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평산마을 터는 검찰 노림수

하필 이 타이밍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평산마을을 겨냥한 검찰의 수사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하던 칼날이 문재인 전 대통령으로 방향을 튼 셈이다. 야권에서는 “왜 하필 이 시점에서?”라는 물음표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최근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의 계좌 거래내역을 조사했다. 이들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씨가 연루된 이른바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 중이었다. 전 대통령 부부의 계좌를 추적해 딸 다혜씨와 그의 가족에게 흘러 들어간 자금을 분석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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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은 지난 2020년 국민의힘의 고발로 시작됐다.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상직 전 의원은 2018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의 이사장으로 임명됐는데, 이로부터 약 넉 달 뒤 서씨가 이 전 의원이 실소유주인 알려진 타이이스타젯 전무로 취업했기 때문이다.

이에 검찰은 서씨의 채용 과정서 대가성이 있었다는 의혹을 정조준했다.

지난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검 형사3부(한연규 부장검사)는 문 전 대통령과 그의 아내인 김정숙 여사의 계좌를 추적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영장에는 전 대통령 부부 명의로 된 계좌를 비롯한 뇌물수수 등의 혐의 및 기간이 적시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도 검찰은 다혜씨의 가족이 태국으로 이주하는 과정서 청와대와 중진공이 관련됐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전 대통령 부부와 다혜씨 간에 오갔던 금전거래에 청와대 관계자가 동원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수사 대상으로 올랐다.

평산마을이 발칵 뒤집히자 민주당은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성명문을 내고 “명백한 정치보복”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성명문에 이름을 올린 의원은 고민정·권향엽·김기표·김승원·김영배·김우영·김태선·김한규·문대림·문정복·민형배·박상혁·박수현·복기왕·송재봉·신정훈·윤건영·윤종군·이기헌·이용선·이원택·전진숙·정태호·진성준·채현일·한병도·한준호 의원으로 대부분이 친문(친 문재인)계로 분류되는 인사였다.

이들은 “검찰은 스토킹 수준으로 관련자들을 탈탈 털면서 억지 수사를 4년 동안이나 해왔다”며 그만큼의 시간과 인력을 쓰고도 검찰이 지금까지 결론 내리지 못한 점을 꼬집었다.

계좌 추적에 이어 문 인사 줄소환
“명백한 정치보복” 친문계 ‘부글’

이어 “그 과정서 검찰 측 인사가 한 참고인에게 ‘문 전 대통령을 잡아넣어야겠다’고 말했다는 증언도 있다”며 “결국 수사의 목적은 전임 대통령(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처음부터 그림을 그려놓고 수사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수사를 맡은 전주지검도 입장문을 게시했다. 전주지검은 “검찰은 이스타항공 운영과 전 대통령 사위 부정채용 등에 관한 고발장 접수 이후 수사상 필요성과 공소시효 임박 여부 등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수사 및 공소 유지를 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제기한 ‘스토킹 수사’ 지적에 반박했다.


수사의 가지가 점차 친문계로 뻗어나가면서 야권의 반발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최근 검찰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임 전 실장이 이 전 의원을 중진공 이사장으로 내정한 데 가담했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함이다.

이에 임 전 실장은 지난 20일 전주지검에 자진 출석한 뒤 취재진과 만나 “이 수사는 누가 봐도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임 전 실장은 “중진공 이사장 인사 문제는 여느 대통령 임명직 인사와 똑같은 절차를 통해 이뤄졌다”면서 “엉뚱한 그림 조각들을 갖다 맞추면서 의혹만 부추기는 일이 더는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1일에는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에게도 소환을 통보했다. 민정수석의 업무 중에는 ‘가족 및 친인척 관리’가 있는 만큼 검찰이 조 대표를 직접 소환한 게 아니냐는 혁신당 관계자의 해석이다.

부활한 이, 다급한 검찰?
명품백 접고 캐비닛 열어

조 대표는 곧바로 자신의 SNS를 통해 “(검찰이)무슨 언론플레이를 할지 모르기에 미리 밝힌다”며 “나는 이상직 전 이사장도, 서씨도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에게 말한다. 문 전 대통령과 가족을 수사하는 힘의 100분의 1이라도 ‘살아있는 권력’인 윤석열·김건희 두 사람의 범죄 혐의를 밝히는 데 쓰길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조 대표는 오는 31일 전주지검으로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야권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시하고 있지만 핵심은 ‘왜 검찰이 4년 전 일을 지금에서야 들추는지’다. 김건희 여사의 리스크가 점차 사그라들고 이원석 검찰총장의 임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서 수사가 탄력받은 게 의심스럽다는 점에서다.

