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확인> ‘주식 사기’ 이희진 극비 호화 결혼식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6.28 14:38:30
  • 호수 1486호
  • 댓글 4개

피해자 보란 듯 시그니엘 산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주식 사기로 실형을 살고 나온 이희진이 수억원대 호화 결혼식을 올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출소 직후 이씨는 걸그룹 출신 박모씨와 서울 모처서 결혼식을 올렸다고 전해진다.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는 혼전 임신한 상태로 결혼식을 올렸으며 이희진과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10여년 전, 경제전문 TV에 증시 전문가로 출연했던 이희진은 자수성가한 청담동 백만장자로 이름을 떨쳤다. 당시 잘나가던 힙합가수 도끼를 ‘불우이웃’으로 비유했던 그는 하루아침에 몰락했다. 2016년 <일요시사>가 ‘청담동 백만장자 사기행각 의혹’을 단독 보도하면서 이희진의 실체가 뒤늦게 밝혀졌다.

코인 사기 의혹

앞서 이희진은 지난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고 투자매매업을 영위해 1670억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취득한 혐의로 실형을 살았다. 2020년 3월 만기 출소한 그는 걸그룹 출신 박씨와 2021년 12월25일에 결혼식을 올렸다.

출소한 지 2년여 만에 연애하고 결혼까지 한 셈이다. 

제보자에 따르면, 연애 도중 박씨가 임신하게 되자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 이희진과 박씨는 이날 서울 강남구 소재 C 호텔 예식장서 측근들만 초대해 결혼식을 올렸다. 세간의 주목을 받지 않은 이유는 이날 초대받지 않은 손님을 막기 위해 삼엄한 경비를 세웠기 때문이었다.


당시 개그맨 박성광이 사회를 맡고, 가수 B씨가 축가를 맡는 등 호화 결혼식을 치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희진은 프러포즈도 남달랐다. 박씨가 SNS에 올린 게시물에 따르면, 이희진은 박씨에게 프러포즈 편지와 함께 1억짜리 수표와 고가의 명품 시계를 선물했다. 수표의 발행일자가 2021년 10월7일로 찍혀 있는 것으로 미뤄볼 때 비슷한 시기에 청혼한 것으로 예측된다. 

두 사람은 강남구 삼성동 소재 애견 카페 ‘애니멀고’에서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애견 관련 사업에 관심을 가진 박씨는 애완용 동물 및 관련 용품 소매업체인 ‘아크멍’을 2020년 11월1일 설립한 대표이기도 하다. 

결혼 직후 두 사람은 250억원을 호가하는 청담동 펜트하우스 ‘PH-129’에 거주했다. 이후 동생 이희문과 코인 사업이 잘 풀리자, 잠실 롯데 시그니엘 2채를 얻고 각각 살고 있다고 전해진다. 인근 롯데몰 문화센터에 박씨가 자주 보인다는 소문도 있다. 또 최근에는 제주도에 고급 별장을 분양받았다고 한다.

제보자는 “수백억원의 손실을 입힌 이희진은 피해자들에게 일말의 미안한 마음도 없는 것 같다”며 “많게는 빌딩 3채를 잃은 피해자도 있는데, 연예인과 결혼하고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씨 형제는 여전히 코인 사업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부는 걸그룹 출신 여성  
1억 프러포즈 선물 받아

공교롭게도 박씨와 만난 애니멀고 카페는 이희진이 수감 중에 차명으로 운영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반려동물 플랫폼 회사의 일부다.


2019년 설립된 ‘애니멀고’는 애완동물 관련 빅데이터와 딥러닝,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된 플랫폼이다. 오프라인 매장 서비스로 확장한 애니멀고는 애견 카페·유치원·미용실·호텔 등 온·오프라인으로 반려동물 전용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소개됐다. 

해당 회사는 반려동물 관련 애플리케이션과 가상화폐를 개발해 한때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2020년 출소한 이희진은 2019년 먼저 출소한 동생 이희문을 통해 코인 회사 경영에 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이희문은 이 회사 매각을 위해 외부 인사와 협의하고, 이희진이 매각과 관련한 의사를 전달하는 내용이 담긴 편지 등을 <시사저널>이 보도했다. 해당 자료들엔 이씨 형제가 회사의 경영 전반에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는 정황들이 담겼다.

