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위협하는 도미노 국제정세

정신없이 돌아가는 한반도 주변 시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대한민국이 대내외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고 있다. 당장 미국 대선이 가져올 결과부터 북한의 핵실험, 중국과의 갈등, 일본 신임 총리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변화가 한둘이 아니다. 모든 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하나만 오작동해도 금세 삐걱거릴 관계다.

미국 대통령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총격 사건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후보의 사퇴까지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이 이어졌다. 미국 대선이라는 빅 이벤트에 세계의 눈길이 쏠린다. 대선 결과에 따른 정치·외교는 물론 경제·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한국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경제도
안보도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본격적인 선거 모드에 돌입했다. 세간의 관심이 쏠린 경제 공약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먼저 트럼프 후보는 1기 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메이드인 USA’를 내걸었다. 관세와 법인세 등을 사용해 주요 제조업을 미국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핵심이다. 반면 해리스 후보는 지난 달 21일, 대선 완주를 포기한 바이든 전 대통령의 바통을 이어받아 중산층 감세 등 공약을 제시했다.

이번 미국 대선의 영향은 한국까지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경제 기조와 안보 체제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후보는 2016년 대통령으로 집권하던 당시 수입 자동차에 최고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해 자동차 업계가 한차례 곤욕을 치렀다. 중국에 대해서는 60~100%를, 타 국가에는 일률적으로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 수출 업계 역시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

2020년 당선된 민주당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을 제시해 전기차 공급망을 보유한 국제시장에 전체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최근에는 네덜란드와 일본의 반도체 장비업체를 겨냥해 무역 제재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을 시사해 아시아권 반도체 대장주 주가가 동시에 하락하기도 했다.

미 대선 앞두고 존재감 과시하는 북
핵실험 돌풍 일으킬까…노심초사 남

이처럼 미국의 경제 기조에 따른 영향은 전 세계에 해당하는 만큼 국내 상황도 요동칠 수밖에 없다.

경제에만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느냐가 미국 대선 다음으로 가장 뜨거운 국제 이슈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선거를 뛰는 두 후보 모두 대북정책에 있어 ‘한반도 비핵화’ 문구를 삭제해 상당한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높게 여겨진다.

때맞춰 북한의 움직임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달 13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시설 방문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우라늄은 핵 탄두를 만드는 데 쓰이는 주요 소재다. 국정원은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상당량과 더불어 원자로서 추출한 플루토늄 약 70㎏을 보유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두 자릿수에 달하는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이날 북한이 우라늄 제조시설을 공개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인 국민의힘 김건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이 미국을 향해 ‘나를 잊지 말아달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라며 “미국 대선 레이스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리려는 연기”라고 설명했다.

이미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 대선 이후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이야기해 왔다. 국정원 역시 지난달 26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서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할 가능성이 있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인공위성 발사 등 다양한 군사적 도발 수단이 있어서 미국 대선 이전보다는 이후가 될 수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핵실험
후폭풍

국제원자력기구(IAEA) 측의 발언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대화에 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파장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이다.

지난달 26일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AP>와의 인터뷰서 이같이 밝히며 “북한은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이 된 2006년 뒤로 국제사회 관여가 없었다”며 “그 뒤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크게 확장됐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방대한 핵시설을 갖고도 국제 핵 안전기준에 의한 감시를 받지 않는 거의 유일한 국가”라며 “이것은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할 심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로시 총장은 “북한이 핵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계속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엇갈린 대화를 멈출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다년간 나의 신조는 항상 개입하고 대화를 시도하자는 것이었다. 우리는 항상 상황을 앞서 주도하고 대화를 위한 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해당 문제를 크게 보는 이유는 만일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된다면 아시아 전반에 걸쳐 ‘핵실험 도미노’가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 맞선다는 명분으로 한국도 핵실험을 하게 되고, 이 같은 기류는 일본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란 관측이다.

