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스타트업 대표 1000억대 역외탈세 의혹

CFO도 모르는데 경제범죄 수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몇 년 전 검찰과 경찰은 수사권을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벌였다. 수십년간 검찰이 독점적으로 행사한 권한을 경찰에 나눠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시작된 일이었다. 그 결과 경찰은 과거에 비해 강한 힘을 갖게 됐다. 문제는 그 힘을 행사할 능력의 여부다.  

“이제는 ○○○(피고소인)보다 경찰이 더 저를 화나게 합니다.” 이모씨는 지난해 8월 한때 회사의 공동대표를 지낸 하모씨를 고소한 이후 ‘지옥’에 살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하씨가 회사를 이용해 몰래 마스크 거래를 진행했고 이 과정서 1000억원대의 업무상 배임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뒤늦게
알았다

이씨와 하씨가 공동대표를 지낸 R스타트업은 2019년 56회 무역의날에 ‘천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할 정도로 비전을 보인 회사였다. 중국 플랫폼을 대상으로 국내 뷰티 및 패션 상품을 소싱·마케팅하는 종합 커머스를 운영했다. 창업 멤버 가운데 한 명이었던 이씨는 공동대표를 거쳐 현재는 R스타트업의 단독대표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회사가 휘청이기 시작한 시점은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하면서부터다. 사업서 중국의 비중이 컸던 만큼 그 후폭풍은 어마어마했다. 국내는 물론 세계 경제 전반을 흔들었던 코로나19의 여파를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R스타트업은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하씨의 주도로 마스크 유통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마스크 공급에 어려움을 겪던 시기였다. 이씨에 따르면, R스타트업은 미국의 상장 의료법인 A사로부터 1000만불에 달하는 마스크 공급 요청을 받았고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마스크 관련 유통 업무를 주도했던 하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필리핀 법인을 이용해 수급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하씨가 마스크를 수급할 수 없게 됐다고 통보하면서 사업은 흐지부지됐다. 이는 2020년 3월부터 6월까지 3개월 동안 일어난 일이다.

이씨는 “그 이후로 회사 차원서 마스크 관련 업무를 진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 하씨가 회사를 떠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천만불 수출탑’ 수상
코로나19로 상황 악화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였던 하씨가 경영서 손을 떼면서 이씨는 코로나19로 어려워진 회사를 떠안게 됐다. 이후 하씨가 2022년 3월 ‘차단’ 형태로 이씨와 연락을 끊었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씨가 하씨의 회사 메일 계정을 일시정지 조치했다.

이씨는 “그 시기(2022년 3월경)는 연령 초과로 하씨의 병역의무가 사라진 때였다. 주변 사람을 통해 하씨가 돈을 많이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000억원을 벌어 경제적 자유를 이뤘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는 소문도 있었다. 고급 외제차를 사고 지인 사업에 투자도 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완전히 일단락되나 했던 이씨와 하씨의 관계는 지난해 6월 우연한 계기로 다시 변곡점을 맞았다. 이씨가 하씨의 회사 이메일 계정을 확인하는 도중 석연찮은 구석을 발견한 것이다. 하씨가 완전히 무산됐다고 밝힌 미국 A사 외에 다수의 마스크 거래를 진행한 흔적이 포착됐다. 


이씨는 이 과정서 하씨가 회사에 정보를 전혀 공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회사 경영상의 사소한 내용까지 메일로 공유했지만 마스크 관련 부분만은 전혀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이씨가 하씨의 이메일 계정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영원히 몰랐을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이씨에 따르면 하씨는 마스크 거래를 추진하는 과정서 R스타트업의 이메일을 사용해 해외 수요자와 소통했다. 또 하씨의 아버지가 소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필리핀 법인을 R스타트업의 지사로 소개하는 등 이씨와 상의없이 회사를 사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가족회사
이용했다?

