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 여론조사의 비밀

‘갑툭튀’ 김문수가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숫자 놀음’이 시작됐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국민도 ‘지지율’이라는 1~2자리 숫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언론을 통해 수치가 발표될 때마다 희비가 엇갈린다. 선거 때마다 도마 위에 오를 정도로 ‘동네북’ 취급을 받는 여론조사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선 모양새다.

2016년 12월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재적 의원 300명 가운데 299명이 표결에 참여했고 그중 234명이 ‘가’(찬성) 표를 던졌다. 재적 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데 그 숫자를 훌쩍 넘겼다. 당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탄핵 정국을 주도한 결과다.

민심 업고
대통령 탄핵

새누리당서 다수의 이탈표가 나온 배경으로 ‘민심’이 꼽혔다. 국민 1300만명(누적 인원)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박근혜를 탄핵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해 10월 말 한 언론사의 ‘태블릿PC’ 보도를 시작으로 불붙기 시작한 탄핵 여론은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국민은 ‘비선 실세’라는 생소한 말에 분노했다.

성난 민심이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난 지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매주 발표하는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긍정률’ 결과였다. 이른바 지지율이 말 그대로 바닥을 기었다. 탄핵안 가결 직전 조사에서 역대 최저치인 4%를 기록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IMF 외환위기 때(6%)보다 낮은 수치다.

박 전 대통령은 역대 최저치 지지율을 거듭해서 갈아치웠다. 그해 11월1주차(11월1~3일 조사)에 5%를 기록하면서 김 전 대통령 이후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한 데 이어 11월4주차(11월22~24일) 조사에서는 4%로 내려앉았다. 부정 평가는 93%에 달했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경북(TK)서도 3%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의 지지율도 덩달아 폭락했다.

박 전 대통령은 1987년 이후 직선제로 치러진 대선서 처음으로 과반 득표율을 기록했다. 51.6%의 득표율은 의미하는 바가 컸다. 제3당 후보 없이 보수·진보 진영의 맞대결로 진행된 선거서 박 전 대통령은 유권자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취임 4년 만에 지지율이 분쇄되다시피 조각나 버린 것이다.

그 후폭풍은 어마어마했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수사 등이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2017년 3월10일 헌재가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 이후 보궐선거로 열린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무난하게 당선됐다.

대선 전부터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싱거운 대결이었다. 실제 당시 1·2위 후보 간 격차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여는 오르는데 야는 떨어졌다
비상계엄 사태 후 흐름 달라져

2016년에 이어 우리나라는 8년 만에 똑같은 상황에 직면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헌재 탄핵 심판대 위에 올랐고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윤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고 있어 탄핵심판과 수사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일 뿐이다.


야권에 유력 대선후보가 있는 상황도 비슷하다. 현재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대권에 가장 근접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2위 그룹과 큰 격차로 1위를 기록한 여론조사 결과만 봐도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이미 정권을 잡은 것처럼 굴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권에서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깜짝 1위’로 나타나고 있지만 그 격차가 큰 편이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에 ‘수치’가 따라붙지 않는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큰 틀에서 보면 8년 전과 유사하게 흘러가는 듯하지만 세부적으로는 ‘그때와 다르다’는 것이다. 근거로 언급되는 게 여론조사 결과다.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던 박 전 대통령 때와 달리 민심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최근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론이 심상찮게 흐르고 있기 때문.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여론조사는 수치도 중요하지만 추이를 봐야 한다. 여러 조사에서 비슷한 흐름이 보이면 그게 여론의 움직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곤두박질쳤던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주도한 민주당의 지지율은 떨어지는 추세가 나타났다. 몇몇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크로스’되는 현상도 보였다. 10%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16~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은 46.5%, 민주당은 39%로 나타났다. 두 정당의 지지율 격차는 7.5%포인트로 오차범위(±3.1%포인트) 밖의 차이였다.

어대문 됐는데
어대명은 왜?

직전 조사에서 민주당은 42.2%, 국민의힘은 40.8%로 오차범위 안에서 각축을 벌였다. 양당의 지지율은 1주일 만에 순위가 뒤바뀌었고 격차는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졌다. 국민의힘이 5.7%포인트 오르고 민주당이 3.2%포인트 내린 결과다.

리얼미터는 “국민의힘 지지도가 5주 연속 상승하고 같은 기간 민주당 지지도는 하락을 지속하면서 지난해 7월3주차 이후 반년 만에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며 “국민의힘 지지도는 약 11개월 만에 40% 중반대로 회복했고 민주당은 약 5개월 만에 40% 선이 붕괴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자 ‘보수 과표집’ ‘보수 결집의 결과’라고 했던 민주당은 다른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자 ‘뜨악’하는 모습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4~16일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100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39%로 민주당(36%)에 오차범위(±3.1%포인트) 안에서 앞섰다.

