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조짐?’ 김정은 수상한 동향

최후의 발악 멀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북한 상황이 심상찮은 듯하다. 오물 풍선을 살포하고 과격한 대남 발언을 쏟아내는가 하면, 미사일까지 쏴대고 있다. 분단국가로 수십년간 지내면서 수시로 겪은 도발이라고 하기엔 그 방법과 수위가 다양해졌다. 일각에서는 민심 결집을 위한 행보로 보는 시각도 있다.

북한의 여름은 잔인하다. 자연재해에 취약한 탓이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가뭄이 들면 드는 대로 쑥대밭이 된다. 배수시설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피해가 큰 데 고통은 오로지 주민의 몫이다. 전 세계적으로 잉여 식량이 넘쳐나는 시대에 북한은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또다시
수해났다

2021년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1995년 북한서 일어난 대홍수를 지난 반 세기 사이 전 세계서 발생한 최악의 자연재해 중 하나로 꼽았다. 1970년부터 2019년 사이 발생한 모든 자연재해 피해 현황을 토대로 WMO가 발표한 <기상, 기후와 극심한 물에 따른 사망률과 경제적 손실> 보고서에 따른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대홍수는 251억7000만달러 상당의 피해를 냈다. 아시아 지역으로 한정하면 3번째로 심각한 자연재해였다. 당시 홍수로 68명이 사망했고 북한 인구의 4분의 1에 이르는 52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인명피해뿐만 아니라 곡물 150t이 소실되고 사회기반시설 전반이 파괴되면서 모든 기능이 마비됐다. 

이 시기를 지칭하는 표현이 ‘고난의 행군’이다. 식량난에 경제난까지 맞물려 대기근이 발생했고 북한의 체제 위기 상황으로까지 이어졌다. 당시 대기근으로 사망한 주민이 수십만명에 이른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다. 북한은 당 창건 55주년이던 2000년 10월에 이르러서야 위기가 끝났다고 공식 선언한 바 있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시기에도 자연재해와 국제 제제 등으로 3중고에 시달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식량가격이 폭등하면서 북한은 또다시 식량난이라는 고질적인 문제에 봉착했다. 여기에 올해도 폭우가 내리면서 평안북도 신의주 일대에 수해가 발생했다.

지난달 29일 북한 매체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북부국경지대와 중국 측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압록강 수위가 위험계선을 넘었다. 그 결과 신의주시와 의주군의 여러 섬 지역서 5000여명의 주민이 침수위험구역에 고립됐다.

<조선중앙통신>은 같은 달 31일에도 “압록강 하류에 위치한 신의주시와 의주군에서는 무려 4100여세대에 달하는 살림집과 근 3000정보의 농경지를 비롯해 수많은 공공건물과 시설물, 도로, 철길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주민 연설서 이례적으로
“쓰레기들” 연이은 비판

신의주는 상습 수해 지역으로 2010년 8월 많은 비가 내려 8000여가구의 주택이 물에 잠기고 7200여정보의 농경지가 침수됐다. 2016년 7월에도 신의주와 평안북도에 내린 장맛비로 침수와 산사태가 겹치면서 인적, 물적 피해가 발생했다. 신의주가 침수 피해에 취약한 이유로는 지리적 특성이 꼽힌다. 

문제는 이 지리적 특성을 상쇄할 만한 하수시설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반복되는 자연재해에 대응이 안 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상부가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당의 수령이 수해 지역을 찾아 살피고 주민을 걱정하는 ‘퍼포먼스’로는 민심이탈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고통을 겪는 주민과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상부 사이의 괴리가 북한 체제의 급격한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전용 열차 내부서 한국에 출시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상위 브랜드인 마이바흐 차량이 포착됐다. 해당 차량은 올해 4월 판매를 시작한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GLS 600 4MATIC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추정된다. 가격은 3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눈여겨볼 만한 지점은 해당 차량이 포착된 상황이 김 위원장이 수해 현장을 찾은 때라는 사실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0일, 김 위원장이 의주군 수해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의 사진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전용 열차 한 칸의 문을 양옆으로 완전히 개방한 채 수재민 앞에서 연설했다. 이때 해당 차량이 카메라 앵글에 들어온 것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북한 주민을 아끼고 사랑하는 ‘애민 지도자’ 역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서 최고급 외제차가 포착된 것은 ‘실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이날 연설서 ‘쓰레기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등 과격한 대남 발언을 쏟아냈다. 북한 주민의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한 행보라는 말이 나온다.

언론 보도
불쾌감 표현

김 위원장은 “(주민 생각에)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시원히 도와드리지 못해 송구” 등의 표현을 사용해 수재민을 향해 몸을 낮췄다. 하지만 대남 발언은 거침없었다. 김 위원장은 연설의 상당 부분을 남한을 비판하는 데 할애했다.

