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벗겨진 두 얼굴 최민환

아이들 두고 “아가씨 있어요?”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한국판 커트 코베인과 코트니 러브. 걸그룹 라붐 출신 율희와 밴드 그룹 FT아일랜드 최민환을 두고 팬들이 붙인 별명이다. 하지만 이들의 말로는 좋지 못했다. 결혼 5년 만에 이혼했다. 이혼한 지 약 1년이 지나고 이혼 사유가 최민환의 성매매와 강제추행 등 사생활 문제라는 것이 밝혀지며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아이돌 그룹 라붐 출신 율희와 밴드그룹 FTISLAND(이하 FT아일랜드) 최민환이 이혼한 지 10개월이 지났다. 율희는 이제야 최민환 사생활에 관해 폭로하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찰은 해당 폭로와 관련해 내사에 착수했지만 최민환은 아직까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꿈 같은
공개 연애

최민환은 지난 2007년 밴드 그룹 FT아일랜드의 드러머로 데뷔했다. 뛰어난 드럼 실력과 훈훈한 외모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그는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뮤지컬 <광화문연가> <궁> <요셉 어메이징> 등에 출연하며 연기 경험을 쌓기도 했다.

활발하게 활동하던 최민환은 지난 2017년 3월, 당시 아이돌 그룹 라붐 멤버인 율희와 연애를 시작했다. 이들의 연애가 공개된 계기는 지난 2017년 9월 율희가 자신의 SNS에 최민환의 집에서 최민환과 함께 누워있는 사진을 올리면서다.

율희는 게시물이 공개계정에 올라간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삭제했지만 이미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졌다.


결국 최민환의 소속사인 FNC엔터테인먼트 측이 먼저 <스포츠조선>에 “본인 확인 결과 두 사람은 가요계 선후배로 만나 서로 호감을 갖고 좋은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율희 소속사였던 글로벌에이치미디어 측도 같은 날 “확인한 결과 두 사람은 교제 중임을 인정하고 알린다. 갑작스런 소식에 걱정 끼쳐 팬 분들게 죄송하다”고 교제 사실을 인정했다.

이들의 연애는 젊은 록밴드 멤버와 섹시한 이미지를 갖춘 걸그룹 멤버의 결혼이라는 점 때문에 한국의 커트 코베인과 코트니 러브라고 불리며 팬들 사이서 호응이 뜨거웠다.

교제가 공개된 후 2개월 만에 율희는 라붐을 탈퇴했고 1년여의 연애 끝에 혼인신고를 하고 부부가 됐다고 최민환이 SNS를 통해 발표했다. 다만 당시 율희가 임신 중이어서 결혼식을 잠시 미뤘다가 산후조리가 끝난 뒤 지난 2018년 10월 서울 강남 모처서 결혼식을 올렸다.

지난 2018년 12월부터 두 사람은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이하 살림남)> 출연을 통해 가정 예능에 진출해 본격적인 방송 활동을 시작했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2년 뒤인 지난 2020년 2월에는 쌍둥이를 출산했고, 최민환이 군대에 가 있는 동안 율희는 홀로 예능프로그램을 돌며 활발한 방송 활동을 했다.

지난 2021년 9월, 최민환의 전역 이후 <살림남>에 재합류한 이들 부부는 이후 1년3개월간 다시 고정 출연으로 3명의 자녀들과 보내는 행복한 일상을 공개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들 부부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무엇보다 어린 나이에 아이를 가지고도 이들을 책임지고 열심히 육아에 전념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살림남>의 인기로 최민환은 데뷔 10년 만에 왕성한 개인 활동을 하게 됐으며, 율희는 라붐 탈퇴 이후 방송인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해 연예계 생활 중 가장 높은 인지도와 인기를 얻었다.

전처 율희와 진흙탕 이혼 전쟁
방송서 이혼 귀책 사유 폭로


부부로서 새로운 황금기를 맞이한 두 사람의 행복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이들의 방송 활동은 지난 2022년까지 왕성히 이어졌지만 그 해 말부터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같은 해 12월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이하 <금쪽상담소>) 출연을 마지막으로 1년간 이들 부부 활동은 멈추게 됐다.

두 사람은 <금쪽상담소>에 출연해 부부 간 갈등과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훗날 율희는 심경 고백 영상서 당시 부부 사이가 악화된 상태라 다시 갈등을 봉합하고 잘 살아보기 위해 섭외에 응했다고 밝혔다. 또 멘털이 많이 무너진 상태여서 녹화 때도 편하게 하지 못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 방송 내용을 보면 이전까지 율희의 모습과 많이 다르게 상당히 우울하고 주눅 들어 있는 모습을 보였다. 라붐 탈퇴와 관련된 일을 이야기할 때는 오열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이 방송이 나간 뒤 두 사람은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됐다. 방송서 이들 부부의 고민을 자극적으로 포커싱해 방송하는 바람에 악플만 거세졌다. 악플의 99%는 아내인 율희가 받았다. 