마스크 거래가 성사됐는지는 불분명한 상태지만 이메일 내용으로 추정한 규모는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는 극단적 선택을 고민할 정도로 극심한 배신감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회사가 경제적으로 허덕일 당시 이씨는 하씨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한 적이 있다고도 말했다. 회사 빚을 자신이 다 떠안은 상황서 하씨는 ‘뒷주머니’를 차고 있었던 거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결국 이씨는 지난해 8월 하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하씨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확인한 ▲하씨가 거래 상대방과 주고받은 이메일 ▲날인, 서명본이 존재하는 계약서 ▲필리핀 법인 은행 송금증 ▲해당 필리핀 법인이 운영하는 SNS 내용 ▲현지 언론 기사 등의 증거자료를 함께 제출했다. 

이씨는 “경찰에 많은 증거를 공유했고 추가로 나오는 내용도 전부 이메일을 통해 제공했다. 이메일 양이 워낙 방대했지만 범죄를 입증할 만한 명확한 부분이 존재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결론이 금방 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소 이후 1년이 지났지만 경찰 수사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씨의 고소건은 인천 연수경찰서에서 진행되다가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계로 이첩됐다. 하씨가 진행한 마스크 거래 규모가 지역경찰서에서 다루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는 판단에서였다. 실제 연수경찰서에서 작성한 범죄일람표상 금액은 1400억원에 달했다.

대형 경제범죄 의혹에도 경찰의 움직임은 미진했다. 이씨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경찰은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하씨의 출국금지 조치부터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인천경찰청은 연수경찰서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뒤 하씨에 출국금지 조치를 진행했다. 

출금부터
꼬였다

문제는 해당 시기 하씨가 국내에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씨는 “여러 경로를 통해 하씨가 해외에 있는 것을 확인해 경찰에 이야기했더니 그제야 ‘알아보겠다’는 말이 돌아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하씨가 국내로 들어온 뒤에야 다시 출국금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출국금지 조치는 지난 2월 인천경찰청이 하씨의 혐의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리면서 해제됐다. 이씨는 이 과정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고 강조했다. 먼저 고소인 조사가 20분밖에 진행되지 않은 점을 들었다. 또 이씨에 따르면 인천경찰청은 이첩 전 연수경찰서에서 4시간에 걸쳐 진행한 고소인 조사의 조서조차 꼼꼼히 확인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씨가 분노한 지점은 경제범죄를 대하는 경찰의 태도였다. 이씨는 “고소인 진술 과정서 ‘CEO(최고경영자)와 CFO(최고재무책임자)’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팀장이 ‘CFO가 뭐냐’고 묻더라. 그때부터 경찰이 ‘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까’ 의문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CCTV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범죄는 수사하기가 힘들다” “필리핀 계좌는 사실상 우리가 수사하지 못한다” 등의 발언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수많은 자료를 제공했고 수사기관으로서 조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은 피고소인(하씨)의 진술에만 의존해 불송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경찰이 기재한 불송치 이유를 보면 하씨가 ▲R스타트업과 최초로 마스크 거래를 진행했던 미국 A사 외에도 다른 업체와 계약을 진행한 점 ▲이 과정서 이씨에게 계약 내용을 일일이 고지하지 않은 점 ▲회사 이메일을 통해서 계약을 진행한 점 등의 정황을 확인할 수 있다. 

경찰은 하씨가 ▲거래대금을 이씨 몰래 착복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고 ▲실제 거래가 성사된 사실이 없다면서 배임 혐의를 부인한 점을 불송치 이유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미국 A사와의 거래 과정서 필리핀 법인을 사용하기로 합의한 점 ▲미국 A사 측의 거래 취소 요청 이메일 ▲계약 관련자의 사실 확인서 등을 근거로 ‘혐의 없음’이 인정된다고 했다. 

이메일 확인 과정서 배임 의심
경찰 불송치 → 검찰 보완 요구


반면 이씨는 “하씨가 마스크 거래와 관련해 나와 공유한 것은 미국의 A사 건뿐이다. 내가 원한 것은 미국의 A사 외에 하씨가 회사 몰래 진행한 마스크 거래에 대한 전반적인 수사”라며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내리기 전 하씨의 필리핀 계좌는 물론 국내 계좌에 대한 조사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 ‘(영장이)기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에 수차례 걸쳐 하씨의 가족이 사건에 연루돼있을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돈의 흐름이 하씨서 하씨의 아버지로, 하씨의 여동생으로 흘러간 정황이 있는데도 경찰은 그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 사이 하씨의 몇몇 친인척은 이미 외국으로 출국했다”고 주장했다.

