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밟으며 걷는 길 ②오대산 선재길 & 밀브릿지

‘바스락바스락’ 만추의 산책

바스락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가 따라다니는 만추의 산책은 유독 즐겁다. 기분 탓만은 아니다. 낙엽 밟는 소리에서 나오는 고주파가 정신을 맑고 상쾌하게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낙엽 쌓인 길을 걸으면 신체 건강과 함께 정신 건강도 챙길 수 있다는 얘기다. ‘낙엽비’ 내리는 이 계절에 열심히 걸어야 하는 이유다.

낙엽 밟으며 걷기 좋은 길로 오대산 선재길 만한 곳이 없다. 선재길은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숲길로 지금의 도로가 나기 전부터 스님과 신도들이 두 절을 오가던 길이다. 월정사 일주문서 시작한다면 상원사까지 약 10㎞ 코스로 결코 만만한 거리는 아니지만 길이 평탄해 걷기 어렵지는 않다.

전나무 숲길

월정대가람(月精大伽藍)이라는 현판이 걸린 일주문으로 들어서면 월정사의 자랑이자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으로 꼽히는 월정사 전나무 숲길이 펼쳐진다. 울창한 숲 사이로 난 산책로가 어찌나 반질반질하고 반듯한지 걷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흙길의 촉감을 고스란히 느끼고자 맨발로 걷는 사람도 많다.

피톤치드 한가득 마시며 걷는 길, 좋은 문구가 힐링의 기운을 더해준다. ‘크게 호흡하고 숲의 친절함을 느껴보라.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저 걸음을 즐기라. 그저 걷는 것이다.’ 곳곳에 걸린 문구들을 읽으며 걸으니 걷기의 깊이가 달라지는 기분이다.

전나무 숲길 끝에 월정사가 나타난다. 여기서 월정사 옆 오솔길로 가는 방법과 월정사 경내를 통과하는 방법이 있다. 이왕이면 경내로 들어가 월정사의 명물인 평창 월정사 팔각 구층석탑과 석조보살좌상을 감상하길 추천한다. 정교한 석탑과 그 앞에 공양을 올리는 듯한 자세의 석조보살좌상이 쌍을 이룬 모습이 흥미롭다.


두 유물 모두 국보로 지정돼있는데 석조보살좌상 경우 경내에 있는 건 복제품이고 진품은 성보박물관에 전시 중이니 참고하자.

석탑을 관람한 후 범종과 법고가 있는 누각(종고루, 鐘鼓樓) 쪽으로 걸어가면 월정사 밖으로 나오게 된다. 길 건너편에 본격적인 선재길 진입을 알리는 입구가 등장한다. 전나무 숲길과 월정사가 일종의 몸풀기 구간이라면, 여기서부터가 선재길 본 구간이라 할 수 있다.

오대산 선재길과 평창의 자연 및 문화 탐방

계곡과 숲, 온통 자연으로 뒤덮인 오솔길이 9㎞ 정도 이어지는데 가을이면 단풍과 낙엽을 한껏 즐기며 걸을 수 있다. 늦가을에는 수많은 나무에서 떨어진 잎들이 켜켜이 쌓여 두툼한 낙엽 카펫이 깔린다. 폭신폭신한 카펫 덕일까? 오래 걸어도 피로하지 않다.

선재길은 자연 속에 역사가 어우러진 길이다. 산림철길 구간을 시작으로 조선사고길, 거제수나무길, 화전민길, 왕의길 등 지역 역사를 담은 5개 테마 구간을 만들었다. 이와 관련된 일제강점기 제재소 터, 화전민 터 등을 알리는 안내판도 설치돼있다.

