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 여론조사의 비밀

‘갑툭튀’ 김문수가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숫자 놀음’이 시작됐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국민도 ‘지지율’이라는 1~2자리 숫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언론을 통해 수치가 발표될 때마다 희비가 엇갈린다. 선거 때마다 도마 위에 오를 정도로 ‘동네북’ 취급을 받는 여론조사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선 모양새다.

2016년 12월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재적 의원 300명 가운데 299명이 표결에 참여했고 그중 234명이 ‘가’(찬성) 표를 던졌다. 재적 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데 그 숫자를 훌쩍 넘겼다. 당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탄핵 정국을 주도한 결과다.

민심 업고
대통령 탄핵

새누리당서 다수의 이탈표가 나온 배경으로 ‘민심’이 꼽혔다. 국민 1300만명(누적 인원)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박근혜를 탄핵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해 10월 말 한 언론사의 ‘태블릿PC’ 보도를 시작으로 불붙기 시작한 탄핵 여론은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국민은 ‘비선 실세’라는 생소한 말에 분노했다.

성난 민심이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난 지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매주 발표하는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긍정률’ 결과였다. 이른바 지지율이 말 그대로 바닥을 기었다. 탄핵안 가결 직전 조사에서 역대 최저치인 4%를 기록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IMF 외환위기 때(6%)보다 낮은 수치다.

박 전 대통령은 역대 최저치 지지율을 거듭해서 갈아치웠다. 그해 11월1주차(11월1~3일 조사)에 5%를 기록하면서 김 전 대통령 이후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한 데 이어 11월4주차(11월22~24일) 조사에서는 4%로 내려앉았다. 부정 평가는 93%에 달했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경북(TK)서도 3%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의 지지율도 덩달아 폭락했다.

박 전 대통령은 1987년 이후 직선제로 치러진 대선서 처음으로 과반 득표율을 기록했다. 51.6%의 득표율은 의미하는 바가 컸다. 제3당 후보 없이 보수·진보 진영의 맞대결로 진행된 선거서 박 전 대통령은 유권자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취임 4년 만에 지지율이 분쇄되다시피 조각나 버린 것이다.

그 후폭풍은 어마어마했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수사 등이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2017년 3월10일 헌재가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 이후 보궐선거로 열린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무난하게 당선됐다.

대선 전부터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싱거운 대결이었다. 실제 당시 1·2위 후보 간 격차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여는 오르는데 야는 떨어졌다
비상계엄 사태 후 흐름 달라져

2016년에 이어 우리나라는 8년 만에 똑같은 상황에 직면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헌재 탄핵 심판대 위에 올랐고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윤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고 있어 탄핵심판과 수사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일 뿐이다.


야권에 유력 대선후보가 있는 상황도 비슷하다. 현재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대권에 가장 근접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2위 그룹과 큰 격차로 1위를 기록한 여론조사 결과만 봐도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이미 정권을 잡은 것처럼 굴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권에서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깜짝 1위’로 나타나고 있지만 그 격차가 큰 편이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에 ‘수치’가 따라붙지 않는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큰 틀에서 보면 8년 전과 유사하게 흘러가는 듯하지만 세부적으로는 ‘그때와 다르다’는 것이다. 근거로 언급되는 게 여론조사 결과다.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던 박 전 대통령 때와 달리 민심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최근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론이 심상찮게 흐르고 있기 때문.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여론조사는 수치도 중요하지만 추이를 봐야 한다. 여러 조사에서 비슷한 흐름이 보이면 그게 여론의 움직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곤두박질쳤던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주도한 민주당의 지지율은 떨어지는 추세가 나타났다. 몇몇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크로스’되는 현상도 보였다. 10%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16~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은 46.5%, 민주당은 39%로 나타났다. 두 정당의 지지율 격차는 7.5%포인트로 오차범위(±3.1%포인트) 밖의 차이였다.

어대문 됐는데
어대명은 왜?

직전 조사에서 민주당은 42.2%, 국민의힘은 40.8%로 오차범위 안에서 각축을 벌였다. 양당의 지지율은 1주일 만에 순위가 뒤바뀌었고 격차는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졌다. 국민의힘이 5.7%포인트 오르고 민주당이 3.2%포인트 내린 결과다.

리얼미터는 “국민의힘 지지도가 5주 연속 상승하고 같은 기간 민주당 지지도는 하락을 지속하면서 지난해 7월3주차 이후 반년 만에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며 “국민의힘 지지도는 약 11개월 만에 40% 중반대로 회복했고 민주당은 약 5개월 만에 40% 선이 붕괴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자 ‘보수 과표집’ ‘보수 결집의 결과’라고 했던 민주당은 다른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자 ‘뜨악’하는 모습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4~16일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100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39%로 민주당(36%)에 오차범위(±3.1%포인트) 안에서 앞섰다.