지난 21일 검찰은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 내렸다. 김 여사의 청탁 금지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수사팀 구성 4개월 만에 논란은 종결됐다.

이 총장은 김 여사 수사를 앞두고 “법 앞에 예외도 성역도 없다”고 말해 용산과 미묘한 마찰을 보여줬다. 김 여사를 수사하는 과정서 이 총장은 조사 막바지에 통보를 받으면서 ‘검찰총장 패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 총장의 임기는 다음 달 15일까지다. 인사교체를 앞두고 어수선해진 틈을 타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탄력받았다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문정부에서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 총장이 임명된 이후에도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전 정권에 대한 수사는 미적대면서 특정 수사에만 열을 올리는 이 총장의 선택적 법불아귀가 아쉽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검찰이 이 대표에게 씌우려던 ‘범죄자 프레임’이 실패해 다급해진 나머지 문 전 대통령까지 마구잡이식으로 끌어들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그동안 국민의힘은 이 대표에게 ‘피의자’ ‘범죄자’ 같은 꼬리표를 달려고 애를 썼다”며 “그런데 몇 년이 지나도 구속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으니, 오히려 검찰이 물먹은 꼴이다. 커질 대로 커져 버린 이 대표를 무너뜨리기엔 부담감이 있으니 지나간 권력인 문 전 대통령과 일가족을 향해 칼을 겨눈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기회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수사 자체가 뜬금없는 감이 있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검찰이 이 사건을 캐비닛에 묵혀뒀다가 시기를 봐서 다시 꺼낸 모양”이라며 “민주당서 탄핵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막상 손에 잡히는 성과가 없으니 검찰이 무척 급한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느닷없이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하고 나섰는데 이 문제를 뇌물수수 의혹 등 여러 방향으로 엮어서 지방선거까지 질질 끈다면 역풍을 맞을 것”이라며 “일은 벌였는데 결과가 없다면 검찰만 망신당하지 않겠나. 오히려 검찰개혁의 당위성만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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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돌리기’ 김건희 엄호 한계

