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약왕 사라김’ 김형렬 공소장 막전막후

역대급 40년 구형 그래도 허점투성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이 ‘동남아 3대 마약왕’ 김형렬에게 징역 40년을 구형했다. 마약범이 받은 구형 중에서는 역대급이다. 그가 국내를 포함해 유통하거나 조달한 마약은 수백 kg으로 추정된다.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의 상선으로 알려진 김형렬은 자신의 범행 일부를 부인 중이다. 자신은 박왕열의 상선이 아니라는 게 핵심이다.

‘동남아 마약왕’ 김형렬은 ‘사라김’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했다. 그는 사탕수수밭 살인사건 주범으로 체포된 박왕열을 필리핀 감옥서 처음 만났다. 둘은 서로에게 마약을 공급하는 협력자였다. 상·하선 관계보다는 마약 사업을 논의하던 파트너였다는 것이다. <일요시사>는 이른바 검찰의 ‘김형렬 공소장’을 입수해 사건의 전반을 살펴봤다.

베트남 출국
거물로 성장

김형렬이 베트남으로 출국한 건 지난 2018년 10월11일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텀블러와 트위터를 통해 마약류 판매 광고를 진행하고 보안성이 높은 텔레그램 메신저를 이용했다. 그는 총 4개의 닉네임을 사용했다. 마약상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닉네임은 사라김과 염라대왕이다.

김형렬은 필로폰 등 마약류 판매를 위해 운반책(속칭 드라퍼)들에게 마약류가 숨겨져 있는 좌표를 제공하고 베트남서 구매한 마약류를 국제우편, 여행객 등을 통해 국내로 밀반입했다. 드라퍼들은 김형렬의 지시를 받고 수도권 지역 주택가 우편함, 전기단자함, 상가 화장실 등에 마약류를 은닉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형렬의 공소장을 보면 김형렬은 같은 해 12월29일 필로폰 매수자 A씨로부터 필로폰 대금 35만원원을 B씨를 통해 관리하고 있던 계좌로 송금받았다. 이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우편함에 숨겨놓은 필로폰 사진과 주소를 A씨에게 보내 필로폰을 수거해 가는 방법으로 지난 2019년 4월 초까지 26회에 걸쳐 필로폰 대금 1219만5500원을 송금받았다.


김형렬은 마약류 판매 범행에 대한 수사 및 불법 수익의 몰수를 피하려 대포통장을 여러 차례 개설하고 마약류 매수자들에게 제3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제공했다. 그는 지난 2018년 10월12일부터 2019년 3월24일까지 마약류 매수자들에게 제3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제공한 후 약 8150만원을 받고 그중 4097만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B씨에게 총 7회에 걸쳐 전달하도록 했다.

김형렬은 지난 2019년 2월23일 베트남 호치민시 푸미욘 코리아타운의 한 술집서 케타민을 투약하고 아파트에서는 필로폰을 투약했다.

김형렬은 과거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서 “베트남 호치민시에 살고 있고 박왕열의 상선이 맞다”며 “필리핀 감옥서 박왕열을 처음 만났고 탈옥한 박왕열에게 마약을 대량으로 공급해 줬다. 코로나19 문제가 해결되면 한 달 최대 50kg의 필로폰을 공급할 능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박왕열에게 마약을 공급했다는 의혹, 텔레그램 마약방서 필로폰을 판매한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검, 김·아들 마약 사업 동업자 판단
이례적 강경 구형…사실 박왕열 범죄?

김형렬의 마약 사업은 지난 2022년 7월17일 그가 베트남 현지서 검거되면서 마침표를 찍었다. 앞서 경찰은 지난 2019년 6월 베트남 공안과의 공조 수사를 시작해 인터폴 적색수배서를 발부받았다. 경찰청은 김형렬과 관련된 첩보를 입수하고 조사팀을 베트남에 파견하기도 했다.

검거 전날인 16일에는 베트남에 경찰청 인터폴 계장과 베트남 담당, 인천경찰청 국제공조팀원, 경기남부경찰청 수사관 등으로 구성된 검거 지원팀을 보냈다.


김형렬은 현지서 일반 교민처럼 평범하게 사는 모습을 보이며 신분을 숨겨왔다. 실제 그는 수시기관의 추적을 피하려 위조 여권을 만들어 신분 세탁까지 시도했다. 그러나 검찰은 그에게 업무방해 및 공문서위조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김형렬 사건을 수년간 수사한 한 경찰 간부는 “김형렬이 위조 여권으로 밀항했다거나 이득을 봤다는 물증을 수사기관서 확인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부실하게 수사하진 않았다”고 강조했다.

수사기관은 김형렬이 박왕열의 상선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이 그에게 징역 40년을 구형한 걸 보면 알 수 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법 제13형사부(부장판사 박정호)는 지난달 3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향정)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형렬과 공범인 그의 아들 김모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고 변론을 종결했다.

이날 검찰은 김형렬에게 징역 40년, 김형렬의 아들이자 공범인 김씨에게 징역 15년을 각각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박왕열 상선?
“아니다” 주장

앞서 검찰은 김형렬과 공범 김씨에게 징역 17년,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한 바 있다. 하지만 새로운 마약 사건이 추가로 기소되면서 총 7개 사건이 병합돼 김형렬과 김씨에 대한 검찰 구형이 이날 다시 이뤄졌다.

김형렬 측 변호인은 최후변론서 “김형렬은 대체로 마약 투약 등에 대한 범행을 인정하는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박왕열과 친분이 있어 그에게 자신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준 것 때문에 박왕열의 범행까지 다 오해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공범 김씨에 대해서도 “아버지의 부탁으로 이 사건에 연루된 점과 아직 나이가 젊고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없는 점 등을 참작해 달라”며 ‘무죄’를 선고해 줄 것을 호소했다.

