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나우 인플루언서 뒷광고 파장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12.10 09:43:20
  • 호수 15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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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술렁이는 비대면 진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비대면 진료 어플 닥터나우가 이른바 ‘뒷광고’ 논란에 휩싸였다. 인플루언서들에게 비만 치료제 위고비 처방 후기를 광고가 아닌 것처럼 작성해달라고 요청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결국 약사협회와 닥터나우의 충돌로 이어졌다. 플랫폼 사업자의 의약 도매상 설립을 막는, 이른바 ‘닥터나우 방지법’이 거론된 것. 

매체에 따르면 닥터나우 마케팅 직원이라고 밝힌 A씨는 “다이어트약 위고비가 고가의 제품이기 때문에 직접 약 구매를 하지 않더라도 약 2000원 정도의 진료만 받으면 사진은 별도 제공하겠다”며 뒷광고를 제의했다.

약국 뺑뺑이

인플루언서 B씨는 매체에 “아마 상위 노출되는 게시글들을 보고 메일로 제안한 것 같다”며 “다른 제안들보다 가격이 좀 더 높았는데, 광고인 것을 알리지 않고 써줄 수 있냐는 제의였다”고 전했다. 이어 “아는 사람들 눈에는 훤히 보이는 문제고, 자칫 나도 신고 대상이 될 수 있는 방법이라 하지 않겠다고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B씨가 공개한 마케팅 담당자 A씨의 메일에서는 닥터나우 비대면 진료 관련 콘텐츠 발행을 제안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최근 출시된 다이어트 주사제 위고비를 주제에 녹여 진행하시는 건 어떠냐’ ‘공정위 문구 없이 위고비와 비대면 진료 관련 원고를 요청드린다’며 작성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

B씨는 “닥터나우 외에도 뒷광고를 제안하는 업체들이 많고,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끼리도 이런 업체들에 대한 정보는 공유하고 있다”며 “잘 모르는 분들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닥터나우 측은 뒷광고를 의도하고 쓴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닥터나우 관계자는 “의료 분야기 때문에 따로 심의가 필요하냐는 해당 인플루언서의 질문에 마케팅 담당자가 별도의 심의는 필요 없다고 안내하는 과정서 ‘공정위 문구 없이’라는 표현을 쓴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 ‘공정위 문구’는 협찬 등을 명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뒷광고라고 보는 것 같다”며 “그런 표현에 대해선 저희가 잘 인지했고, 비슷한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저희 마케팅 부서와 함께 표현에 대한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을 다시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닥터나우 뒷광고 논란이 일자, 약사협회가 나섰다. ‘닥터나우 방지법’을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약사협회는 법 발의를 환영하며 빠른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닥터나우를 비롯한 스타트업 업계는 ‘소비자 선택을 막고, 기업 발전을 막는 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달 13일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은 ‘닥터나우 방지법’이라 불리는 약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는 ▲환자 처방전을 약국에 전송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플랫폼을 대상으로 약국 개설자의 경제적 이익 제공 금지 ▲플랫폼 사업자의 의약품 도매상 불허가 ▲환자에게 경제적 이익이나 정보를 제공해 특정 약국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행위 금지 등 조항이 담겼다.

직역단체-스타트업 충돌 만연
방지법에 쌍수 벌린 약사협회

해당 법안은 플랫폼의 약국 유통 독점 문제를 막는 등 폐해를 막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플랫폼이라 표현했지만, 법안이 조준하는 업체는 닥터나우다. 의원실서 대놓고 ‘닥터나우 방지법’이라고 명명할 정도다.


닥터나우가 정치권과 약사단체의 표적이 된 이유는 2가지다. 의약품 도매상 ‘비진약품’ 설립, 그리고 제휴 약국 서비스인 ‘나우약국’이다.

닥터나우는 최근 의약품 유통사 비진약품을 설립했다. 동시에 비진약품의 의약품 패키지를 유통하는 약국을 나우약국으로 지정했다. 비진약품은 비대면 진료 후 처방 약에 활용도가 높은 성분을 중심으로 의약품 패키지(29종)를 구성, 약국에 판매한다.

제휴 서비스에 가입하는 나우약국에 전달한 필수 의약품 패키지는 약 100만원 상당으로 구성돼있다. 총 29개 상품명이 적힌 리스트인데 이 중 셀트리온제약 품목이 13개로 약 45%를 차지한다. 나우약국으로 선정되면 닥터나우 플랫폼서 노출 빈도가 높아진다.

