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승부수’ 특감의 아찔한 추억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1.04 14:21:44
  • 호수 15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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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김건희?’ 이제 와서 관리될까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동훈 대표가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해 특별감찰관 추천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서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고, 의견 수렴 절차에 대한 찬반도 거세다. 역대 대통령 모두 실패했던 친인척 관리를 특감이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지난 10월2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재판 결과가 나오는 11월15일 이전에 김건희 여사 관련 국민의 요구를 해소해야 한다”며 “대통령 친인척 비위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이하 ‘특감’) 국회 추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추·홍
즉각 반발

이어 같은 달 25일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특감 임명은 현재도 유효한 우리 당 대선공약”이라며 “우리 당 대선공약 실천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국민께 국민과 약속한 공약 실천에 반대하는 타당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달 21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서도 특감 임명을 요구했고, 윤 대통령은 “여야가 협의할 문제”라면서 사실상 거부했다. 특감 임명에 대한 국민의힘의 공식 입장은 북한인권재단 이사 임명과의 연계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면담 이후 갑작스럽게 시점까지 정해두고 특감 임명 카드를 꺼냈다.

그는 면담 당시 윤 대통령에게 ▲대통령실 내 인적 쇄신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 ▲김 여사 의혹 규명 절차 협조 등 3대 요구사항을 건의했다. 윤 대통령은 “확인된 잘못과 구체적인 의혹도 없고, 지금은 때가 아닐 뿐만 아니라, 활동도 이미 자제하고 있다”는 취지로 이를 모두 거부했다.


당 안팎서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한 대표의 제안이 나오자마자 “특감 추천은 국회 의사결정 과정이고 원내사항”이라며 “원내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의원총회고 의장은 원내대표”라고 반박했다. 이어 지난달 24일 오전 국민의힘 의원 108명이 모두 참여하는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 “국감을 다 마치고 의원님들 의견을 듣는 의원총회를 개최하겠다”고 공지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같은 날 “원내 사안을 대표가 감독하는 것은 몰라도 관여하는 것은 월권”이라면서 추 원내대표를 거들었다. 이어 “정치를 잘 모르니 원내대표 제도가 왜 생겼는지도 모르는 게 당연하다”면서 한 대표를 비판했다. 홍 시장은 지난 2022년 7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비판하면서 특감의 조속한 임명을 주장했던 바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친한(친 한동훈)계 김종혁 최고위원이 “공개 의총을 통해 특감 추천에 관한 토론과 표결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상훈 정책위의장과 곽규택·김용태 의원에 이어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도 표결 반대 견해를 밝혔다.

장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서 “국민은 특감보다는 김 여사의 활동 중단과 인적 쇄신이 더 필요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한 대표의 특감 임명 제안은 당내 의견을 결정하는 절차에 대한 찬반 논쟁까지 불거지는 상황을 만들었다. 대통령실은 ▲북한 인권재단 이사 임명 ▲여야 합의에 따른 특감 임명이라는 기존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특감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9일 “사전적이고 예방적인 조치일 수밖에 없는 특감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특검을 막으려는)물타기일 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친인척 관리 실패…특별감찰관 가능?
수사권 없지만 감찰 과정 언론 노출 가능성↑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야당 단독으로 국회 운영위 소위원회를 개최해 상설특검 추천 과정서 여당 추천을 배제하는 규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오는 14일 진행되는 본회의에선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윤 대통령이 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를 대비해 상설특검으로 우회해 김 여사를 수사하게 하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특감 제도는 박근혜정부의 대선공약이었고, 2014년 6월 신설됐다. “독립적인 지위를 토대로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인척과 수석비서관급 이상 측근들의 비위를 사전 방지한다”는 취지로 설치됐고, 결격 사유와 직무수행이 현저히 곤란할 정도의 질환이 있을 때 외에는 해임할 수 없도록 규정해서 독립성을 보장하도록 규정돼있다.

특감에는 ▲감찰 ▲자료 제출 요구 ▲사실 조회 요구 ▲출석 및 답변 요구 등 권한이 보장된다. 각종 영장 청구와 신병 확보 등 수사권은 처음부터 없었다. 박근혜정부의 설치 이후 임명돼 유일하게 활동했던 사람은 2015년 3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재직했던 이석수 전 감찰관이었지만, 수사권이 없다는 한계는 활동 내내 여실히 드러났다.

이 감찰관은 임명 후 6개월이 지난 2015년 9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서 “활동이 미진하다”는 질타를 들었다. 당시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은 “감찰 대상의 행위를 언론을 통해 접했다던데, 그동안 전혀 활동하지 않았느냐”고 질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의원도 “수사는 검찰, 감사는 감사원, 포괄적 감찰은 민정(수석실)이 한다면, 특감은 앉아서 돈 받으라고 만들었느냐”고 비판했다.