앞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13~15일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35%, 민주당은 33%로 나타났다. 오차범위(±3.1%포인트) 내지만 국민의힘이 앞선 결과다(조사방식, 응답률 등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앞선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조사 추세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탄핵 정국서 보수층이 결집한 것으로 해석하면서도 이 같은 흐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드러냈다.


실제 민주당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뚜렷한 추세
민주당 놀라

민주당 한민수 의원은 지난달 22일 여론조사 업체 등록 요건을 법률로 규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론조사 기관에 대한 정기 점검을 의무화하고 등록이 취소된 여론조사 기관의 재등록 신청 기간도 제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론조사 검증 및 제도개선 특별위원회(이하 여론조사 특위)’도 출범시켰다. 위성곤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민주당의 행보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여론조사 결과가 민심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개선한다는 취지지만 ‘지지율이 떨어지니 여론조사를 검열하고 통제하겠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지지율이 높을 때는 가만히 있더니 입맛에 맞지 않은 결과가 나오자 통제하려 든다’고 비판했다.

최근 여론조사 추세를 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보수층의 적극적인 응답을 원인 중 하나로 꼽기도 한다. 성, 연령, 지역은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를 기준으로 가중치를 주는 등 응답자 수를 맞추지만 정당은 그 같은 작업을 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구속 등으로 위기감을 느낀 보수 성향의 응답층이 여론조사에 잘 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민주당의 행보에 실망감이 반영됐다는 의견도 있다. 윤 대통령 탄핵 주도에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탄핵소추하면서 중도층이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카카오톡 검열 등 국민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지점을 건드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탄핵 정국서 이 대표가 유력한 대권 후보로 두드러지자 ‘아킬레스건’인 사법 리스크 또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실제 이 대표는 일부 조사에서 호감도와 비호감도 1위를 기록했다.

보수 과표집 VS 민주당 역풍
정치 고관여층 된 20대 때문?

여기에 20~30대와 중도층이 현재 여론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과거 ‘정치 무관심층’으로 분류됐던 청년층이 지난 대선과 이번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에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이들의 의중이 여론조사 결과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 고관여층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2030세대는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등을 주도한 연령층으로 꼽힌다. 국회의 탄핵안 표결 전 열린 집회와 전국농민회총연맹(농연)의 남태령 집회서 20대가 들고나온 ‘응원봉’이 시위 문화의 새로운 특이점으로 관심을 받았다. 서부지법서 일어난 사건서도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람의 절반 이상이 20~30대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대결을 펼친 지난 대선서 20대의 표심은 극명하게 엇갈린 양상을 보였다. 20대를 제외한 다른 연령층에서는 유사한 흐름으로 나온 반면, 20대 표심이 ‘튀면서’ 대선 결과가 혼전에 빠졌다. 당시 출구조사 결과 30대와 60세 이상은 윤 대통령을, 40~50대는 이 대표를 지지했다.

당시 20대는 성별에 따라 지지 후보가 갈렸다. 20대 남성의 과반이 윤 대통령을 지지했고 20대 여성은 이 대표에게 몰표를 던졌다. 대선 전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여유롭게 따돌리는 것으로 나오다가 출구조사 결과가 초박빙으로 나온 배경에 20대 여성의 결집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와 같은 여론조사 흐름이 고착화 혹은 장기화될 경우 탄핵 정국 이후 상황은 ‘안갯속’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헌재는 사건 접수 후 180일 이내에 탄핵심판 결과를 내야 한다. 대통령 파면이 결정되면 60일 이내에 대선이 열린다.

문형배‧이미선 헌재 재판관이 4월에 퇴임 예정이라 그 전에 결과가 나온다고 했을 때 6월 전 대선 정국에 돌입하게 된다.

여야 잠룡들은 벌써 ‘간 보기’에 나섰다. 민주당이 이 대표 중심의 ‘일극체제’로 운영되고 있다곤 하지만 막상 조기 대선이 현실로 나타나면 대권을 꿈꾸는 후보들이 난립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정치권의 반응도 나온다. 정권교체를 당할 상황에 놓인 국민의힘은 이미 일부 인사들이 자신이 ‘이재명 대항마’라고 손을 들고 있는 형국이다.

대선까지
영향 갈 듯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신년 기자회견서 “국민의 뜻이니 겸허하게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현재 지지율 양상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국정운영에 대해 매우 비정상적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보수 세력을 대표하는 정당으로 존속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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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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