<조선왕조실록>과 의궤를 보관하던 오대산 사고본의 이야기, 일제강점기 때 오대산 산림 반출을 목적으로 상원사까지 협궤레일이 깔렸다는 이야기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오대천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선재길을 걷다 보면 중간중간 여러 다리가 나타난다. 돌다리, 나무다리, 출렁다리 등 재질도 형태도 다양한데 가장 인기 있는 포인트는 섶다리다. 기둥은 나무로 돼있고 상판 옆으로 나뭇가지들이 삐져나온 독특한 모양새로 눈길을 끈다.


안내판 설명에 따르면 ‘섶다리는 잘 썩지 않는 물푸레나무나 버드나무로 다리 기둥을 세우고 소나무나 참나무로 만든 다리 상판 위에 섶(솔가지나 작은 나무 등의 잎이 달린 잔가지)을 엮어 깔고 그 위에 흙을 덮어 만든 다리’라고 한다. 선재길의 운치를 살리는 섶다리는 포토존으로도 인기가 높다.

이런 다리들은 선재길과 도로를 잇는 역할을 한다. 전 코스를 완주하기 힘들다면 원하는 곳에서 빠져나와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된다. 다리로 연결되는 여러 진출입로에 버스 정류소가 있다. 각자 체력에 맞는 만큼만 걸어도 된다는 점이 선재길의 장점이기도 하다. 단 버스가 자주 다니는 편은 아니므로 미리 시간표를 확인해야 한다. 

선재길 초입에 월정사가 있다면 마지막에는 상원사가 기다린다. 잠시 시간을 내 상원사까지 들러볼 일이다. 고 신영복 교수가 쓴 글씨가 담긴 표지석을 지나 짧은 오르막길을 올라 상원사에 이른다. 월정사보다 높은 위치라 전망이 시원하다.

오대산에 안긴 산사의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경내에는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종 중 가장 오래됐다는 상원사 동종(국보)과 예배의 대상으로 만들어진 국내 유일의 동자상인 목조문수동자좌상(국보) 같은 귀한 국가유산도 있다. 

오대산 내 만추 산책 코스로 추천할 만한 곳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방아다리약수터를 중심으로 조성한 자연체험학습장 밀브릿지다. 이곳에 들어서면 울창한 전나무 숲이 반기는데 ‘산림 왕’이라고 불렸던 고 김익로씨가 수십 년에 걸쳐 가꾼 숲이다.

한국전쟁 이후 황폐된 산자락이 한 개인의 정성으로 오늘날 아름다운 숲으로 변신한 것이다.

숲속에 들어선 수수한 건축물이 매력을 더하는데 자연과의 조화를 중요시하는 건축가 승효상의 작품이다. 건축물들은 각각 숙소, 카페, 갤러리 등의 쓰임을 갖는다. 하룻밤 묵으며 숲을 온전히 느껴도 좋고 반나절 코스로 잠시 숲길을 걸어도 좋다. 3개 산책로가 있으며 모두 20분 안팎 코스라 가볍게 걸어볼 만하다. 군데군데 눕거나 앉을 수 있는 벤치도 마련돼있다.

산책을 마친 후에는 약수로 목을 축이자. 방아다리약수는 조선시대에 발견됐으며 약수터 주변이 디딜방아 다리 형상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전한다. 탄산, 철분 등이 함유되어 특유의 맛이 강하다. 이 때문에 물맛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갈린다. 밀브릿지는 유료 시설로 입장료는 어른 기준 3000원이다. 

요즈음 평창서 뜨는 여행지를 말할 때 실버벨교회를 빼놓을 수 없다. 언덕 위에 자리한 이국적인 건축물이 입소문을 타면서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내부도 개방돼있는데 화목 난로와 아치형 창문으로 포인트를 살린 예배당 분위기가 따뜻하다. 교회로 올라오는 길에는 알파카, 포니, 산양 등이 사는 작은 동물농장도 관람할 수 있다.