해당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닥터나우는 약사 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다. 의약품 유통에 직접 참여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닥터나우는 환자와 병원·약국을 연결하는 진료 중개 서비스만 제공해 왔다. 그간 행보와 한층 달라진 움직임을 보이자 ‘플랫폼 종속’을 우려한 약사회가 사업 철수를 촉구했다.

일부 약사는 “비진약품 셀트리온 패키지를 구입한 약국을 더 많이 노출시켜 비대면 처방을 몰아주는 일종의 담합”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약사단체는 법안 발의에만 만족하지 않고 빠른 법안 통과를 촉구하며 정부와 국회를 압박 중이다.

닥터나우 측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닥터나우는 “환자들이 약이 있는 약국을 찾아다녀야 하는 이른바 ‘약국 뺑뺑이’ 등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나우약국 제휴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강조한다. 필수 의약품 패키지 구성에 대해서는 “비대면 처방 40%를 차지하는 다빈도 품목으로 구성했다”고 부연했다.

닥터나우 방지법에도 유감을 표했다.

또 시작된 플랫폼 때리기
“유통 독점 막자는 취지”

닥터나우 측은 “‘의약품 공급 서비스’는 비대면 진료 후 여러 약국을 전전하고도 처방 약 수령에 실패하는 환자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서비스”라며 “국정감사 당시 이런 환자의 고충과 서비스 제공 취지를 성실히 설명했고, 이후 모든 제휴 약국에 ‘약품 재고 관리 시스템’을 개방하는 내용을 포함한 서비스 개선 계획을 국회에 제출하고 지속적인 보완과 우려 요소에 대한 수용 의지를 밝혀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공정거래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정책 당국 판단이 있었음에도 우려를 해소하고자 적극 소통했으나, 개선과 보완의 기회 없이 ‘닥터나우 방지법’이 발의돼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직역단체와 스타트업 간 치열한 갈등은 타다, 강남언니, 로톡, 삼쩜삼, 직방 등 플랫폼이 등장할 때마다 불거졌다. 타다는 이번 사태와 비슷한 ‘타다 금지법’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일부 서비스를 중지해야만 했다. 성형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는 대한의사협회와 갈등을 빚었고, 로톡은 대한변호사협회, 삼쩜삼은 세무사회와 대립각을 세웠다. 직방은 초창기 공인중개사협회와의 다툼으로 서비스 확장에 차질이 발생했다.


한편, 스타트업계에서는 직역단체가 지나치게 ‘이권 챙기기’에만 몰두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소비자 편의를 위한 시스템도 무작정 반대한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직역단체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플랫폼과 직역단체 간 갈등이 가장 첨예한 분야는 의료, 법률, 세무, 부동산 감정 서비스다. 해당 서비스는 사적 영역이지만, 공공 서비스 성격도 일부 가지고 있다. 공공 성격을 지닌 업종이 민간 플랫폼에 종속되는 것을 우려해 반발하는 이도 적잖다. 스타트업도 이런 우려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구태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부의장은 “플랫폼이 제공하는 편의와 혁신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기존 직역단체들은 이를 견제 대상으로만 간주한다. 오랜 연대를 통해 기존 질서를 유지하려는 명목으로 혁신을 억제하는 조치들이 본말이 전도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구 부의장은 법무법인 린에서 총괄 변호사로 재직하며 스타트업·테크 기업의 법적 조언을 제공하고 있다.

구 부의장은 <매일경제>와 인터뷰서 ‘닥터나우 방지법’의 문제점과 플랫폼·직역단체 간 갈등 해소 방안 등에 관해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에 제약을 가하는 문제가 있다. 이는 환자들에게 약국 선택의 폭을 줄이고, 비대면 진료 이후 가까운 약국서 신속히 약을 조제받는 편의를 저해한다”며 “국민 건강과 안전, 편의를 고려해야 할 법안이 오히려 의약품 접근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이권개입 논란


그러면서 기존 직역단체를 설득하기 어려운 이유에 관해 “직역단체 소속 개인들이 단체 입장에 따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소속 단체 의견에 동의하지 않아도 개인은 섣불리 의견 표명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기존 단체를 설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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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다시 건넌 탄핵의 강