‘폭탄 돌리기’ 김건희 엄호 한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대통령도 아닌 영부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이상한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주요 이슈에는 ‘김건희’ 석 자가 으레 따라붙는다. 여권 내에서조차 김건희 여사의 사과 표명이 필요하다며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사를 지키려는 자와 보수를 지키려는 자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맞섰다. 김건희 여사를 놓고 용산의 고심이 깊다. 끝까지 품고 가자니 야당의 칼날이 턱 끝까지 다다랐다. 반대의 경우에는 보수층의 분노가 예상된다. 지난 2021년에 이어 두 번째 대국민 사과가 이뤄질지 이목이 쏠린다. 문제는 그때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더 많은 의혹이 김 여사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은 못 숙인다? 지난 2021년 12월16일 검은 정장을 입은 김 여사(당시 코바나컨텐츠 대표)는 어두운 표정으로 단상에 섰다. 대선을 앞두고 허위 이력 논란이 불거지자 대국민 사과를 위해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그동안 김 여사는 2001년부터 2014년까지 약 13년간 5개의 대학에 제출한 이력서에 경력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와 초박빙 대결을 벌이고 있던 때라 작은 리스크조차 큰 걸림돌이 되던 시점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장서 김 여사는 “두렵고 송구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 여사는 “일과 학업을 함께 하는 과정서 제 잘못이 있었다.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이 있었다”고 자신의 논란에 대해 일부 인정했다. 이어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돌이켜보니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었다.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라며 “부디 용서해달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며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약 3년이 지났다. 대선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 이후 김 여사는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말한 것과 달리 광폭 행보를 보여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관저 증축 문제부터 최근에는 KTV 국악 공연 관람 논란까지 다방면으로 의혹을 제기해 왔다. 민주당이 정권 심판을 겨냥해 내세운 윤석열정부의 5대 실정인 ‘이채양명주(▲이태원참사 ▲채상병 순직 ▲양평고속도로 ▲명품가방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중 세 개가 김 여사와 관련된 사안이다. 특히 명품가방 수수 논란은 총선을 3개월 앞두고 터진 문제로 ‘김건희 리스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해당 논란이 소위 말하는 ‘몰카 공작’이자 ‘정치적 공작’이라며 선을 그었다. 원내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김 여사가 직접 사과함으로써 본인 리스크를 털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김 여사가 함정에 빠졌다”는 주장이 압도적이었다. “사과해” vs “못 해” 정치권 연일 기싸움 ‘활동 자제’ 꺼낸 친한계…여권 폭풍전야 민주당은 “김 여사를 구하기 위해 측근들이 고작 생각해 낸 핑계가 ‘몰카 범죄 피해자’라니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라며 “(김 여사는)국민을 기만하지 말고 그렇게 억울하다면 당장 경찰에 신고해 법의 판단을 받아보자”고 주장했다. 날이 갈수록 악화하는 여론에 두 번째 대국민 사과가 이뤄질지 초미의 관심이 집중됐다. 윤 대통령은 설날 특별 대담서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누구한테도 박절하게 대하긴 참 어렵다”며 “여튼 아쉬운 점이 있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김 여사는 검찰의 비공개 조사를 받던 도중 변호인을 통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한 것이 전부다. 당이 뒤숭숭하던 당시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이 눈에 불을 켜고 용산만 쳐다보고 있다. (김 여사가)사과를 한다 해서 민주당이 곧바로 공세를 멈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렇다고 묵살하고 가자니 여론이 심상치 않다”고 설명했다. 결국 김 여사의 사과 공방은 4·10 총선을 거쳐 국민의힘 전당대회까지 번지면서 보수 분열의 뇌관이 됐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 8월22일 검찰이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을 내리면서 김 여사의 행보에 탄력이 붙었다. 바로 다음날인 8월23일 김 여사는 서울역에 있는 쪽방촌을 방문한 데 이어 지난달 2일에는 청와대에 미국 상원의원 부부를 초대해 함께 만찬 자리를 가졌다. 이날 생일인 김 여사가 상원의원 부부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야권에서는 “아직 남은 의혹이 산더미인데 검찰의 무혐의로 마치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10일에는 제복을 입은 경찰과 함께 마포대교를 찾았다. 대통령실은 이날 김 여사가 비공개로 서울시 119특수구조단 뚝섬 수난구조대를 비롯한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용강지구대 등을 방문해 간식을 전달하고 구조 현장을 살폈다고 전했다. 머리 한 올 안 보이게… 이날 행보를 두고 여권은 유독 크게 반응했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19일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국회 본회에 상정하겠다며 벼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해서라도 김 여사가 여론을 자극할 만한 공개 행보는 자제하는 게 낫지 않았겠냐는 판단이다. 국민의힘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채널A 유튜브를 통해 “김 여사의 마포대교 순찰에 대해 비판 여론이 굉장히 높다”며 “현장의 민심이 어떤지 민정수석실이 대통령 부부께 전달했으면 좋겠다”고 우려를 표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조차 CBS 라디오서 “답답하더라도 지금은 나올 때가 아니다”라며 “공개 활동을 한다는 건 국민을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 좀 참고 있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의견을 전했다. 홍 시장은 “각종 구설수 때문에 국민이(김 여사의 행보를) 악의적으로 본다”며 “소나기가 내릴 땐 피해 가는 게 옳다”고 훈수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갈등에도 김 여사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용산을 비롯한 친윤(친 윤석열)계는 김 여사를 옹호하고 나섰지만 친한(친 한동훈)계를 중심으로 다른 결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여권의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대표와 친한계 의원은 김 여사의 공개 행보와 관련해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는 뜻을 드러내면서 용산과 대립각을 세웠다. 그동안 한 대표는 김 여사와 관련된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국민 눈높이’를 언급하며 간접적으로 사과 필요성을 말해왔다. 