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여름나기 ②국립산악박물관

산과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곳

국립산악박물관은 산림청이 설립한 국내 유일의 산악전문 박물관이다. 언제나 곁에서 바라보던 익숙한 풍경이지만 산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등반의 역사와 문화,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으며 간접적으로 등반 체험도 해볼 수 있다. 

박물관 관람 동선은 맨 꼭대기인 4층에서 시작해 1층으로 내려가면서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4층에 오르면 야외 하늘정원이 펼쳐진다. 정면으로 보이는 울산바위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할 수 있는 포토존과 설악산 일대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망원경이 설치돼있다.

설악산 일대

왼쪽으로 설악의 대청봉과 중청봉, 소청봉이, 오른쪽으로 미시령과 신선봉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날씨가 화창한 날이나 겨울철 얼음이 얼면 토왕성 폭포의 모습도 눈에 잘 띈다. 

3층은 국내 및 세계 등반 역사에 관한 전시물을 만날 수 있다. 등반사에서 획기적인 장비로 인정받는 아이젠의 변천사도 볼 수 있다. 초기엔 등산화 바닥에 짚을 붙여 사용했고 1950~1960년대에는 동물의 털을 사용해 만든 미끄럼 방지 패드를 붙인 산악스키를 사용했다. 이후 알프스의 목동이 사용하던 신발에 착안해 만든 아이젠이 등장했다. 

국내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고상돈 대원이 정상에 올랐던 순간을 재현한 조형물도 전시돼있다. 실제 등정에 사용했던 장비도 함께 볼 수 있다. 산악인물실로 걸음을 옮기면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이름을 알린 산악인에 관한 자료를 만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고상돈, 한국인 처음으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등정한 엄홍길, 장애를 가지고 14좌를 완등한 김홍빈 등 여러 산악인의 이야기를 담담히 전한다. 

수장고 역할을 하는 컬렉션 공간엔 국내와 해외서 사용된 수많은 스토브와 피켈을 모아 놓았다. 스토브 중 눈길을 끄는 것이 1971년에 제작된 ‘설악1호’라는 제품이다. 1970년부터 제작이 시작된 국산 스토브의 초기 제품이다. ‘산악인의 정신’이라고도 부르는 피켈은 얼음을 찍거나 깎아서 발 디딜 곳을 만들거나 지팡이 용도로 사용하기도 하는 장비다. 

등반에 대한 역사·상징성을 지닌 곳
설악산을 조망할 수 있는 자연경관도

여러 가지 모양의 피켈 중 두 개의 황금 피켈이 눈에 띈다. 황금 피켈은 보통 전 세계 산악인 중 가장 선구적인 등반을 한 사람에게 수여된다. 그중 하나는 2011년에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급 14좌 완등에 성공하고 에베레스트를 무산소(산소통의 도움 없이)로 등정한 이탈리아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에게 수여됐던 피켈이다.

2층은 관람객이 산에 관련한 여러 가지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가장 흥미를 끄는 고산 체험실에서는 해발 3000m와 5000m의 온도와 산소량을 구현해 고산의 환경을 체험할 수 있다. 자칫 위험할 수 있어 기압은 구현하지 않았다고 한다.

3000m는 그리스 올림푸스산(2917m), 5000m는 유럽의 몽블랑산(4805m)이나 아프리카 킬리만자로산의 마웬지봉(5419m)과 비슷한 환경이다.

영상을 통해 고산에 대한 안내를 받은 후 손가락에 펄스 옥시미터라는 심장박동과 산소포화도를 측정할 수 있는 장비를 착용하고 고도별 각 방에서 2분30초 정도씩 머물며 고산 체험을 한다. 3000m는 산소량이 약 70%, 5000m는 산소량이 50% 정도다.


10~65세까지 누구나 인터넷 사이트서 예약 후 이용이 가능하다. 만약의 위험한 상황에 대비해 제세동기가 비치돼있다. 

산악자율체험실에서는 클라이밍 경기 중 하나인 볼더링을 체험해 볼 수 있다. 볼더링은 암벽서 수직이 아닌 옆으로 이동하는 종목이다. 4개의 난이도로 이뤄진 구간마다 번호와 이동 방향을 알려주는 화살표가 표기돼있어 스스로 난이도를 조절해 즐길 수 있다.

산악자율체험실을 이용하기 어려운 유아인 경우, 트랙맨이라는 별도의 체험시설을 통해 안전하게 암벽등반 체험을 할 수 있다. 

