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보사 문상호 방관 미스터리

대놓고 봐주기 비상계엄 대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징계를 받거나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군무원 간첩 사건의 지휘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유임됐던 이유가 비상계엄 준비 때문이라는 증언이 내부로부터 쏟아진다. 상급자인 원천희 국방정보본부장은 왜 문 전 사령관을 내버려 뒀을까? 원 본부장도 비상계엄 사건서 책임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막을 수 있었는데 막지 못한 사람이 많다. 원천희가 왜 방관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일요시사>와 만난 군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정보사 안팎에서는 원천희 국방정보본부장을 향한 비난이 거세다. 그가 국군정보사령부(이하 정보사)의 상급 기관장임과 동시에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유임을 지켜본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이례적 결정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해 12월23일 정례 브리핑서 문 전 사령관이 왜 유임됐는지에 대해 “법적으로 조치해야 될 것은 예하 여단장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고, 정보사령관은 대상이 아니었다”며 “정보사 조직을 개편하는 과정에 있었고 그때 당시 상황은 지금 보는 것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 같은 국방부 공식 입장은 군·정보사 내부의 시선과 다르다. 우선 문 전 사령관은 같은 해 7월 정보사 해외공작팀 소속 군무원이 ‘블랙 요원’ 신상 정보를 유출한 사건과 관련해 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후속 조치를 약속했다.

사건 한 달 뒤인 8월 신 실장은 교통정리를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회의를 진행했다. 원 본부장이 주관한 국방부 정보사 혁신 방안 회의 자리에는 문 전 사령관을 비롯해 박종선 777사령관, 정보사령관 출신의 양모 지상작전사령부 정보참모부장 등이 참석했다.


군 고위 관계자는 “신 실장이 문상호를 경질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실제 회의 결과가 보고됐으나 현실화되지 않은 건 김용현과 노상원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신 실장은 회의가 끝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국방부 장관에서 안보실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후임 인사는 대통령실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장관이다. 국방부 장관 교체를 통해 후반기 장성 인사 때 계엄 상황에 활용하려 했던 육군 특전·수방사령관의 거취에 변화가 생기는 상황을 막을 수 있었던 셈이다.

실제 지난해 11월25일 장성 인사 당시 이례적으로 육군에서만 중장 진급이 이뤄지지 않았고,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은 보직을 유지했다. 결과적으로 살아남은 문 전 사령관의 정보사는 계엄 직후 선관위에 난입하는 등 핵심 역할을 맡았고, 육군 특전사와 수방사는 국회 등에 가장 많은 병력(각각 1100여명·200여명)을 투입하는 부대가 됐다.

문 경질 건의?···유임 당시 침묵
내부 “인지 못했다? 책임 회피”

검찰 특별수사본부도 김 전 장관 인사를 ‘비상계엄 사전 모의 및 준비 과정’으로 규정했다. 그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김 전 장관 인사를 내란 모의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고 주장해 왔는데, 검찰도 같은 수사 결과를 내놨다.

원 본부장은 문 전 사령관의 경질에 대해 어느 정도 동의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의 복귀에 태클도 걸지 않았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국방정보본부 출신 인사는 “원 본부장에 대한 평가를 두고 이래저래 말이 많지만 문 전 사령관 복귀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었을 것”이라며 “비상계엄을 인지하지는 못했어도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의심은 하지 않았겠냐”고 옹호했다.


문 전 사령관은 살아남았으나 이 사건으로 정성욱 대령은 원 본부장에 의해 직에서 배제됐다. 이후 문 전 사령관은 본인이 생존했던 방식으로 정 대령에게 기회를 줬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문 전 사령관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0월14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지시하는 일이 있으면 잘 도와주라’는 김 전 장관의 지시를 받은 직후 정보사 소속 정 대령과 김봉규 대령을 불러 계엄 작전을 수행할 요원 선발을 지시했다.

정·김 대령은 지난해 12월1일 노 전 사령관, 문 전 사령관과 회의를 가졌던 ‘안산 롯데리아 회동’의 주인공이다.

패싱당했는데 장관에 불만 제기도 안 해
공수처, 회동 대화 분석 수사 현재진행형

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0월에만 11차례 정 대령을 경기 안양시에 위치한 정보사 본부 집무실로 불렀다.

