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불장군’ 방통위 다음 시나리오

“더 센 놈이 온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잔혹하다. 간신히 임무를 하나 정도 달성하면 사퇴해 버린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상화가 언제쯤 이뤄질지 가늠하기 어렵다. 다음에도 이어질 상황은 뻔하다. 그러나 여야 모두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고 한다.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사퇴했다. 임기를 시작한지 6개월 만이다. 면직도 신속하게 이뤄졌다. 김 전 위원장은 퇴임식서 “거대 야당의 탄핵소추라는 사태로 국민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방송과 통신미디어 정책이 멈춰서는 상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언급했다. 

이진숙?

그는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상황서 물러났다. 국회 본회의서 의결되는 것만으로도 업무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버티면 즉시 업무가 중지돼 헌법재판소 판단이 내려지기까지 최장 180일이 소요된다.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는 사퇴가 불가능하다.

윤석열정부 들어 방통위원장은 13개월간 총 7명을 거쳤다. 직전 위원장이었던 이동관 전 위원장 역시 90일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탄핵소추안 의결 전 사의를 표명한 이유는 탄핵안이 국회서 표결되면 방통위 업무가 중단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선제 조치로 보인다. 그동안 윤정부 들어 방통위의 잔혹사는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위원장을 맡은 지 오랜 기간이 지나지 않아 위원장이 교체됐다.


방통위는 2인 체제지만, 김 전 위원장의 사퇴로 이상인 부위원장 1인 체제가 됐다. 

당분간은 이 부위원장 직무대행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본래 방통위가 상임위원 5인 합의 체제 기구인 만큼 당장은 전체회의 소집이나 의결은 없이 최소한의 업무만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은 즉시 김 전 위원장 후임을 곧바로 지명했다. 주인공은 이진숙 대전 MBC 전 사장이다. 

이 전 사장은 후보로 지명되자 대통령실 브리핑 룸에서 “언론이 부패하면 사회가 썩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지금의 언론은 흉기라고 불린다”고 밝혔다. MBC를 향해서는 “바이든 날리면 같은 보도는 최소한의 보도 준칙을 무시한 보도”라고 일갈했다. 

이 전 사장의 내정은 김 전 위원장의 사퇴 직후 바로 이뤄졌다. 앞으로 청문회 절차 등을 거치면 통상 20여일이 소요되는데 이르면 이달 말에 이 전 위원장이 취임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 사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이다.

김홍일 6개월 만에 전격 사퇴
야, 탄핵 예고에 부랴부랴 짐 싸

차기 방통위원장의 최우선 임무는 공영방송의 이사 선임 건이다. 그중에서도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를 임명하는 게 급선무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이미 지난달 28일 방문진과 KBS, EBS 이사 선임 계획안을 방통위 전체회의에 상정 및 의결한 바 있다.

바통을 넘겨받을 후임 위원장은 임명 마무리 임무를 맡게 된다. 


방문진 이사는 여전히 문재인정부서 임명된 이사로 야권이 유리한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권태선 이사장, 김기중 이사를 해임해 여권에 유리한 기틀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두 인물 모두 복귀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들의 임기는 내달 12일까지다. KBS는 내달 31일, EBS는 오는 9월14일 이사회 임기가 끝날 예정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민주당은 방통위 국정조사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다른 야권도 이에 동의하는 상황이다. 앞으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해 각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특위를 구성하거나 관련 상임위를 조사위원회로 지정하게 된다.

이는 일반적인 국정조사와는 다르다.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이 보이콧해도 국정조사는 그대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은 반발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탄핵 남발로 국정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무리하고 근거 없는 탄핵 발의안에 대한 대응”이라고 타격했다. 

여기에 더해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방통위 설치법을 들어 반박하고 있다. 방통위 설치법 13조 2항에 따르면, 방통위 회의는 재적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돼있다. 현재 방통위에 이름을 올린 위원이 2인이며, 과반수에 해당하는 2인이 찬성한 모든 의결 사항이 합법이라는 논리다.

야, “2인 체제는 직권남용” 국정조사 채택
여·대통령실, 탄핵 남발로 국정 공백 차질

반면 민주당은 2인 체제가 직권남용이라는 논리를 앞세운다. 이런 탓에 방통위를 둘러싼 여야의 정쟁은 쉽게 끝나기 어렵다. 민주당서 이를 견제하기 위해 내놓은 법안이 방송 3+1법이다. 이사 숫자를 대폭 늘리고, 이사의 추천권을 언론과 방송학회의 관련 직능단체에 부여해 지배구조를 바꾸는 게 골자다.

정부와 여당이 자신에게 우호적인 자세를 가진 인사의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지난 21대 국회 당시 민주당이 내놨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에 22대 국회서 재발의됐다. 

국민의힘은 이사 추천 단체를 문제 삼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국회 교섭단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민주당과 가까운 직능단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90%의 이사진이 민주당과 민노총 언론 노조의 관련자들로 배치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방통위 2인 체제 자체가 위법 상황이라고 본다. 이런 위법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대통령부터 장기간 방통위원 국회 추천 인사를 임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방통위원은 국민의힘서 1명 추천, 민주당은 2명을 추천할 수 있는데, 최민희 당시 후보자 추천 이후 아무 일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최 후보가 지난해 11월 후보서 사퇴한 뒤 방통위는 현재의 2인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선영 위원의 임명 역시 7개월 가까이 미뤄지는 상황이다. 김 전 위원장을 비롯한 2인 체제서 의결된 사안은 총 75건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은 물러날 기미가 전혀 없다.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여야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데, 중요한 부분은 방통위가 앞으로도 2인 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5인 합의 체제를 여야가 조속히 합의해 정상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 전 위원장 역시 현재 사태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던 바 있다. 


앞으로도 윤정부의 방송 장악 프레임은 야권서 강력하게 주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방통위원장이 임명돼 2인 체제로 의결을 시도한다면 탄핵 대상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장악 프레임

노 의원은 “방통위원장으로 누가 되는 걸 반대하는 게 아니다. 위법적인 2인 의결을 하면 탄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꾸 민주당서 추천하라고 하는데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조금이라도 민감한 의결은 정당성을 갖추기 위해서 5명이 채워질 때까지 유보한다든가 최소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kcjfd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