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승부수’ 특감의 아찔한 추억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1.04 14:21:44
  • 호수 15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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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김건희?’ 이제 와서 관리될까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동훈 대표가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해 특별감찰관 추천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서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고, 의견 수렴 절차에 대한 찬반도 거세다. 역대 대통령 모두 실패했던 친인척 관리를 특감이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지난 10월2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재판 결과가 나오는 11월15일 이전에 김건희 여사 관련 국민의 요구를 해소해야 한다”며 “대통령 친인척 비위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이하 ‘특감’) 국회 추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추·홍
즉각 반발

이어 같은 달 25일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특감 임명은 현재도 유효한 우리 당 대선공약”이라며 “우리 당 대선공약 실천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국민께 국민과 약속한 공약 실천에 반대하는 타당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달 21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서도 특감 임명을 요구했고, 윤 대통령은 “여야가 협의할 문제”라면서 사실상 거부했다. 특감 임명에 대한 국민의힘의 공식 입장은 북한인권재단 이사 임명과의 연계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면담 이후 갑작스럽게 시점까지 정해두고 특감 임명 카드를 꺼냈다.

그는 면담 당시 윤 대통령에게 ▲대통령실 내 인적 쇄신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 ▲김 여사 의혹 규명 절차 협조 등 3대 요구사항을 건의했다. 윤 대통령은 “확인된 잘못과 구체적인 의혹도 없고, 지금은 때가 아닐 뿐만 아니라, 활동도 이미 자제하고 있다”는 취지로 이를 모두 거부했다.


당 안팎서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한 대표의 제안이 나오자마자 “특감 추천은 국회 의사결정 과정이고 원내사항”이라며 “원내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의원총회고 의장은 원내대표”라고 반박했다. 이어 지난달 24일 오전 국민의힘 의원 108명이 모두 참여하는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 “국감을 다 마치고 의원님들 의견을 듣는 의원총회를 개최하겠다”고 공지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같은 날 “원내 사안을 대표가 감독하는 것은 몰라도 관여하는 것은 월권”이라면서 추 원내대표를 거들었다. 이어 “정치를 잘 모르니 원내대표 제도가 왜 생겼는지도 모르는 게 당연하다”면서 한 대표를 비판했다. 홍 시장은 지난 2022년 7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비판하면서 특감의 조속한 임명을 주장했던 바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친한(친 한동훈)계 김종혁 최고위원이 “공개 의총을 통해 특감 추천에 관한 토론과 표결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상훈 정책위의장과 곽규택·김용태 의원에 이어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도 표결 반대 견해를 밝혔다.

장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서 “국민은 특감보다는 김 여사의 활동 중단과 인적 쇄신이 더 필요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한 대표의 특감 임명 제안은 당내 의견을 결정하는 절차에 대한 찬반 논쟁까지 불거지는 상황을 만들었다. 대통령실은 ▲북한 인권재단 이사 임명 ▲여야 합의에 따른 특감 임명이라는 기존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특감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9일 “사전적이고 예방적인 조치일 수밖에 없는 특감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특검을 막으려는)물타기일 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친인척 관리 실패…특별감찰관 가능?
수사권 없지만 감찰 과정 언론 노출 가능성↑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야당 단독으로 국회 운영위 소위원회를 개최해 상설특검 추천 과정서 여당 추천을 배제하는 규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오는 14일 진행되는 본회의에선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윤 대통령이 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를 대비해 상설특검으로 우회해 김 여사를 수사하게 하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특감 제도는 박근혜정부의 대선공약이었고, 2014년 6월 신설됐다. “독립적인 지위를 토대로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인척과 수석비서관급 이상 측근들의 비위를 사전 방지한다”는 취지로 설치됐고, 결격 사유와 직무수행이 현저히 곤란할 정도의 질환이 있을 때 외에는 해임할 수 없도록 규정해서 독립성을 보장하도록 규정돼있다.

특감에는 ▲감찰 ▲자료 제출 요구 ▲사실 조회 요구 ▲출석 및 답변 요구 등 권한이 보장된다. 각종 영장 청구와 신병 확보 등 수사권은 처음부터 없었다. 박근혜정부의 설치 이후 임명돼 유일하게 활동했던 사람은 2015년 3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재직했던 이석수 전 감찰관이었지만, 수사권이 없다는 한계는 활동 내내 여실히 드러났다.

이 감찰관은 임명 후 6개월이 지난 2015년 9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서 “활동이 미진하다”는 질타를 들었다. 당시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은 “감찰 대상의 행위를 언론을 통해 접했다던데, 그동안 전혀 활동하지 않았느냐”고 질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의원도 “수사는 검찰, 감사는 감사원, 포괄적 감찰은 민정(수석실)이 한다면, 특감은 앉아서 돈 받으라고 만들었느냐”고 비판했다.

