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익는 마을을 찾아 ⑤문경 오미나라

세계가 감동한 오미자 와인 탄생지

가을에 찾아가면 좋은 유서 깊은 마을 양조장으로 대한민국 오미자 와이너리를 대표하는 문경 오미나라를 추천한다. 오미나라는 백두대간의 허리인 문경새재 초입에 위치한다. 예로부터 문경새재는 한양과 영남지방을 이어주는 영남대로 가운데 가장 높고 험한 고갯길로 통했으며, 해발 1000m 고지에 달하는 주흘산과 조령산 사이에 자리해 사시사철 쾌적하고 서늘한 기온을 자랑한다. 

문경의 이런 지리적 환경은 오미자를 재배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오미자는 일교차가 큰 해발 300~500m 정도의 준고랭지 가운데 바람의 피해를 받지 않으면서 일조량이 풍부한 산간분지서 잘 자란다. 문경은 우리나라 오미자의 생산량 중 무려 절반에 해당하는 45%를 차지한다.

최적의 조건

강원도, 제주도 등지에서도 오미자를 재배하지만, 오미자 주산지인 문경의 오미자 재배 면적에는 미치지 못한다. 

오미나라는 2008년 9월 세계 최초의 오미자 와이너리로 설립됐다. 2010년 12월 오미자 와인을 특허 등록했으며, 2011년 11월 정통 발효 공법과 오크통 숙성으로 제조한 오미자 스틸 와인 ‘오미로제’와 정통 샴페인 공법으로 제조한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 ‘오미로제 결’을 선보였다.

이후 2016년 5월 사과 증류주 ‘문경바람’, 6월 오미자 증류주 ‘고운달’을 내놨고, 2020년 6월 샤마트 공법(보급형 스파클링 와인 대량 생산 방법으로, 압력탱크서 2차 발효시킨 뒤 압력이 손실되지 않도록 여과해 병입한다)으로 제조한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 ‘오미로제 연’을 출시했다.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은 국내외 통틀어 유일하게 오미나라서만 생산한다. 오미나라를 만든 이종기 대표는 지난 44년 동안 세계 명주를 공부하고 우리 술을 연구한 양조 및 증류 명인이다. 1980년 서울대 농화학과를 졸업한 뒤 OB맥주에 입사, 씨그램코리아 공장장과 디아지오코리아 부사장으로 25년을 근무했다.

이후 스코틀랜드서 브루잉 앤 디스틸링(Brewing & Distilling, 양조 및 증류)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대한민국 최초로 위스키 마스터 블렌더 자격을 취득했다. 

이 대표가 오미자 와인을 개발한 이유는 분명했다. 바로 세계 어느 곳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대한민국 최고급 명주를 만들겠다는 일념이었다. 우리나라의 주류 시장에는 우리나라와 무관한 온갖 술이 전 세계로부터 들어와 있었다. 이 대표는 우리 농산물을 원료로 국산 세계 명주를 만들기로 다짐했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오미자였다. 황홀하고 신비로운 색과 맛을 자랑하는 오미자를 최신 양조기술로 재해석했다.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오미자 와인은 입소문을 타고 알려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리에 만찬주와 건배주로 쓰였다.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2013년 세계조정선수권대회, 2014년 ITU 전권회의, 2015년 세계군인체육대회, 2015년 세계물포럼, 2018년 평창 동계패럴림픽, 2022년 5월 바이든 미 대통령 방한 정상회의, 2023년 1월 다보스포럼 한국인의 밤 등 오미자 와인의 행보는 화려했다. 

지름 약 1㎝의 작은 열매 오미자(五味子)는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매운맛 등 다섯 가지 맛이 난다고 해서 이름 붙은 천혜의 과일이다. 소화 촉진과 피로 해소, 성 기능 개선에 좋을 뿐만 아니라 뇌졸중, 고혈압, 당뇨, 노화를 예방하는 데 뛰어나 선조 때부터 최상의 약재로 쓰였다.

오미자 재배 최적의 지역, 문경
세계 최초 오미자 와인 생산해 큰 인기

오미나라는 오랜 노력으로 까다로운 오미자 발효에 성공해 대중이 오미자를 와인으로 즐길 수 있도록 주류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오미나라에 방문하면 와이너리 투어 및 테이스팅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와인 발효실, 증류실, 숙성실 등을 순차적으로 관람한 뒤 와인 시음으로 이어진다. 체험비는 인당 1만원이며 40~50분 정도 소요된다. 나만의 기념주 만들기는 인당 3만원이다.

오미나라는 와이너리 체험 프로그램을 내실 있게 진행하고 있는 점을 인정받아 2016년 7월 농림축산식품부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된 데 이어 2023년 11월 6차 산업 우수사례 경진대회서 대상을 차지했다. 최근 오미나라는 침출 방식으로 담그는 매실주와 달리 매실을 발효시킨 뒤 증류한 ‘섬진강 바람’을 공개했다.

오미나라가 야심 차게 준비 중인 차기작의 원료는 바로 ‘쌀’이라고 하니 기대해 볼 일이다.

2007년 10월 개장한 문경자연생태박물관은 문경 지역의 생태학적 가치를 공유하는 자연 학습 및 체험 공간이다.

지상 2층 규모로 1층에는 문경의 자연환경을 시청각 자료로 접할 수 있는 영상관, 문경 지역의 돌리네(빗물에 녹은 석회암 표면이 원 모양을 만들며 가운데가 웅덩이처럼 움푹 들어가는 현상)습지를 주제로 한 특별전시실, 실내 모험 어린이 놀이시설 벅스어드벤처, 가상 4D 체험실 등이 있으며, 2층에는 생물박제표본과 함께 8개 주제로 문경의 자연사를 학습하고 관람할 수 있는 상설전시관이 마련돼 있다. 입장료는 무료다. 

