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년 묵은’ 서불대 교수 학위 논란

그래도 살아남은 불사조 교수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체 구성원이 200명도 안 되는 학교서 한 교수를 둘러싼 논쟁이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교수의 학사학위가 논란의 시발점이다. 임용 당시 서류에 기재한 내용을 두고 사실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고등교육법 제30조(대학원대학)에 따르면, 특정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대학원만 두는 대학, 이른바 대학원대학을 설립할 수 있다. 일반적인 종합대학과 달리 학사과정을 운영하지 않고 석·박사 과정만 두는 교육기관이다.

작은 학교
오랜 잡음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이하 서불대)도 그중 한 곳이다. 재단법인 불교안양원의 이사장인 덕해큰스님이 설립했다. 2002년 9월1일 개교한 서불대는 불교학과, 상담심리학과, 심신통합치유학과 등 3개 학과로 구성돼있으며 현재 석‧박사 학위과정 입학정원은 81명이다. 학교법인 보문학원서 운영을 총괄한다.

최근 서불대가 소속 교수의 학사학위 문제로 시끄러워졌다. 부교수인 정모씨의 학사학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두고 경찰 고발까지 진행되는 등 심각한 상황이 연출됐다. 문제는 정 교수의 학위 논란이 불거진 게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월 서불대 관계자는 정 교수를 고발했다. 고발장에는 정 교수가 지원 당시 제출한 서류에 학력 부분을 허위로 기재하고 임용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발인은 “학사학위도 없는 교수가 석‧박사를 지도하는 엉터리 같은 상황이 우리 대학원서 자행되고 있다”며 “사실 여부를 정확히 가려 일벌백계해달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2005년 9월1일 서불대 전임강사로 신규 임용됐다. 2007년 9월1일 조교수로 승진, 2015년 3월1일 부교수가 된 이후 현재까지 재직하고 있다. 쟁점이 된 부분은 정 교수가 2005년 7월 서불대 전임강사 임용 과정서 제출한 ‘신원진술서’와 ‘교수초빙 지원서’의 학력란이다.

정 교수는 학사 부분에 학교명 ‘Buddhist and Pali University’(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 학과명 ‘Buddhist Social Philosophy’, 전공 ‘Buddhist Social Philosophy’라고 기재했다. 수학 기간은 1992년 3월부터 1997년 2월로 1997년 1월1일에 문학학사학위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 교수가 함께 제출한 ‘신원진술서’에 1994년 6월부터 1995년 12월까지 군대에 다녀왔다고 적은 부분이다.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서 공부한 기간과 군 복무 기간이 겹치는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정 교수는 1997년 1월에 스리랑카로 출국, 같은 해 3월에 입국했다. 

2015년 첫 문제 제기
2021, 2022년, 올해도

기록의 모순점이 알려지면서 정 교수의 학사 학위를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서불대 학위검증위원회는 2014년 1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정 교수의 학사학위를 검토했다. 그리고 정 교수의 학사학위에 하자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정 교수는 당시 소명서에 학사과정을 적은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가 아닌 한국분교서 군 복무 기간에 진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심지어 한국분교인 ‘한국불교대학’은 당시 교육부 미인가 대학이었다.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보문학원 이사회의 처분이다. 보문학원은 2015년 9월2일 개최한 이사회서 정 교수의 임용 과정 중 면접위원이었던 이모 교수와 김모 교수를 중징계 조치했다. 정 교수가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의 한국분교서 학사과정을 한 사실을 인지했지만 이를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아 보문학원과 서불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퇴직 상태였기 때문에 ‘퇴직 불문’ 처리됐다. 근무 중 문제가 발생했지만 징계 절차 전에 퇴직해 문제 삼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 서불대에는 기관경고 처분을 하면서도 정 교수에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징계처분을 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정 교수의 학위 논란에 책임진 사람은 아무도 없는 셈이다. 

일단락되는 듯했던 학위 논란은 지난 2021년 재차 불거졌다. 이번에 문제된 부분은 성적증명서였다.

한국불교대학서 정 교수가 학부 과정을 진행했다는 시기와 인접한 때에 발부한 성적증명서와 그가 제출한 문서가 다르다는 새로운 의혹이 드러난 것이다. 실제 정 교수가 제출한 서류는 성적증명서가 아닌 졸업시험성적표로 확인됐다. 

서불대는 ‘계약제 교수 업적평가 규정’에 따라 계약제로 임용된 교수의 계약기간을 1~3년으로 정하고 있다. 정년보장 교수(정교수) 승진 전까지 1~3년 단위로 재계약을 진행하는 것이다. 교원인사위원회가 영역별로 평가한 뒤 임용 혹은 면직을 제청하면 법인서 이를 승인하는 방식이다.

정 교수는 당시 일정 기간 단위로 계약을 새로 체결해야 하는 부교수 신분이었다.  

