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산 뒤덮은 러브버그, 원인과 해법은?

“골치 아픈 사랑” 시민 불편 호소 급증
전문가들 “생태적 접근법 모색해야”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최근 인천 계양산을 중심으로 일명 ‘러브버그’로 불리는 곤충 떼가 창궐하며 시민들의 불편이 극심해지고 있다. 등산객들은 물론 인근 주민들도 검은색 곤충 떼의 습격에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차량 운행에도 지장을 초래할 정도다.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하기에는 매년 그 규모가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러브버그의 정확한 발생 원인과 효과적인 해결 방안에 대한 관심도 함께 증폭되고 있다.

최근 계양산에 창궐하고 있는 러브버그는 통상적으로 미국 플로리다 등지에서 대량 번식하는 러브버그(Plecia nearctica)와는 다른 종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주로 ‘붉은등우단털파리(Bibio rufiventris)나 ’검정날개버섯파리‘ 등 우단털파리과에 속하는 파리 종류가 대량 발생하는 현상을 통칭해 러브버그라고 부른다.

이 곤충은 암수가 짝짓기 상태로 함께 비행하는 모습이 마치 사랑을 나누는 것처럼 보여 이 같은 별명이 붙었다.

다행히 사람을 물거나 질병을 옮기지 않는 무해한 곤충으로 알려져 있으며, 유기물을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데 기여하는 이로운 역할을 수행하기도 해 익충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그 수가 너무 많아지면 불쾌감을 주고, 의류나 차량에 달라붙어 미관을 해치며 심지어 차량 전면을 가려 시야를 방해하는 등 일상생활에 상당한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빛에 강하게 이끌리는 습성 때문에 저녁 시간대에는 가정집 거실이나 상점 안으로 들어오는 등 존재 자체만으로도 인근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계양산에서 유독 러브버그가 대량 출현하는 원인으로는 복합적인 환경 요인과 생태적 특성이 지목된다. 가장 유력한 원인 중 하나는 외래종의 유입과 성공적인 정착이다.

관련 업계에는 2022년 서울 은평구와 경기도 고양시를 시작으로 러브버그 출현이 보고되기 시작했으며, 이는 국제 물류 및 사람의 이동을 통해 국내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외래종은 새로운 환경에 정착할 경우, 해당 지역에 천적이 없거나 생태계 교란 요인이 적어 폭발적으로 개체 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국내의 기후와 환경이 이들 곤충의 생존 및 번식에 매우 적합하다는 방증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곤충의 생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러브버그는 따뜻하고 습한 환경, 특히 낙엽이나 부엽토가 풍부한 곳에서 알을 낳고 유충이 자라기 좋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지는 따뜻한 겨울과 이른 더위는 러브버그의 번식기를 앞당기고 개체 수를 늘리는 데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

계양산의 경우 울창한 숲과 습한 토양 환경이 이들의 번식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게다가 울창한 산림과 풍부한 식생을 자랑하며, 도심과 인접해 있다. 이런 환경은 러브버그가 서식하고 번식하기에 이상적인 조건을 제공한다.

특히, 주변 도심의 불빛은 밤이 되면 러브버그를 유인하는 강력한 요소로 작용해 산림에서 번식한 개체들이 인근 주택가나 상업 지역으로 이동하게 만든다.

부엽토가 풍부하고 습기가 유지되는 산림의 특성상 유충들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다.


국내에 유입된 외래종일 경우, 기존 생태계 내에 러브버그의 개체 수를 효과적으로 조절할 만한 천적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반적으로 곤충의 개체 수는 다양한 포식자나 기생 생물에 의해 조절되지만, 외래종은 이 같은 자연적 제약이 없어 급격히 번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도시화와 개발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단순화는 곤충 다양성을 줄이고, 특정 종의 과도한 번식을 유발하기도 한다.

환경보호를 위해 무분별한 살충제 살포를 지양하는 정책 또한 러브버그의 대량 발생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생태계 보전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특정 해충이 창궐할 경우 즉각적인 개체 수 조절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생태 전문가들은 러브버그가 인체에 무해하며, 생태계에서 유기물 분해라는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무조건적인 박멸보다는 불편을 최소화하고 생태적 균형을 고려한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러브버그는 물에 닿으면 움직임이 둔해지거나 죽는 특성이 있다. 창문이나 벽에 붙은 러브버그는 물을 뿌려 제거하거나, 차량에 달라붙은 경우 물청소를 자주 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 주거 공간으로 유입을 막기 위해 방충망을 꼼꼼히 점검하고, 문단속을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빛에 강하게 이끌리므로, 저녁 시간대에는 불필요한 실외등을 끄거나 불빛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으며 외출 후 옷이나 몸에 붙은 러브버그를 털어내 제거하도록 한다.

차량 전면이나 실내에 들어온 러브버그는 진공청소기 등을 이용해 빨아들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해당 지자체는 시민들의 불편이 극심한 지역이나 공공시설 주변에 한해 환경 친화적인 방역을 고려할 수 있다. 단, 살충제 사용은 생태계 교란 가능성을 최소화하도록 신중해야 한다.

국내에 창궐 중인 러브버그의 정확한 종을 규명하고, 그들의 번식 주기, 서식 환경, 천적 등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보다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방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일각에선 천연 살충제 개발이나 천적을 활용한 생물학적 방제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외래종 천적의 도입은 또 다른 생태계 교란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매우 신중한 검토와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며 “국내에 이미 존재하는 천적들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러브버그 유충의 서식지인 부엽토나 낙엽 더미 등을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제기됐지만 이는 광범위한 산림 지역에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또 러브버그가 인체에 무해하며 일시적인 현상임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시민들의 과도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올바른 대처법을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확산될 수 있으므로, 관련 부처 및 지자체 간의 정보 공유와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공동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러브버그 창궐은 도시화와 기후 변화 속에서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공존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당장의 불편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분별한 방제는 또 다른 환경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러브버그는 그 자체로 해로운 곤충이 아니며, 생태계의 한 구성원임을 인지하고, 그들의 생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기적인 불편 해소와 더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외래종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생태적 접근법을 모색해야 한다. 과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한 지혜로운 대응과 시민들의 이해와 협조가 어우러질 때, 우리는 계양산의 ‘골치 아픈 사랑’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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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