결국 이 방송은 부부가 함께 출연한 마지막 방송이 되고 말았다. 이후 부부는 <살림남>서도 하차하면서 함께 출연하던 방송을 모두 정리했다. 이후 지난해 최민환만 FT아일랜드 활동 차 방송 출연을 하고 율희는 한동안 모습을 감췄다. 활발하던 SNS 업로드조차 뜸해질 정도였다.

이들 부부는 결국 갈등의 골을 좁히지 못하고 지난해 중순부터 별거에 들어갔으며 결국 지난해 12월4일 합의 이혼에 이르렀다. 율희는 아이들의 안정적인 생활 등 경제적 이유로 최민환에게 양육권을 넘겼으며, 대신 세 자녀들과의 면접교섭권을 인정받아 제한 없이 자녀들을 만날 수 있도록 서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룸살롱 은어
담긴 녹취록

합의 이혼 4개월 뒤 최민환은 3명의 자녀들을 데리고 KBS 2TV 육아 예능인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고정 멤버로 합류했다. 지난 4월7일 방송분부터 촬영을 시작했으며 <슈퍼맨이 돌아왔다> 최초 싱글 대디 출연진으로 아이들 3명을 혼자 돌보는 모습이 방송에 담겼다.

아들이 일상의 작은 부분까지 엄마를 그리워하고, 엄마와 영상 통화를 하며 그리움을 달래는 모습이 방송을 타면서 아이들에 대한 동정 여론이 일기도 했다.

율희도 비슷한 시기 SNS 활동을 재개하며 인플루언서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이후 율희는 지난달 22일 TV조선 <이제 혼자다>에 합류하며 2년 만에 방송 활동을 재개했다. 그간 율희가 왜 양육권을 가져오지 않았는지에 대해 많은 루머와 악플이 오갔는데, 이런 대중의 시선을 극복하기 위해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율희의 <이제 혼자다> 출연분이 방영된 다음 날 유튜브 ‘연예 뒤통령 이진호’ 채널서 이진호가 ‘이혼 사건의 전말이 담긴 영상’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업로드했다. 영상서 이진호는 최민환과 율희의 이혼에 율희의 귀책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율희가 아이들을 집에서 먼 유치원에 등록했는데 율희가 저녁형 인간이어서 아이들의 등·하원은 최민환과 그의 가족이 도맡았다고 주장했다. 또 율희가 인플루언서 활동을 시작하고 외부 활동이 많아지면서 가정적이었던 최민환과 갈등이 커졌다고 발언함으로써 최민환에게는 가정적인 이미지를, 반면 율희에게는 가정에 소홀하다는 이미지를 씌우기도 했다.


이혼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FT아일랜드 콘서트를 앞두고 율희가 4~5일간 가출을 한 것으로, 이것이 부부 사이를 봉합하기 어렵게하는 계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해당 영상으로 인해 대중들이 율희에게 가하는 비판이 더욱 심화됐다.

이에 율희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율희의 집’에 이혼에 대해 밝혀지지 않았던 사실을 폭로했다.

해당 영상서 율희는 우선 <이제 혼자다>에 출연한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율희는 “많은 분들이 왜 내게 그런 뾰족한 말을 하실까 궁금했다. 그걸 제3자로 한번 봐보자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나도 인간인지라 한번씩은 ‘진짜 내 얘기 다 해봐?’ 싶을 때도 있었다”면서 “당시 둘이 대화만으로 합의 이혼을 결정했기에 누가 잘못했다, 이런 거를 굳이 꺼내는 게 맞나 싶었다. 한번씩은 억울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비난을 받아야 할까 했다”고 덧붙였다.

시끌벅적
이혼 과정

이어 자녀들을 영어유치원에 보낸 것을 밝힌 뒤 좋지 않은 말들이 나온 것에 대해 율희는 “아이들 영어 유치원도 합의가 된 상태로 너무 기분 좋게 다니고 있었고, 거리도 그렇게 멀지 않았는데 그게 너무 부풀려져 나갔다. 한 시간 반 거리를 누가 보내느냐”며 “나도 선을 지키는 육아를 하고 싶어 한다. 근데 그게 와전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도 영어 유치원을 꼭 보내야 한다는 건 아니었다. 우연히 가게 된 곳이 만족스러워서 둘 다 보내자고 한 것”이라며 “비용도 생활비도 같이 부담했다. 둘 다 벌이가 있으니까 비용에 대해서는 (최민환이)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는데 방송을 보고 서로 당황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혼 타임라인이 방송서 잘못 그려진 거 같아서 조금 설명하고 싶었던 게 이혼하기 1년 전쯤에 매우 큰 사건이 있었다. 그때를 기점으로 저의 결혼 생활은 180도 달라졌다”며 “육아, 분가가 힘들고 남편이랑 한번씩 싸우고 이런 문제는 사실 괜찮았다. 그런데 그 사건 이후로 그냥 그 집이 너무 싫은 거다. 그 집에 있기가 너무 괴롭고, 나에 대해 뒷담화하는 걸 몇 번 듣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게다가 “가족들 앞에서 술에 취해서 내 몸을 만진다든지, 돈을 여기(가슴 사이)에 꽂는 등의 행동을 했다. 언젠가 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어머님은 설거지를 하고 여동생 부부는 우리를 등지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기분이 좋았는지 돈을 가슴에 꽂았다. 가족들 앞에서 중요 부위를 쓱 만지기도 했다”며 “내가 그 나이에 업소를 가봤겠나. 알고 보니 그게 습관이었고 퍼즐이 맞춰졌다”고 폭로했다.

