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일본도 살인사건 전말

75cm 칼날 마구 휘둘렀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서울 시내서 일본도로 잔혹하게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스파이였다’는 이상한 진술을 하면서 정신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이 도검 소지를 허가받았다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경찰이 뒤늦게 도검류 검사 강화와 개정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은평구 아파트단지서 두 아들을 둔 아버지가 일본도에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 백모씨가 최근 1년 동안 총 7건의 경찰에 신고된 것이 알려지며 도검 소지 허가제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잔혹한 칼부림

서울 서부경찰서는 아파트 정문 앞에서 흉기를 휘둘러 같은 단지 주민인 남성 A씨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백씨를 긴급체포했다. 백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11시30분께 잠깐 담배를 피우러 나온 A씨를 날 길이 75cm의 일본도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백씨는 범행 전 골프 가방에 범행에 썼던 일본도를 넣은 채 아파트 단지 정문 근처를 수분 동안 배회하다 담배 피우러 나온 A씨를 마주치고 일본도를 들고 다가가 시비를 걸었고, A씨가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자 흉기를 휘둘렀다.

A씨는 칼에 찔린 뒤 경찰에 신고하며 도망갔지만 백씨가 인도서 주차장 입구까지 따라가며 여러번 더 칼을 휘둘렀다고 한다. 백씨는 범행 직후 자기 집으로 도주했으나 1시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백씨는 “누군가 내 귀에 도청장치를 설치했다”며 “피해자가 자신을 감시하는 ‘현 정권서 보낸 스파이’라고 생각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백씨는 당시 술을 마신 상태는 아니었다. 게다가 백씨는 정신질환 관련 치료나 약물 복용 이력조차 없었다. 경찰은 백씨가 마약을 복용한 것인지 의심하고 있다. 다만 그가 경찰의 간이마약검사를 거부한 만큼 경찰은 마약류 등 관련 압수영장을 신청하고 정신감정도 의뢰한 상황이다.

당초 백씨의 진술이 보도된 이후 백씨가 ‘심신미약’을 노리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 형사소송 전문 변호사는 “말도 안 되는 진술로 심신미약 판정을 받은 선례가 존재한다”며 “다만 피의자의 진술만으로 심신미약을 인정받는 경우가 흔한 것은 아니다. 정신감정 결과와 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파트단지 주민 따라가며 칼질
도검 허가 후 7번 경찰 신고당해

이 같은 예상과 달리 백씨는 오히려 심신미약이 아니라고 당당히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나는 멀쩡했고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백씨는 취재진이 ‘일본도를 구매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자, “중국 스파이를 처단하기 위해 샀다”고 답했다. 또 ‘미리 살해 계획을 세웠는가’라는 질문에는 “저는 나라를 팔아먹는 중국과 함께 팔아먹는 김건희와 중국 스파이를 처단하기 위해 이 일을 했다”면서 “김건희 여사와 중국 스파이는 중국과 함께 한반도 전쟁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래서 제가 이 일을 하게 됐고 저는 심신미약이 아니다”고 말했다.


‘마약 검사를 왜 거부했느냐’는 물음에는 “중국 스파이가 마약을 얘기하기 때문”이라면서도 “유가족에게 미안한 마음도 없다”고 말히기도 했다. 

이런 모습에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일반적인 살인보다 가중처벌될 것이라고 봤다. 복수의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 징역 15년 이상의 형을 예상했다. 한 변호사는 징역 25년 이상의 중형을 예측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일반적인 살인은 기본 10~16년이 양형기준으로 정해져 있다. 

법조계서 가중처벌을 예상한 이유는 백씨의 평소 행실과 관련이 있다.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월 이후 백씨와 관련해 접수된 112 신고는 총 7건으로 집계됐다. 백씨는 지난 1월 경찰로부터 장식용 도검 소지 승인을 받았고 그 이후부터 그에 대한 경찰 신고가 끊이지 않은 것이다.

신고가 접수된 지역은 다양했다. 백씨가 거주하는 은평구뿐만 아니라 종로구서도 백씨 관련 신고가 들어왔다. 대부분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 ‘시끄럽게 소란을 부리면서 시비를 건다’는 식이었다.

7건의 신고 가운데 도검과 직접 관련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백씨는 평소 일본도를 들고 다니면서 아파트 놀이터에 있는 아이들에게 칼싸움을 하자고 하는 등 이상행동을 보여왔다고 한다. 게다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백씨가)항상 신줏단지 모시듯 낚시가방 같은 걸 꼭 들고 다녔다’는 목격담이 올라오기도 했다.

낚시가방 안에 일본도를 가지고 다녔다는 취지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범인이 피해자를 도검으로 여러 번 찌르고 베며 잔혹하게 살해한 점과 장식용 도검을 갈아 흉기로 만든 점, 항상 도검을 갖고 다닌 점을 고려해 볼 때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보긴 힘들다”며 “물론 피해자 A씨를 염두에 두고 진행한 것은 아닐 테지만 이런 점은 가중처벌의 가능성을 더 높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파이 처단하려고” 장검 구입
장식용 도검 관리 곳곳에 구멍

일본도로 일어난 살인사건은 이번 사건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경기 광주에서는 평소 ‘고령의 무술인’이라며 언론에 여러 번 소개되기도 했던 70대 남성이 101㎝ 길이의 일본도로 주차 시비가 걸린 50대 남성의 양쪽 손목을 절단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손목이 잘린 피해자는 과다출혈로 인한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지난 2021년에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집을 나와 이혼소송을 준비하던 아내를 남편이 일본도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일본도 살인사건이 계속 발생하자 도검 소지 허가 제도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총포화약법상 칼날 15㎝ 이상의 도검을 구입하려면 인근 경찰서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신청인이 운전면허가 있다면 신체·정신 건강 검사서 등을 별도로 제출할 필요가 없다.


3년마다 소지 허가를 갱신해야 하는 총포와 달리 도검은 갱신 의무도 없다.

대신 경찰은 알코올·마약중독자나 정신질환자, 전과자가 도검을 소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매년 6~8월 일제 점검을 진행한다. 소유주가 도검을 직접 경찰서에 들고 가 면담하는 방식으로, 경찰은 이때 도검 개조 여부나 소유주의 정신 건강 등을 확인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허가증 보유자 수가 너무 많아 연도를 쪼개 일부만 검사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느슨한 관리 탓에 칼부림 사건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이 같은 지적에 경찰청은 이달 31일까지 한 달간 전체 소지허가 도검 8만2641정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다고 지난 1일 밝혔다. 도검은 칼날 길이 15㎝ 이상의 칼, 검, 창 등이다.

허가 이유?

신규 소지허가 절차도 강화한다. 신규 소지허가 시 적격 여부를 심사하고, 경찰서 담당자가 신청자를 직접 면담한다.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장을 위원장으로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허가 여부를 판단한다.


아울러 신규허가 시 신청자의 정신질환 또는 성격장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도록 하는 총포화약법 개정도 추진한다. 허가 갱신 규정도 함께 마련할 예정이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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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