인천지방검찰청은 지난 3월 하씨에 대한 인천경찰청의 불송치 결정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상태다. 인천경찰청 수사 담당자는 “검사님이 필리핀 계좌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보완수사 결정을 내린 것 같다. 청(경찰청)을 통해 필리핀에 공조를 요청했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수사준칙 개정안을 통해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면 3개월 이내에 이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은 현재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씨는 “14일에 경찰이 오라고 해서 한 번 더 조사를 받았다. 그때는 필리핀 법인에 대해 ‘같은 이름의 다른 업체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하더라. 첫 조사부터 지금까지 1년이 지났는데 해당 업체의 실체에 대해 묻는 것이다. 그것도 조사를 진행하는 도중에 휴대폰으로 확인하는 모습을 보고 기가 찼다”고 고개를 저었다. 

민원 제기
결론은?

이씨는 경찰이든 검찰이든 제대로 된 수사를 해달라면서 민원을 제기했다. 해당 민원은 인천경찰청 사건 수사관에 대한 진정으로 분류돼 현재 연수경찰서에서 조사 중이다. 이씨는 “경찰은 수상할 정도로 하씨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 내가 극단적인 선택이라도 해야만 제대로 수사해줄 거냐. 제발 살려 달라”고 호소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천경찰청 담당 수사관 “할 만큼 했다”

이씨가 제기한 하씨에 대한 고소 사건을 맡고있는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팀 관계자는 “(수사를)할 만큼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화 통화는 고소인 추가 조사를 하루 앞둔 지난 13일 이뤄졌다. 다음은 수사 담당자와의 일문일답.

-불송치 결정 이후 인천지검서 보완수사 요구가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피고소인이 본인 개인회사로 추정되는 필리핀 회사와 거래를 했다고 고소인이 주장해 검찰서 해당 회사의 거래내역을 한 번 확인해 보자고 했다. 국제공조 요청에 대한 보완수사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불송치 결정 전에는 국제 공조 요청을 하지 않았나?
▲그때는 마스크 거래한 업체에 출장 조사까지 가서 확인했는데 마스크 공급이 전혀 안 됐다. 거래가 최종 결렬됐다. 고소인이 주장하는 1400억원을 배임했다는 증거나 소명자료가 부족해 국제공조까지 필요하다는 생각을 안 했다. 

-현재 국제공조 요청이 이뤄진 상태인가?
▲경찰청서 필리핀 인터폴에 공조 요청을 했다. 우리(인천경찰청)가 직접 공조를 하는 것은 아니고 경찰청이 진행하고 우리는 자료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고소인은 경찰 조사가 부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고소인은 연수경찰서에서 1차로 조사받았다. 중복되는 내용을 물어볼 수 없어 부족한 부분만 물었다. 처음부터 다시 다 조사할 수는 없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수사는 다 했다고 생각한다. 

“묻지 않는 게 더 나쁘다”

-고소인은 경제범죄에 대한 경찰의 배경 지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경찰이 지능범죄나 경제범죄에 대해 100% 알고 있는 상태서 입문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 하나씩 배워가는 과정서 특히 경제범죄의 경우 시사, 경제 용어를 좀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모른다고 그냥 넘어가지 않고 정확하게 하기 위해 물어본 것이다. 모르는데 그냥 넘어가는 게 더 나쁜 것 아니냐.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는 3개월 안에 이행되도록 규정돼있지 않나?
▲맞다. 90일 안에 무조건 끝내려 한다. 사건이 적진 않지만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사건의 결론은 어떤 절차를 거쳐 언제쯤 나게 되나? 
▲보완수사가 마무리되면 결과 통보서를 검찰에 보낸다. 이후에 검찰이 다시 보완수사 요구를 할 때도 있고 그대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사건마다 다르다. 결정 변경도 가능하다. 결론이 언제 날지는 아직 말씀드리기 어렵다. <선>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