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수 노란’ 빙그레 장남 경찰 폭행 후폭풍

회사도 포기한 회장 아들 사장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또다시 재벌 3세의 만행이 논란이 됐다. 국내 빙과기업 1위인 빙그레 장남 김동환 사장의 이야기다. 경찰관을 폭행해 재판에 넘어간 이후 빙그레 오너 일가의 크고 작은 논란들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선 일가가 경영일선서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에 김 사장의 재판이 어떻게 흘러갈지 더욱 관심이 끌리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순항하는 듯 보이던 빙그레가 암초를 만났다. 김호연 회장의 장남이자 오너가 3세인 김동환 사장이 경찰관 폭행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지면서다. 또다시 발생한 오너 리스크에 빙그레가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술 취해 
단지 소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은 지난달 14일, 김 사장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 사장은 술에 취해 소란을 피워 출동한 경찰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아직 김 사장의 재판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김 사장은 지난 6월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단지서 술에 취해 소란을 피웠다. 해당 소란을 목격한 인근 주민들에 의해 경찰에 신고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김 사장을 집으로 안내하려 했지만 김 사장이 경찰관을 상대로 “내가 왜 잡혀가야 하느냐”며 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장은 대학 졸업 후 회계법인서 인수합병(M&A) 관련 업무를 담당하다가 지난 2014년 빙그레에 입사했다. 입사 후 구매부 과장과 부장, 마케팅 전략 담당 상무, 경영기획·마케팅 본부장 등을 거쳐 지난 2021년 1월 임원으로 승진했으며 지난 3월 사장직에 올랐다.

김 사장의 승진으로 식품업계에서는 ‘3세 경영’이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평가가 무색하게 당사자인 김 사장은 사장 취임한 지 3개월 만에 이번 사건으로 회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히게 됐다.

여론도 뜨겁다. 온라인에서 빙그레 주주들은 “식품회사는 신뢰가 무너지면 바로 아웃이다. 김동환 사장이 있는 한 빙그레 제품 안 먹는다는 소리가 벌써 들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오너 3세가 경찰관을 때렸다는 소식에 이미지 좋았던 기업이 한순간에 반사회적 기업이 됐다” 등 부정 여론이 퍼지고 있다.

김 사장은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저로 인해 불편을 입은 분들께 다시 한번 사죄드린다”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사장이 국내 10대 로펌 중 하나의 법무법인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한 것이 밝혀지며 ‘진실성이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공무집행방해 혐의 불구속 기소
“죄송하다” 뒤에선 전관 변호사

김 사장은 국내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유한) 화우를 선임하고 이기옥 변호사와 김세진 변호사가 김 사장 사건을 담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변호사는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사법연수원 28기로 수원지방검찰청 평택지청 부장검사, 안산지청 부장검사 등을 역임했고 2018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경찰대학교 법학과,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경찰청 보안국 보안4과서 근무하다 2021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경찰관이 공무를 집행할 때 폭력이나 욕설, 밀치기, 흉기로 위협하는 행동 등으로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로 음주 단속 경찰관을 폭행하는 경우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폭행하는 경우에 입건 사례가 많다.

통상의 공무집행방해죄는 5년 이내의 징역 혹은 1000만원 이내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현직 경찰관 폭행으로 상해를 입혔다면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경찰관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는 5년 이상,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다.

현직 경찰관 폭행 혐의는 초범이라도 재판에 회부돼 실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김 사장이 술 먹고 경찰관을 폭행한 것이 사실이라 형량을 줄이기 위해 검찰과 경찰 출신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보고 있다.

앞서 김 사장은 한 차례 기업 이미지에 손상 낼뻔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당시 그가 김구재단 소유의 아파트에 주변 시세보다 낮은 전세보증금을 내고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른바 ‘부모 찬스’ 논란이 제기됐다.

