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0배 뻥튀기’ 다시 날뛰는 기획부동산 추적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8.26 10:00:58
  • 호수 14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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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미끼 던지는 ‘법꾸라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기획부동산 사기 피해자가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 ‘세종시와 안성시 일대에 개발 호재가 있다’며 투자자를 속여 평당 수십배에 달하는 차익을 남긴 일당이 버젓이 활보하고 있다. 

지난해 말 대전에 사는 김모씨는 지인 최모씨에게 “좋은 투자처가 있다.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며 세종시와 안성시 일대에 부동산을 소개받았다. 당시 최씨는 대전광역시 서구 소재에 ‘G’ 부동산 사무실에 김씨를 데려갔다. 김씨가 방문하자 G 부동산 직원은 동영상 등을 통해 세종시 소정면 인근 부동산 개발 가능성에 관해 설명했다. 

수법이…

부동산업자가 김씨에게 틀어준 동영상 내용에 따르면, 세종시 소정면 소정리 산 22-5번지 800m 옆에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근린생활시설이란 주택가와 인접해 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도울 수 있는 시설을 말하며, 규모와 시설의 종류에 따라 ‘제1종 근린생활시설’과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나뉜다.

그러나 소정리 산 22-5번지는 농림지역, 보전관리지역 등으로 지정돼 세종특별자치시 도시계획 조례에 따라 개발행위가 어려울 것이라는 결과가 나온 상태다.

동영상을 본 김씨가 “돈이 별로 없다”고 하자 직원은 “약 50여평만 사보라”고 끈질기게 권유했다. 최씨가 적극적으로 설득한 끝에 김씨는 해당 부동산 현장을 방문했고, 커다란 플래카드에 ‘상업지구 개발 예정’이라고 쓰여 있었다고 한다. 결국 김씨는 투자를 결정한 뒤 지난 1월 해당 부동산의 공부면적 1739평 가운데 50여평을 6400만원에 매입했다. 


이후에도 최씨는 “해당 부동산을 추가로 더 사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며 김씨를 재촉했다. 수십 년간 모은 돈은 수차례 투자로 빠져나갔다. 최씨의 말에 현혹된 김씨는 지난 2월 15평을 1920만원, 10평을 1280만원에 추가 매입하면서 총 9600만원을 투자했다.

실제로 소정리 산 22-5번지의 평균단가는 128만원 수준이었고, 공시지가는 평당 3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 당시에도 김씨는 최씨와 G 부동산 회사가 소개한 가격만 믿었다. 

최씨는 “걱정하지 마라. 3~5년 안에 어마어마하게 변할 땅이고, 삼성그룹서 해당 부동산 뒤편에 도로를 안성시에 기부하면서 개발을 이끌어내고 있다”며 “삼성이 이곳에 공장을 짓기 시작하면 그 주변에 공장 직원들의 주거지를 만들기 위해 지구단위 계획 구역으로 다 바꿔놓았다”고 김씨를 안심시켰다.

그러면서 “20% 이자 대출까지 받아서 그 땅을 산 나는 바보겠냐”고 고 꼬드겼다.

이후에도 김씨는 토지 매입 대금의 처리 및 등기이전을 위해 기획부동산 실장인 최씨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이어갔다. 연락 과정서 최씨는 “안성에 또 좋은 부동산이 있다”며 김씨에게 투자를 권했다.

동영상·플래카드로 대대적인 홍보
개발 금지 임야에 ‘삼성그룹’ 운운

이번엔 ‘K’ 부동산 사무실에 김씨를 데려가 안성시 삼죽면 진촌리 산 136-1번지를 소개했다. 최씨는 “해당 부동산에 위치했던 경찰 전문 학원이 없어지고 신도시가 개발될 것”이라며 “확실히 개발되는 땅이라고 서류를 통해 확인했고, 도시계획이 들어가면 용도 상향을 시켜 모두 개발할 수 있도록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김씨는 공부면적 3023평 가운데 99.8평을 7800만원에 매입했다. 마찬가지로 진촌리 산 136-1번지도 평당 단가는 78만원이고, 공시지가는 1만5000원 수준이었다. 결과적으로 김씨는 최씨에게 속아 공시지가 대비 세종시는 41배, 안성시는 52배 비싸게 사들였다. 

김씨가 부동산에 투자한 사실을 뒤늦게 아들 이모씨가 알게 되면서 개발 호재는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다. 최씨가 권유한 세종시와 안성시 일대 부동산은 모두 시 조례상 개발이 불가한 곳이었다.

현재 김씨가 투자한 부동산에 등기된 지분 소유자는 50여명으로 투자 피해를 입은 상태다. 제보자에 따르면 이들은 “투자 철회를 할 수도 없고, 경찰에 신고해도 왜 투자했냐는 대답만 돌아온다”고 토로했다. 

