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위협하는 도미노 국제정세

정신없이 돌아가는 한반도 주변 시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대한민국이 대내외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고 있다. 당장 미국 대선이 가져올 결과부터 북한의 핵실험, 중국과의 갈등, 일본 신임 총리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변화가 한둘이 아니다. 모든 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하나만 오작동해도 금세 삐걱거릴 관계다.

미국 대통령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총격 사건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후보의 사퇴까지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이 이어졌다. 미국 대선이라는 빅 이벤트에 세계의 눈길이 쏠린다. 대선 결과에 따른 정치·외교는 물론 경제·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한국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경제도
안보도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본격적인 선거 모드에 돌입했다. 세간의 관심이 쏠린 경제 공약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먼저 트럼프 후보는 1기 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메이드인 USA’를 내걸었다. 관세와 법인세 등을 사용해 주요 제조업을 미국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핵심이다. 반면 해리스 후보는 지난 달 21일, 대선 완주를 포기한 바이든 전 대통령의 바통을 이어받아 중산층 감세 등 공약을 제시했다.

이번 미국 대선의 영향은 한국까지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경제 기조와 안보 체제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후보는 2016년 대통령으로 집권하던 당시 수입 자동차에 최고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해 자동차 업계가 한차례 곤욕을 치렀다. 중국에 대해서는 60~100%를, 타 국가에는 일률적으로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 수출 업계 역시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

2020년 당선된 민주당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을 제시해 전기차 공급망을 보유한 국제시장에 전체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최근에는 네덜란드와 일본의 반도체 장비업체를 겨냥해 무역 제재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을 시사해 아시아권 반도체 대장주 주가가 동시에 하락하기도 했다.

미 대선 앞두고 존재감 과시하는 북
핵실험 돌풍 일으킬까…노심초사 남

이처럼 미국의 경제 기조에 따른 영향은 전 세계에 해당하는 만큼 국내 상황도 요동칠 수밖에 없다.

경제에만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느냐가 미국 대선 다음으로 가장 뜨거운 국제 이슈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선거를 뛰는 두 후보 모두 대북정책에 있어 ‘한반도 비핵화’ 문구를 삭제해 상당한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높게 여겨진다.

때맞춰 북한의 움직임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달 13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시설 방문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우라늄은 핵 탄두를 만드는 데 쓰이는 주요 소재다. 국정원은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상당량과 더불어 원자로서 추출한 플루토늄 약 70㎏을 보유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두 자릿수에 달하는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이날 북한이 우라늄 제조시설을 공개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인 국민의힘 김건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이 미국을 향해 ‘나를 잊지 말아달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라며 “미국 대선 레이스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리려는 연기”라고 설명했다.

이미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 대선 이후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이야기해 왔다. 국정원 역시 지난달 26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서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할 가능성이 있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인공위성 발사 등 다양한 군사적 도발 수단이 있어서 미국 대선 이전보다는 이후가 될 수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핵실험
후폭풍

국제원자력기구(IAEA) 측의 발언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대화에 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파장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이다.

지난달 26일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AP>와의 인터뷰서 이같이 밝히며 “북한은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이 된 2006년 뒤로 국제사회 관여가 없었다”며 “그 뒤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크게 확장됐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방대한 핵시설을 갖고도 국제 핵 안전기준에 의한 감시를 받지 않는 거의 유일한 국가”라며 “이것은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할 심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로시 총장은 “북한이 핵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계속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엇갈린 대화를 멈출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다년간 나의 신조는 항상 개입하고 대화를 시도하자는 것이었다. 우리는 항상 상황을 앞서 주도하고 대화를 위한 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해당 문제를 크게 보는 이유는 만일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된다면 아시아 전반에 걸쳐 ‘핵실험 도미노’가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 맞선다는 명분으로 한국도 핵실험을 하게 되고, 이 같은 기류는 일본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란 관측이다.

