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재활용 ①부천아트벙커B39

쓰레기 소각장이 예술 중심지가 되다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에 자리한 복합문화공간 ‘부천아트벙커B39’는 원래 부천 중동신도시 개발 때 설치된 쓰레기 처리시설 ‘삼정동 소각장’이었다. 1995년 5월 완공된 이 소각장은 하루 200t 규모의 쓰레기를 처리하며 끊임없이 돌아갔다. 그러던 중, 문제가 터졌다. 1997년, 서울 난지도 매립장과 경기도 안양 소각장 등에서 다이옥신이 과다 배출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었다.

정부는 전국 쓰레기 처리시설의 다이옥신 배출량을 조사했고, 이곳 또한 논란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이른바 ‘다이옥신 파동’의 시작이었다. 결국, 삼정동 소각장은 지난 2010년 문을 닫았다. 시설 노후화에 따른 운영의 효율성이 감소했고, 정부의 폐기물 관리 정책에도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트벙커의 탄생

부천시는 소각장 부지를 버려두기보다는,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부천아트벙커B39는 그렇게 탄생했다. 

지난 2018년, 부천아트벙커B39는 수년간의 재정비 끝에 문을 열었다. 기존의 소각장 모습을 오롯이 보존하면서도 예술적인 면모를 담아낼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쓰레기를 쌓고, 태우고, 처리해야 했던 소각장 특유의 구조는 더욱 더 새로운 예술적 시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꾸며졌다.

1층부터 3층까지는 전시실을 만들고, 4층과 5층은 보존 구역으로 남겨 옛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1층은 벙커와 멀티미디어홀, 에어갤러리, 재벙커, 유인송풍실 등으로 구성돼있다. 벙커는 쓰레기 저장조였던 시설로, 높이만 39m에 달하는 거대한 구조물이다. 부천아트벙커B39라는 이름이 여기서 나왔다. 압도적인 크기의 구조물은 옛 모습을 유추할 수 있게 해준다. 부천시에서 수거한 쓰레기가 이곳에 가득 찼었다. 

멀티미디어홀은 과거에 쓰레기 수거 차량이 드나들었던 반입실이었다. 쓰레기를 가득 실은 트럭이 이곳에 도착한 뒤, 벽면에 설치된 철제문 너머로 처리하는 과정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트럭 몇 대가 오갈 정도로 규모가 큰 곳이어서인지, 여러 전시가 열리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때로는 그림이나 사진이, 때로는 미디어아트 전시가 이뤄지기도 한다. 

벙커와 멀티미디어홀 사이를 벙커브릿지가 연결한다. 원래 삼정동 소각장에는 이 같은 연결로가 없었다. 벙커브릿지는 삼정동 소각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할 때 새롭게 설치한 시설이다. 이 다리 위에서 벙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삼정동소각장 부지를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

계단을 이용하면 벙커 바닥까지 내려가 보는 것도 가능하다. 쓰레기를 저장했던 곳인 만큼, 거대한 크레인과 조종실의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다. 독특한 구조와 여전히 음침한 분위기, 쓰레기 저장소였다는 특수성이 있어서인지 영상 작품이 주로 전시된다. 

다시 로비로 나와 통유리창 너머를 살펴보면, 콘크리트에 철제 구조물이 더해진 거대한 공간인 ‘에어갤러리’를 만나게 된다. 에어갤러리는 저장소에 쌓인 쓰레기를 태우는, 소각로가 있던 자리다. 상단의 철제 구조물은 개방형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한쪽의 콘크리트 벽을 철거한 뒤 햇볕이 들어오게 하여 부천아트벙커B39의 새로운 시작을 환영하는 것만 같은 모양새다. 마치 중정을 연상케 하는 부분이다.

에어갤러리 옆으로는 재벙커와 유인송풍실이 이어진다. 재벙커는 쓰레기를 소각하고 남은 재가 모이는 공간이다. 지금도 벽면 전체가 새까맣게 그을려 있어, 당시의 모습을 가늠케 한다. 1층부터 4층까지 수직으로 길게 설치된 유인송풍실은 쓰레기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연을 정화해 외부로 내보내는 역할을 담당했다.

이 구역은 보존 구역으로 지정해 옛 모습을 남겨두고 있다. 이색적인 배경 덕분인지 각종 드라마와 영화, 예능프로그램은 물론, 뮤직비디오 촬영 명소로도 인기가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직원 숙직실, 중앙제어실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중앙제어실은 말 그대로 삼정동 소각장의 모든 시설을 제어, 관리했던 곳이다. 지금도 당시 사용했던 컴퓨터 등 장비가 남아 있다. 크레인 조종실은 재벙커에 쌓인 재를 정리하는 시설이었다.

3층서도 유인송풍실과 같은 보존 구역을 찾을 수 있다. 배기가스 처리장, 물탱크와 펌프, 각종 파이프가 설치된 응축수 탱크 지역이다. 옛 모습이 그대로 남은 이 공간에서는 종종 특별한 전시와 공연이 펼쳐진다.

현재 부천아트벙커B39는 지역의 대표적인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과거의 산업 유산이 실험적인 융복합 문화 콘텐츠를 선보이는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전시, 공연 등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꾸준히 열린다.

삼정동 소각장 시절의 모습과 현대미술 작품의 조화가 기술·산업과 예술이 한껏 어우러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환경오염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곳인 만큼, 친환경을 주제로 한 전시와 공연, 콘퍼런스도 종종 개최된다. 