당시 이 감찰관이 국회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감찰 대상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친족 161명과 전·현직 수석비서관 이상급 29명 등 190명이었다. 홍 의원이 지적했던 당시 ‘감찰 대상’은 박 전 대통령의 이종사촌 형부였던 윤모 씨였다. 윤씨는 당시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특감의 첫 감찰 대상은 박 전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씨였다. 박씨는 2014년 “160억원대 한국농어촌공사 납품 계약을 성공시켜주겠다”면서 사회복지법인 대표로부터 1억원을 받은 정황이 포착돼 감찰을 받았고, 기소됐다. 대법원은 2018년 11월 박씨의 유죄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했다.

하지만 큰 파문을 일으켰던 것은 두 번째 감찰이었다. 그 감찰 대상은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우 수석은 새누리당의 2016년 4월 총선 패배 이후 야당과 언론의 정조준 대상이 됐다. 각종 비리 의혹만 문제가 됐던 것이 아니다.

우 수석은 국정원·경찰·국세청 직원들을 파견받아 직제에 공개되지 않는 비밀 감찰팀인 삼청동팀을 꾸려 고위공직자들을 감찰하고 있었다. 우 수석을 산하 민정비서관으로 두고 있었던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우 수석의 비밀 감찰팀을 ‘우병우팀’이라고 비망록에 기록해뒀다.

감찰 막히자
언론과 접촉

삼청동팀은 박 전 대통령이 총애하는 고위공직자들의 각종 비위를 사전에 탐지해 비밀 유지를 위한 대책을 세웠던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크게 불거진 요소 중 하나였던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의 각종 비위 정황은 이미 삼청동팀을 통해 확인됐지만, 우 수석은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각종 비리 외에도 직무 범위를 벗어난 일탈행위까지 확인됐으니, 특감으로서는 그냥 넘어갈 수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감찰관은 좀처럼 우 수석을 감찰할 수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이 우 수석을 매우 총애했기 때문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총애와 본인의 오만한 성격이 맞물린 것인지, 우 수석이 이 감찰관에게 “왜 일을 키우느냐”고 반발한 것도 부족해, 전화를 걸어 “형, 어디 아파?”라는 말을 한 사실은 아주 유명하다.

좀처럼 감찰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서 “이 감찰관이 <조선일보> 기자와 우 수석 감찰 관련 대화를 했다”는 MBC 보도가 나왔다. 당시 보도의 핵심은 “이 감찰관과 기자가 우 수석 아들의 의경 보직 특혜 의혹과 가족회사 정강의 탈세 및 배임 의혹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고, 이 감찰관은 ‘우 수석이 계속 버티면 검찰에 넘기겠다’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이 감찰관은 MBC 보도를 부인했지만, 청와대는 “특감의 정보 유출은 현행법을 위반한 중대 사안이고, 국기를 흔드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감찰은커녕 자신이 고발돼 압수수색을 당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이 감찰관이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모금과 관련해 안종범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내사를 진행한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다.

청와대는 이 감찰관의 사직서를 제출 다음 날 수리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돌아보지 않을 수 없는 전례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감찰이 막힌 특감이 언론과 접촉해 감찰 내용을 알리고, 수습할 수 없는 게이트가 돼 돌아왔다’는 전례가 됐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추진하면서 특감을 임명하지 않았다. 신현수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2020년 연말 취임 이후 국정기조 전환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 건의했지만,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 수석의 건의 중 하나는 특감 임명이었다. 이후 신 수석은 검찰 인사 논의서 배제되는 등 문 전 대통령과 거리가 멀어지다가 취임 후 두 달여가 지났던 2021년 2월 사직했다.

한 대표의 페이스북 게시글로 확인한 것처럼, 특감 임명은 윤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특감을 임명하지 않았고, 지난 5월까지 민정수석도 임명하지 않았다. 김주현 현 민정수석을 임명한 5월7일은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이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후 5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2년2개월여 동안 공석이었던 민정수석이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언급된 직후 임명되자, 야권에서는 “김 여사 특검을 거부하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한 대표가 특감 임명을 공식 언급하기 시작한 지난 10월21일은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한 후 4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따른 여파가 당에 미칠 가능성이 거론되고, 야권의 특검법 압박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는 시점이었다. 고심 끝에 나온 차선책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역대 정부 
모두 실패

역대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는 헌정사 구석구석에 남아있다. 모든 정권은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가 정권 자체를 뒤흔들 핵폭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정권도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를 제대로 예방한 적이 없다. 

이승만정부에서는 양자 이강석이 엄청난 권력을 행사했다. 이강석은 ‘이기붕 국회의장의 친자 겸 이 전 대통령의 양자’라는 자신의 신분을 행패 부리는 일에 사용했다. 그 여파로 1957년 8월 이강석을 닮은 청년이 이강석을 사칭하는 ‘가짜 이강석 사건’이 발생했다.

