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아버지 등진 박세리

돈으로 끊긴 부녀의 끈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골프선수 출신 박세리가 이끄는 박세리희망재단이 박세리의 부친 박준철씨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박씨는 새만금에 국제골프학교를 설립하는 업체로부터 참여 제안을 받고 재단의 법인 도장을 몰래 제작해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가 검찰 수사를 받는 가운데 박세리가 과거 아버지에 대해 언급한 방송이 재조명되고 있다.

한국 여자골프의 전설 박세리가 이사장으로 있는 ‘박세리희망재단’이 박세리의 아버지 박준철씨를 고소했다. 지난 11일 <텐아시아>에 따르면 박세리희망재단은 지난해 9월 박씨를 사문서위조 및 사문서위조 행사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금전 문제
‘리치 언니’

박세리희망재단은 박세리가 지난 2016년 골프 인재 양성 및 스포츠산업 발전을 위해 설립한 재단으로 이사장을 맡고 있다. 경찰은 이미 고소인과 참고인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또 아버지 박씨에 대한 혐의를 인정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리희망재단 측 변호인은 “박세리희망재단이 박씨를 고소한 것이며 박세리 개인이 고소를 한 게 아니다” “재단 이사회를 통해 고소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한 뒤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자세한 이야기는 드릴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사태가 부녀 갈등으로 보기엔 힘들다는 입장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박씨가 박세리의 이름을 내세워 사익을 추구하는 과정서 사문서 위조를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


박세리희망재단이 박씨를 고소한 배경에는 새만금 지역 국제골프학교 설립을 둘러싼 갈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골프학교 설립을 추진한 A사는 박씨를 통해 박세리희망재단에 운영 참여를 제안했다. 이후 박씨로부터 도장이 찍힌 사업참가의향서를 받아 새만금개발청에 제출하고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박세리희망재단은 사업참가의향서에 찍힌 도장이 위조라며 박씨를 고소했다. 이에 박씨는 재단의 법인 도장을 몰래 제작해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만금청은 박세리희망재단의 고소 이후 사업참가의향서 도장 위조에 대한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사업을 중단시킨 상황이다.

박세리희망재단과 박세리가 대표로 있는 바즈인터내셔널 홈페이지에는 “최근 박세리 감독의 성명을 무단으로 사용해 진행하고 있는 광고를 확인했다” “이에 박세리 감독은 국제골프스쿨 및 박세리 국제학교(골프아카데미, 태안 및 새만금 등 전국 모든 곳 포함) 유치 및 설립에 대한 전국 어느 곳에도 계획 및 예정도 없음을 밝힌다” “홍보한 사실과 관련해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며 이 같은 허위, 과장 광고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글이 이전부터 게재돼있다.    

재단 이사장이 박세리인 만큼 간접적으로 딸이 아버지 박씨를 고소한 것이 돼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 사건의 배경에는 3000억원대 새만금 레저시설 조성사업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희망재단, 박씨 고소한 이유는?
“3000억대 새만금 사업 있었다”

새만금 관광단지 개발사업은 새만금 관광레저용지에 민간 주도로 1.64㎢ 규모의 해양레저관광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새만금개발청은 지난 2022년 6월 새만금 해양레저관광복합단지 개발사업 우선협상자로 6개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해당 컨소시엄은 해양 골프장과 웨이브 파크, 마리나 및 해양 레포츠센터 등 관광·레저시설과 요트 빌리지, 골프 풀빌라 등 주거·숙박시설, 국제골프학교 조성 등을 제안했다. 


여기에는 박씨가 가짜로 꾸민 박세리희망재단 명의 의향서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세리 골프 아카데미를 세우겠다는 계획은 우선협상자 선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이후 새만금개발청은 박세리희망재단 측에 골프 관광 개발사업에 협조할 의향이 있는지 확인 요청을 했으나 사실무근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제야 서류 위조 사실을 알게 된 재단 측도 박세리의 부친 박씨를 고소하게 된 것이다. 

새만금개발청 측은 지난해 허위문서 제출에 대한 문제 상황을 인지한 후 해당 업체에 대한 선정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추후 손해배상청구소송, 관련 사업자에 대한 사업 참여 제한 조처를 고려 중이다. 

본래 새만금 해양레저복합단지는 오는 10월 개장 예정이었지만 박씨의 위조문서 제출로 현재는 사업이 중단됐다.

