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한국과 미국 DNA가 모이다

미국의 지형은 동고서고로 중앙부의 동서 횡단면이 凹자형을 이루고 있다. 동쪽에는 대서양 연안의 애팔래치아 산맥과 함께 고기조산대 산지가 있고, 서쪽에는 태평양 연안의 태평양 조산대에 속하는 험준한 습곡산지가 있다.

그래서 미국의 강은 동과 서 중앙에 펼쳐진 내륙평야에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거대한 미시시피강을 통해 남쪽의 멕시코만으로 흐른다. 즉, 미국 전역의 지류가 합류해 형성된 미시시피강이 동쪽의 대서양과 서쪽의 태평양으로 흐르지 않고, 대부분 남쪽의 멕시코만으로 흐른다.

이렇게 멕시코만은 미국의 역사와 문화의 중심서 미국의 운명과 함께 해온 미시시피강의 모든 산물이 모인 곳이다. 그래서 미국의 역사와 문화 DNA가 다 모인 곳이라 할 수 있다. 먼 미래에 인류는 미국, 멕시코, 쿠바로 둘러싸인 멕시코만을 미시시피만으로 바꿔 부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반도 국가라 육지의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비가 내리면 빗물이 내륙을 가로지르는 큰 강을 따라 동해나 서해나 남해로 흘러간다.

한반도의 대표적인 큰 강은 북한의 압록강, 두만강, 대동강과 남한의 한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 낙동강이다. 이 중 두만강과 낙동강만 동해와 남해로 흐르고, 나머지 압록강, 대동강, 한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 모두는 서해로 흐른다.

우리나라가 지형적으로 평지보다 산지가 잘 발달돼있으며, 동고서저의 특성에 따라 강물의 흐름이 대부분 서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큰 강의 발원지서 시작된 물이 바다에 도달하기까지 온전히 흘러가는 것만은 아니다. 농사 및 공장에 필요한 용수로 쓰이기도 하고, 우리들이 먹을 물로 걸러지기도 한다. 또, 각종 댐과 보에 의해 하천의 형상이 바뀌면서 물이 정체되기도 한다.

아무튼 우리나라에 내리는 비가 바로 강을 따라 바다로 흘러가거나 아니면, 산이나 댐 같은 곳에 저장됐다가 강을 따라 흘러가거나 종국엔 서해로 흘러간다는 사실이다.

실핏줄처럼 이어진 우리나라의 크고 작은 강들이 서해로 연결돼있다는 건 우리나라의 역사가 서해에 모여 있다는 의미고, 우리나라의 혼이 서해에 모여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민족을 포함한 다양한 생명체들의 삶의 원천이자 근거지인 우리나라 강의 대부분이 서해로 이어졌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서해가 우리나라에 있어 매우 중요한 바다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DNA가 모여 있는 서해기 때문이다.

한반도가 삼면이 바다(동해·서해·남해)로 둘러싸인 육지듯이, 서해는 삼면이 육지(남한, 북한, 중국)로 둘러싸인 바다로, 서해와 한반도는 닮은꼴이기도 하다.

서해는 현재 중국의 요동반도와 발해만, 산동반도, 상해에 이르는 황해 연안에 집결돼있는 공장 지역서 흘려보내는 오염물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공위성서 촬영한 사진을 보면, 중국 연안의 황해와 한국 연안의 서해가 시커먼 물로 전 세계서 가장 오염된 바다로 나타난다고 한다.

우리 정부가 매년 중국 북부의 황토지대서 편서풍을 타고 날아오는 황사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에 대책을 세우라고 항의하고 있지만, 서해로 유입되는 오염물질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에 아무런 주장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중국이 황해로 흘려보내는 오염물질에 대한 방지책을 제대로 강구하지 않으면 중국의 공업이 발달할수록 우리나라의 혼이 서려 있는 서해는 숨조차 쉬기 힘든 죽은 바다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중국 입장서 황해는 작은 바다에 불과하지만, 한국 입장서 서해는 우리 민족의 DNA가 담겨있는 의미 있는 바다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가 서해 보호 차원서 중국과 강도 높은 협상을 해야 하는 이유다.

미시시피강이 멕시코만과 만나는 루이지애나 삼각주는 지난 5000년 동안 모래, 진흙 등 퇴적물에 의해 형성됐지만, 매년 45㎢에 달하는 토지가 유실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연세대 연구팀이 진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해안선 보존 계획을 제시해 각광받았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서둘러 서해의 해안선 보존 계획을 세워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해마다 하수처리장서 시료를 수집해 잔류 마약류의 종류와 양을 분석하고 하수 유량과 하수 채집지역 내 인구수 등을 고려해 인구 대비 마약류 사용량을 추정하는 ‘하수역학’ 방법을 사용하듯이, 먼 훗날 인류학자가 미국의 멕시코만과 한국의 서해서 시료를 수집해 미국과 한국의 역사, 문화, 성격, 질병 등 모든 분야를 판단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멕시코만과 서해는 미국과 한국의 DNA가 모여 있는 곳이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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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