8년 만에 다시 건넌 탄핵의 강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6년 12월9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야당이 발의하고 여당 의원 일부가 찬성표를 던져 가결됐다.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 파면’이라는 결과를 낳은 국정 농단 사태의 ‘결정적 순간’이다. 8년 뒤 국회 본회의장서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11일 만이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시동이 걸린 탄핵 열차는 국회를 지나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향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헌재의 시간이다. 두 번 만에 직무 정지 지난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재적의원 300명 가운데 300명이 참석해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즉 200명 이상의 ‘가’표다. 범야권으로 분류되는 192표 외에 국민의힘의 8표가 필요했다. 이날 본회의서 나온 찬성 204표 중 국민의힘서 12표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 표결 전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의원 수인 7명보다 많다. 기권과 무효표 역시 국민의힘서 나왔다고 계산하면 23명의 의원이 당론인 ‘탄핵 반대’와 다른 선택을 한 셈이다. 탄핵안 가결 이후 우원식 국회의장은 탄핵소추의결서를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정 위원장은 탄핵소추의결서 정본과 사본을 각각 헌재와 대통령실로 보냈다. 14일 오후 7시24분 탄핵소추의결서가 대통령실에 전달되면서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다. 탄핵안이 가결된 지 2시간여 만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맡는다. 한 총리는 탄핵안 가결 이후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온 힘과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 총리는 현재 내란 혐의 관련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만일 야당의 탄핵소추로 한 총리의 직무가 정지되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국무총리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피청구인’이 된 윤 대통령의 운명은 헌재에 달렸다. 헌재는 탄핵소추의결서를 접수한 직후 ‘2024헌나8’의 사건번호를 부여했다. 사건명은 ‘대통령(윤석열) 탄핵’이다. 사건은 재판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재판부에 회부됐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신속하고 공정하게 재판하겠다”고 말했다. 헌재는 탄핵소추의결서를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 때는 63일, 박 전 대통령 때는 91일 만에 헌재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헌재가 탄핵안을 인용하면 윤 대통령은 파면되고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기각하면 탄핵안은 즉시 파기되며 윤 대통령은 국정에 복귀할 수 있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이르면 내년 4월, 늦게는 8월에 조기 대선이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상계엄 이후 11일 만 국민의힘 이탈표로 가결 문제는 헌재가 현재 ‘6인 체제’라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이 퇴임했지만 여야가 추천 인원수를 두고 다투면서 3명을 임명하지 못했다. 헌재법 23조1항은 헌재가 사건을 심리하기 위해서는 재판관 7명의 출석이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6인 체제서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헌재는 앞서 탄핵소추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해당 조항의 효력을 임시로 정지시켰다. 그러면서 현재 6인 체제서 이 위원장의 탄핵 심판뿐만 아니라 헌재에 계류된 다른 사건의 심리를 모두 진행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가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대통령 탄핵 심판이라는 헌정사에 중요한 사건을 6인 체제로 진행하는 게 헌재 입장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6인 체제로 결론을 내릴 경우 만장일치가 돼야 한다.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정당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권은 헌재를 ‘완전체’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여당 몫 후보로 조한창 변호사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정계선 서울서부지방법원장과 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를 각각 추천했다.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국회 본회의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다. 현재로선 한 총리가 이들을 임명하게 된다. 헌재로 공을 넘긴 정치권은 그야말로 시계 제로(0) 상태다. 지난 7일 1차 탄핵안이 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된 이후 일주일 만에 가결로 결과가 바뀌면서 본격적인 탄핵 정국에 돌입했다. 탄핵안 가결의 ‘키’를 쥐고 있던 국민의힘은 혼돈 그 자체다. 보수 진영 대통령이 두 번 연속 탄핵 심판대 위에 서게 되면서 ‘궤멸’ 위기에 직면했다. 끝까지 반성 없어 지도부 붕괴는 가시화됐다. 탄핵안 가결 이후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 5명(김민전·김재원·인요한·장동혁·진종오)은 모두 사의를 표명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4명이 사퇴할 경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넘어가게 된다. 한동훈 대표는 직무 수행 의지를 드러냈지만 의원총회서 사퇴 요구가 나오는 등 입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퇴를 선언했다. 당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윤(친 윤석열)계와 당권을 쥔 친한(친 한동훈)계 간의 책임론 공방은 국민의힘을 극심한 내홍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친박(친 박근혜)계와 비박(비 박근혜)계가 갈등을 벌이다가 분당 사태까지 벌어졌던 8년 전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 이후 5년 만에 정권교체로 간신히 회복한 국민 신뢰를 또다시 잃게 됐다. 국민은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탄핵안 가결에 이르기까지 11일 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모습에 실망을 금치 못했다. 