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없는 여의도 풍항계

지금 부는 바람이 순풍? 역풍?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여의도가 심상치 않다. 졸지에 ‘내란 수괴 옹호당’이란 꼬리표를 단 국민의힘이지만 어째서인지 더불어민주당의 뒤를 바싹 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광판 대신 유튜브를 택한 덕분일까? 여야 앞에 역풍과 순풍이 번갈아 들이닥치며 모두가 망망대해를 떠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탄핵 열차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락가락 공수처+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회복+내란죄 철회 등이 연속적으로 일어나 동력이 떨어졌다는 평이다. 민주당은 열차의 액셀을 밟을 수도, 시동을 끌 수도 없는 처지다.

넘지 못한
권력의 벽

지난해 겨울부터 시작된 탄핵 정국 내내 기세는 야당의 편이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청구됐을 때 정점을 찍나 싶더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빈손으로 한남동 관저를 빠져나오면서 조금씩 꺾이기 시작했다.

앞서 지난 3일 공수처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과 대통령 관저 수색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대통령경호처 등에 막혀 약 6시간 만에 철수했다. 이날 한남동 관저 앞에 모인 탄핵 반대 시위대와 보수 단체는 공수처가 물러서자 환호하며 기뻐했다. “우리의 힘으로 대통령을 지켰다”는 생각에 결집력이 강해지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영장 집행이 무산된 데 대해 “집행 과정서 예측하지 못한 부분이 많이 발생했고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서 서울서부지방법원이 발부한 1차 영장까지 만료됐고 결국 지난 7일 체포 영장을 재발부받았다.


공수처는 “2차 집행이 마지막이라는 비상한 각오”라며 신병 확보 의지를 다졌다.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꼬였다. 경호처 뒤에 숨은 채 체포영장에 불응하는 윤 대통령도 문제지만,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수사를 무리해서 밀어붙였기 때문에 이 사달이 났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윤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을 경찰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에 넘기려다 반발에 부딪혀 곧바로 철회한 것 역시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우려는 공수처가 자처한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 초기부터 제기됐다. 수사 역량이 부족했을뿐더러 지난 4년 동안 공소 제기한 사건이 4건에 그치는 등 경험이 많지 않다. 무엇보다 차장을 포함한 검사가 15명에 불과해 현직 대통령이 연루된 대형 수사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화살은 민주당에 향했다. 문재인정부 시절 공수처가 처음 꾸려졌을 때 국민의힘은 “검찰의 힘을 빼겠다며 만든 조직”이라고 비판했다. 그런 공수처가 갈피를 못 잡자 “무능한 조직”이라는 프레임이 덧씌워졌고 아예 공수처를 폐지하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가 불투명해지자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공수처를 싸잡아 비판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민주당을 향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2심 판결 전 조기 대선을 치르겠다는 목표하에 정부·여당에 일방적 내란 프레임을 씌우고 법치 파괴행위를 불사하며 속도전을 내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욕심내다 결국…” 공수처 헛발질
지켜보던 보수 환호…지지율 급등

공수처를 향해서는 “내란죄 수사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무리하게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을 강행하려고 한다”며 “현재 정국을 자신들 지위를 공고하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며 사법체계 공정성을 크게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도 실망감을 내비쳤다. 민변은 입장문을 통해 “공수처는 체포영장 집행 과정서 너무나 무책임하고 무능하며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실제 수사 역량이 부족했다면 법치주의 실현을 위한 강한 의지와 결기라도 보여줬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공수처는 이제라도 좌고우면하지 말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 조직의 명운을 걸고 신병 확보에 매진하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 체포가 무산으로 돌아간 건 물리적 한계로 이해할 수 있다지만, 여당 지지율이 비상계엄 선포 이전만큼 회복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여기에 윤 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 지지율이 40%까지 올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보수 지지자들이 더욱 결집하는 양상을 띠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3일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34.4% ▲민주당 45.2%로 집계됐다.