김씨의 아들 이씨는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최씨 측에 투자 철회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최씨가 어머니와 소통한 내용을 들어보면 투자를 반대한 나를 미친 사람 취급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씨는 김씨에게 “아들이 이상하다.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강조했다.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이씨는 현재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경찰 신고해도…”  
처벌 사실상 불가

김씨와 같은 기획부동산 사기 피해를 입는 사례는 전국 곳곳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경기도 평택시 소재에 200평대 부동산을 쪼개 팔아 약 7억원의 수익을 올린 기획부동산 조직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지난 2019년 기획부동산 판매업자 박모씨는 “3년 안에 개발이 진행돼 2~3배까지 오를 땅”이라며 친인척까지 동원해 투자금을 모았다. 뒤늦게 알고 보니 10년 뒤에나 오를 땅이었다.

현재 박씨 일당은 비상장 코인을 발행해 전국적으로 투자자를 모집한 ‘폰지 사기단’으로 변모했다. 사건을 수사한 경기 파주경찰서는 부동산 투자수익을 보장한 박씨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고도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의 피해자들은 평택시 현덕면 덕목리 일대에 토지 매입을 지난 2018년 추천받았다. 박씨는 투자자들에게 평택도시기본계획서 등을 참고 자료로 보여주며 투자를 권유했다.

당시 박씨는 “동평택에 위치한 해당 부동산은 평택 미군기지인 캠프험프리서 안중역으로 들어가는 도로 인근 ‘계획관리지역’이면서 ‘주거개발진흥지구’에 위치해 있다”며 “이곳은 안중역으로부터 약 2.7km, 캠프험프리로부터 약 5km, 평택호로부터 6km, 국제무역항인 평택항으로 10km, 평택역으로부터 약 10km 반경 안에 위치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부동산 전문가들도 안중역 개발, 평택호 개발 등 산업단지 개발과 이에 따른 택지개발이 완료되면 이 부동산의 현저한 시가 상승이 이뤄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구체적인 계획을 설명한 끝에 박씨 일당은 투자자들에게 3~5년 안에 고수익을 약속했다고 한다. 결국 한 투자 피해자는 박씨의 추천으로 덕목리 일대 200평대 부동산을 여러 조각으로 쪼갠 지분 중 5평을 약 1700만원대(1평당 약 340만원)에 구매했다.

지난 2018년 기준 평당 340만원대에 판매한 박씨 일당은 최근에서야 “최소 10년은 기다려야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 해당 부동산의 감정평가액은 340만원이 아닌 평당 65만원 선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세종시와 안성시 일대 기획부동산 지분을 고가에 구매한 김씨의 피해 사례와 비슷한 상황이다.

이런 수법으로 박씨 일당은 200평 규모의 부동산 지분을 쪼개 20명에게 총 7억원에 판매했다. 애초에 감정평가액보다 3배 이상 높은 가격에 팔고, 단기 수익성 부동산 투자라고 속인 것이 드러나면서 박씨와 투자자 간의 분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최근 박씨는 투자 손실 책임을 묻는 투자자들에게 “코로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땅값이 폭락한 것”이라며 “누가 사라고 종용했냐? 투자는 본인 책임”이라며 반박했다. 

이처럼 기획부동산은 시세차익을 노리고 투자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식으로 홍보하면서 시작된다. 광고의 내용은 대부분 허위며, 과장된 광고에 현혹된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투자를 받는 것이다.

그래도 속아


부동산투자사기는 형법상의 사기죄 성립뿐 아니라 부동산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필요한 문제라는 점에서 대응이 더욱 까다로운 사안으로 꼽힌다.

박지현 법무법인 현 변호사는 “부동산에 투자 계약서 작성은 신중해야 한다. 기획부동산 투자 피해는 보호받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직접 확인하지 않은 토지에 대해 개발 호재만을 믿는다면 사기 피해를 꼭 주의하고 충분히 검토하는 것이 피해를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충고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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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뺑이’ 임현택 의협 회장 6개월 해부