특히 지난 7일 1차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국회 본회의장을 떠나는 모습은 국민 분노에 불을 지폈다. 결국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보수 진영으로부터도 비판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은 헌재뿐만 아니라 국민 여론·수사기관·정치권 등에 완전히 포위된 ‘사면초가’ 상황에 빠졌다. 탄핵안 가결 이후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서 “저는 지금 잠시 멈춰 서지만 지난 2년 반 국민과 함께 걸어온 미래를 향한 여정은 결코 멈춰 서서는 안 될 것이다. 저는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숨통 죄는 내란 혐의 그러면서 자신의 국정운영 성과를 강조했다. 정치권과 국민에 대한 당부 발언도 내놨다. 하지만 탄핵안 발의 배경인 12·3 비상계엄 선포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끝까지 국민에 대한 사과나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윤 대통령의 태도에 비판이 제기됐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앞서 진행한 네 번의 대국민 담화서도 그는 모든 상황의 원인을 ‘야당 탓’으로 돌리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 정례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탄핵 표결 직전 11%까지 떨어졌다. 부정 응답은 85%까지 치솟았다. 긍정 응답은 60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서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헌재 탄핵 심판서 극적으로 살아 돌아온다 해도 국정 동력을 기대할 수 없는 수치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대구·경북)도 16%에 그쳤다.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특검 등 수사기관도 윤 대통령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현재 내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미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등 관련자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직접 진두지휘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쏟아내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내란죄는 외환죄와 함께 대통령 불소추특권의 예외 범죄다. 내란 우두머리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뿐이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과정서 그에게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했다. 지난 14일 구속된 여인형 방첩사령관도 같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들이 ‘윗선’ 즉, 내란 우두머리로부터 지시를 받았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이다. 여당은 궤멸 직전에 몰려 헌재 9인 체제 결론 내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명태균씨 관련 수사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최근 몇 개월 새 이른바 ‘명태균 녹취록’이 민주당을 통해 일부 공개되면서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수세에 몰리는 상황이었다. 명씨의 행보에 윤 대통령 부부의 뒷배가 작용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그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 만에 탄핵안 가결을 이끌어낸 야권은 공세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그간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국회 과반 의석(192석)을 무기로 윤 대통령을 압박해 왔다. 김 여사 특검법은 이미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황서 윤 대통령은 더이상 거부권을 쓸 수 없다. 내란 혐의를 받는 일부 국무위원과 군‧경 관계자에 대한 탄핵소추도 일사천리로 국회 문턱을 넘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탄핵안 가결 이후 “12·3 내란 사태는 아직 종결되지 않았다”며 “내란 수괴 윤석열의 직무 정지는 사태 수습을 위한 첫걸음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을 비롯해 내란 가담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사태의 전모를 밝혀내고 처벌이 내려질 때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사흘 만에 내놓은 대국민 담화서 법적·정치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조기 퇴진 제안에도 ‘하야보다는 탄핵이 낫다’는 입장을 보이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이나 박 전 대통령은 탄핵 심판 당시 한 차례도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지만 율사 출신인 윤 대통령은 직접 변론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앞선 대국민 담화서 비상계엄의 당위성에 대해 거듭 이야기했다. 헌재서도 자신이 왜 최후의 수단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 그 배경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만큼 고도의 통치행위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회와 윤 대통령의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문제는 이 과정서 표류할 ‘대한민국호’의 상황이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각종 경제지표가 곤두박질치면서 이는 고스란히 국민의 짐으로 얹어지고 있다. 헌재 판결, 조기 대선 등 향후 이어질 정치 일정서 일어날 갈등도 국민에겐 피로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민이 극복하긴 했지만 피로 지켜온 민주주의가 상처 입은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피해는 국민 몫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윤 대통령의 이기적인 계엄령 도박에 대한 대가는 한국의 5100만 국민이 할부로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비상계엄 선포부터 탄핵안 가결까지 걸린 시간은 열흘 남짓이다. 향후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최대 8개월까지 이 국면이 계속될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에게 청구될 계산서에는 얼마가 쓰여 있을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