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용병으로 투입됐다가 생포된 한 북한 군인이 한국행 의사를 밝히면서 귀순 가능성에 귀추가 쏠린다. 지난달 1월11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20대 포로 리모씨는 19일 <조선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서 “80%는 (한국행을)결심했다. 우선 난민 신청을 해 대한민국에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매체 보도에 따르면, 리씨는 정찰총국 소속의 저격수이며, 평양 출신으로 군복무 10년차다. 지난해 10월10일 ‘훈련받으러 유학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서 우크라이나 쿠르스크주로 파병됐다. 쿠르스크까지 이동에는 비행기, 기차, 버스가 이용됐으며 2500명가량의 병력 규모였다.
그는 ‘미래에 대해 정해진 게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우선 난민 신청을 해서 대한민국에 갈 생각”이라며 “내가 난민 신청하면 받아주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우크라이나 당국자의 말을 빌려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이 가능할지는 한국 정부에 달렸다”고 보도했다.
리씨는 ‘(잡혔을 경우)자폭하라는 지시를 받았느냐’는 질문엔 “인민군대 안에서 포로는 변졀이나 같다. 나도 수류탄 있었더라면 자폭했을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이날 인터뷰했던 리씨는 지난달 11일(현지시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엑스(구 트위터)에 사진 등을 공개한 두 명의 포로 중 한 명이었다.
이튿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들 포로 문제에 대해 한글 경어체로 “우크라이나는 김정은이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와 북한 군인의 교환을 조직할 수 있을 경우에만 북한 시민을 김정은에게 넘겨줄 준비가 돼있다”며 포로 교환을 제안했던 바 있다.
그러면서 “포로 귀환을 원하지 않는 북한 병사들에겐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다른 방법’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적시하진 않았다.
그는 “특히 이 전쟁에 대한 진실을 한국어로 널리 알려 평화를 앞당기고자 하는 한국인들에게도 이런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러시아어가 아닌 한글로 글을 올리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 포로의 한국 난민 신청 사례는 처음인 만큼 정부도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앞서 지난달 14일,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북한군은 헌법상 우리 국민인 만큼 귀순 요청 시 우크라이나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가정보원도 전날(지난달 13일), 국회 정보위원회서 “북한군도 헌법 가치에 의해 우리 국민이기 때문에 포로가 된 북한군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는 관점”이라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귀순 의사를 밝힐 경우, 우크라이나 측과 적극 협의하겠다고도 했다.
다만, 전쟁포로에 관한 국제법인 ‘제네바 협약’은 넘어야 할 산이다. 이 협약은 ‘교전 중 붙잡힌 포로는 전쟁이 끝날 경우, 지체없이 석방해 본국으로 송환해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아직 종전 상황이 아닌 데다, 북한이 자국군의 참전을 인정하지 않았던 만큼 문턱이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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