이씨 형제 등이 운영한 법인은 반려동물 관련 애플리케이션과 가상화폐 ‘GOM(고머니)’을 발행한 ‘네오로켓’이란 회사다. 이 회사는 반려동물 애플리케이션 ‘애니멀고’ 등을 개발했다. 고머니는 2019년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네와 비트소닉 등에 상장돼 거래됐다. 코인베네서 한때 1GOM당 약 120원까지 가격이 올랐었다. 총 100억 GOM을 발행해 시가총액만 약 1조2000억원에 달했다.

고머니를 개발한 네오로켓의 법인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이희진과 동생 이희문은 나오지 않는다. 이희문은 네오로켓을 매각하는 협상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이희문 측은 고머니 상장 직후인 2019년 7월초, 네오로켓을 300억원가량에 매각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

이 과정서 매수 희망자가 나타났고, 희망자 측과 매각 협상을 주도한 것이 이희문이었다.

매각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양측이 인수의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 직전까지 진전됐다. ‘인수의향 양해각서’에 따르면 네오로켓은 싱가포르에 소재한 법인 소유로 돼있다. 이희문이 매수 희망자 측에 보낸 메시지에 따르면, 싱가포르 법인은 양모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양씨는 네오로켓의 지분 100%를 소유했다. 

옥중 운영한 ‘애니멀고’서 만나
사실혼 관계 유지하다 백년가약

싱가포르 법인의 소유자인 양씨는 이희문이 대표로 있는 스톤에그파트너스의 감사로 등재돼있다. 이희문은 이 같은 지분구조를 네오로켓 매수 희망자 측에 전달했다. 매각 금액은 300억원이었다.

양측은 같은 달 10일 양해각서 초안에 대한 검토에 들어가 네오로켓이 발행한 고머니의 현황 및 법인의 자본금 규모 등 경영 정보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이틀 뒤인 12일, 한 통의 편지로 양측의 매각 협상은 중단됐다. 바로 옥중에 있는 이희진이 매각에 반대 의사를 표했기 때문이었다. 

이희진은 옥중에서 외부로 보낸 편지서 “내가 MOU를 반대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네오로켓의 의사결정 전반에 이희진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희진이 옥중에서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서 모든 매각 관련 논의는 중단됐다.

네오로켓을 인수하려 했던 법인 관계자는 “네오로켓의 운영 전반에 대한 사항과 사업 내용 등은 모두 이희진 측에서 관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때문에 대리인 격인 이씨의 동생과 협상을 했다. 하지만 계약이 이뤄지기 직전에 이희진이 경영권 보장을 요구하면서 모든 논의가 없던 일로 됐다”고 말했다.


이희문 역시 형인 이희진이 매각 반대 의사를 표시하자 매수 희망자 측에 “원점서 다시 논의해 봐야 할 것 같다”는 메시지를 보내며 형의 의사를 그대로 따랐다.

이희진이 출소하면서 ‘형제 사기단’의 완성체가 결성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피카(PICA) 등 코인 3종목을 발행·상장한 뒤 허위·과장 홍보와 시세조종 등을 통해 코인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총 897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씨 형제는 2021년 2∼4월 코인 판매대금으로 받은 비트코인 약 412.12개(당시 270억원 상당)를 코인 발행재단으로 반환하지 않고 유용한 혐의도 있다.

이희진은 석방 직후인 2020년 3월부터 직접 ‘스캠코인’(사기 가상화폐) 3개를 추가로 발행·유통하고 7개 스캠 코인을 위탁 발행·유통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직원 20명이 코인을 제조·유통하고 투자자들을 선도해 매수를 유인하는 게시글을 인터넷에 올린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이씨 형제는 유튜브 방송을 통해 신뢰성 없는 호재성 정보를 유포해 투자자를 유인하고 영상이 게시되는 시점에 맞춰 시세를 부양하고 매수세가 본격 유입되면 고점에 매도하는 방식으로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22년 10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사건을 접수한 뒤 지난해 2월부터 수사에 나서 그해 9월15일 이들을 구속했다.

결국 보석 석방 


한편, 이씨는 2020년 1월 말 대법원으로부터 불법 주식거래 및 투자유치 혐의로 징역 3년6개월과 벌금 100억원, 추징금 122억6000여만원을 확정받았다. 당시 이씨의 동생도 같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70억원의 선고유예가 확정됐다.

사기 및 범죄수익은닉과 업무방해죄로 지난해 9월15일, 또 다시 구속 기소된 이희진 형제들은 지난 3월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져서 불구속 상태서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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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