출동한 
경찰을…

해당 아파트는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신동아아파트로 지난 1996년 1월 김호연 회장의 부인이자 김구재단의 이사장인 김미씨가 경매로 낙찰받아 2008년 1월 김구재단에 증여한 것이다. 지난 2020년경 재단 소유의 부동산에 김 사장 가족이 거주하면서 공익재단의 재산을 사익을 위해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그해 김구재단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재단의 임대보증금은 8억8000만원이며 임대수익은 연 2억6900만원이었다. 

당시 재단이 소유한 부동산은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9길 10-20 지하 1층에 지상 4층의 재단빌딩(2650㎡,801평)과 논란이 된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241-21 신동아아파트로 재단 빌딩에는 재단 사무실과 빙그레 등 기업이 입주했었다.

빙그레는 당시 매년 2억4000만원의 임대료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즉 단순 계산해보면 김 사장이 재단에 임대보증금으로 6억4000만원을 지불한 셈이다. 

하지만 당시 김 사장이 거주한 아파트의 전세보증금 시세는 7억5000만원부터 시작해 10억원에 달한다. 이에 김 사장이 공익재단 소유의 건물을 당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임대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한 빙그레 사정에 능한 관계자는 “당시 저가 임대료 논란이 일었지만 정상적인 절차를 따라서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구재단 관계자 역시 “당시 정상적인 계약을 체결했고, 회계상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있었음에도 김 사장에 대한 김 회장의 신임은 멈추지 않았다. 이를 증명하듯 김 사장은 임대료 논란이 발생한 이듬해인 지난 2021년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후계구도
바뀌나

김 사장의 승진 이후부터 빙그레는 매년 1000억원이 넘는 매출 성장을 거뒀다. 2020년 대비 130억원가량 줄어들었던 영업이익도 김 사장의 승진 이후 다시 돌아오기도 했다. 

이렇게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던 김 사장은 남매 모두가 빙그레에 재직 중인 가운데 가장 먼저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차기 후계자 구도를 굳히는 듯했다.


특히 유통업계에서는 김 사장을 중심으로 빙그레가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빙그레의 미래 전략을 담당하는 업무를 그에게 맡겨 힘을 실어주고 있단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빙그레는 2019년 건강지향 통합브랜드 빙그레 tft를 출범하며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진출했다. 대표적으로 빙그레 건기식 라인은 더단백, 면역워터 등이 있다. 최근엔 건기식 브랜드 ‘프롬뉴트리’와 GLC케어 상표를 등록하며 스낵 식품, 식이섬유음료, 홍삼음료 등 기능성 음료 등으로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빙그레 김호연 회장이 올해 만 69세로 나이가 적지 않고, 지난해 빙그레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승계에 우호적인 분위기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김 사장의 이번 사건으로 굳건했던 후계구도는 무너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번 사건으로 김 회장 일가가 경영서 물러나야 한다는 주주들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는 크고 작은 논란이 이어지다 오너 리스크로 몸살을 앓던 남양유업처럼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2013년 대리점주에게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강매한 대리점 갑질 사건이 폭로되는 것을 시발점으로, 2021년 코로나19로 팬데믹을 겪던 시기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 감염 억제효과가 있다는 허위 발표, 홍원식 회장의 경쟁업체 비방 댓글 지시,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의 마약 투약 사건 등 오너 리스크에 휘청이던 남양유업은 지난 1월 대법원 판결에 따라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에 지분을 매각했다. 

과거 오너 리스크도 주목
“당장 경영서 물러나야”

오너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한 한앤코의 남양유업 첫 성적표인 올해 1분기 실적은 나쁘지 않다. 남양유업의 올해 1분기 매출은 2342억원, 영업손실은 74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고, 적자는 52.9% 줄었다.

빙그레도 과거부터 크고 작은 오너 리스크를 갖고 있었다.

지난 2014년에는 해외서 부동산을 매매한 자금을 국내로 들여온 것이 포착됐다. 김 회장의 딸 김정현씨가 어머니인 김미씨로부터 하와이에 있는 콘도를 물려받았다. 해당 콘도는 부자들이 밀집해 있는 하와이 호놀룰루서도 최고급으로 알려진 호쿠아 콘도로 알려져 있다.