이달, 부천아트벙커B39에서는 융복합예술축제 ‘벙커페스타’가 열린다. 오는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열리는 이 축제에서는 지그문트 바우만의 사회 이론인 ‘액체 사회 이론’을 주제로 한 전시를 비롯해 예술을 즐기면서 휴식도 취할 수 있는 피크닉 프로그램, 각종 창의적인 예술 활동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부천아트벙커B39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관(월요일, 공휴일 휴관)하며, 관람요금은 기본적으로 무료로 운영된다.

급격한 도시 개발, 산업화의 유산이 우리 곁으로 돌아온 사례가 하나 더 있다. 부천의 중심부를 흐르는 도심 하천, 심곡천이다. 1980년대 교통 편의성을 이유로 복개한 하천을 지난 2017년 생태복원 사업을 통해 복원했다. 총 1.2㎞ 길이를 복원해 산책로를 조성했으며, 곳곳에 쉬어갈 만한 장소가 마련돼있다. 

예술적 영감을 얻고 싶다면, 부천에 새롭게 문을 연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레노부르크뮤지엄’으로 향하는 것은 어떨까? 이곳에서는 빛을 주제로 8개의 대형 미디어아트 작품을 선보인다. 출구 지점에는 레노부르크뮤지엄의 콘셉트를 공유하는 카페가 운영 중이다. 카페 중앙 천장에 설치된 450개의 크리스털 조명 또한 전시관의 테마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작품이다.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부천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만화다. 오랫동안 만화와 애니메이션 산업에 지원을 해왔던 도시 중 하나기 때문이다. 2001년 개관한 한국만화박물관이 그중 하나다. 한국 만화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소개하며, 시대별 주요 작품에 관한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2층 만화도서관에서는 만화책을 무료로 열람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부천아트벙커B39→레노부르크뮤지엄→한국만화박물관→부천호수식물원 수피아→심곡천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부천아트벙커B39→레노부르크뮤지엄→부천호수식물원 수피아→웅진플레이도시
-둘째 날 한국만화박물관→무릉도원수목원→부천시립박물관→심곡천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부천시청 https://www.bucheon.go.kr/site/homepage/me nu/viewMenu?menuid=148006001021006 
-부천아트벙커B39 https://artbunkerb39.org 
-레노부르크뮤지엄 https://www.instagram.com/renoburgmuseum 
-한국만화박물관 https://www.komacon.kr/comicsmuseum

운영 정보
-부천아트벙커B39 관람시간: 10:00~17:00 휴관일: 매주 월요일, 공휴일 휴관(프로그램 진행에 따라 휴관일과 관람시간이 변경될 수 있으니 방문 전 공지사항 확인 필수) 관람요금: 무료

-레노부르크뮤지엄 관람시간: 평일 10:00~19:00, 주말 및 공휴일 10:00~20:00 (마감 1시간 전 입장 종료) 연중무휴 관람요금: 성인(19세 이상) 1만2000원, 청소년(중고등학생) 9000원, 아이(36개월~초등학생) 6000원, 특별권(70세 이상, 장애인 4~6급, 국가유공자) 7000원, 단체(20인 이상, 사전 전화 예약) 각 1000원 할인 36개월 미만, 장애인 1~3급(동반 1인 포함)은 무료 관람 신분증, 학생증, 복지카드, 가족관계증명서 등 증빙자료 미지참 시 할인 및 무료 관람 불가, 중복 할인 불가, 단체는 방문 전 전화 예약 후 현장서 할인 구매 가능

-한국만화박물관 관람시간: 10:00~18:00 (17:00 입장 마감)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1일, 설날 및 추석 연휴 관람요금: 일반권 5000원, 부천시민(20세 이상) 2500원, 3인 가족 1만2000원, 4인 가족 1만6000원. 자매도시 시민(경기 화성시, 강원 강릉시, 충남 공주시, 충북 옥천군, 전북 무주군, 전남 진도군, 경북 봉화군) 2500원 할인, 무료 혜택 적용 시 반드시 증빙자료를 제시해야 함

문의 전화
-부천아트벙커B39 032)321-3901
-레노부르크뮤지엄 032)672-9725
-한국만화박물관 032)310-3090
-부천시 콜센터 032)320-3000

대중교통
버스 7호선 부천시청역 4번 출구서 중4동행정복지센터, 고용노동지청 버스정류장으로 223m 도보 이동→5번 버스 탑승 후 부천아트벙커B39 정류장으로 이동→버스 하차 후 소각장사거리 방향으로 326m 도보 이동→부천아트벙커B39

*문의: 인천교통공사(7호선 관련) 032)451-1343, 소신여객(5번 버스 관련) 032)666-3911

자가운전
부천IC서 ‘김포, 부천’ 방면으로 오른쪽 고속도로 출구, 301m 이동→부천IC서 ‘부천’ 방면으로 좌회전, 275m 이동→부천IC삼거리서 ‘신흥로441번길’ 방면으로 우회전, 745m 이동→‘시청, 시의회, 부천체육관’ 방면으로 좌회전, 248m 이동→소각장사거리서 오른쪽 4시 방향 진입→부천아트벙커B39

숙박 정보
-고려호텔 원미구 길주로, 032)329-0001, www.hotelkoryo.net
-포스타호텔 오정구 석천로531번길, 0507)1336-6006, four star-bucheon.jalib.site 
-메이필드호텔 서울 강서구 방화대로, 02)2660-9000, www.mayfield.co.kr

식당 정보
-황해도김치만두전골 오정구 원종로51번길, 032)672-5509
-한촌설렁탕&갈비 부천본점 소사구 경인로, 032)668-2566
-조마루감자탕 본점 원미구 조마루로, 032)664-7394

주변 볼거리
상동호수공원, 부천시립박물관, 부천활박물관, 부천물박물관, 부천중앙공원, 무릉도원수목원, 부천호수식물원 수피아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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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