특히 박세리는 과거 방송서 아버지와 동반 출연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인터뷰를 통해 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던 바 있어 안타까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박세리희망재단이 박세리의 아버지를 고소하자 박세리가 부친과의 관계를 언급했던 과거 방송 내용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무산된 사업
부녀간 충돌

박세리는 지난 2013년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에 출연해 아버지의 빚을 갚는 데 자신의 골프 상금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당시 박세리는 “은퇴 전까지 미국서만 상금으로 126억원 정도 벌었다”며 “상금만 그 정도였고 추가적인 비용까지 모두 합치면 수입이 500억원 정도는 될 텐데, 상금의 대부분은 아버지 빚 갚는 데 사용했다”고 털어놨다. 

박세리는 “골프가 재밌어진 순간 아버지 사업이 갑자기 어려워졌다”며 “그렇게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는데 아버지가 제 골프를 계속 시켜주시고자 끊임없이 돈을 빌리셨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런 이유가 있었던 탓에 상금을 가장 먼저 아버지 빚 갚는 데 쓴 것”이라며 “모든 상금과 계약금은 남한테 아쉬운 소리까지 하며 날 뒷바라지해 준 부모님께 다 드렸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SBS 예능프로그램 <아빠를 부탁해>에서는 아버지와 함께 출연해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세리는 해당 방송서 “아버지는 제 첫 번째 코치”라며 “아버지가 있었기에 모든 걸 헤쳐 나갈 수 있었고 제가 이 자리에 온 것도 아버지 덕분”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박씨는 “살기 위해 노력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을 때였다” “늘 딸에게 미안하다” “이젠 무서운 코치가 아닌 좋은 아빠로 기억되고 싶다”며 오랫동안 정상의 자리에 서기 위해 노력한 딸을 생각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또 앞서 방송된 지난해 9월27일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서 박세리가 골프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제가 두 번째 딸이고 막내와 언니가 있는데 저만 운동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육상을 시작했고 중학교도 육상부 스카우트를 받아 입학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가 골프를 권유하신 건 제가 6학년 때쯤이었다” “연습장에 저를 데리고 가셔서 쳐보라고 하셨다” “당시 골프 연습장에는 어르신들만 계셔서 큰 관심은 없었다”고 소개했다.

박세리는 “아버지 친구분이 저를 골프대회 관람에 데려가 선수 몇 명을 소개해 주셨다” “당시 최고 또래 선수들을 소개받으면서 뭔지 모를 스파크가 딱 왔다” “그 후로 본격적으로 골프를 해보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욕심이 좀 많아서 무엇을 하든 최고가 되고 싶었다”며 “이후 아버지 사업도 기울면서 마음 잡고 골프에 집중했다” “골프로 어머니를 돈방석에 앉게 해주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아울러 박세리는 과거 한 방송서 “이제부터 열심히 벌어야 한다”며 “대전에 부모님을 위해 저택을 마련해 드렸다” “부모님께 해드린 것은 절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지극한 효심
과거 재조명

한편 과거 아버지 박씨는 불법·도박 및 폭행 가담 의혹에 휘말리기도 했었다.


<비즈한국>은 지난 2016년 6월 박씨가 불법 도박 폭행 의혹에 휘말렸다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2016년 2월20일 충남 공주시 한 사택에 개설된 속칭 하우스 도박장서 벌어진 도박판 현장에 있었다.

당시 도박에 참가했던 A씨는 청주지방검찰청에 박씨를 고소했다. 그는 “도박장서 상대를 속이는 수법으로 화투를 치다 적발됐고 함께 도박을 한 이들에게 폭행을 당했는데 당시 박씨가 내 손을 붙잡은 기억이 난다”고 주장했다.

이때 A씨의 일행인 B씨는 “박씨가 A씨를 폭행한 것을 목격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으나 해당 수사에서 제외됐다. 이에 A씨는 “박씨가 지역 유지라서 봐주기 수사를 하는 것 같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들은 폭행을 직접 목격했는데 왜 수사 대상서 박씨가 제외됐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와 관련해 박씨는 “고추장을 사기 위해 갔다가 우연치 않게 도박장에 자리하게 됐다”며 현장에 있었던 사실은 인정했지만 “도박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폭행도 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 측은 “도박은 입건 사안이 아니며 사기, 개장, 폭행, 현금 갈취를 중점으로 조사가 됐다”며 “이 사건은 사기가 있었기 때문에 도박 참여자들은 모두 사기 피해자가 돼 법적으로 도박죄를 물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A씨가 내가 유명인의 아버지라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이 부녀 갈등이라고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상 박세리와 박씨의 갈등 관계가 수면 위로 표출됐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박세리는 아버지 박씨를 자신의 심장이자 첫 골프 스승이라고 밝히며 애정을 많이 드러냈다.