앞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13~15일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35%, 민주당은 33%로 나타났다. 오차범위(±3.1%포인트) 내지만 국민의힘이 앞선 결과다(조사방식, 응답률 등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앞선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조사 추세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탄핵 정국서 보수층이 결집한 것으로 해석하면서도 이 같은 흐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드러냈다.


실제 민주당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뚜렷한 추세
민주당 놀라

민주당 한민수 의원은 지난달 22일 여론조사 업체 등록 요건을 법률로 규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론조사 기관에 대한 정기 점검을 의무화하고 등록이 취소된 여론조사 기관의 재등록 신청 기간도 제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론조사 검증 및 제도개선 특별위원회(이하 여론조사 특위)’도 출범시켰다. 위성곤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민주당의 행보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여론조사 결과가 민심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개선한다는 취지지만 ‘지지율이 떨어지니 여론조사를 검열하고 통제하겠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지지율이 높을 때는 가만히 있더니 입맛에 맞지 않은 결과가 나오자 통제하려 든다’고 비판했다.

최근 여론조사 추세를 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보수층의 적극적인 응답을 원인 중 하나로 꼽기도 한다. 성, 연령, 지역은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를 기준으로 가중치를 주는 등 응답자 수를 맞추지만 정당은 그 같은 작업을 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구속 등으로 위기감을 느낀 보수 성향의 응답층이 여론조사에 잘 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민주당의 행보에 실망감이 반영됐다는 의견도 있다. 윤 대통령 탄핵 주도에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탄핵소추하면서 중도층이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카카오톡 검열 등 국민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지점을 건드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탄핵 정국서 이 대표가 유력한 대권 후보로 두드러지자 ‘아킬레스건’인 사법 리스크 또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실제 이 대표는 일부 조사에서 호감도와 비호감도 1위를 기록했다.

보수 과표집 VS 민주당 역풍
정치 고관여층 된 20대 때문?

여기에 20~30대와 중도층이 현재 여론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과거 ‘정치 무관심층’으로 분류됐던 청년층이 지난 대선과 이번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에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이들의 의중이 여론조사 결과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 고관여층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2030세대는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등을 주도한 연령층으로 꼽힌다. 국회의 탄핵안 표결 전 열린 집회와 전국농민회총연맹(농연)의 남태령 집회서 20대가 들고나온 ‘응원봉’이 시위 문화의 새로운 특이점으로 관심을 받았다. 서부지법서 일어난 사건서도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람의 절반 이상이 20~30대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대결을 펼친 지난 대선서 20대의 표심은 극명하게 엇갈린 양상을 보였다. 20대를 제외한 다른 연령층에서는 유사한 흐름으로 나온 반면, 20대 표심이 ‘튀면서’ 대선 결과가 혼전에 빠졌다. 당시 출구조사 결과 30대와 60세 이상은 윤 대통령을, 40~50대는 이 대표를 지지했다.

당시 20대는 성별에 따라 지지 후보가 갈렸다. 20대 남성의 과반이 윤 대통령을 지지했고 20대 여성은 이 대표에게 몰표를 던졌다. 대선 전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여유롭게 따돌리는 것으로 나오다가 출구조사 결과가 초박빙으로 나온 배경에 20대 여성의 결집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와 같은 여론조사 흐름이 고착화 혹은 장기화될 경우 탄핵 정국 이후 상황은 ‘안갯속’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헌재는 사건 접수 후 180일 이내에 탄핵심판 결과를 내야 한다. 대통령 파면이 결정되면 60일 이내에 대선이 열린다.

문형배‧이미선 헌재 재판관이 4월에 퇴임 예정이라 그 전에 결과가 나온다고 했을 때 6월 전 대선 정국에 돌입하게 된다.

여야 잠룡들은 벌써 ‘간 보기’에 나섰다. 민주당이 이 대표 중심의 ‘일극체제’로 운영되고 있다곤 하지만 막상 조기 대선이 현실로 나타나면 대권을 꿈꾸는 후보들이 난립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정치권의 반응도 나온다. 정권교체를 당할 상황에 놓인 국민의힘은 이미 일부 인사들이 자신이 ‘이재명 대항마’라고 손을 들고 있는 형국이다.

대선까지
영향 갈 듯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신년 기자회견서 “국민의 뜻이니 겸허하게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현재 지지율 양상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국정운영에 대해 매우 비정상적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보수 세력을 대표하는 정당으로 존속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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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