‘뺑뺑이’ 임현택 의협 회장 6개월 해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국민 여론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의료 현장은 이미 아수라장 상태다. 정부는 의료개혁을 계속 밀어붙이는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의료계는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중심에 의협, 그리고 임현택 회장이 있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서 시작된 의정 갈등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의료 대란은 현실화했고 실제 환자가 제시간에 진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응급실은 마비 상태에 이르렀고 의료진은 과부하로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다. 7개월째 평행선 천문학적인 재정이 의정 갈등 사태를 수습하는 데 투입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장종태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비상진료체계 운영에 따른 건강보험지원금은 지난 5월 810억원, 6월 830억원, 7월 2983억원, 8월 1073억 등 누적 5696억원에 이른다. 장 의원은 “9월 1883억원 등 2월 말부터 이번 달 말까지 약 7개월간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투입되는 건보 재정 규모는 7579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또 정부는 경영이 어려운 수련병원에 7월부터 건강보험 급여를 선지급하고 있다. 선지급 금액은 6월분 3684억원, 7월 3974억원, 8월분 3914억원 등 총 규모가 1조1572억원이다. 의정 갈등의 여파로 2조원에 육박하는 재정이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정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의료 공백을 메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의사들은 요구사항이 관철되기 전까지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가족을 잃은 이들은 의료 정상화를 외치며 정부와 의료계에 읍소 중이다. 문제는 의정 갈등의 한 축인 의료계의 분열이다. 그동안에도 조짐은 있었지만 최근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그 중심에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와 임현택 회장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의협이 거듭 전선을 이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임 회장의 행보에 대한 의료계 안팎의 반발이 심화하면서 의협 자체가 힘을 잃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임 회장은 지난 3월 의협 회장 선거서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의사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맞설 ‘강한’ 회장을 원했고 임 회장이 적임자로 낙점된 것이다. 앞서 임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참석 행사에서 의견을 내세우다 쫓겨나는 등 강성 중의 강성으로 알려져 있다. 3월 압도적 지지 당선됐지만… 불신임 청원에 사퇴 요구까지 하지만 불과 6개월 만에 임 회장에 대한 평가가 180도 달라졌고, 사퇴 요구까지 나온 상태다. 의정 갈등서 ‘선봉장’ 역할을 맡은 전공의 단체 대표가 사퇴를 요구했다. 이미 두 사람은 한 차례 신경전을 벌인 적이 있다. 의료계 분열이 언급될 때마다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러다 이번에 또 한 번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임 회장은 지난 3월26일 제42대 의협 회장으로 선출됐다. 당시 총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65.43%)를 얻었다. 임 회장은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을 막지 못한 책임으로 사퇴한 이필수 전 회장에 뒤를 이어 회장 자리에 올랐다. 임 회장은 의대 증원에 대해 “저출생으로 인해 오히려 500~1000명 줄여야 한다”는 입장의 강경파로 분류된다. 앞서 임 회장은 윤 대통령 주재로 열린 의료개혁 민생토론회서 반대 의견을 전달하려다 경호원들에게 입이 틀어 막힌 채 끌려 나간 적이 있다. 이른바 ‘입틀막’ 의사의 의협 회장 당선으로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임 회장은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 등을 주장했다. 지난 5월1일 3년 임기를 시작한 임 회장에 대한 현재까지의 평가는 낙제점에 가깝다. 무엇보다 의료계 구성원 사이서 임 회장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임 회장의 언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과격한 표현과 독단적 태도가 주변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의대 증원 등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에 대해 정부와 논의할 협의체 구성에 난항이 계속되는 중이다. 정부는 앞서 의협의 대표성에 의문을 표한 바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하자는 뜻을 의료계에 전달했다. 당시 의협은 내부 분열을 위한 갈라치기 시도라면서 반발했다. 믿었는데 낙제점 그 시기에는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문제 삼았다면 현재는 의협을 제외한 의사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임 회장에 대한 불만이 꿈틀대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6월 진행된 전국의사총궐기대회다. 임 회장의 ‘무기한 집단 휴진’ 발언이 다른 의사단체와 상의 없이 나온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홍이 일었다. 시도의사회 회장이 임 회장의 발표를 비판했다. 당시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은 “저를 포함한 16개 광역시도 회장들도 임 회장이 여의도 집회서 무기한 휴진을 발표할 때 처음 들었다”며 “회원들이 황당해하고 우려하는 건 의사결정의 민주적 정당성과 절차적 적절성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사들은 임 회장의 ‘장기판 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도 가세했다. 