IAEA의 주장에 대해 트럼프 후보의 외교 안보 참모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DC서 트라이포럼이 개최한 한미일 3국 협력 관련 심포지엄서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그로시 사무총장의 ‘사실상 핵 보유국’ 발언에 “위험한 질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로시 사무총장의 발언대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면 북한 핵무기 숫자를 줄이는 등의 군축 협상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나는 우리가 거기에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같은 듯
다른 듯


윤석열 대통령 역시 핵무장에 대해 자체 핵무장 없이도 북핵 위협을 실질적으로 억제·대응할 수 있는 체제가 구축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지난 1일 국군의날 행사에서는 “북한 정권은 지금이라도 핵무기가 자신을 지켜준다는 망상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우리 군과 한미동맹의 결연하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 종말의 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쓰레기 풍선, GPS 교란 공격 등 저열한 도발을 자행하더니 급기야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하며 통일마저 부정하고 있다. 더욱이 러시아와의 불법 무기 거래로 국제사회의 규범에 역행하며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며 “우리 군은 강력한 전투역량과 확고한 대비 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을 즉각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간의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면서 일각에서는 국지전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야권은 국지전 대응책으로 정부서 계엄령을 선포하지 않겠냐는 주장도 펼쳤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민주당이 계엄설을 띄웠지만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탄핵을 대비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하는 건 너무나도 위험성이 크다”며 “북한과의 대치 상황을 명분으로 계엄을 선포하는 게 더 모양새가 맞지 않은가. 북한 도발이 이어지고 국민의 불안이 커지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명분으로 계엄 카드를 꺼내드는 것도 예측 가능하지 않겠는가”라고 설명했다.

일본서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지난 1일, 일본의 제102대 행정부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 내각 체제가 출범하면서다. 이시바 신임 총리는 일본 집권여당인 자민당 총재선거서 승리한 인물로 대표적인 온건파로 분류되지만 한·중·미 관계를 흔들 수 있는 발언을 다수 내놔 그의 차기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아시아판 나토 꺼내든 일 총리
중 자극? “현실적으로 어려워”

우선 이시바 신임 총리 체제 하에 한일 관계가 다소 개선될 것이란 긍정적인 반응이 따른다. 그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는 인물로 유명할뿐더러 과거사 문제를 두고 일본의 반성을 언급하는 등의 행적을 보여왔다.

북한에 대해서도 문제 해결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이며 우호적인 관계로 거듭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시바 신임 총리는 선거 과정서 평양과 도쿄에 상호 연락사무소를 개설하겠다며 납북 피해자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국가안보 부분에 있어서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아시아판 나토(북대서양 조약 기구)’를 강력히 주장해 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시바 총재는 미국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에 ‘일본 외교정책의 장래’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기고문에 따르면 이시바 신임 총리는 “아시아판 나토의 창설이 불가피하다”며 “억지력 확보를 위해 이 틀에서 미국 핵무기의 공유나 반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러면서 일본과 미국의 핵 공유, 더 나아가 일본 내 핵 반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시바 신임 총리는 북·중·러의 핵연합을 예시로 들며 “군사협력을 심화하는 러시아와 북한이 핵기술 이전을 진행 중”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급속히 핵전력을 강화하는 중국으로 인해 미국의 핵전력으로 동맹국을 지키는 ‘확장억제’가 기능하지 않겠냐는 점에서다.

이는 아시아에 나토와 같은 집단이나 체제가 존재하지 않고 상위 방호의 의무가 없어 언제든지 전쟁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꼬이고
꼬였다

김 의원은 이시바 신임 총리가 가져올 변화에 대해 “한일 관계에 대해 상당히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인물로 양국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일본에도 계파가 있고 정치적 제약이 존재해 빠른 시일 내에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아시아판 나토에 관해서는 “유럽에 있는 나토를 다자적인 성격으로 만들겠다는 것인데 사실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물론 나토 같은 형식이 아니더라도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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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