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품산업협회 정관 개정 내막

돌려먹기 임기 연장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무보수의 명예직을 두고 경선이 벌어졌다. 한국식품산업협회장 이야기다. 박진선 샘표 회장과 황종현 SPC삼립 대표가 맞붙었다. 협회 설립 이후 첫 협회장 경선이 치러지고 있는 가운데 협회 이사회에서는 갑작스레 관련 정관 개정안을 준비 중이라 많은 의문점이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두 달 넘게 공석이던 한국식품산업협회의 협회장이 다음 달 선출될 예정인 가운데, 협회장 선출을 앞두고 정관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에 포함된 이사회의 추천을 거치도록 하는 방식을 놓고 일각서 협회 내 특정 이사진의 의사 개입 또는 이사회 입김 강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입김 강화

앞서 한국식품산업협회는 지난 2월28일 정기총회서 이효율 협회장(풀무원 이사회 의장)을 이을 신임 협회장을 선출하려고 했다. 하지만 협회 역사 최초로 박진선 샘표 회장과 황종현 SPC삼립 대표가 각각 지난해 10월, 지난해 11월 출사표를 던진 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며 협회장 선출이 미뤄졌다.

1969년 협회 설립 이래 복수 후보가 경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이례적인 경합 상황 속 한국식품산업협회는 지난 5월 15일 이사회를 열고 협회장 선출 정관을 변경하는 정관 개정안을 내놨다. 당시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사회서 협회장추천을 받은 자 중에 회장을 선출한다는 1안과 현행 정관의 범위 내에서 회장 선임 규정을 제정해 회장 선출 절차를 명문화하는 2안이 나왔다.


결과는 이사회의 추천이 필요한 1안이 선택됐다.

그간 한국식품산업협회는 회원 3분의 2 이상 출석 및 출석 회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한 사람이 회장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임시총회 이후에는 직접투표가 아닌 이사회의 추천을 거쳐 협회장을 선출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식품산업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합의 추대 형식으로 회장 선출이 진행됐지만, 이번에는 출마 의사를 밝힌 곳이 두 군데 있어서 선거를 진행하게 됐고 절차를 마련하다 보니 일부 이사 사이서 추천권 요구가 있었다”며 정관 변경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기존에 선언적 규정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기준이나 절차는 없어서 정관 변경을 하고, 변경 후 식약처 승인을 받은 이후에 비상근 회장 선임에 관련된 규정을 제정해야 한다. 스텝 바이 스텝을 밟고 있는 상황”이라며 “협회는 중립적인 입장서 절차 마련에 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설립 이후 첫 경선
갑작스런 정관 개정

하지만 협회 내부에서는 해당 설명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개정안이 적용될 경우 이사회의 입김이 세질 수밖에 없고 특정 이사진의 의사 개입이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한국식품산업협회 이사회는 대부분 대기업 대표들로 구성돼있는 만큼, 정관 개정이 이뤄지면 결국 대기업 대표들이 돌아가며 협회장을 맡는 시스템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식품산업협회 지난 5월 이사회 회의 이후 다수의 이사들이 “황 대표도 협회장 한번 해야지” “대기업 대표인데 협회장하는 게 맞다” 등의 말을 주고 받았다고 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투표로 선출하는 지금까지도 이사회 구성원 중에 협회장이 계속 나왔다”며 “이런 상황에 이사회의 추천으로 협회장이 결정되면 이사회의 권한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사회의 추천으로 협회장 자리에 오른 사람이 자신을 추천한 이사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다른 기업 대표를 이사회로 구성할 수도 없게 돼 무소불위 권력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대부분의 이사진들이 오너 일가가 아닌 전문 경영인이라 회사 내와 협회 내 임기 연장을 위해서 서로 단합하는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이효율 현 회장이 2월 임기(3년)가 끝났음에도 7년째 직을 수행하고 있고, 식약처 국장 출신인 김명철 부회장도 작년 11월 임기(2년)가 끝났음에도 5년째 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사회 입김 세지는 구조
‘끼리끼리’ 무소불위 우려

이 회장은 지난해까지 풀무원 총괄 대표이사를 맡았고 현재는 풀무원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심지어 지난 3월에 열린 정기주주총회서 이 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되기도 했다. 전문 경영인으로서 임기가 끝났는데도 기업의 이사로 남은 것이다.

식품업계에서는 정부와 소통하는 자리인 한국식품산업협회 협회장인 점이 풀무원의 해당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한국식품산업협회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근 K푸드 열풍에 힘입어 국내 식품기업들의 활동반경이 넓어지면서 민간외교관 역할의 협회장 자리에 있으면 해당 기업의 해외 진출 등도 수월하게 진행된다. 이 회장의 풀무원도 그의 임기 동안 해외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황 대표의 임기가 내년 초까지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SPC서 사고가 발생하면서 그의 입지가 더 흔들리는 상황에 협회장을 역임하고 SPC의 추가 해외 진출을 이뤄내면 그의 임기는 어떤 식으로든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재 협회 이사회의 대부분이 전문 경영인인 상황서 협회장 자리로 인해 임기가 늘어날 수 있다면 이사회 추천으로 서로 돌아가면서 협회장을 역임해 자신들의 자리를 지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협회 관계자는 “정관 개정을 논의한 이사회 자리에 후보로 거론된 박 대표와 황 대표 두 분 다 계셨다”며 “본인을 직접 추천할 수도 있어 한 후보를 밀어주기 위함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매출순으로?


협회 이사진 중 한 사람은 협회가 국내 식품업계를 대표하는 조직인 만큼 협회장 역시 국내 식품업계를 대표할 수 있는 규모의 회사가 맡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2024년 말 연결기준 샘표식품의 매출액은 4049억원이다. SPC삼립은 같은 기간 3조4279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SPC삼립이 월등하게 커 황 대표를 협회장으로 세우려는 것이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식품산업협회 192개 회사 중 85% 이상이 중소 및 중견기업으로 구성되는 만큼 대기업이 꼭 회원사를 대표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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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