율희는 최민환이 누군가와 통화하는 녹취록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형’이라고 부르는 업소 포주로 추정되는 남성과의 통화에서 ‘아가씨’ ‘초이스’라는 성매매 용어가 끊임없이 나오며 대놓고 모텔이나 호텔을 잡아달라고 하는 등 성매매 정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심지어 최민환의 끊임없는 ‘아가씨’ 요구에 형이라는 사람마저 곤란해하며 “제수씨(율희)와 아이들이랑 시간 좀 보내라”고 하자 최민환이 “아이씨, 이상한 소리 하지 마요”라며 거부하는 내용도 나온다.

또 결혼생활 동안 최민환이 자신의 장인·장모이자 아이들의 외조부인 율희의 부모님 및 처가를 경제적인 이유 등을 들어 몇 차례 뒷담화한 사실도 밝혔다.

업소 출입·성매매 의혹 제기
이혼 1년 전부터 사생활 논란

율희는 최민환의 이 같은 사생활 논란에도 아이들의 양육권이 그에게 있는 이유도 설명했다. 율희는 처음 양육권을 본인이 가져가겠다고 요구했다. 그러자 최민환은 율희가 양육권을 가져가면 위자료 5000만원과 월 200만원의 양육비를 주겠다고 통보했다. 

율희는 마지막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려 했으나, 최민환이 제시한 금액으로는 아이들 3명과 함께 살 전셋집과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어 결국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남편에게 양육권을 넘겨줬다고 한다. 소송까지도 고려해 봤으나, 당시 너무 지쳐있어 남편과 몇 년간 법정다툼을 할 경제적, 정신적 여유가 없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율희는 이혼소송에 대해 잘 모르고 전문적인 자문을 구할 인맥도 부족해서, 더 이상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기 싫다는 마음에 양육권을 남편에게 넘기고 자신은 소지품만 챙겨서 같이 살던 집을 나오게 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혼 합의 당시 아이들을 데리고 방송에 출연하지 않기로 했는데, 최민환이 이를 어기고 방송에 출연한 점도 꼬집었다.

율희는 “합의를 지켜서 이혼 후엔 위 영상을 올리기 전까지 어떠한 영상도 일절 올리지 않았고 본인에게 공동 구매 광고나 협찬이 들어올 때도 아이들로 돈벌이를 하지 않기 위해 육아 물품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다른 물품들로만 공동 구매를 진행했다”며 “<이제 혼자다> 출연 때도 아이들 없이 혼자 나왔지만 최민환은 이혼 4개월 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아이들과 함께 출연하면서 이 합의를 어겼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녹취록이 공개된 뒤 최민환은 공식 석상서 모습을 감췄고, 팬들과 소통하던 공식 채널에도 어떠한 입장 표명이 없는 상황이다. 소속사에서는 TV 프로그램 활동만 잠정 중단하고 예정된 콘서트는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팬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아 결국 FT아일랜드의 모든 활동서 최민환을 잠정적으로 제외했다.

폭로 이후인 지난달 26일 경찰은 “최민환을 성매매특별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고발장을 접수하고 내사에 착수했다. 이후 지난달 29일에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최민환의 성폭력처벌법(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 의뢰를 했다”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기도 했다.

현재 최민환의 성매매와 강제추행은 경찰서 내사(입건 전 조사) 중이다. 내사는 정식 수사 이전에 내부 조사를 하는 단계를 말한다. 통상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민원은 입건 전 조사 내용을 토대로 정식 수사 전환 여부가 결정된다.

강제추행도?
경찰 내사

최민환의 처벌 여부는 경찰의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 문유진 변호사는 지난 28일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성매매라는 것이 미수는 처벌되진 않고 기소에 이르렀을 때만 처벌이 된다”며 “추후 수사 과정을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강간이나 강제추행은 부부 간에도 성립할 수 있다”며 “보통 부부 사이가 유지되는 관계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고 이혼 진행 시 일이 불거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형법상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며, 최씨는 불법 성매매 여부뿐만 아니라 강제추행도 문제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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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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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