정보사 한 관계자는 “김용현이 취임하지 않았다면 문상호는 사령관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원 본부장이 직접 나서 문 전 사령관의 유임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어야 했다. 문 전 사령관과 원 본부장 간 인간적인 사이가 껄끄럽다고 해도 방관한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군 고위 관계자도 “문 전 사령관이 원 본부장을 패싱하고 김 전 장관에게 직접 보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있었다는 게 문제”라며 “군무원 간첩 사건과 관련해 원 본부장이 문 전 사령관의 복귀를 방관한 건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지적했다.

문 전 사령관은 원 본부장에게 김 전 장관의 불법적 지시를 보고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비밀 준수’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원 본부장은 비상계엄 전날인 지난해 12월2일 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과 만났다. 국방부는 이와 관련해 “11월 말에 정보 관련 예산을 대면으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며 “정보사의 예산이 많아 이 부분을 정보사령관이 장관에게 직접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2월2일 정보사령관이 보고하는 자리에 정보본부장이 배석했던 사실이 있다”면서 “그 자리서 계엄 관련 논의는 없었다는 게 참석했던 사람들의 얘기”라고 강조했다.

원 본부장도 “비상계엄을 미리 알거나 인지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관련 진술을 확보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여전히 이날 ‘계엄 논의’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켜만 봤다


공수처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 사건만 검찰에 넘긴 것이지,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와 연합한 체제인 공조수사본부는 유지되고 있다”며 “12월2일 당시 오간 대화와 관련 진술을 분석해 수사를 아직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도 원 본부장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원 본부장을 내란 관련 혐의로 입건해 지난달 23일 한 차례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인지 수사를 통해 원 본부장에게 내란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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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특검 ‘북풍 공작’ 수사 시나리오