이강석 행세를 한 청년이 경북 경주와 영천서 각각 시장과 경찰서장의 극진한 대접을 받다가 적발된 사건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도 자녀들이 물의를 일으켰다. 박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은 재판 중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항소이유보충서에 근혜·지만 남매의 비행을 자세히 서술했다.

김 부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태민씨를 놓고 “두 사람이 운영하는 구국여성봉사단이 얼마나 많은 부정을 저질러왔고, 국민, 특히 여성단체들의 원성이 되어왔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박승규 민정수석조차 말도 못 꺼내고 중정부장인 나에게 호소할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전두환씨는 핵심 측근이었던 이학봉 전 의원을 민정수석으로 임명했다. 핵심 측근이 민정수석을 맡았지만, 전씨의 친인척은 전혀 관리되지 못했다. 이순자 여사는 남편의 대통령 취임 이후 막강한 권위와 영향력을 행사했다. 동생 전경환씨는 새마을운동협회를 맡으면서 수시로 횡령 및 탈세 범죄를 저질렀다.

초대형 어음 사기 행각을 벌인 장영자씨도 전 대통령 처삼촌의 처제였다. 이 수석은 장씨의 어음 사기 행각을 미리 파악해 안기부에 조사를 요청했지만, 유학성 안기부장은 “알아보니 별거 아니었다”면서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에는 처사촌 박철언 전 의원이 실세로 군림했다. 박 전 의원은 5공 때부터 청와대와 안기부서 각각 비서관과 특보로 근무했고, 사조직 월계수회를 이끌어 노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기여했다. 노 전 대통령의 재임 중에는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등 ‘6공 황태자’로 통했다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슬롯머신 사건에 연루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불거졌던 의혹은 ▲영부인 김옥숙 여사 ▲친구 겸 처남 김복동 전 의원 ▲동서 금진호 전 의원 ▲박 전 의원이 가족회의를 통해 국정을 주도했다는 설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는 별명부터 ‘소통령’이었다. 김씨는 여론조사와 선거전략을 맡는 등 아버지의 책사로 활동했기 때문에 더더욱 통제가 어려웠다. 그의 정치 개입에 대해서는 “정부·여당·군·검찰·국영 기업 등 요직에는 그의 입김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였다.

찬성하면 제2의 이준석?
반대하면 윤 공동운명체?

김씨는 당시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수준의 정보를 보고 받고 국정운영에 개입했다. 김씨의 이런 행각을 우려했던 김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 김덕룡 전 의원도 “현철이를 유학 보내라”고 요구했다가 김 전 대통령에게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3명은 모두 권력형 비리에 연루돼 아버지의 임기 중 구속됐다. 3명 중 특히 셋째 아들 김홍걸씨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로비 명목으로 약 36억원 상당의 금품과 주식을 받은 사실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세간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아들 3명의 권력형 비리 행각을 일컬어 ‘홍삼 게이트’라고 조롱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각각 친형이 이권에 개입해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해 구속됐다. 

노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는 동생의 취임 직후부터 국세청장 인사에 개입하려고 해 물의를 일으켰고, 남상국 당시 대우건설 사장으로부터 인사청탁과 뇌물을 받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은 솔로몬저축은행 게이트에 연루돼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동생의 임기 중 구속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 때는 사위가 타이이스타젯에 특혜 채용됐고, 타이이스타젯으로부터 약 2억원의 특혜성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은 지난 9월 문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했다.

한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특감에 대해 그는 “특감은 권력을 감시하고, 권력과 관련한 문제를 예방하는 데 중점을 둔 기관이고, 지금은 그런 역할과 기능이 필요하다”며 “국민의힘이 그조차 머뭇거린다면, 국민은 ‘민심을 알긴 아는 거야?’라는 생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등 떠밀리지 않고 변화와 쇄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 첫걸음은 특별감찰관을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사권도 없고 사전 예방에 의미를 둔 특감으로 김 여사 관련 의혹을 해소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에 대해선 “당과 정부가 국민의 우려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변화와 쇄신의 주체가 되기 위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며 “우리가 자발적으로 특감을 추진하는 게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다만 특검 수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특별감찰관은 관철돼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가오는 
선택의 시간

특검 찬성은 한 대표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극약 처방이고,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공식 이별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특검에 찬성하면 당내 거부 여론이 늘어나 ‘제2의 이준석’이 돼 당에서 설 자리를 잃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반대 견해를 확고히 하면 윤 대통령 부부와 정치적 운명을 함께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특검과 특감 모두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민주당도 11월에는 특검법 발의와 상설특검을 동시에 추진할 예정이다. 한 대표에게 선택의 시간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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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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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