IAEA의 주장에 대해 트럼프 후보의 외교 안보 참모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DC서 트라이포럼이 개최한 한미일 3국 협력 관련 심포지엄서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그로시 사무총장의 ‘사실상 핵 보유국’ 발언에 “위험한 질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로시 사무총장의 발언대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면 북한 핵무기 숫자를 줄이는 등의 군축 협상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나는 우리가 거기에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같은 듯
다른 듯


윤석열 대통령 역시 핵무장에 대해 자체 핵무장 없이도 북핵 위협을 실질적으로 억제·대응할 수 있는 체제가 구축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지난 1일 국군의날 행사에서는 “북한 정권은 지금이라도 핵무기가 자신을 지켜준다는 망상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우리 군과 한미동맹의 결연하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 종말의 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쓰레기 풍선, GPS 교란 공격 등 저열한 도발을 자행하더니 급기야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하며 통일마저 부정하고 있다. 더욱이 러시아와의 불법 무기 거래로 국제사회의 규범에 역행하며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며 “우리 군은 강력한 전투역량과 확고한 대비 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을 즉각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간의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면서 일각에서는 국지전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야권은 국지전 대응책으로 정부서 계엄령을 선포하지 않겠냐는 주장도 펼쳤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민주당이 계엄설을 띄웠지만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탄핵을 대비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하는 건 너무나도 위험성이 크다”며 “북한과의 대치 상황을 명분으로 계엄을 선포하는 게 더 모양새가 맞지 않은가. 북한 도발이 이어지고 국민의 불안이 커지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명분으로 계엄 카드를 꺼내드는 것도 예측 가능하지 않겠는가”라고 설명했다.

일본서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지난 1일, 일본의 제102대 행정부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 내각 체제가 출범하면서다. 이시바 신임 총리는 일본 집권여당인 자민당 총재선거서 승리한 인물로 대표적인 온건파로 분류되지만 한·중·미 관계를 흔들 수 있는 발언을 다수 내놔 그의 차기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아시아판 나토 꺼내든 일 총리
중 자극? “현실적으로 어려워”

우선 이시바 신임 총리 체제 하에 한일 관계가 다소 개선될 것이란 긍정적인 반응이 따른다. 그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는 인물로 유명할뿐더러 과거사 문제를 두고 일본의 반성을 언급하는 등의 행적을 보여왔다.

북한에 대해서도 문제 해결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이며 우호적인 관계로 거듭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시바 신임 총리는 선거 과정서 평양과 도쿄에 상호 연락사무소를 개설하겠다며 납북 피해자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국가안보 부분에 있어서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아시아판 나토(북대서양 조약 기구)’를 강력히 주장해 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시바 총재는 미국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에 ‘일본 외교정책의 장래’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기고문에 따르면 이시바 신임 총리는 “아시아판 나토의 창설이 불가피하다”며 “억지력 확보를 위해 이 틀에서 미국 핵무기의 공유나 반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러면서 일본과 미국의 핵 공유, 더 나아가 일본 내 핵 반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시바 신임 총리는 북·중·러의 핵연합을 예시로 들며 “군사협력을 심화하는 러시아와 북한이 핵기술 이전을 진행 중”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급속히 핵전력을 강화하는 중국으로 인해 미국의 핵전력으로 동맹국을 지키는 ‘확장억제’가 기능하지 않겠냐는 점에서다.

이는 아시아에 나토와 같은 집단이나 체제가 존재하지 않고 상위 방호의 의무가 없어 언제든지 전쟁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꼬이고
꼬였다

김 의원은 이시바 신임 총리가 가져올 변화에 대해 “한일 관계에 대해 상당히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인물로 양국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일본에도 계파가 있고 정치적 제약이 존재해 빠른 시일 내에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아시아판 나토에 관해서는 “유럽에 있는 나토를 다자적인 성격으로 만들겠다는 것인데 사실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물론 나토 같은 형식이 아니더라도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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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