내란 특검 ‘북풍 공작’ 수사 시나리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이 가장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는 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외환 혐의’다. 윤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군 수뇌부가 북한과의 전쟁을 유도하려 했는지를 밝혀내는 게 핵심이다. 일부는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특검은 군이 평양에 무인기를 보낸 게 윤 전 대통령의 지시였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에게 ‘V(윤석열 전 대통령) 지시’라고 들었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이 확보한 군 장교 녹취록의 일부 내용이다. 조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군 수뇌부가 북한과의 전쟁을 유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조 특검팀은 이 녹취록 외에도 외환 혐의 입증이 가능한 다수의 물적 증거를 확보한 상황이다. 잃어버린 무인기 조 특검팀은 지난해 10월과 12월 소형 정찰 드론 2대가 사라졌다는 국방부 감사관실 조사 보고서를 확보했다. 조 특검팀이 확보한 국방부 감사관실 보고서는 지난달 말 작성됐다. 드론작전사령부가 지난해 10월15일과 12월19일 각각 백령도와 속초 대대에서 소형 정찰 드론 기체 2대를 잃어버려 찾지 못했다며 그 사유를 ‘원인 미상’이라고 기록한 게 핵심이다. 드론 소실 시점은 같은 해 10월 북한 외무성이 한국 무인기가 삐라(대북 전단)를 살포했다고 발표한 시기(10월 3·9·10일)와 11월 초 북한 함경남도 차호 잠수함 기지로 드론을 보냈다는 군 내부 제보 시점과 비슷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부승찬 의원실은 “차호 잠수함 기지까지 (드론을) 간신히 보낼 수 있었다”며 “매뉴얼 제원상 (최대 항속거리가) 500㎞지만 그 이상도 가능하다”는 군 현역 장교 증언을 확보했다. 보고서에서 국방부 산하 국립과학연구소가 드론사에 무상 증여한 소형 정찰 드론 중 고장나거나 소실된 것은 총 8대다. 이 중 2대는 2023년 10월 ‘원인 미상 엔진 정지’ ‘공기 속도 센서 결함’ 등으로 고장 사유가 기록돼있다. 지난해 1월과 6월, 10월 무인기 파손 역시 구체적인 사유가 적혀있다. 11월7일 난기류와 강풍 때문에 추락한 드론은 속초·양양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0월15일, 12월19일 잃어버린 드론은 회수하지 못했고 사유 역시 ‘원인 미상’ 처리됐다. 군수품관리법에 따라 무인기가 소실되면 그 이유 등을 정확히 기록해 국방부에 신고해야 한다. 특검팀은 드론 2기 소실 경위와 사후 조사가 부실한 이유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앞서 국방부 감사관실은 평양·연천 등에서 발견된 드론과 동일 기종을 지난 1월22일 전수조사했다. 백령도는 북한이 지난해 10월19일 평양에서 ‘추락한 드론’의 동체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륙 지점이라고 발표한 곳이다. 윤 “평양에 무인기 보내라” 지시 의혹 특검 “V가 북 반응 좋아해” 녹취 확보 국방부는 드론사 예하 김포·백령도·연천·속초 가운데 백령도 대대는 방문 조사를 하지 않고 유선 조사만 했다고 한다. 장부에 기록된 내용과 재고 상황이 정확한지 현장에서 실물을 확인한 다른 부대와 달리 백령도는 보고받은 사진을 바탕으로 조사했다. 특검팀은 드론사 관계자를 소환해 ‘북풍 몰이’ 목적으로 평양 등에 드론을 보냈는지 여부와 소실 배경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경위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특검팀은 앞서 ‘평양 드론 침투’ 의혹과 관련 “김용대 사령관이 V(윤 전 대통령) 지시다. 국방부와 합참 모르게 해야 된다(고 했다)” “삐라(전단) 살포도 해야 하고, 불안감 조성을 위해 일부러 (드론을) 노출할 필요가 있었다”는 내용의 현역 장교 녹취록을 확보했다. 녹취록엔 당시 북한의 위협적 반응에 “VIP와 장관이 박수치며 좋아했다. 너무 좋아해서 사령관이 ‘또 하라’고 그랬다” “11월에도 무인기를 추가로 보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녹취록에는 “(무인기를) 의도적으로 (북한에) 노출할 생각이 있었지만 떨어뜨릴 생각은 없었다”면서도 “(무인기가 개조되면서) 기체 불안정성 때문에 추락에 대한 가능성은 항상 품고 있었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 “비행 자체에 대한 부담은 크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기체 성능 자체가 안 되어서 손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도 했다. 군 측은 지금까지 평양 드론 침투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또 군은 작전에 사용된 드론 추락을 염려하기도 했다. 본래 설계와 다르게 자체 개조됐기 때문이라는 게 부 의원실의 판단이다. 외환 혐의 규명 필요 부 의원실이 지난 5월 국방과학연구소로부터 제출받은 ‘북 전단 무인기 비교 분석’ 자료는, 북한에 떨어진 무인기와 연구소가 드론작전사령부에 납품한 무인기와 유사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충격 방지를 위한 ‘랜딩폼’ 부품이 빠지고 전단 살포를 위한 전단통이 개조돼 붙어있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애초 전단 살포 목적으로 설계되지 않은 무인기 구조를 변경하면서 기체가 불안정해져, 전단 살포 시 추락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무인기는 소음이 너무 커서 군사작전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외환 혐의는 지금까지 검경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조사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특검팀은 지난 1일 국방과학연구소 항공기술연구원 정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드론사 간부들이 줄소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검팀은 드론 평양 침투 외에도 외환 행위 고소·고발 사건과 북한의 공격을 유도해 전쟁 또는 무력충돌을 야기하려고 했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할 수 있다. 