그런 한 대표가 이제는 사과 표명이 아닌 김 여사의 행동에 브레이크를 걸면서 또다시 정부여당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한 대표는 지난 7일 원외 당협위원장과의 비공개 자유토론서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주제가 나오자 “행동할 때가 됐다.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선택을 해야 한다면 민심을 따를 것”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9일에는 ‘일부 친한계 의원 사이서 김 여사가 활동을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의원들이 뭐라고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저도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하면서 파장이 일었다. 어디로 튈지 몰라 단순히 사과를 넘어 김 여사의 거취를 직접적으론 언급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친한계 세력이 본격적으로 윤정부와 거리두기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여사가 사과하기에는 너무 늦었을뿐더러 야당의 공격 수위가 잦아들 것이란 기대가 없으니, 특검법을 수용하는 것보다 느슨한 수준인 ‘활동 자제 요구’로 논란을 일단락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같은 친한계의 여론에 친윤계가 따가운 눈총을 보내자 한 대표는 “김 여사를 공격하거나 비난한 게 아니다”라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가 필요하고, 국민의힘은 그런 정치를 해야 한다. 당초 대선서 국민에게 약속한 것 아닌가. 그것을 지키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도 아닌 여당 내에서 공개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아직은 친한계 세력이 탄탄하지 않지만 김 여사의 사과 표명 여론을 타고 급성장한다면 용산서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 용산이 제2부속실 설치를 띄우며 진화에 나선 와중에도 김 여사 이름은 주변 인물의 입을 통해 야금야금 새어 나오고 있다. 여의도서 가장 뜨거운 감자인 명태균씨가 폭로한 공천 개입 논란부터 “한 대표를 치면 김 여사가 좋아할 것”이란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녹취까지 잇달아 터져 나온 것이다. 명씨가 주장한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은 텔레그램 대화 내용이 쟁점이었으나 지금은 여권 인사의 갑론을박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김 전 행정관은 논란 이후 국민의힘을 탈당했지만 한 대표가 이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각종 비공식 라인을 통해 정보가 새어 나간 게 원인으로 지목되는 만큼 용산과 여권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추가 폭로로 인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민심이 돌아선다면 그때는 김 여사의 거취를 신중하게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서 용산과 여당이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김 여사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과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매번 영부인이 고개를 숙이는 건 맞지 않다는 입장으로 갈렸다. 신평 변호사는 김 여사의 사과가 탄핵의 방아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변호사는 자신의 SNS에 ‘탄핵 정국의 전야’라는 제목의 글 통해 “여러 언론의 논조나 야권의 동향을 종합적으로 살피면 지금은 탄핵 정국의 전야인 것 같다. 머지않아 탄핵정국이 조성된다는 뜻”이라며 “국회는 탄핵소추 결의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가장 큰 실수가 바로 한 대표를 중용한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지난 ‘박근혜 탄핵 정국’의 복기서 유추할 수 있듯 그(한 대표)나 야권서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는 김 여사의 사과는 바로 탄핵 정국 조성의 화려한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에게는 탄핵의 사유인 직무상의 중대한 위법 사유가 없어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더라도 헌법재판소서 탄핵 기각 결정이 선고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벼랑 끝에서도 아내 지키는 이유? “윤, 누구보다 특검법 잘 아는 검사” 그는 오히려 “이를 계기로 한 대표 세력은 보수 진영서 확실하게 추방돼 엄청난 화근이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아닌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당내 상황은 여의치 않은 듯하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국민의힘이)언제까지 영부인의 방패막이 되어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선을 다해 특검법 통과를 막고 있지만 (이탈하는 의원이)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넷 되는 건 시간 문제”라며 “야당에서는 (특검법이) 서너 번만 더 왔다 갔다 하면 통과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그때마다 보수가 합심해야 하는데, 보다시피 지금 당 상황이 좀 그렇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윤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국회에 돌아온 김건희 특검법을 재표결에 부친 결과 출석 의원 300명 중 ▲찬성 194명 ▲반대 104명 ▲기권 1명 ▲무효 1명 등으로 최종 폐기됐다. 국민의힘이 총 108석이라는 점에 비춰 봤을 때 반대 2표와 무효, 기권이 각각 1표로 총 4표의 이탈표가 나왔다는 분석에 힘이 실렸다. 비록 재의결 문턱을 넘지는 못했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8표까지 거의 다 왔다”며 통과될 때까지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며 압박에 나섰다. ‘김 여사가 사과할 것으로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국민의힘 관계자는 “용산에 달려있다고 본다. 김 여사의 판단도 중요하지만 일반인이 사과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인 만큼 여러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심스레 말을 아꼈다. 현시점서 살아 있는 권력은 윤 대통령인 만큼 국민의힘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특검법 통과를 막아야 한다. 안에서는 용산이, 밖에서는 야당이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8표만 넘기지 않으면 해결될 일이다. 이에 한 야권 관계자는 “김 여사 한 명이 사과하면 끝날 일을 두고 108명이나 되는 의원을 일일이 단속하고 있다”며 “3년 내내 서로 힘 빼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에 양쪽 모두 사활을 걸고 있으니, 민생이 제대로 돌아가겠냐”는 비판도 덧붙였다. 남다른 아내 사랑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SNS에 자신을 ‘애처가’라고 소개했다. 김 여사를 끊임없이 괴롭혔던 ‘쥴리’ 의혹을 반박하고 당시 불거졌던 각종 처가 리스크도 정면 돌파했다. 취임 이후 점점 거세지는 야당의 공세에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그의 의지에는 흔들림이 없다. 결국, 모두가 찬성하더라도 윤 대통령 오직 한 사람은 김 여사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여의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