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익는 마을을 찾아 ④진주진맥브루어리

수제 맥주와 야시장의 낭만

먹거리가 여행이 되는 시대다. 진주진맥브루어리는 맥주 마니아들은 물론 여행객들에게 진주 명소로 떠올랐다. 진맥은 진주 한가운데를 흐르는 1급수 남강과 진주 땅에서 자라는 앉은키밀을 주원료로 만든 고급 수제 맥주다. 진주밀로 만든 맥주, 풍미가 진한 맥주, 진짜 맥주라는 이름처럼 맥주 마니아들의 취향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진주진맥브루어리는 지난 4월에 문을 열었다. 오픈은 4월이지만 본격적인 개발은 21년부터다. 진주시상권르네상스사업의 하나로 개발한 특화상품이다. 20여곳 이상의 업체가 참여해 6000여명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쳤다. 진맥의 주원료인 진주밀은 다른 밀보다 키가 작다. 그래서 앉은키밀이라 불린다.

앉은키밀

웬만한 바람에도 잘 쓰러지지 않고, 병충해에 강하다. 그래서 수확률이 높은 것은 물론 일반 밀가루에 비해 부드럽고, 맛이 구수하다. 

앉은키밀은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전 세계가 기아에 헤매던 1945년, 미국 농학자인 노먼 볼로그 박사가 한국 토종 밀인 앉은키밀을 발견하고 식량난으로 어려움을 겪던 지역에 전파해 세계 기아 해결에 이바지했다. 그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한때 앉은키밀은 수입밀에 밀려 명맥이 사라질 뻔했으나 진주 금곡정미소서 3대에 이어 도정해오고 있었고, 우리밀 살리기 운동과 함께 되살아났다. 지금은 금곡면을 비롯해 진주서 드넓은 밀밭을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진주논개시장 입구에 자리한 진주진맥브루어리는 건물 외관부터 예사롭지 않다. 오래된 폐가구점을 리모델링했다. 붉은빛에 가까운 외벽은 잘 익은 앉은키밀의 색깔이라고 한다. 1층은 수제 양조장과 맥주 펍, 그리고 굿즈숍이 있고, 2층은 맥주 펍과 아카이브 공간, 3층은 진주시상권활성화재단과 교육장이다.

1층 양조장은 커다란 통창 안으로 맥주 만드는 장면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안으로 들어서면 오래된 가구점 이미지는 온데간데없다. 앉은키밀의 불그스름한 색은 내부 인테리어에도 이어진다. 주황과 붉은빛 그 사이 앉은키밀 색은 검은색 의자와 가구들과 어우러져 고급스럽고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2층에는 LP와 턴테이블이 주르륵 놓여 있는 독특한 공간이 있다. 헤드폰과 멋진 조명까지 연출해 놓았다.

진주밀로 만든 부드럽고 구수한 맛
맥주 마니아들의 취향 저격

원하는 LP를 고른 다음 헤드폰을 끼고 맥주를 마시는 로망을 실현하게 해준다.

맥주는 두 종류다. 밀의 고소함과 풍부한 향을 느낄 수 있는 에일과 시원함과 청량감을 자랑하는 라거다. 첫 모금에 밀의 구수함과 감칠맛이 입안에 가득 찬다. 목 넘김은 부드럽고 뒷맛은 깔끔하다. 깊은 풍미와 보디감,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청량함이 정말 매력적이다. 지금은 두 가지를 선보이고 있지만, 앞으로 호핑에일, 페일에일, 스타우트 등 5종의 라인업으로 손님을 맞을 예정이다. 진주진맥브루어리 애호가들의 관심이 벌써 뜨겁다. 

맥주와 어울리는 특별한 메뉴들도 준비돼있다. 나초&살사소스, 트러플 프라이즈는 깔끔한 라거와 잘 어울리고, 진주 토마토 라구파스타와 진주 토마토 카프레제는 진한 에일과 찰떡궁합이다. 모양도 예뻐서 메뉴가 나오면 너도나도 휴대폰으로 사진 찍기 바쁘다.


집에서나 밖에서 진맥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캔맥주와 페트병 맥주를 판매한다. 캔에 그려진 수달은 진주를 대표하는 캐릭터다. 진주 남강에 사는 천연기념물 수달이 주인공이다. 진주진맥브루어리가 자리 잡은 논개시장에서는 토요일마다 올빰토요야시장이 열린다.

진주하면 생각나는 육전부터 삼겹말이, 납작만두, 해물부추전, 대왕고기완자, 스테이크새우꼬치까지 먹거리 천국이다. 야시장 입구 양쪽에 테이블이 놓여 있어서 구매한 음식을 식기 전에 맛볼 수 있다. 