삼양라운드힐(전 삼양목장)은 언제 방문해도 눈과 마음이 트인다. 대관령 고원지대에 펼쳐진 드넓은 초지와 젖소, 양떼, 풍력발전기가 그림처럼 어우러진다. 거대한 목장을 따라 5개 테마, 총 4.5㎞의 목책로가 조성돼있으며 해발 1140m 꼭대기에는 풍력발전기가 늘어선 동해전망대가 있다. 양몰이 공연, 타조 먹이 주기, 양 먹이 주기 등 다양한 체험은 물론, 이곳에서 생산한 유기농 우유를 이용한 각종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삼양라운드힐

대관령면 횡계리에는 오삼불고기 거리가 형성돼있다. 이 지역에서는 예전부터 바다와 가까워 쉽게 구할 수 있던 오징어와 고랭지 채소, 여기에 돼지고기를 더해 오삼불고기를 만들어 파는 곳이 많았다. 지금도 여러 식당서 오삼불고기를 맛볼 수 있으며 집마다 양념과 재료, 조리법은 조금씩 다르다. 채소를 넣어 볶아 먹는 스타일, 채소 없이 숯불에 구워 먹는 스타일 등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밀브릿지→오대산 선재길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밀브릿지→오대산 선재길 
-둘째 날 삼양라운드힐→실버벨교회→오삼불고기 거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오대산국립공원 www.knps.or.kr/odae
-월정사 http://woljeongsa.org/
-밀브릿지 www.millbridge.co.kr
-삼양목장 www.samyangfarm.co.kr
-평창문화관광 https://tour.pc.go.kr

운영 정보
밀브릿지 운영시간: 09:00~18:00(시기별로 변동 가능), 주소: 평창군 진부면 방아다리로 1011-26, 휴무: 연중무휴, 요금: 어른 3000원, 청소년(중·고등학생)·만 65세 이상 2000원, 어린이(만 6세~초등학생) 1000원 

문의 전화
-오대산국립공원 사무소 033)332-6417
-월정사 033)339-6800
-밀브릿지 033)335-7282
-삼양목장 033)335-5044
-평창군종합관광안내소 033)330-2771

대중교통
-버스 서울-진부, 동서울터미널서 하루 8회(06:40~20:20) 운행, 약 2시간10분 소요. 진부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서 225·226·227번 버스 이용, 월정사 정류장 하차.(선재길) 진부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서 223번 버스 이용, 방아다리약수터 정류장 하차.(밀브릿지)


*문의: 동서울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 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진부시외버스터미널 033)335-6307 평창군 대중교통정보 www.pyeongchang-pti.kr

-기차 서울역-진부역, KTX 하루 9회(06:01~22:11) 운행, 약 1시간 40분 소요. 진부역서 택시 이용.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자가운전
-영동고속도로→진부톨게이트→진부IC교차로서 진부(오대산)역 방면→오대교교차로서 주문진·오대산 방면으로 회전교차로 9시 방향→경강로→월정삼거리서 주문진·오대산·월정사 방면 좌회전→월정사 주차장
-영동고속도로→속사톨게이트→속사IC교차로서 주문진·진부 방면 좌회전→속사삼거리서 인제·창촌 방면 좌회전→1.9㎞ 직진 후 방아다리약수 방면 우회전→밀브릿지

숙박 정보
-화이트캐빈: 봉평면 태기로, 033)333-7444, http://www.whitecabin.com/
-오대산자연명상마을 옴뷔: 진부면 오대산3길, 033)333-6500, www.omv.co.kr
-켄싱턴호텔 평창: 진부면 진고개로, 1670-7462, www.kensington.co.kr/hpc

식당 정보
-납작식당(오삼불고기): 대관령면 올림픽로, 033)335-5477
-도암식당(오삼불고기): 대관령면 대관령로, 033)336-5814
-진태원(탕수육): 대관령면 횡계길, 033)335-5567
-나폴리피자(화덕피자): 대관령면 경강로, 0507-1435-3657

주변 볼거리
하늘목장, 대관령양떼목장, 발왕산 천년주목숲길,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 등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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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