박 위원장은 “무기한 휴진은 의협 대의원회, 시도의사회와 상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임 회장은 언론 등 대외적 입장 표명을 조금 더 신중하게 하길 바란다”고 직격했다. 또 의협이 범의료계대책위원회를 구성하겠다며 전공의 대표를 공동위원장으로 제안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지만 박 위원장은 “들은 바 없다. 대전협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현했다”며 선을 그었다. 임 회장의 언사에 대해서는 의대생 단체도 목소리를 냈다. 의대생 단체는 지난 7월 “임 회장은 의협 회장이라는 무거운 자리에 있음에도 ‘표현의 자유’라며 부적절한 공적 발화를 일삼고 있다”며 “당선되고 난 후의 행보를 과연 의료계의 입장을 강력히 대변하겠다는 의협 회장의 행동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가 문제 삼은 지점은 6월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청문회서 나온 임 회장의 발언이다. 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이날 임 회장을 향해 “저 기억하시나. 제가 21대 국회서 대변인으로 활동할 때 저한테 미친 여자라고 그러셨죠”라고 물었다. 의사단체 선긋기 나서 당시 강 의원은 의협이 수면내시경을 받으러 온 여성 환자를 전신 마취하고 수차례 성폭행했던 의사에게 회원자격정지 2년 징계를 내린 것을 비판하는 논평을 냈다. 이를 두고 임 회장이 막말을 쏟아낸 것. 임 회장은 강 의원의 질문에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강 의원이 임 회장의 공격적 언사에 대해 언급하자 “국민이 가진 헌법상 표현의 자유 영역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의대협은 “본인의 발언에 대해서도 수습하지 못하는 무능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앞서 임 회장은 의사의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한 판사를 향해서도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고 발언했다. 또 해당 판사가 언론에 인터뷰했던 사진과 함께 “이 여자와 가족이 병‧의원에 올 때 병 종류에 무관하게 의사 양심이 아니라 반드시 ‘심평원 심사 규정’에 맞게 치료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법원이 유감을 표명할 정도로 수위 높은 비판이었다. 또 서울고법이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자 “(재판을 담당한)구회근 판사가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에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 그런 통로가 막혀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다”고 주장했다. 임 회장의 해당 발언에 법원은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했다.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라고 밝혔다. 도를 넘는 발언과 독단적 태도 등이 거듭되면서 의료계 내부에서는 임 회장을 ‘리스크’로 여기는 분위기가 분출하고 있다. 박단 대전협 위원장은 지난 10일 의협 회장과는 어떤 협상 테이블에도 같이 앉을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SNS에 “의협 회장은 사직한 전공의와 휴학한 의대생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썼다. 그러면서 “아래 기재된 네 사람은 그 어떤 테이블에서도 임 회장과 같이 앉을 생각이 없다”며 “임 회장 및 의협 집행부는 전공의와 의대생 언급을 삼가시길 바라며 임 회장의 조속한 사퇴를 촉구한다”고 전했다. 박 위원장이 언급한 네 사람은 본인과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의 손정호·김서영·조주신 공동위원장이다. 의정갈등 장기화에도 행보마다 효과 없어 앞서 박 위원장은 7월26일에도 “임 회장은 공석서 전공의와 의대생을 언급하는 것 외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100여명의 직원과 300억원의 예산은 어디에 허비하고 있습니까”라며 “임 회장이 아직도 중요한 게 뭔지 모르겠다면 이제 부디 자진 사퇴를 고려하시길 권한다”고 적었다. 임 회장은 앞뒤가 꽉 막힌 상자 안에 들어서 있는 형국이다. 몸을 갈아 넣은 대정부 투쟁은 통하질 않고 의료계조차 임 회장의 행보에 싸늘한 기색이다. 국민적 관심도 거의 끌지 못했다. 임 회장은 지난달 의대 증원과 간호법안 입법화 움직임에 반발해 무기한 단식투쟁에 나섰다가 6일 만에 병원에 긴급 후송됐다. 문제는 단식투쟁의 실익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일단 간호법 제정안이 통과됐다. 국회는 지난달 28일 간호법 제정안을 가결시켰다. 이르면 내년 6월부터 진료지원 간호사(PA 간호사)의 의료 행위가 합법화된다. PA 간호사의 의료 행위에 대한 법제화는 의료계의 오랜 쟁점이었다. 여기에 의료계 내부서 임 회장에 대한 탄핵 움직임이 불거졌다. 지난달 28일부터 의협 대의원회의 조병욱·조현근 대의원은 임 회장에 대한 불신임 청원 서명을 받았다. 간호법 제정과 의대 증원 저지에 실패해 회원의 중대한 권익을 침해했으며 협회의 명예도 현저히 훼손했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선거권이 있는 회원 4분의 1 이상의 청원이 모이면 회장에 대한 불신임 발의가 가능하다. 이후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이들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회장 불신임이 결정된다. 청원을 발의한 대의원들은 “의견 수렴이 목적”이라면서도 “발의 요건이 충족되면 대의원회를 통해 임 회장 불신임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지난달 31일 의협 임시대의원총회서 비상대책위를 꾸리는 내용의 안건이 부결되면서 임 회장은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의대 정원 증원 저지‧필수의료 패키지 대응·간호법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설치에 대한 투표가 투표자 189명(총원 242명) 가운데 찬성 53명, 반대 131명, 기권 5명으로 통과되지 않았다. 한숨 돌려 다음은? 결과적으로 임 회장은 ‘재신임’을 받았다. 하지만 그가 가는 걸음에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의정 갈등의 출구전략이 보이지 않는 상황서 수장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줄어들 기미가 없다. 의료계 분열과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이라는 이중고에 의사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인 여론까지 더해졌다. 임 회장의 ‘헛발질’ 6개월이 낳은 결과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