문경새재도립공원옛길박물관은 문경의 이 같은 역사 문화적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고자 2010년 4월 개관한 박물관으로, 향토사 중심으로 운영하던 문경새재박물관이 그 전신이다. 옛사람들이 여행 중 괴나리봇짐 속에 넣고 다녔을 유물을 비롯해 각종 고지도, 과거시험을 보러 가던 길로 유명한 문경새재 위에서 남긴 각종 여행기와 풍속화 등을 전시한다. 입장료는 역시 무료다.

문경새재는 1981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문경 대표 명승지로, 예로부터 한강과 낙동강 유역을 잇는 영남대로의 고개 중 가장 높고 험한 고개로 유명했다.

문경새재

‘새도 쉬었다 가는 고개’라는 뜻을 담고 있는 ‘새재(鳥嶺)’라는 이름이 이를 설명해준다. 현재 문경새재의 얼굴인 3개 관문(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은 임진왜란 직후 설치한 국방의 요새였다. 입구부터 제3관문 조령관까지의 편도 거리는 약 7㎞다. 이렇듯 고유의 맛과 멋을 뽐내며 깊은 쉼을 선사하는 문경서 청명한 가을 하늘과 마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오미나라→문경자연생태박물관→문경새재도립공원옛길박물관→문경새재도립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오미나라→문경오미자테마공원→문경자연생태박물관
-둘째 날 문경새재도립공원옛길박물관→문경새재도립공원→문경새재오픈세트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오미나라 www.omynara.com
-문경시 문화관광 www.gbmg.go.kr/tour

운영 정보
-오미나라 운영시간: 09:30~12:00, 13:00~17:30 휴무일: 1월1일, 설·추석 당일 입장료: 무료 체험비: 와이너리 투어 및 테이스팅 체험비 1만원, 나만의 기념주 만들기 3만원(40~50분 소요)
-문경자연생태박물관 운영시간: 3~10월 09:00~18:00, 11~2월 09:00~17:00(1시간 전 입장 마감) 휴무일: 1월1일, 설·추석 당일 입장료: 무료(4D가상체험 1000원)
-문경새재도립공원 운영시간: 00:00~24:00 탐방로 상시 개방 휴무일: 없음 입장료: 무료 전동차 이용요금: A코스 편도(옛길박물관→오픈세트장) 성인 2000원, 청소년 및 군인 800원, 어린이 500원, C코스 편도(옛길박물관→제2관문) 5000원
-문경새재도립공원옛길박물관 운영시간: 3~10월 09:00~18:00, 11~2월 09:00~17:00(30분 전 입장 마감) 휴무일: 1월1일, 설·추석 당일 입장료: 무료

문의 전화
-오미나라 054)572-0601
-문경자연생태박물관 054)550-8383
-문경새재도립공원 054)571-0709(전동차 이용 문의 054)572-6768)
-문경새재도립공원옛길박물관 054)550-8365

대중교통
-버스 서울-문경, 동서울종합버스터미널서 문경행 하루 8회 운행(06:30, 07:00, 07:50, 12:20, 13:10, 16:20, 17:50, 20:00), 약 2시간 소요. 문경버스터미널 앞 정류장까지 도보 약 1분 이동, 10-2번, 10-3번, 11번, 21번, 26번 버스 이용, 진안리 정류장 하차, 오미나라까지 도보 약 5분.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 점촌행 시간대별로 하루 14회 운행(06:50~20:20), 약 2시간10분 소요. 점촌버스터미널서 홈플러스 정류장까지 도보 약 5분 이동, 21번, 26번 버스 이용, 진안리 정류장서 하차, 오미나라까지 도보 약 5분.

*문의: 동서울종합버스터미널 1688-5979,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고속버스통합예매시스템 www.kobus.co.kr/main.do, 문경버스터미널 1666-0343, 점촌시외고속터미널 16  88-7710 

-기차 서울-점촌, 서울역서 김천역 경유 점촌역까지 하루 5회 운행(06:13, 08:49, 12:02, 15:39, 16:54), 약 4시간 소요. 점촌역서 농협시지부 정류장까지 도보 약 7분 이동, 11번, 21번, 26번 버스 이용, 진안리 정류장서 하차, 오미나라까지 도보 약 5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신갈JC→영동고속도로→여주JC→중부내륙고속도로→연풍IC→문경대로→새재로→오미나라

숙박 정보
-페트로호텔(구 라마다 문경새재): 문경읍 새재2길, 054)504-7077, www.hotelpetro.com
-문경새재리조트: 문경읍 웰빙타운길, 054)572-5100, www.mgle.co.kr
-문경 STX 리조트: 농암면 청화로, 054)460-5000, www.stxresort.com

식당 정보
-문경식당(오미자 고추장 삼겹살 석쇠구이 정식·오미자 고추장 더덕구이 정식): 문경읍 새재로, 054)571-3044
-백두산가든(쌈밥정식·능이버섯전골·한우쌈정식): 문경읍 새재로, 054)571-4545
-문경산채비빔밥(산채비빔밥·표고우엉잡채): 문경읍 새재로, 054)571-3736

주변 볼거리
문경새재오픈세트장, 문경생태미로공원, 문경도자기박물관, 문경에코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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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