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혐한에 맞선 일본인 이야기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10.21 16:26:50
  • 호수 15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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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신 싸우는 ‘현대판 준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오혁진 기자 = 한일 갈등 원인에 관해 일본의 책임론을 주장한 이시바 시게루가 총리로 취임하면서 혐한 문제 해소 등의 기대감이 형성되는 추세다. 그동안 혐한에 맞서던 일본인들의 목소리도 동시에 높아졌다. 거꾸로 일본 내 혐한 기조가 최근까지도 존재했다는 의미다. <일요시사>는 대표적인 친한파로 거론되는 두 일본인을 만났다.

일본 현지서 탈북자의 인권 피해 실상과 혐한 문제를 고발한 고다 하지메와 윤석열정부의 친일 행태를 비판하고 있는 호사카 유지 세종대학교 교수는 흔들림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마치 임진왜란 때에 활약한 항왜 장수 ‘김충선(일본명 사야가)’이나 ‘준사’를 연상케 했다. 

든든한
열도인

앞서 취재진은 일본 오사카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이하 조총련) 간부 출신 홍경의 Free 2 Move(이하 F2M) 공동대표를 지난 9월 중순에 만났던 바 있다. 과거 조총련 실세인 허종만 의장을 법적으로 보좌하며 10년 가까이 ‘브레인’ 역할을 담당한 홍 대표는 북한을 30여차례 방문하면서 인권 탄압 등을 목도했다.

그러다 2000년 초, 조총련 내부서 민주화 활동을 벌였다는 이유로 제명당해 인권단체인 F2M을 설립했다.

홍 대표는 ‘든든한 일본인 파트너’라며 고다 하지메 F2M 부대표를 소개했다. 고다 대표는 ‘북한 귀국자의 기록을 기억하는 모임’의 대표로도 활동하며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고다 대표는 아버지의 뜻을 계승한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의 아버지인 고다 사토루 목사는 1970~1990년대에 걸쳐 배우 문성근의 아버지이자 통일운동가인 문익환 목사와 함께 민주화 운동에 앞장선 일본인 중 한 사람이다. 특히, 고다 사토루 목사는 1989년 7월 말 한국 방문 후 일본으로 귀국하던 중 한국민주화운동 지원 문제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아 제주교도소에 일주일간 구류 끝에 일본 정부의 항의로 석방됐다.

재일한국인·조선인의 인권운동에도 지도적 역할을 담당했던 고다 목사는 1977년 ‘일본과 한국 문제를 생각하는 동오사카 시민회’ 대표로 활동했다. 그의 업적을 아들인 고다 대표가 이어받은 셈이다.

‘북한 귀국자의 기록을 기억하는 모임’ 대표로 활동하게 된 이유를 묻자 고다 대표는 “북송재일교포 문제는 조선인들에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일본인에게 내재된 약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 문화와 연관된 문제”라고 답했다. 예상치 못한 대답에 취재진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는 “일본 대중 입장서 북송 재일교포와 조총련 문제는 과거사 등 문제와 같은 맥락서 볼 수 있다”며 “조총련이 북한 정권과 한 몸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이 있다. 하지만 내가 만난 조총련은 북한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라는 독재국가의 탄생 배경이 일본의 식민지 역사가 낳은 잔재라는 것을 일본인들이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며 “일본인으로서 속죄의 마음이 있기에 조총련 및 북한에 대해 노골적인 비판을 할 자격이 없다. 그렇기에 북한의 인권 피해 실상을 알리는 데 앞장서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인 못잖은 열사들은 왜?
“일 혐오 대상, 한국만 아냐”

고다 대표는 한반도의 분단이 일본의 식민지배와 이를 부정하려는 일본 정부 및 국민에게 책임이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일본 내에 만연하는 혐한과 탈북자 등을 향한 차별과 비판은 멈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일동포 청년들은 여전히 취업시장서 유리천장에 막혀, 학생들은 국·공립학교에 입학해 한반도 역사를 왜곡하는 교육을 받는 등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일본 내 헤이트스피치(Hate Speech, 혐오 발언) 대책법은 비교적 뒤늦게 발의됐다. 지난 2016년 5월에 일본 상원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같은 해 6월에 시행됐다. 부당한 차별적 언동을 용서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법률이다. 주요 입법 계기는 극우 단체 등이 주도하는 빈도 높은 혐한, 혐중 시위 등 재일 외국인 및 외국계 일본인에 대한 혐오 시위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처음으로 해당 법률의 처벌을 받게 된 인물 역시 혐한 발언으로 인해 체포됐다.

