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탄핵 정국에 이어 개헌 정국을 맞이한 정치권이 개헌 논의를 가속화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가 수명을 다했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헌 논의는 대통령선거(대선) 때마다 계속 등장하는 메뉴였지만, 항상 유력 대선후보는 소극적이었다. 그렇다 보니 유력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개헌 논의는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개헌이 이뤄지려면 대통령의 희생이 따라야 하는데 우리나라 6공화국 대통령들은 그렇지 못했다.
현재 여야 잠룡들의 개헌론은 차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고, 4년 중임제를 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최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만약 올해 5월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차기 대통령 임기는 3년으로 단축하고, 4년 중임제 개헌을 통해 2028년에 국회의원 총선거(총선)·대선을 함께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차기 대통령은 “임기 단축 없이 현행 5년 임기를 보장하고, 차기 정부가 2028년 4월 총선 때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고, 이로부터 2년 뒤인 2030년 전국동시지방선거(지선) 때 차차기 대선도 함께 치르자”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2028년 총선·대선을 함께 치러야 하고, 홍 시장의 주장대로라면 2028년 총선·국민투표를 함께 치르고, 2030년 대선·지선을 함께 치러야 한다. 우리 국민이 지금까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동시선거제다.
즉, 한 전 대표의 주장은 총선과 대선을 동시에 치르고 2년 후 지선을 치르자는 것이고, 홍 시장 주장은 지선과 대선을 동시에 치르고 2년 후 총선을 치르자는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정치권이 권력구조 개편 개헌을 할 바엔 행정 권력과 입법권력을 분리 선출해야 하며,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하고,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선거를 분리해서 2년마다 번갈아 가며 대선과 지선을 동시에 치르고, 총선과 지선을 동시에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던 바 있다.
한 정당이 행정 권력을 잡더라도 우리 국민이 2년 후 치러지는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을 뽑는 선거서 중간평가를 할 수 있고, 한 정당이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을 뽑는 선거서 승리해 입법권력을 잡더라도 2년 후 치러지는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선거서 중간평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지선의 문제점은 지방정부를 견제해야 할 지방의회인데, 지선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동시에 뽑는 시스템이라 지선서 승리한 정당이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를 독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결과적으로 필자의 주장은 2028년 총선 때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같이 치르고 난 후, 2030년 대선과 지선을 동시에 치르는 것이며, 2년 후 2032년에 총선과 지선을 동시에 치르는 것이다.
이래야 한 정당이 행정 권력과 입법권력을 독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 경우 2028년 총선서 당선된 국회의원은 2032년 총선 때까지 4년 임기가 유지되고, 2026년 지선서 당선된 지방자치단체장도 2030년 지선 때까지 4년 임기가 유지되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2026년 지선서 당선된 지방의원은 2032년에 선거가 있어 임기 6년으로 개헌해야 한다. 즉, 필자가 주장하는 개헌엔 2026년 지선서 당선된 지방의원의 임기 2년 연장이라는 단서가 붙어야 한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현재 드러난 잠룡 중 대통령 임기 5년을 고수하고 있는 인물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홍준표 시장뿐이다. 필자가 보기엔 이 두 잠룡이 스스로 가장 강력한 대선후보라고 자칭하는 것 같다.
필자도 이 두 잠룡이 대통령이라는 직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있다는 점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만약 차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하는 개헌을 하면 2028년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치러야 한다. 사실 대선과 지선은 한 정당이 독식해도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대선과 총선은 한 정당이 독식하면 견제와 균형을 유지해야 할 행정 권력과 입법권력이 제대로 각각의 역할을 하지 못해 삼권분립이 무너질 수 있다.
이 점에선 한 전 대표의 주장보다 홍 시장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필자의 주장대로 행정 권력과 입법권력이 서로 견제하며 균형을 맞추려면 차기 대통령에게 5년 임기를 보장하고, 2028년 개헌 국민투표를 부쳐 2030년 7공화국이 출범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과거 12월 대선이 3월로 바뀌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3월 대선이 5월로 바뀌면서 대선이 20년마다 같은 해에 열리는 총선이나 지선에 갇힐 수밖에 없었지만, 이젠 4년 중임제 및 행정 권력과 입법권력을 묶어 치르는 선거법 개헌을 통해 대선의 위상을 찾아야 한다.
국민의힘 개헌특별위원회가 4일 첫 회의를 열고 권력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하는 개헌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앞으로 차기 대통령 3년 임기에 대해 신중을 기했으면 한다. 민주당도 잠룡들이 이재명 압박 카드로 차기 대통령 3년 임기를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 역시 임기 단축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하기 바란다.
이번에도 조기 대선 전엔 개헌이 활발하게 논의되다가 대선 이후 흐지부지돼선 안 된다. 차기 정부는 개헌이라는 숙명을 안고 출범하는 개헌 정부여야 한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