맹개마을을 제대로 경험하는 방법이다.

마을 주변에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고택과 서원, 명소가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농암종택이다. 맹개마을에 들어가기 직전, 낙동강 자락에서 마주치게 되는 바로 그 고택이다. 이 고택은 1504년(연산군 10년), 임금의 노여움을 사 안동으로 유배된 농암 이현보의 종택이다. 지금도 농암 선생의 후손이 집을 지키고 있으며, 한옥스테이로 운영 중이다.

퇴계 이황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고 싶다면 도산서원으로 향하자. 한양 생활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퇴계 선생이 학문하며 직접 제자를 가르치기 위해 설립한 도산서당이 중심인 공간이다. 도산서당 옆에 퇴계를 기리는 사당이 추가로 세워져 오늘날의 서원 형태가 갖춰졌다.

조선 후기,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 당시에도 정리 대상에서 제외됐을 정도로 중요도가 높은 유적이다.

도산서원

낙동강과 안동호의 절경을 제대로 누리고 싶다면 선성현문화단지가 제격이다. 안동댐 건설로 수몰된 옛 성선현 관아 건물을 복원해 둔 곳이다. 한복 체험, 유교 문화 체험, 전통 공예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민속놀이를 즐기기에 좋은 마당이 있다. 안동호 쪽으로는 물 위를 걸어갈 수 있는 1㎞ 길이의 선성수상길이 이어진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선성현문화단지→도산서원→농암종택→맹개마을→월영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안동민속촌→월영공원→선성현문화단지→맹개마을
-둘째 날 농암종택→도산서원→유교문화박물관→안동구시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맹개마을 https://www.instagram.com/mengemaeul_official
-농암종택 http://www.nongam.com
-도산서원 https://www.andong.go.kr/dosanseowon
-선성현문화단지 https://koreanhouse.kr
-안동관광 https://www.tourandong.com

문의 전화
-맹개마을 010)7604-0065
-농암종택 054)843-1202
-도산서원 054)856-1073
-선성현문화단지 054)840-3475
-안동관광 054)840-3434

대중교통
-버스 서울-안동,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5회 운행(08:10, 08:40, 12:00, 14:00, 15:30, 16:20), 약 2시간55분에서 3시간10분 소요, 안동초교정류장 하차 후 안동초교정류장에서 512번 버스 이용, 가송 경유 버스일 경우 가송, 그렇지 않을 경우 소두들 정류장에서 하차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경안여객 054)821-4071

-기차 서울-안동, 서울역에서 안동행 KTX-이음 하루 4회 운행(08:57, 10:59, 15:01, 21:31), 약 2시간16분에서 2시간26분 소요, 안동역 하차 후 안동역에서 410번 버스 이용, 교보생명 정류장에서 512번 버스로 환승, 소두들 정류장에서 하차


*문의: 코레일 1588-7788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풍기톨게이트 진출→251m 이동 후 ‘소백산국립공원, 풍기, 봉화’ 방면으로 우회전→1.3㎞ 이동 후 봉현교차로에서 ‘단양, 영주’ 방면으로 회전교차로에서 9시 방향→73m 이동 후 봉현교차로에서 ‘안동, 영주, 봉화’ 방면으로 왼쪽 방향→8.9㎞ 이동 후 가흥교차로에서 ‘울진, 봉화’ 방면으로 오른쪽 방향→21㎞ 이동 후 금봉교차로에서 ‘청량산, 영양, 봉성’ 방면으로 우회전→5.6㎞ 이동 후 봉성삼거리에서 ‘재산’ 방면으로 왼쪽 방향→7.8㎞ 이동 후 도천삼거리에서 ‘재산’ 방면으로 우회전→964m 이동 후 ‘명호’ 방면으로 우회전→8.5㎞ 이동 후 청량산삼거리에서 ‘안동, 도산서원’ 방면으로 우회전→2.5㎞ 이동 후 ‘가송리’ 방면으로 좌회전→540m 이동 후 ‘가송길’ 방면으로 우회전→1.3㎞ 진입 후 맹개마을 주차장

숙박 정보
-안동 리첼호텔: 관광단지로, 054)850-9700
-전통리조트 구름에: 민속촌길, 054)823-9001
-브라운도트 안동문화의거리점: 문화광장길, 054) 857-7600

식당 정보
-대자연가든: 토종닭백숙, 도산면 가송길, 054)852-3222
-카츠예안: 수제돈카츠, 도산면 선성길, 054)841-9272
-메밀꽃피면: 막국수, 도산면 선성4길, 054)843-1253

주변 볼거리
안동호, 세계유교선비문화공원, 청량산, 월영공원, 안동민속촌, 안동시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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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