같은 업체서 조사한 결과 비상계엄 발생 직전 국민의힘 지지율은 32.3%였다. 이후 지난해 12월1주차에 26.2%로 급격히 떨어졌다가 차례대로 ▲25.7% ▲29.7% ▲30.6% 등을 나타냈다. 비상계엄 해제 이후 더디지만 점차 회복세에 오른 것이다.

해당 여론조사에 대한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야당의 주도로 한덕수 전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이 잇달아 일어났다. 다음 타자인 최상목 권한대행을 향해서도 으름장을 놓자 보수 지지자들은 “야당이 국정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지율
왜 올라?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된다”는 현수막이 동네 곳곳에 걸린 것도 비슷한 시점이다. 지난 2일 윤 대통령은 관저 앞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서면 메시지를 발표했다. 포기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자신감과 야당의 연쇄 탄핵안이 결합해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40%까지 급등한 것에 대해서는 여당도 고개를 갸웃했다. <아시아투데이>가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에 의뢰해 지난 3~4일 이틀 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40%(‘매우 지지한다’ 31%, ‘지지하는 편이다’ 9%)로 집계됐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RDD를 이용한 ARS 조사 방식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응답률은 4.7%이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10%대로 추락한 지지율이 한 달 새 회복한 것도 모자라 임기 초반에 가까운 숫자로 나타난 것이다. 지지율이 눈에 띄게 오르자 야당은 “편향된 조사”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힘은 예상치 못한 수치에 당황스러운 눈치다. 구태여 말을 얹지 않았지만 먼저 나서서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고 있다.

대표적인 반윤(반 윤석열)인 국민의힘 중진 유승민 전 의원만이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착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저 여론조사가 진실이라면 계엄 한 번 더 하면 지지율이 올라가냐”며 “윤 대통령의 잘못을 엄호하고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들만 보고 정치를 하면 앞으로 모든 선거서 판판이 질 것”이라고 질책했다


40%라는 숫자가 나온 데에는 여론조사 문항이 편파적이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총 10개 문항으로 이루어진 해당 여론조사에서는 윤 대통령의 지지도와 정당 지지도를 물은 뒤 3번 문항부터 “윤 대통령 체포영장에 대한 불법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수처가 현직 대통령을 강제 연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중앙선관위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한 야당 관계자는 “응답 도중 중도·진보층은 중간에 대거 이탈 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세력만 끝까지 남아 성실하게 답변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다소 신뢰가 떨어지는 여론조사로 보고 있지만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동기 부여가 됐다.

민주당
자충수?

민주당이 쏘아 올린 ‘내란죄 철회’ 수습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서 내란 행위를 형법 대신 헌법 위반으로 재구성해 심판대에 올리겠다는 민주당과 이에 맞선 윤 대통령 측의 공방이 장기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탄핵소추안을 재의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단 역시 “탄핵소추 사유서 내란죄를 철회한다는 것은 단순히 2가지 소추 사유 중 1가지가 철회되는 것이 아니라 무려 80%에 해당하는 탄핵소추서의 내용이 철회되는 것”이라며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기존 탄핵소추안에 명시된 내란죄 중 형사법적 위반 부분을 빼고 헌법 심판에 맞게 ‘재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탄핵소추의결서에 나오는 내란 행위는 조사 대상에 포함되고, 이에 따라 민주당이 주장하는 “내란 사유를 단 한 줄도 빼지 않았다”는 주장도 들어맞는다.

민주당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내란죄가 성립이 안 되니 이제와서 탄핵 사유를 고친 게 아니냐” 등의 의구심은 여전히 전파되고 있다.

탄핵 심판 변론일이 다가오면서 국회와 윤 대통령 측도 내란죄 철회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종국에는 야당이 여론전서 밀릴 수 있는 불리한 구도에 몰렸다. 이를 깨트리기 위해서는 탄핵안서 내란죄를 ‘삭제’한 것이 아닌 재구성했다는 부분을 여러 차례 부각하는 수밖에 없다.