결국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통해 꼬리가 잡힌 ‘북풍 공작’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경찰이 노 전 사령관의 주거지에서 압수한 수첩에는 비상계엄 당시 ‘수거(체포)’해야 할 명단이 적혔고 “NLL·북방한계선 인근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하거나 아예 북에서 나포 직전 격침 시키는 방안” 등이 담겼다. 또 수첩에는 북한과의 접촉 방법도 “비공식 방법, 무엇을 내어줄 것인가, 접촉 시 보안 대책은?”이라고 구체적으로 적혔다. 북한이 날려 보낸 ‘오물 풍선 원점 타격’으로 전쟁 상황을 연출해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1월 국회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나와 “지난해 10월 정도로 기억하는데 김용현 전 장관이 ‘북한 오물 풍선 상황이 발생하면 원점을 강력하게 타격하겠다. 합동참모본부 지통실(지휘통제실)에 직접 내려가서 지휘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급박한 계획 변경 비상계엄 선포 뒤 노 전 사령관이 지휘하는 수사2단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직원 조사 임무를 맡기로 했던 김봉규 정보사 대령도 지난해 11월2일 경기 안산시의 한 카페에서 노씨가 “비상계엄 관련해서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고 “언론에 특별한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말, 당시 해외 출장 중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에게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 하루 전날을 콕 집어 조기 귀국을 종용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두 인물의 검찰 수사 기록을 보면 계엄 9일 전이던 지난해 11월24일 일요일,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 이때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에게 자신이 곧 해외 출장을 간다는 사실을 알렸다. 문 전 사령관은 같은 해 11월25일부터 29일까지 대만 출장이 예정돼있던 상태였다. 그런데 노 전 사령관이 흥분하면서 화를 냈다. 그는 문 전 사령관에게 “이 중요한 시기에 무슨 해외 출장을 가느냐”며 “출장을 당장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문 전 사령관은 황당해하며 “이미 약속된 일”이라고 맞섰다. 그러자 노 전 사령관은 “늦어도 수요일 밤까지는 귀국하라”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수요일 밤’은 11월27일이다. 하루 뒤인 28일은 북한이 33번째 오물 풍선을 부양한 날이었다.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실제 귀국 비행기표를 11월27일 수요일로 변경했다. 하지만 기상 악화 등의 변수가 생기며 이날 귀국하지 못했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북한 오물 풍선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무렵, 정보사 대령들에게 ‘오물 풍선 원점 타격’ 필요성을 언급한 사실도 확인된다. 김 대령은 검찰 조사에서 “노상원 전 사령관도 오물 풍선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며 “북한이 오물 풍선을 보내면 우리가 원점을 타격해야 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방첩사, 비상계엄 당일까지 위기감 고조 합참, 북 원점 타격·대응 김 지시 거부 지난해 11월 초, 노 전 사령관은 김 대령과 문 전 사령관을 안산 상록수역으로 불러 앞서 지시한 인원 선발이 다 됐는지를 확인했다. 그는 이때도 “북한이 오물 풍선을 날리면 우리가 원점을 타격하고 지원 세력을 타격할 수 있어서 너희가 임무 수행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이 같은 계획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도 공유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은 북한의 32번째 오물 풍선 부양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해 11월17일 지상작전사령부에 “오물 풍선이 군사분계선을 넘을 시 경고 사격을 하고, 북한이 화기 도발을 하면 지체 없이 원점을 타격하도록 대응 계획을 세우라”는 지시를 내렸다. 공수처는 박모 방첩사 대령의 진술로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이재학 방첩사 대령의 검찰 진술에도 “상황이 위중하니 부대에 위치해 있으라”는 얘기를 사령부로부터 들었다. 그는 “그전까지 북한 오물 풍선이 30여회 정도 떴는데, 그날따라 이상했다. 오물 풍선이 국지전으로 확대될 수 있어서 사령관이 상황을 위중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지난달 군사 재판에서 북한 오물 풍선 대응과 연결된 ‘국지전 시나리오’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13일 법원에 출석해 “그때 상황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12월 1~2일쯤 사령관 되는 군인들이 가장 걱정한 건 북한 쓰레기 풍선이었다”며 “방첩사령관으로서 쓰레기 풍선에서 삐라가 떨어지는데 그걸 수거해 분석하는 게 방첩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군들은 북한 오물 풍선 때문에 뭔 일 터지는 거 아니냐 이런 걱정이 태반이었고, 걱정스러워서 (장군들과) 통화를 했다”고도 증언했다. 그러나 당시 합참은 김 전 장관이 내린 경고 사격 지시에 소극적인 입장이었고, 오히려 다른 방식을 김 전 장관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내부의 이 같은 기류는 합참에 파견된 박 대령을 통해 여 전 사령관에게 보고됐다. 국지전 도발했다 반면 여 전 사령관은 북한 오물 풍선 대응 지침을 전파하는 방식으로 방첩사 내부의 위기감을 고조시켰던 것으로 전해졌다. 12·3 내란 사태 당일에는 “적 오물 풍선 도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기”라며 주요 간부들에게 준비 태세 확립을 강조하기도 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