김 회장의 딸이 올해 초 콘도를 190만달러를 받고 팔았고 이 중 130만달러를 지난 6월 국내로 들여온 것이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당시 김 전 회장 일가가 페이퍼컴퍼니 7곳과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또 3남매가 지분 100%를 소유한 물류회사 ‘제때’에 일감몰아주기를 했다는 논란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식품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제때는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자녀들이 지분 전량을 보유한 오너 일가 가족회사다. 냉장·냉동 제품을 운송하는 제3자 물류대행사업이 주 수익원이다. 케이엔엘물류가 제때의 전신으로 3남매가 지난 2006년 인수했다.

제때는 빙그레를 비롯한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빠른 성장세로 배당여력을 갖춘 제때는 그동안 배당을 꾸준히 늘렸다. 제때는 지난 2015년 4억6000만원가량을 배당한 뒤 해마다 늘려오다 지난 2021년엔 20억5224만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6년 만에 배당금이 4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2012년 이후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배당을 진행해 5억2000만원이던 자본금은 2022년 34억2000만원까지 증가했다. 배당금은 자연 100% 지분을 보유한 3남매의 독차지가 됐다. 이들의 승계 자금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버틸까

하지만 김 회장 일가가 경영일선에 물러날 일은 없어 보인다. <일요시사>가 이번 사건에 대한 빙그레의 입장과 오너 리스크로 경영일선서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어떤 대책이 있는지 묻자 빙그레 관계자는 “해당 부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며 말을 아꼈다.