1층 기획전시실에서는 올해 준비된 네 개의 작은 전시회 중 세 번째 <대표유물 10선 전>이 한창이다. 국립산악박물관이 소장한 대표적인 유물 10점이 전시돼있다. 조선시대 실학자 신경준이 쓴 도표인 <산경표>와 조선 전기 문인 양사언의 시가와 산문을 엮어 펴낸 <봉래시집>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조선의 전도와 도별 지도로 구성된 <청구여도첩>, 삼척의 행정 지도인 <삼척지도>, 전국 196곳 경승지가 적힌 사각형 놀이판 <완경척방도>, 1969년 설악산 동계훈련 중 사고 관련 자료와 로프, 1977년 우리나라 최초 에베레스트 등정 시 가져온 에델바이스꽃과 정상 기념석, 설악산 토왕성폭포 빙벽 초등을 위해 제작된 토왕성 피켈, 심전 안중식의 산수화 <낙일송풍>, 내고 박생광의 금강산도 10폭 병풍을 감상할 수 있다.

속초시립박물관은 속초가 간직한 역사와 문화를 보여준다. 상설전시관에서는 설악산과 동해 사이에 위치해 나타나는 산촌과 어촌문화, 6·25전쟁 이후 유입된 피난민이 정착해 전해지는 향토문화를 엿볼 수 있다. 북한의 지역별 주택의 모습을 재현한 공간과 AR(증강현실) 영상으로 만나는 속초의 모습도 흥미진진하다. 발해역사관에서는 다양한 발해에 관한 전시물과 재현한 정효공주묘를 관람할 수 있다.

부엉이박물관 해피아울하우스는 정희옥 작가가 만들고 수집한 작품을 모아 놓은 공간이다. 건물 외관부터 얼핏 부엉이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내부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부엉이 관련 작품이 시선을 끈다. 작가는 ‘TV를 통해 본 수리부엉이의 카리스마 넘치는 눈에 매료됐고 그때부터 부엉이와의 인연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부엉이

바우지움조각미술관은 조각가 김명숙 부부가 설립해 현대 조각품을 전시하는 전문미술관이다. 전시된 조각품을 감상하는 것도 즐겁지만 미술관 공간 자체가 예술작품이라 해도 될 만큼 세련되고 아름답다. 특히 돌의 정원 담장 너머로 보이는 울산바위와 어우러진 풍경이 압권이다. 관람 후 어른 입장권을 가지고 카페에 들르면 무료로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광국립산악박물관→속초시립박물관→부엉이박물관 해피아울하우스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국립산악박물관→속초시립박물관→부엉이박물관 해피아울하우스
-둘째 날 바우지움조각미술관→과자의성→척산온천휴양촌

관련 웹 사이트 주소
-국립산악박물관 https://komount.or.kr/nmm/index.do 
-속초시립박물관 www.sokcho.go.kr/ct/museum/ 
-부엉이박물관 해피아울하우스 https://happyowlhouse.modoo.at/ 
-바우지움조각미술관 www.bauzium.co.kr


운영 정보
-국립산악박물관 운영시간: 09:00~18:00 휴무일: 매주 월요일(공휴일인 경우 개관), 1월1일, 설날과 추석 연휴 요금: 무료
-속초시립박물관 운영시간: 09:00~18:00(3~10월), 09:00~17: 00(11~2월) 휴무일: 매주 월요일, 1월1일 요금: 어른 2000원, 청소년·군인 1500원, 어린이 700원
-해피아울하우스 운영시간: 10:00~18:00 휴무일: 매주 월요일(명절, 공휴일, 여름 휴가철은 정상 운영) 요금: 어른 7000원, 초중고생 6000원, 유아(24개월 이상) 5000원
-바우지움조각미술관 운영시간: 10:00~18:00(3~11월), 10:00~17 :00(12~1월) 휴무일: 매주 월요일 요금: 어른 13000원, 초중고생 7000원, 유아(36개월 이상) 5000원

문의 전화
-국립산악박물관 033)638-4459
-속초시립박물관 033)639-2974
-부엉이박물관 해피아울하우스 033)638-8475
-바우지움조각미술관 033)632-6632

대중교통
버스 속초고속버스터미널 정류장서 3번 또는 3-1번 버스(일 15회 운행) 이용, 한옥마을(속초시립박물관) 정류장서 하차 후 국립산악박물관까지 도보 약 15분

*문의: 속초시청 교통과: 033-639-2368, www.sokcho.go.kr/sc/fields/traffic/tra nsport

자가운전
동해고속도로 속초IC→속초 방향 56번 도로(미시령로)쪽으로 진출→콩꽃마을교차로서 직진→학사평교차로서 직진→국립산악박물관

숙박 정보
-한화리조트 설악 쏘라노: 미시령로2983번길, 033)630-5500 http ://www.hanwharesort.co.kr
-빨간등대 게스트하우스: 장안로 5, 010-2704-6634
-소노펠리체델피노: 고성군 토성면 미시령옛길, 1588-4888


식당 정보
-가보오토종닭: 학사평길 32, 033)636-0201 
-몽트비어: 학사평길 7-1, 033)636-9010 
-들꽃한정식: 만천7길 13, 033)631-7006

주변 볼거리
여름속초바다축제: 8월9~11일, 속초해수욕장 일원
과자의성, 설악산자생식물원, 척산온천휴양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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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