‘헤이트스피치 대책법’은 한국의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과 마찬가지로 편의상 부르는 명칭일 뿐이며, 정식 법률 명칭은 ‘일본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위한 대응 추진에 관한 법률’이다. 문제는 당국의 혐한 시위 제재가 가해지자, 극우 세력이 쿠르드족, 중국, 베트남 등에 과녁을 돌렸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고다 대표는 “조총련이나 한국만이 차별 대상이 아니고, 일본 사회 자체에 뿌리 박힌 차별 구조가 있다”며 “일본 사회가 성숙해지기 위해선 인권운동가들이 더욱 많이 나서줘야 하는데, 부끄럽지만 한국이 일본보다 시민단체 활동이 왕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고다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그동안 일본서 북한 인권 문제, 혐한 문제 등에 관해 크게 관심을 가진 정부가 없었다. 애당초 지난 일본 정부의 정책서 인권 개념이 확립된 적이 없으며, ‘인권 문제’라는 국가 어젠다 역시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일본 내 헤이트스피치 세력은 재일교포보다 약한 존재를 향해 혐오 발언을 일삼을 뿐, 근본적인 개선이 없다.

약자 향해
독한 발언

고다 대표는 F2M이 북한 문제를 다루면서 일본 국민들이 식민지 지배에 대한 역사 인식을 가지고 한반도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꾸준히 고민할 예정이라고 한다. 인권 보장이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넘어 ‘한반도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한편, 고다 대표가 속한 ‘북한 귀국자의 기억을 기록하는 회’는 재일 북송 한인들 가운데 탈북해 한국과 일본에 정착한 500여명(한국 300여명, 일본 200여명) 중 약 50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과정서 재일 북송 한인들이 목도한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를 파악했다. 

북한 정권이 지난 1959년에서 1984년까지 벌인 재일 한인 북송사업은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가 2014년 최종보고서에서 납치와 강제실종 등 반인도적 범죄로 분류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COI는 보고서에서 25년 동안 북한의 지상낙원 선전에 속아 북한으로 이주한 재일 한인과 가족은 9만3340명에 달하며 여기에는 1831명의 일본인 아내도 포함돼있다고 밝혔다.

독도영유권 문제를 여느 한국인보다 치밀하게 연구하고, 친일세력을 향해 거침없이 비판해온 호사카 유지 교수도 최근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계 한국인이자 한일관계 전문가로 1956년 일본 도쿄서 태어나 도쿄대학교 공학부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8년부터 한일관계 연구차 서울서 지내다가 2003년 귀화했다. 그해 부임한 세종대서 줄곧 강단에 서다 2021년 2월 정년 퇴임했다. 현재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사실상 한일 양국의 역사를 철저하게 고증하고 분석해 합리적으로 설득해 온 한일 역사 분야의 권위자다. 


그는 최근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한 유튜버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2심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0-3부(이상아·송영환·김동현 부장판사)는 호사카 교수가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 김모씨 등 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서 “호사카 교수에게 4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국 사랑한
독도 지킴이

김 대표 등은 2020년 11월~2021년 8월까지 집회와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호사카 교수의 저서 <신친일파> 일부 내용이 허위라며 비난했다. 또 “호사카 교수가 근거 없이 위안부가 강제 동원됐다고 주장해 한일관계를 이간질했다”거나 “일본군이 위안부 대상서 일본인 여성을 제외했다고 썼다”고 주장했다.