수해 보도를 한 남한 언론에 대해 “너절한 쓰레기 나라의 언론 보도”라며 “모략 선전” “엄중한 도발” “모독” 등으로 몰아갔다. 또 남한 언론이 미쳐 날뛰고 있다고도 했다. 이어 “한국 쓰레기들” “적을 왜 적이라고 하며 왜 쓰레기라고 하는가” 등 수위 높은 발언을 퍼부었다.

남한을 쓰레기로 표현한 횟수는 4번에 이른다. 앞서 지난 2일에도 김 위원장은 남한의 신의주 수해 피해에 대한 보도에 불쾌감을 표한 바 있다. 이날 발언은 수해민 구출에 성공한 북한 공군 직승비행(헬기) 부대를 축하 방문한 자리서 나왔다. 

당시 김 위원장은 “지금 적들의 쓰레기 언론들은 우리 피해지역의 인명피해가 1000명 또는 1500명을 넘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보도한다며 남한이 날조된 여론을 전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김 위원장의 거듭된 발언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대남 비방은 김여정 노동장 부부장이 하거나 담당 기관 명의 담화 형태로 나오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북한 내부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통일부는 김 위원장의 발언 배경에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북한이 대규모 수해 피해로 전 사회적 역량을 동원해야 하는 비상 상황서 비난의 대상을 외부로 돌려 민심이반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오물 풍선이나 미사일 발사 등의 대남 도발 역시 그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대남 압박
달래기용?

실제 북한은 김 위원장의 발언 이후인 지난 11일, 11번째로 오물 풍선을 살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11일 오전 10시 북한 측은 240여개의 쓰레기 풍선을 띄운 것으로 식별됐다”며 “경기북부 지역에 10여개가 낙하됐고 확인된 풍선의 내용물은 종이류, 플라스틱병 등 쓰레기”라고 밝혔다.

분석 결과 안전에 위해되는 물질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5월28일을 시작으로 지난달 24일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3600여개의 오물·쓰레기 풍선을 남쪽으로 날렸다. 오물 풍선에는 변·퇴비, 담배꽁초, 종이·비닐·천 조각, 종이조각 등이 담겼다. 지난 2일까지 차량·주택 파손 등 총 41건의 피해가 접수됐고 민간 항공이 이·착륙 중 위험 상황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 13일 산림청 중앙산림재난상황실과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45분께 파주시 탄현면 금산리의 한 야산서 연기가 보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산림당국은 진화 차량 10대, 진화 인력 36명을 투입해 23분 만에 진화를 완료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산림 약 10㎡가 불탔다.


소방당국은 화재 진압 중 발견된 북한의 오물 풍선으로 인해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경기 고양시 덕양구 내유동의 한 다세대주택 옥상서 오물 풍선이 추락해 터지면서 불이 났다. 당시에도 관계당국은 타이머가 부착된 기폭장치가 터지면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은 오물 풍선을 원하는 장소에 떨어뜨리기 위해 타이머와 기폭장치를 매달아 풍선을 날리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6월2일에도 경기도 부천서 오물 풍선에 달린 기폭장치가 터지며 주택 지붕과 천장이 파손되고 주차된 화물차에 화재가 발생해 수백만원대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민심 이반 막으려고?
식량난 가능성 높아져

우리 군은 북한의 9차 오물 풍선 살포(지난달 19일)에 대응해 대북확성기 방송 가동을 재개했고 같은 달 21일 전면 가동에 돌입했다. 군 당국은 모든 전선에 걸쳐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6시간 동안 대북 확성기 방송을 틀고 있다.

북한도 맞대응해 남측 방송을 상쇄하기 위한 대남 소음 확성기를 지난달 20일부터 가동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남한의 언론 보도, 대북확성기 방송은 물론 대북전단(삐라)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앞서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달 16일 대북전단이 추가로 발견됐다며 “다시금 엄중히 경고한다. 처참하고 기막힌 대가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김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배포한 담화서 “우리 국가의 남쪽 국경과 일부 지역서 대한민국 쓰레기들이 날린 대형 풍선 29개가 또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많은 지역서 해당 구역이 봉쇄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인민의 불편이 증대되고 있다”며 “더 이상 지켜봐 줄 수만은 없는 상황이 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쓰레기들의 치졸하고 더러운 짓이 계속될 경우 우리의 대응 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하게 제기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민심 이탈을 막기 위한 북한의 대남 도발이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수해로 농작물 수확량 감소가 예상되면서 식량난이 심해질 가능성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북한이 홍수와 해충 피해로 농작물 수확량이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난·풍선
그다음은?

FAO 세계정보조기경보국은 지난 13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북한 관련 보고서를 통해 “올해 8~10월 평균 이상의 강수량이 예고됐다”면서 “폭우는 침수를 악화하고 홍수로 이어져 심각한 농업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기간 기온도 평균 이상일 것”이라며 “해충·질병 발생이 늘어 잠재적으로 수확량이 감소할 위험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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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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