김형렬은 최후 진술서 재판부에 제출할 한 장 분량의 미리 준비한 자필 진술서를 꺼내 읽었다. 김형렬은 “재판을 받는 지난 2년 동안 단 하루도 반성하지 않은 날이 없다”면서 “너무 큰 죄를 지었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의 아들 김씨도 최후 진술서 “유년 시절 아버지와 살지 못해 그리움이 컸는데 20살에 아버지와 연락이 되고 아버지 부탁을 안 들어줄 수 없었다”며 “아버지가 부탁하더라도 잘 판단했어야 했는데 당시 나이가 어려 생각을 잘 못했다. 평범하게만 살 수 있도록 선처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추가한 새로운 마약 사건이 김형렬이 아닌 박왕열의 범죄라고 주장한다. 박왕열과 김형렬이 국내로 유통한 마약 규모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이 확인한 김형렬의 마약 유통 규모는 약 70억원이다. 박왕열이 국내에 유통시킨 마약 규모는 한 달에 60kg, 시가로 300억원이 넘는다.


검찰 기소
잘못됐다?

그러나 박왕열이 국내로 송환되지 않으면 김형렬의 정확한 범죄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왕열의 국내 송환 가능성은 0%에 가깝다.

한국과 필리핀은 형사사법공조조약과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돼있다. 필리핀서 장기간 수용 생활을 하는 한국인을 한국으로 이송하면 좋으나 현재 수용자 이송조약은 체결돼있지 않다.

법무부는 “송환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물에 한해 이송 요청을 지속하고 있다”며 “필리핀 이민국과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의 이 같은 입장은 2년 전과 다르지 않다. 시간이 가는 동안 이송조약조차 체결하지 못한 점은 한국 정부의 소극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법무부는 일부 한국인 범죄자들에 관해 송환신청서도 보내지 않은 바 있다. 범죄인 인도는 국제형사사법 공조 활동 가운데 가장 고전적 수단이다. 이는 관할권으로부터 도주한 범죄인은 범죄인 소재지국보다는 범죄 행위지국서 유효·적절하게 재판 또는 처벌할 수 있다는 인식에 근거한다.

다만 범죄인 인도는 국제법상 확립된 제도가 아니다. 국제법상 의무가 아니므로 조약상 의무가 없는 한 타국의 인도 요구를 수용하지 않아도 국제법 위반은 아니기에 각국은 인도 여부를 각 국가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다.


한국 범죄인 인도법은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와도 상호주의를 적용해 인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도 대상이 되는 범죄는 원칙적으로 청구국 영역서 발생한 범죄다. 영해나 영공서 저지른 범죄는 물론 공해상 청구국의 선박이나 항공기서 벌인 범죄도 포함한다.

여권 위조로 수사기관 추적 피해
업무방해·공문서위조 적용 빠져

범죄인은 수사 또는 재판을 받고 있거나 유죄 판결을 받고 피청구국으로 도주한 자를 말한다. 인도 대상 범죄인은 주로 청구국 국민과 제3국인이다. 인도가 허용되는 범죄는 청구국과 피청구국의 법률로 모두 처벌 가능한 범죄여야 한다.

인도 요청을 거절하는 사유는 의무적 거절 사유와 재량적 거절 사유로 나눌 수 있다. 피청구국서 청구 범죄에 대해 이미 확정 판결을 받은 경우도 의무적 거절 사유다. 박왕열의 경우 2016년 10월 필리핀 한 사탕수수밭서 한국인 3명을 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로 필리핀 대법원서 ‘다량 살인’ 혐의로 단기 57년4개월, 장기 60년의 징역형을 확정받아 의무적 거절 사유에 해당한다.

김형렬을 비롯한 동남아 마약왕급 사건을 수년간 수사한 경찰들은 김형렬이 유통한 규모 70억원은 확인된 양일 뿐 확인하지 못한 양은 몇 배가 될지 알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 경찰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김형렬이 마약을 판매한 금액으로 100억원대 비트코인을 구매했다는 정보도 있었다. 그 돈을 불려서 도박사이트에 이용했을지 더 많은 마약을 유통했을지 알 수 없다”며 “확실한 건 박왕열보다 유통한 마약의 양이 훨씬 많았다는 게 주된 얘기였다”고 강조했다.

이 간부는 “분명 동남아에 숨겨둔 자금이 있을 것이다. 김형렬의 목적은 최대한 형량을 낮게 받아 동남아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과거에 저질렀던 행위를 다시 키우려는 게 그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정보기관 관계자도 “첩보를 수사기관에 넘긴 후 확인된 내용만 공소장에 담긴다. 동남아 마약왕 사건 관련 내용 중 유통량이 300kg 이하인 경우는 없었다. 300kg은 동시 투약량으로 따지면 600만~700만명이 맞을 수 있다. 김형렬은 명백한 마약왕급 거물이고 그의 아들은 자금을 관리하던 동업자”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김형렬을 잘 아는 측근들은 그가 박왕열의 상선일 리가 없다고 주장한다.

김형렬과 마약을 함께 판매했던 한 마약상은 “박왕열에게 마약계 큰손을 알려준 중개인이었던 것뿐 박왕열에게 마약을 공급하면서 거물이 된 건 아니다. 과장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확인 못한
‘수백 kg’

필리핀 비쿠탄에 수감된 한 재소자도 “텔레그램 서버가 달랐다. 김형렬이 박왕열보다 유통 규모 자체가 적었다. 그가 박왕열의 상선이라는 한국 언론 보도를 보면서 경찰과 검찰이 사건의 진상을 잘못 파악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재소자는 “김형렬이 박왕열의 상선이라기보다는 박왕열이 김형렬의 아이디를 쓰면서 유통망을 키운 것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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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