호사카 교수는 이들이 허위 사실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했다면서 85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심 법원은 “피고들이 일부 허위 사실을 적시해 모욕성 발언을 했다”면서 김 대표가 400만원, 정모씨와 고모씨가 각각 50만원씩 총 500만원을 호사카 교수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1심서 모욕으로 인정된 발언 중 일부에 대해선 법적으로 인정되는 모욕으로 볼 수 없다며 피고들이 4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손배소송서 승소한 것에 관해 그는 특별한 의견을 내비치지 않았다. 호사카 교수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뉴라이트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나 그들과 일본 극우의 관계 등에 관한 강연을 하고 있다”며 근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석동현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호사카 유지 교수가 일본 내 혐한을 부추긴다”는 취지로 비난한 것에 대해선 “어떤 근거도 없는 애기”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석 전 사무처장은 내가 한국 정부 내에 친일파 밀정이 있다고 하니 되려 나를 혐한 세력의 밀정이라고 반박했다. 내가 친일 정부라고 주장하는 내용에는 역사적 맥락서 근거가 있지만, 그가 나를 향해 비판하는 내용에는 근거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석 전 사무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알려져 있다.

또, 윤 대통령이 일본과 외교 관계에 있어 저자세를 취하는 것에 관해 “한국의 ‘저자세 외교’는 국익을 해치고 일본의 국익을 챙겨줬다. 일본 측은 윤 대통령과 함께 어려운 사도광산 문제도 해결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의 현안을 일본 중심으로 해결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뉴라이트 지적 나선 호사카 교수
이시바 총리 조기 몰락설도 제기

겉보기에 한층 개선된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한국이 국익, 남북 화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매진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호사카 교수는 “한일 관계는 이를 위한 디딤돌인데,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을 적으로 돌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분쟁 상태로 향하게 하는 것은 한일 관계 개선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 강국에 의해 한국을 유린당하게 하는 행동”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최근 일본이 국방력을 끌어올리는 이유가 제2의 한국전쟁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이에 호사카 교수는 “일본은 남한을 활용해 미국과 함께 북한, 중국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지난 2013년부터 현재까지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2차 식민지배적 시나리오에 관해선 “한·미·일 삼각군 가동맹을 핑계로 주일미군의 심부름으로 자위대가 군사물자를 한국의 주한미군에 운반해준다는 활동이 그 첫 번째 시작”이라며 “일본에 입국하는 한국인의 입국 간소화를 위해 한국 공항에 일본이민국 직원들이 다수 파견된다고 보도된 바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다음 단계는 한국 내에 많아질 일본인들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일본 경찰이 행정적 지배를 위해 한국으로 다수 입국할 것인데, 이것이 일제강점기 이전에 일제가 사용한 방법”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일본이 지정학적으로 한반도를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무대로 만들어야 하는데, 한국과 일본의 시각이 다르다는 점이 문제라고도 짚었다. 일본의 속뜻을 우리 정부가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이시바 총리는 오는 27일 중의원을 조기에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때 크게 패배할 우려가 있어 이시바 내각은 단명할 수 있다는 예측이 많이 나왔다”며 “아마 여성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가 사실상 총리가 될 것이라고 흔히들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시바 총리가 성공한다는 것은 한국 내 뉴라이트의 몰락을 의미하지만, 위안부는 매춘부였고 강제 노동이 없었고, 독도는 한국 영토가 아니라는 뉴라이트 측의 주장은 일본 정부와 같다”며 “일본 측은 자민당이라도 한국 정부의 뉴라이트가 존재한다는 것이 싫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친일 정부
밀정 논란

호사카 교수는 뒷배로 일본 극우세력을 지목하고 이들에게 포섭된 신친일파들이 국내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극우세력은 한국이나 중국서 ‘일본은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고 하면 ‘아, 그런가’하고 세계가 믿을 거라고 본다”며 “그래서 여러 사람을 포섭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한국 극우와 일본 극우를 이어주는 일본 사이트인 ‘나데시코 액션’에서는 한일 극우세력 위안부 규탄 소식이 항상 뉴스화되고, 한국의 신친일파 모습이 전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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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