당시 이 감찰관이 국회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감찰 대상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친족 161명과 전·현직 수석비서관 이상급 29명 등 190명이었다. 홍 의원이 지적했던 당시 ‘감찰 대상’은 박 전 대통령의 이종사촌 형부였던 윤모 씨였다. 윤씨는 당시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특감의 첫 감찰 대상은 박 전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씨였다. 박씨는 2014년 “160억원대 한국농어촌공사 납품 계약을 성공시켜주겠다”면서 사회복지법인 대표로부터 1억원을 받은 정황이 포착돼 감찰을 받았고, 기소됐다. 대법원은 2018년 11월 박씨의 유죄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했다.

하지만 큰 파문을 일으켰던 것은 두 번째 감찰이었다. 그 감찰 대상은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우 수석은 새누리당의 2016년 4월 총선 패배 이후 야당과 언론의 정조준 대상이 됐다. 각종 비리 의혹만 문제가 됐던 것이 아니다.

우 수석은 국정원·경찰·국세청 직원들을 파견받아 직제에 공개되지 않는 비밀 감찰팀인 삼청동팀을 꾸려 고위공직자들을 감찰하고 있었다. 우 수석을 산하 민정비서관으로 두고 있었던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우 수석의 비밀 감찰팀을 ‘우병우팀’이라고 비망록에 기록해뒀다.

감찰 막히자
언론과 접촉

삼청동팀은 박 전 대통령이 총애하는 고위공직자들의 각종 비위를 사전에 탐지해 비밀 유지를 위한 대책을 세웠던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크게 불거진 요소 중 하나였던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의 각종 비위 정황은 이미 삼청동팀을 통해 확인됐지만, 우 수석은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각종 비리 외에도 직무 범위를 벗어난 일탈행위까지 확인됐으니, 특감으로서는 그냥 넘어갈 수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감찰관은 좀처럼 우 수석을 감찰할 수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이 우 수석을 매우 총애했기 때문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총애와 본인의 오만한 성격이 맞물린 것인지, 우 수석이 이 감찰관에게 “왜 일을 키우느냐”고 반발한 것도 부족해, 전화를 걸어 “형, 어디 아파?”라는 말을 한 사실은 아주 유명하다.

좀처럼 감찰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서 “이 감찰관이 <조선일보> 기자와 우 수석 감찰 관련 대화를 했다”는 MBC 보도가 나왔다. 당시 보도의 핵심은 “이 감찰관과 기자가 우 수석 아들의 의경 보직 특혜 의혹과 가족회사 정강의 탈세 및 배임 의혹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고, 이 감찰관은 ‘우 수석이 계속 버티면 검찰에 넘기겠다’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이 감찰관은 MBC 보도를 부인했지만, 청와대는 “특감의 정보 유출은 현행법을 위반한 중대 사안이고, 국기를 흔드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감찰은커녕 자신이 고발돼 압수수색을 당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이 감찰관이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모금과 관련해 안종범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내사를 진행한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다.

청와대는 이 감찰관의 사직서를 제출 다음 날 수리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돌아보지 않을 수 없는 전례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감찰이 막힌 특감이 언론과 접촉해 감찰 내용을 알리고, 수습할 수 없는 게이트가 돼 돌아왔다’는 전례가 됐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추진하면서 특감을 임명하지 않았다. 신현수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2020년 연말 취임 이후 국정기조 전환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 건의했지만,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 수석의 건의 중 하나는 특감 임명이었다. 이후 신 수석은 검찰 인사 논의서 배제되는 등 문 전 대통령과 거리가 멀어지다가 취임 후 두 달여가 지났던 2021년 2월 사직했다.

한 대표의 페이스북 게시글로 확인한 것처럼, 특감 임명은 윤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특감을 임명하지 않았고, 지난 5월까지 민정수석도 임명하지 않았다. 김주현 현 민정수석을 임명한 5월7일은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이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후 5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2년2개월여 동안 공석이었던 민정수석이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언급된 직후 임명되자, 야권에서는 “김 여사 특검을 거부하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한 대표가 특감 임명을 공식 언급하기 시작한 지난 10월21일은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한 후 4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따른 여파가 당에 미칠 가능성이 거론되고, 야권의 특검법 압박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는 시점이었다. 고심 끝에 나온 차선책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역대 정부 
모두 실패

역대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는 헌정사 구석구석에 남아있다. 모든 정권은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가 정권 자체를 뒤흔들 핵폭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정권도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를 제대로 예방한 적이 없다. 

이승만정부에서는 양자 이강석이 엄청난 권력을 행사했다. 이강석은 ‘이기붕 국회의장의 친자 겸 이 전 대통령의 양자’라는 자신의 신분을 행패 부리는 일에 사용했다. 그 여파로 1957년 8월 이강석을 닮은 청년이 이강석을 사칭하는 ‘가짜 이강석 사건’이 발생했다.