앞서 박씨가 불법 도박과 폭행에 연루된 일로 부녀 간의 갈등이 직접적으로 이어진다고 유추해 보기는 어렵다. 이번 일로 부녀 간의 갈등이 촉발됐을 가능성은 있지만 이전에 갈등이 원인으로 돼서 박세리가 아버지를 고소했다는 해석은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딸 이름 내세워 사익 추구
문서·법인 도장 위조 의혹

박세리의 사연이 알려지자 국내 여러 스타들도 부모와의 금전 거래로 논란을 겪은 사례들이 재소환되는 추세다. 가장 대표적으로 방송인 박수홍은 친형과 매니지먼트 자금 횡령을 두고 지난 2022년부터 법정 공방 중이다. 

박수홍의 친형은 지난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동생의 매니지먼트를 전담하면서 운영한 연예기획사 라엘과 메디아붐서 약 20억원과 동생의 개인 자금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2022년 재판에 넘겨졌다. 형수 이씨도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법원은 1심서 박수홍의 친형이 20억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지만 동생의 개인 자금을 빼돌렸다는 점은 무죄로 판단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형수 이씨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박수홍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며 오는 7월 열리는 항소심 2차 공판서 직접 증인으로 출석해 진술할 예정이다.

트로트 가수 장윤정 역시 부모와의 금전 문제로 논란을 겪었다. 장윤정은 부모의 과도한 소비와 부채로 인해 가족 간 갈등을 겪었으며 이로 인해 법적 분쟁까지 이어졌던 바 있다.

박세리는 한국 여자골프의 전설이다. 지난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한국과 미국 무대를 오가며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 활약했다. 특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서 통산 25승을 수확했으며 세계골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골프선수기도 하다.

지난 1998년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에서는 맨발의 투혼을 발휘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려 화제가 됐다. 당시 신발을 벗고 맨발로 연못에 들어가 샷을 날리던 박세리의 모습은 IMF 외환위기로 신음하던 국민에게 희망과 환희를 안겨줬다.

박세리는 2000년대 중반까지 아니카 소렌스탐, 캐리 웹과 함께 여자 골프 시장을 장악했다. 박세리가 선수 생활 동안 우승 상금으로 번 수익만 1258만 달러(한화 약 173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광고 모델료 등을 더하면 수입은 더 늘어난다.

뛰어난 선수였을 뿐만 아니라 한국 여자골프의 발전에도 큰 역할을 했다. 박세리를 보고 자란 박인비, 신지애, 최나연 등 세리 키즈들이 박세리의 뒤를 이어 세계 무대를 누비며 한국 여자골프를 세계 최강으로 이끌었다. 

맨발의 투혼
최정상 골퍼

지난 2016년 은퇴를 선언했던 박세리는 같은 해 2016 리우올림픽서 골프 여자국가대표팀의 감독을 맡아 박인비의 금메달 획득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이후 SBS <정글의 법칙>, MBC <나 혼자 산다>, E채널 <노는 언니> 등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서 남다른 예능감을 발휘하며 사랑받았다. 최근에는 SBS 금토드라마 <재벌X형사>에 특별 출연해 카메오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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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표’ 극우 정당 개편 프로젝트