평소 진주진맥브루어리는 외부 음식물 반입이 금지되지만, 토요일 야시장 음식은 대환영이다. 진주진맥브루어리에서 판매하는 캔맥주와 페트병 맥주를 사 들고 야시장에서 즐겨도 좋다. 진주의 토요일 밤이 낭만으로 익어가는 이유다.

유등테마공원

10월에 진주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남강유등축제를 놓쳐서는 안 된다. 해마다 10월에 열리는 대한민국 대표축제다. 7만여개의 등불이 진주성 아래 남강 위를 형형색색 수놓는 장면은 잊을 수 없는 가을을 선사한다. 임진왜란 때 진주성 전투서 김시민 장군이 남강에 유등을 띄워 강을 건너려는 왜군을 물리쳤던 것에서 유래한다. 

소망진산 유등테마공원은 진주를 상징하는 유등을 365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남강과 진주성이 한눈에 들어오는 야경 명소로 자리 잡았다. 공원 내에 있는 진주남강유등전시관은 유등 전시부터 체험까지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이다. 화려한 소망등으로 장식된 터널은 인생샷 성지로 손꼽힌다.

온몸으로 남강을 즐기려면 물빛나루쉼터로 가보자. 이곳에는 남강 유람선인 ‘김시민호’를 운행한다. 김시민호에 몸을 실으면 아름다운 남강을 따라 진주성과 촉석루, 의암 등 진주의 절경이 이어진다. 진주성의 야경과 화려한 음악분수대를 눈에 담을 수 있도록 밤에도 운영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진주남강유등전시관→물빛나루쉼터와 김시민호→진주성→진주진맥브루어리→올빰토요야시장(진주논개시장)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진주남강유등전시관→물빛나루쉼터와 김시민호→진주성→진주진맥브루어리→올빰토요야시장(진주논개시장)
-둘째 날 경상남도수목원→진양호 호반전망대→까꼬실둘레길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진주관광 https://www.jinju.go.kr/tour.web
-진주문화관광재단 https://jjct.or.kr
-진주진맥브루어리 https://www.insta gram.com/jinmacbeer/
-진주시상권활성화재단 https://www.jinjumr.or.kr
-물빛나루쉼터(김시민호) https://www.jinju.go.kr/cruiseship/

운영 정보
진주진맥브루어리 운영시간: 17:00~23:00(22:00 라스트오더), 휴무: 월요일, 메뉴: 에일맥주 7000원, 라거맥주 7000원, 진주 토마토 라구파스타 1만7000원, 진주 토마토 카프레제 1만6000원, 나초&살사소스 1만4000원, 트러플 프라이즈 1만4000원

문의 전화
-진주진맥브루어리 0507)1410-1466
-진주관광안내 055)749-2114
-진주시관광안내소 055)749-7449
-진주역관광안내소 070)4916-1489
-진주남강유등전시관 055)762-8583
-물빛나루쉼터(김시민호) 055)761-3691


대중교통
-버스 서울-진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 개양고속버스정류장 하루 29회(06:00~00:10) 운행, 약 3시간35분 소요. 개양고속정류장서 20m 정촌초등학교 정류장서 120 버스 승차, 논개시장 하차, 도보 117m 진주진맥브루어리 도착. 
-기차 서울-진주, 서울역서 하루 10회(05:03~20:38) 운행, 약 3시간35분 소요. 진주역서 200, 150 버스 이용, 경상국립대학교가좌캠퍼스후문 하차, 도보 170m 경상국립대학교가좌캠퍼스후문 120 버스 승차, 논개시장 하차, 도보 117m 진주진맥브루어리 도착.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시스템 (www.kobus.co.kr), 개양고속버스정류장 055)752-5167~8

자가운전
통영대전고속도로 서진주 IC→공설운동장 방면 2시 방향→숙호산로 진행 후 신안광장오거리서 10시 방향→진양호로 직진 후 인사광장서 ‘진주성’ 방면 우회전→시외버스터미널서 ‘산청, 중앙시장’ 방면 좌회전→구부산교통사거리서 ‘진양호, 진주성’ 방면 좌회전→진양호로567번길 방면 우회전→진주진맥브루어리

숙박 정보
-주식회사제이스퀘어호텔: 진주시 솔밭로, 055)749-0022, http://www.jsquarehotel.com
-뉴라온스테이: 진주시 영천강로, 055)751-1111, https://www.newraonstay.com
-골든튤립호텔남강: 진주시 남강로673번길, 055)760-9600~2, http://hotelnam gang.com

식당 정보
-천황식당(육회비빔밥): 진주시 촉석로, 055)741-2646
-하연옥(진주냉면): 진주시 진주대로, 055)746-0525
-유정장어(장어구이): 진주시 진주성로, 055)746-9235

주변 볼거리
밀알영농우리밀체험장, 월아산자연휴양림,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국립저작권박물관, 철도문화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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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