이강석 행세를 한 청년이 경북 경주와 영천서 각각 시장과 경찰서장의 극진한 대접을 받다가 적발된 사건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도 자녀들이 물의를 일으켰다. 박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은 재판 중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항소이유보충서에 근혜·지만 남매의 비행을 자세히 서술했다.

김 부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태민씨를 놓고 “두 사람이 운영하는 구국여성봉사단이 얼마나 많은 부정을 저질러왔고, 국민, 특히 여성단체들의 원성이 되어왔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박승규 민정수석조차 말도 못 꺼내고 중정부장인 나에게 호소할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전두환씨는 핵심 측근이었던 이학봉 전 의원을 민정수석으로 임명했다. 핵심 측근이 민정수석을 맡았지만, 전씨의 친인척은 전혀 관리되지 못했다. 이순자 여사는 남편의 대통령 취임 이후 막강한 권위와 영향력을 행사했다. 동생 전경환씨는 새마을운동협회를 맡으면서 수시로 횡령 및 탈세 범죄를 저질렀다.

초대형 어음 사기 행각을 벌인 장영자씨도 전 대통령 처삼촌의 처제였다. 이 수석은 장씨의 어음 사기 행각을 미리 파악해 안기부에 조사를 요청했지만, 유학성 안기부장은 “알아보니 별거 아니었다”면서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에는 처사촌 박철언 전 의원이 실세로 군림했다. 박 전 의원은 5공 때부터 청와대와 안기부서 각각 비서관과 특보로 근무했고, 사조직 월계수회를 이끌어 노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기여했다. 노 전 대통령의 재임 중에는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등 ‘6공 황태자’로 통했다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슬롯머신 사건에 연루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불거졌던 의혹은 ▲영부인 김옥숙 여사 ▲친구 겸 처남 김복동 전 의원 ▲동서 금진호 전 의원 ▲박 전 의원이 가족회의를 통해 국정을 주도했다는 설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는 별명부터 ‘소통령’이었다. 김씨는 여론조사와 선거전략을 맡는 등 아버지의 책사로 활동했기 때문에 더더욱 통제가 어려웠다. 그의 정치 개입에 대해서는 “정부·여당·군·검찰·국영 기업 등 요직에는 그의 입김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였다.

찬성하면 제2의 이준석?
반대하면 윤 공동운명체?

김씨는 당시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수준의 정보를 보고 받고 국정운영에 개입했다. 김씨의 이런 행각을 우려했던 김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 김덕룡 전 의원도 “현철이를 유학 보내라”고 요구했다가 김 전 대통령에게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3명은 모두 권력형 비리에 연루돼 아버지의 임기 중 구속됐다. 3명 중 특히 셋째 아들 김홍걸씨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로비 명목으로 약 36억원 상당의 금품과 주식을 받은 사실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세간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아들 3명의 권력형 비리 행각을 일컬어 ‘홍삼 게이트’라고 조롱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각각 친형이 이권에 개입해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해 구속됐다. 

노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는 동생의 취임 직후부터 국세청장 인사에 개입하려고 해 물의를 일으켰고, 남상국 당시 대우건설 사장으로부터 인사청탁과 뇌물을 받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은 솔로몬저축은행 게이트에 연루돼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동생의 임기 중 구속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 때는 사위가 타이이스타젯에 특혜 채용됐고, 타이이스타젯으로부터 약 2억원의 특혜성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은 지난 9월 문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했다.

한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특감에 대해 그는 “특감은 권력을 감시하고, 권력과 관련한 문제를 예방하는 데 중점을 둔 기관이고, 지금은 그런 역할과 기능이 필요하다”며 “국민의힘이 그조차 머뭇거린다면, 국민은 ‘민심을 알긴 아는 거야?’라는 생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등 떠밀리지 않고 변화와 쇄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 첫걸음은 특별감찰관을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사권도 없고 사전 예방에 의미를 둔 특감으로 김 여사 관련 의혹을 해소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에 대해선 “당과 정부가 국민의 우려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변화와 쇄신의 주체가 되기 위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며 “우리가 자발적으로 특감을 추진하는 게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다만 특검 수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특별감찰관은 관철돼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가오는 
선택의 시간

특검 찬성은 한 대표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극약 처방이고,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공식 이별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특검에 찬성하면 당내 거부 여론이 늘어나 ‘제2의 이준석’이 돼 당에서 설 자리를 잃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반대 견해를 확고히 하면 윤 대통령 부부와 정치적 운명을 함께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특검과 특감 모두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민주당도 11월에는 특검법 발의와 상설특검을 동시에 추진할 예정이다. 한 대표에게 선택의 시간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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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