‘장동혁표’ 극우 정당 개편 프로젝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명 개정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했다. 극우 유튜버로 알려진 고성국씨도 전한길씨에 이어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장 대표의 ‘국힘 극우 정당 개편’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7일 당명 개정 의사를 밝혔다. 장 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해 3대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모든 당원의 뜻을 물어 당명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비판 세례 국민의힘은 지난 9일부터 3일 동안 책임당원에게 당명 개정 찬반을 물었고, 책임당원 중 68.19%는 찬성 의사를 밝혔다. 새 당명은 당원 의견수렴과 국민 공모를 거쳐 결정한 후 당헌 개정 등 절차를 진행해 다음달 중 확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새로운 당명을 내걸고 지방선거를 치른다. 하지만 장 대표가 당명 개정을 승부수로 제시한 것에 대해선 비판적인 의견이 다수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지난 8일 사설을 통해 “당명 개정 추진도 맞는 말이지만, 국민의힘은 반복적으로 ‘미래로 가겠다’라고 약속한 후 실제로는 과거로 퇴행해 왔다”며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엔 부정선거 음모론·합리성을 상실한 극단 세력에 휘둘려 안방을 내주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13일 자 사설을 통해 “당명 교체는 민심의 외면을 받는 원인을 뿌리부터 제거하는 과정의 일환이어야 설득력이 있다”며 “그 핵심은 시대착오적 불법 계엄을 저지른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라고 주장했다. 당명 개정에 대해선 “장 대표가 정치적 상상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지나치게 잦은 당명 개정은 한국 정치의 오래된 문제점 중 하나로 거론된다. 당명을 지나치게 자주 바꾸면, 국민이 정당의 정체성을 파악하기 어렵다. 이런 정당들에 대해선 “당명 개정을 통해 지금의 상황을 면피하려고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장 대표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유로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매개로 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제명 결정 ▲장 대표 주변에 포진한 일부 윤 어게인 세력 등을 제시했다. 장 대표에 대해선 지난달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의 공개 지적 등 다양한 압박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김도읍 전 정책위의장이 지난 5일 사퇴한 것에 대해서도 “장 대표의 당 운영에 대한 항의성 사퇴를 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일각에선 “장동혁 지도부가 2월 전후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을 제기한다. “장 대표가 물러난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을 수도 있다”는 설도 돌았다. 그러자 신 최고위원은 지난달 15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일종의 정치적 선동에 가깝고, 실질적으로 당 내부의 큰 흐름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달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언더 찐윤 성향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장 대표를 내보낸 후 경북 상주 출신이자 아나운서였던 신 최고위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으면 어떻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당명 개정부터?…보수신문 ‘사설 맹폭’ 온라인 댓글 국적 표기…트럼프 벤치마킹?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보궐선거로 당선돼 처음 국회에 입문했고, 지난 2024년 재선에 성공했다.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초선 의원으로 볼 수도 있다. 국민의힘 전체를 움직일 수 있는 정치적 영향력을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장 대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정치적 공간과 영향력이란 분석이 나올 수도 있다. 현재 장 대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언더 찐윤·친한(친 한동훈)계와 갈등하고 있고, 밖에선 주요 보수 신문까지 그에게 강한 압박을 넣고 있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에 영향력을 가진 토착 보수가 정치적으로 세력화한 집단이다. 지난 14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로부터 제명 결정을 받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반대하는 등 행보로 인해 중도 보수 이미지가 강하다.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서 자신의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는 방법은 국민의힘을 극우 정당으로 개편하는 것밖에 없다. ‘극우 유튜버’로 평가받는 고성국씨는 지난 5일 자신의 유튜브 생방송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고씨는 “제가 김재원 계보가 된 거냐”고 물었고, 김 최고위원은 “제가 고성국 계보가 된 것”이라고 화답했다. 고씨는 평소 ‘윤 어게인’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둔해 왔다. 고씨가 입당한 것을 놓고, <조선일보>는 지난 8일자 사설을 통해 “최근 입당한 극단 성향 유튜버가 당 지도부에 입성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극우 유튜버 전한길씨는 이미 지난해 7월에 입당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배신자’ 구호를 외치면서 소란을 피웠고, “역설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외에서 강경 보수 성향 대형 집회를 주도했던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1년형을 구형받은 후 오는 30일 제1심 선고를 받는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지난해 1월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의 배후로 지목받아 특수건조물침입 교사 혐의가 적용돼 지난 13일 구속됐다. 강경 보수 성향 대형 집회를 주도하던 ‘두 거목’이 구속됐기 때문에, 강경 보수층에게 정서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극우 유튜버가 당내에 뿌리내리게 하면, 장 대표도 당내 거점을 만들 수 있다. 국민의힘에 거점을 만든 후 손·전 목사가 다시 활동하는 시기가 온다면, 장 대표는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무주공산 강경 보수 장 대표는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을 현실 정치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장 대표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외국인의 댓글에 의해 여론이 왜곡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온라인 댓글 국적 표기 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나경원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34명은 지난해 2월 댓글 국적 표시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장 대표는 “과거 7년 동안 국민의힘을 비난하는 글을 6만5000개 이상을 올린 X(엑스) 계정의 접속 위치가 중국으로 확인된 사례도 있었다. 