여당의 강경 대응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자니 7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 다르게 흘러가는 듯하다.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속수무책 끌려다녔지만 두 번째 탄핵 정국을 맞닥트린 국민의힘은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며 맞서 싸우는 편을 택했다.

탄핵소추안 표결 때도 국민의힘은 부결을 당론으로 택했다. 분열하기는커녕 가결파를 ‘배신자’로 낙인찍고 이른바 ‘쌍권(권영세·권성동)’ 체제로 빠르게 단일대오를 이뤘다.

대통령의 태도도 다르다. 박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 모두 관저에 숨었다는 점은 같지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윤 대통령은 주변 사람들의 입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야당 내란죄 철회·최 탄핵 딜레마
액셀에 발 올리고 잠시 숨 고르기

예상을 빗나간 모습에 민주당도 완급 조절에 나섰다. 먼저 민주당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탄핵이 아닌 고발을 택하면서 숨 고르기에 나섰다.

지난 7일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민주당은 ▲내란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 미시행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마용주 대법관 후보자 임명 연기 ▲대통령경호처를 통한 윤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 방해·방관 등을 직무유기 사유로 제시했다.

민주당이 한 단계 수위를 낮춰 고발을 택한 배경에는 한 전 권한대행에 이어 최 권한대행까지 탄핵 절차를 밟으면 국정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상계엄 선포로 정치·외교·안보·경제를 불안에 몰아넣은 것은 윤 대통령이지만, 민주당이 수습 대신 혼란을 가중한다면 역시나 책임이 따를 것이란 점에서다.

민주당은 국무위원 추가 탄핵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해 8인 체제로 만들어준 것은 인정해야 한다”며 “최 권한대행에게 굉장한 불만을 갖고 있고, 나도 SNS를 통해 비열한 태도를 비난했지만, 민주당서 최 권한대행의 탄핵을 얘기하는 건 성급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언제든지 탄핵을 추진할 여지는 남겨뒀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6일 중진 의원 간담회서 “주권자인 국민은 내란범이 침탈한 주권 회복을 위해 눈비를 맞으며 밤을 새우고 있는데, 수습해야 할 최종 책임자인 최 권한대행은 대통령 놀이만 해서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국정 정상화를 위해 최 권한대행에 대해서 형사고발뿐만 아니라 탄핵이라는 국회가 가진 국정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수단까지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대로 당하지 않겠다는 여당과 내란 수괴 혐의자를 심판하기 위한 야당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여의도 정가도 하루에 몇 번씩 뒤집히는 추세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저렇게 자신 있는 이유는 국민 10명 중 3명만 윤 대통령을 지지해도 승산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을 때 보수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또 정권을 잡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입으로 흥해
입으로 망해

이 모든 사태의 장본인인 윤 대통령의 입이 주목받고 있다. 그의 말 한마디에 보수는 환호하고 야당은 분노했다.

여론이 윤 대통령 쪽으로 기운다고 하더라도 결국 7:3이다. 분노의 파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면 종국에는 남은 세 명의 목소리 정도는 거뜬히 집어삼킬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야권발 대통령 도주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재발부되던 날 느닷없이 ‘윤석열 도주설’이 일파만파 퍼졌다.

해당 의혹은 윤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에 칩거하던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됐지만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대통령 도주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여러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답해 논란이 커졌다.

관저 앞을 에워싼 탄핵 찬성 지지자는 물론 보수 단체까지 분노를 드러냈다.

탄핵 반대 시위의 경우 “이 추운 날 이제까지 아무도 없는 텅 빈 관저를 지키고 있던 거냐” 등 실망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수의 언론 보도를 통해 관저 입구 쪽에서 윤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포착돼 대통령 도피설은 일단락 됐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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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