<kcj512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법 VS 헌재 30년 충돌 속사정

대법 VS 헌재 30년 충돌 속사정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연이은 거부권 행사에 맞서 야당이 거부권 행사 제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헌법 사안을 법률안으로 발의하자 법무부와 법제처는 ‘위헌’이라고 반대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권한 배분이 헌법이 아닌 법률에 규정된 이후 30년째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와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지난 9월7일 대통령 재의요구권(법률안거부권, 이하 ‘거부권’) 관련 법안 ‘대통령의 재의요구 권한 행사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공동발의했다. 법안에는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법안 등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해충돌 법안서 설명하는 이해충돌은 ▲공직자의 직무상 이해충돌 방지 의무 관련 사안 ▲본인·배우자·4촌 이내 혈족과 인척의 범죄 혐의 관련 사안 ▲그 외 중대한 이해충돌 가능성이 인정되는 사안이다. 아울러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 자제’를 요구하면서 ▲명백한 헌법 위반 ▲중대한 재정적 부담 ▲집행 불가능이 명백한 법률안 ▲그 외 명백하게 중대한 공익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법률안이라는 거부권 행사 기준을 설정하고, 소명 의무를 부여했다. 정부는 같은 달 30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진행된 국무회의서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약 2년4개월여 동안 총 24회에 걸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승만정부가 총 45회의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장면 내각 8회 ▲박정희정부 5회 ▲노태우정부 6회 ▲참여정부(고건 권한대행 포함) 6회 ▲이명박정부 1회 ▲박근혜정부 2회 등 옛 정부들이 10회 이내의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문민정부·국민의정부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한국민주당과 정치적으로 결별했고, 제헌의회부터 제3대 의회까지는 무소속 의원이 많았기 때문에 거부권 행사가 잦았다. 자유당이 원내 다수당이 된 시점은 제3대 의회였다. 윤 대통령도 취임 이후 줄곧 여소야대 정국을 직면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줄곧 여소야대 정국을 직면했지만, 거부권은 행사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연이은 거부권 행사에 대해 야당은 특별법 발의로 맞서고 있다. 야, 대통령 거부권 제한 발의 정부 “위헌”…그 이유는? 현행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따라서 대통령이 본인·배우자·친인척·측근의 범죄 혐의와 관련된 사안에 거부권을 사용하는 것은 법안의 지적대로 이해충돌 가능성이 크다. 측근 관련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최도술·이광재·양길승 특검법에 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례가 있었다. 국회 운영위의 검토보고서에도 “공직자는 직무관련자가 사적 이해관계자임을 안 경우 신고·회피 신청을 해야 한다”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5조 규정을 언급했다. 법률 형식으로 거부권 행사를 제한시키려는 발상에 대해서는 일각의 우려도 있다. 법무부와 법제처는 이미 국회 운영위에 “헌법에는 거부권 행사에 대한 제한 규정이 없고,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을 법률로 침해하기 때문에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국회 운영위의 검토보고서에도 “헌법 사안이므로 개헌 시 논의하는 게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담겨있다.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은 헌법 제53조에 규정돼있지만 ‘구체적인 내용과 절차는 법률에 위임할 수 있다’는 위임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헌법상 내용과 절차를 법률에 위임한 사안은 ▲사면권 ▲계엄 선포 ▲대법원장·대법관·헌법재판관의 연임 규정 등이 있다. 위임 규정이 없는데도 법률로써 헌법 사안을 제한하려고 한다면, 위헌 시비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2015년 6월 “시행령이 법률 제정의 취지에 맞지 않으면, 국회가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국회법 개정안 통과에 참여했기 때문에, 특별법으로 헌법 사안을 제한하려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은 모순일 수도 있다. 헌법에 규정해야 할 사안을 법률로 제정해 기관의 큰 충돌을 초래한 사례는 대법원·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재판소원 관련 충돌이 있다. 사법부 최고기관의 위상을 두고 갈등 중인 두 기관은 한정위헌·재판소원을 놓고 1997년 이후 총 3회에 걸쳐 직접 충돌했다. 특별법으로 헌법 사안 제한? 제정 추진 모순 지적도 제기 헌재는 1987년 9차 개헌 이후 설치됐고, 헌법소원 제도도 그때부터 운용됐다. 이시윤 전 헌법재판관의 2017년 7월26일 <법률저널> 기고 칼럼에 따르면, 9차 개헌 이후 대법원은 “법원의 재판도 헌법소원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당황했다고 한다. 이 경우 헌재가 사법부 최고기관이 된다. 대법원은 헌법이 아닌 헌법재판소법을 통해 ‘헌법소원서 재판 배제’를 관철했다고 한다. 하지만 헌재는 1997년 12월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도 내에서는 재판을 취소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이후 대법원과 헌재는 “A를 B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한정위헌 결정의 인정 여부와 재판소원을 놓고 갈등을 이어갔다. 한정위헌은 헌재의 위헌결정 효력을 규정한 헌법재판소법 제47조에 명시되지 않은 재판 형식이고, ‘법령 해석·적용 기준’을 마련하는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형식이다. 대법원은 1996년 4월 “한정위헌은 헌재의 의견 표명에 불과하므로 대법원을 기속하지 않는다”면서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을 무시한 판결을 제시했다. 그러자 헌재가 한정위헌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대법원 판결을 취소하는 사태가 1997년 1회·2022년 2회 등 총 3회에 걸쳐 발생했다. 이 갈등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 농단 의혹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사안도 헌재와의 다툼이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재판소원 허용’을 공개적으로 국회에 요구했던 박한철 당시 헌법재판소장 비난 기사를 대필해 특정 법률 전문지에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는 개헌 당시 두 기관의 갈등을 예상치 못한 채 헌법에 명확한 권한 배분을 담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사태라고 볼 수 있다. 당사자가 뒤늦게 갈등의 씨앗을 깨닫고 차선책으로 법률에 담았지만, 갈등을 봉쇄하지는 못했다. 헌법과 법률은 무게감부터 다르다. 헌법개정안은 재적 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가결되지만, 법률은 재적 과반수 출석·출석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된다. 따라서 법률 위임 규정이 없는 헌법 사안을 법률로 제한하려고 하는 것에 대한 위헌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효력 갈등 <일요시사>는 법안을 대표발의한 김 의원 측과 황 의원 측에 ▲위헌 가능성 ▲한정위헌·재판소원 관련 대법원·헌재의 갈등에 대해 문의했다. 두 의원은 지난 9월30일부터 ‘김건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는 천막농성에 참여하고 있다. 김 의원 측과는 연락이 닿았으나 답변하지 않았고, 황 의원 측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