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용산구 소재 갤러리 ‘눈 컨템포러리’가 오병탁의 개인전 ‘20 × 27’을 준비했다. 이번 전시는 오병탁의 두 번째 개인전이다. 종이 드로잉 104점과 캔버스 페인팅 4점 등을 선보인다.
눈 컨템포러리는 2024년을 마무리하고 2025년 새해를 맞이하는 전시로 오병탁의 개인전 ‘20 × 27’을 개최했다. 오병탁 회화의 출발점이자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종이 드로잉과 드로잉을 기반으로 완성한 캔버스 페인팅 등을 소개한다.
드로잉
오병탁의 회화는 ‘종이 드로잉’과 ‘캔버스 페인팅’ 등 두 개의 축으로 이뤄져 있다. 작가는 수행적인 태도로 일정한 크기(20×27㎝)의 화지 위에 수년간 드로잉 작업을 지속해 왔다. 종이 드로잉은 그 자체가 독립적인 하나의 완전한 형태로 존재하기도 하고 캔버스 페인팅의 직접적인 대상이 되기도 했다.
오병탁은 수십장 또는 수백장의 드로잉을 벽면에 한가득 붙여 놓은 후 그 광경을 응시한다고 한다. 줄눈조차 보이지 않도록 타일을 빈틈없이 붙여 놓은 듯한 형상이다. 작가는 어디 한군데 벗어날 틈을 주지 않고 드로잉으로 빽빽하게 채워 놓은 눈앞의 모습을 ‘Landscape’라고 명명했다.
나무로 이뤄진 숲이 아닌 드로잉으로 이뤄진 이른바 ‘드로잉 숲’ 속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오병탁은 수많은 드로잉을 도열해 구축한 그만의 세상서 유화물감을 이용해 마치 풍경화를 그리듯 페인팅 작업을 해왔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온 페인팅은 처음 대상으로 삼았던 드로잉의 구상적인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강렬함과 압도적인 힘을 발산하는 추상의 모습으로 재현됐다. 실제 2022년 갤러리175서의 첫 개인전과 이후 몇몇 그룹전에서는 추상 페인팅이 주를 이뤘다.
군 회의록 크기의 종이
장교로도 작가로도 존재
이번 전시는 그동안 선보였던 추상 페인팅이 아닌 오병탁 회화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드로잉 작업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큰 덩어리로 묶이기 이전, 각각의 드로잉이 가지고 있는 개별적인 특징을 발견해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오병탁은 학부 졸업 직후 직업군인의 삶을 선택했다. 회화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오롯이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 이런 상황서 작가가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20×27㎝ 크기의 종이 드로잉이었다.
군 회의록과 엇비슷한 크기의 20×27㎝의 화지는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작가를 ‘장교 오병탁’인 동시에 ‘작가 오병탁’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해줬다.
그의 종이 드로잉은 제대 후 대학원 시절, 그리고 전업 작가인 지금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소지의 용이성을 이유로 20×27㎝의 화지를 선택했지만 지금은 이 면적이 또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제한된 조건서 한계를 넘어서고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작가에게, 규정된 크기의 화지는 마치 모바일폰의 화면처럼 그 끝과 한계를 가늠할 수 없는 무한 증식이 가능한 표현의 장이었던 셈이다.
페인팅
눈 컨템포러리 관계자는 “오병탁은 그만의 회화적 감성으로 이 작은 화지 안에 무한의 등장인물, 사건, 기억, 감각 등 그를 둘러싼 세상의 모든 날 것의 느낌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며 “오랜 기간에 걸쳐 완성된 3000여점의 드로잉 중에 선별된 104점의 드로잉을 근경에서, 드로잉을 기반으로 완성한 페인팅 4점을 원경서 감상하며 오병탁 회화와 조우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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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탁은?]
인하대학교 미술과를 졸업한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전문사를 졸업했다.
2022년 갤러리175서 첫 개인전 ‘점령하다’를 진행했다.
이 밖에 더 소소(2024), 선광미술관(2023), 이유진갤러리(2023), 인사동 코트(2023), 창성동 실험실(2021) 등에서 열린 기획전에 참여했다.
2023년 성북문화재단이 주최하는 ‘Ever Lever’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2021년에는 소마미술관 드로잉센터 아카이브 작가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