6년 만에
바뀐 결론

서불대는 2021년 6월21일 열린 교원인사위원회서 정 교수의 부교수 임용 심의에 대해 논의했다. 그 결과 정 교수가 임용 서류에 학사학위 관련 허위 사실을 기재한 것이 면직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률 자문 결과를 들어 면직을 제청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립학교법 제58조(면직의 사유)는 ▲인사기록에 있어 부정한 채점‧기재를 하거나 거짓 증명 또는 진술을 했을 때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됐을 때 등의 이유로 해당 교원의 임용권자는 그 교원을 면직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변호사는 정 교수가 교원으로 임용될 당시 제출한 지원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것이 사실이라면 면직 사유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자문했다. 그러면서 교원인사위원회서 심의하고 교원징계위원회의 동의가 이뤄지면 정 교수를 면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서불대 교원인사위원회는 정 교수의 면직을 보문학원에 제청했다. 이후 보문학원은 서불대 교원징계위원회에 정 교수에 대한 면직 동의를 요구하는 문서를 제출했다.

보문학원이 기재한 징계 사유는 “(정 교수가) 임용 지원 당시 교원임용지원서에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 한국분교 한국불교대학’으로 표기했어야 하는 것을 당시 면접위원들과 논의해 ‘한국분교 한국불교대학’을 제외하고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만으로 표기했다”는 것이었다. 

정 교수는 “2015년 학위검증위원회서 ‘문제 없음’, 이사회서 ‘불문 처리’됐다며 항변했지만 결국 면직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2015년과 2021년 두 차례 걸친 검증 과정서 서불대와 보문학원 이사회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는 점이다. 서불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2015년에 진행된 학위 검증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판단은 또 달랐다.

보복이냐
허위냐

정 교수는 면직된 이후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면직 처분 취소 청구’를 제기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정 교수의 면직 처분이 위법하다며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당시 정 교수는 ▲2014~2015년 학위 검증 ▲사학비리 신고에 대한 보복성 조치 ▲면직 사유 부존재 등의 주장을 내세웠다. 

2021년 1월경 서불대 전 총장 황모씨 등 일부 인사의 입시 및 학위 수여 부정, 다국어교육원 운영과 관련한 횡령 혐의 등을 교육부에 감사 요청한 것을 두고 그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면직 처분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또 학사학위를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서 받은 사실과 수학한 곳이 해당 학교의 한국분교라는 사실은 서로 다른 범주라고 강조했다. 공부한 곳을 지원서에 적지 않았다고 해서 학사학위를 받은 자체가 허위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2014~2015년에 이뤄진 학위 검증에 대해 언급했다. 서불대가 요청한 학부‧석사 성적, 재학증명서에 대해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가 서류를 보낸 점, 당시 면접위원이었던 김모 교수의 확인서 등을 근거로 삼았다.

김 교수는 “학사 및 석사학위에 하자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진술했다. 또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학위검증위원회의 판단 자체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반면 문제를 제기한 쪽은 정 교수가 신규 임용 재계약 과정서 제출해야 할 서류를 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서불대 규정에 따라 진행하는 재임용 과정서 정 교수가 그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서불대 관계자는 “사립대학 교원의 임용권은 학교법인이나 학교의 장에게 있다는 교육부의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서불대 교원의 신규 임용 후보자는 규정에 따라 14가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대학 졸업증명서 및 성적증명서 ▲석·박사 학위증명서·성적증명서 및 학위기 사본 ▲경력증명서 등이다.

서불대 관계자는 “정 교수는 학사(대학)학위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200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학사 성적증명서를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학내 결정, 외부 기관 뒤집혀
면직→복직, 재임용 1년→3년

2022년 또다시 학위검증위원회와 교원인사위원회가 잇따라 개최됐다. 정 교수를 포함한 교수 3명의 재임용을 논의하는 과정서 학위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반영됐다. 학위검증위원회는 정 교수의 학사학위에 대해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2015년 학위검증위원회가 잘못 심의한 부분과 2015년 이후 추가로 밝혀진 부분을 참고해 재검증한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서불대 교원인사위원회는 학위검증위원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정 교수에 ‘재임용 불가’를 의결했다. 보문학원은 단서 조항을 달아 ‘조건부 1년 재임용’으로 결론내렸다.

하지만 정 교수가 법인의 결정에 반발해 국민권익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안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국민권익위원회가 1년 조건부 재임용 계약을 취소하고 3년 재임용 계약을 체결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정 교수는 서불대의 교직원 부당 채용 의혹 등을 신고한 뒤 재임용 계약기간 단축 등 불이익 조치를 받았다며 ‘신분보장등조치’를 신청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정 교수의 신고가 없었더라도 동일한 내용의 불이익 조치를 받았을 만한 정당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가 2021년 2~3월에 신고한 교직원 채용 관련 문제에 대해 교육부가 징계 조치 등을 요구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보문학원은 정 교수와 3년 재임용 계약을 맺었다. 강의 배정, 논문지도 교수 위촉 등 국민권익위원회의 주문 사항도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에 이뤄진 경찰 고발사건 역시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해 불송치됐다.

경찰은 정 교수의 업무방해 혐의에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업무방해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서류 누락
진실은?

서불대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정 교수는 ‘교원의 자격’ ‘신규 임용자의 제출서류’ 등 학교 규정을 무시한 채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며 “학사학위와 관련한 서류를 내면 모든 게 마무리되는데 2005년 신규 임용 때부터 19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걸 못 내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 문제를 학교나 법인 차원서 처리하지 못하는 게 답답하다”고 한탄했다. 

정 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질의서를 보내고 통화를 시도했다. 정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학교법인 보문학원에도 질의서를 보냈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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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