국민 64%는 댓글 작성자 국적 표기에 찬성한다”며 지난 9일 발표된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한국리서치 조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앞서 전씨는 지난해 2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중국을 응원하는 댓글이 어떻게 91%나 나올 수 있겠느냐”며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우마오당 댓글 부대가 우리나라 여론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 투표권이 있는 외국인이 14만명을 넘는 등 외국인이 투표권을 가져서 국민의 주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상호주의에 따라 외국인 투표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69%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은 체류 자격 취득일 이후 3년이 지나고, 거주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등록대장에 오른 만 18세 이상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한다. 따라서 장 대표가 주장하는 데 관해 “더불어민주당의 친중 성향이 짙은 것 같다는 일부 보수층의 의심을 자극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장 대표에 대해선 “전략적으로 극우 영역을 국민의힘으로 이식해 입지를 굳혀 당을 장악한 후 상대를 공격할 프레임을 설정하는 등 일거양득 효과를 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할 수도 있다. 유럽 극우 정당은 대체로 자국민 우선주의 등 반이민 정서를 정치적 기반으로 구축했다. 이는 ▲프랑스의 국민연합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일본의 참정당 등이 갖는 뚜렷한 공통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면서 “불법 이민자의 밀입국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실질적으로는 미국·멕시코 국경에 위치한 기존 장벽을 더 높게 만들어 밀입국을 방지한다는 취지다. 물론 이 공약은 아직 이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장벽은 우리가 짓고, 비용은 멕시코가 부담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보수층의 표심을 얻었다. 양날의 검 극우 정치 반대로 우리나라에선 극우 정치를 강하게 경계하는 기류가 있다. 극우 정치는 대중을 결집시키기 위한 강한 언어에 몰두한다. 우리나라의 극우 정치는 남북 분단이란 역사적 특성 때문에 강경한 일부 기독교 교단과 강하게 밀착돼있다. 아울러 일부 노년층 특유의 옛 관성에 의존하는 흔적이 남아있는 과도한 강경함은 다른 성향을 지닌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갖게 한다. 강경 보수 특유의 키치도 다른 정치 집단에 거부감을 주는 데 한몫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쇼맨십을 토대로 미국 민주당에 반발하는 집단을 하나로 묶어 21세기 미국 극우 집단 MAGA 진영을 만들었고, 공화당을 장악했다. 일본에선 포퓰리스트 고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특유의 화술을 매개로 자유민주당 내 보수 방류의 장기 주도권 행사의 기틀을 세웠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22년 피살됐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놓은 보수 방류의 영향력은 ‘여자 아베’로 유명한 정치적 후계자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되는 데 밑바탕이 됐다. 극우 정치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우리나라에도 극우 정치가 뿌리내릴 가능성을 시사한 사건은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였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을 공격한 이 사건은 지난 2021년 발생한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과 비슷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제46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던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 대한 대통령 인준을 막기 위해 의회를 무력으로 점거했다가 진압됐다.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 가담자들은 2030 세대 남성이 많았다. 가담 정도가 지나쳐 구속영장이 발부됐던 66명 중 ▲20대 8명 ▲30대 21명 등 2030 남성은 총 29명(43.9%)였다.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는 2030세대 남성 중 보수를 지향하는 유권자들이 강경 보수·개혁 보수로 나뉘는 것을 외부로 보여준 결정적 사건이었다. 판단 기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였다.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2030세대 남성은 서울서부지법 폭동에 참여하거나 지지했고, 비판하는 2030세대 남성 중 상당수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 장 대표에게 남은 선택지는 윤 전 대통령이 정계에서 사실상 사라진 현 시점에 정치적 무주공산인 강경 보수의 정치적 지도자가 되는 것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청년 강경·노년층 묶는 맞춤형 세대포위론? 장 길들이려는 전…“이준석 연대 안 된다” 이들과 기존 반공 보수를 지향하는 노인 세대를 묶어 당내 맹주가 된다면, 장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가 국민의힘 당 대표 시절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전략으로 제시했던 세대포위론이 장 대표에게 맞춤 적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장 대표의 구상이 현실이 될 가능성엔 여러 의문이 남는다. 최근 그는 이 대표와의 연대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정가에서 언급되는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에 대해,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란 표현에 대해선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11일엔 이 대표가 야당 대표 연석 회담을 제안했고, 장 대표는 이를 받아들였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지난 13일 만나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더불어민주당 공천 헌금 및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수사를 위한 특검 도입 등을 함께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비공개회의에선 민주당의 입법을 저지하기 위한 행동 방안과 특검법 관련 양당 의원 연석회의 개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강경 보수 내부에선 장 대표가 이 대표와의 연대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씨는 지난 9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국민의힘이 개혁신당과 연대하면, 장 대표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 대표를 절대 가까이하면 안 된다’는 말을 개인적으로 들었다”는 것을 들었다. 고씨도 지난 13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장 대표는 ‘이 대표와 특검 연대만 하겠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역으로 장 대표에게 “통일교 특검 외엔 이 대표와 공조해선 안 된다”는 압박을 하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2020년 한국 정치에선 과거와 다른 지점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엔 특정 정치인의 팬덤이 결성돼 정치적 친위대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20년대 이후 팬덤은 정치인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적대적 정치인에 대해선 집단 행동을 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정치인을 능가하고 있다. 정치인이 팬덤을 제어할 수 있는 지도력·정치력을 갖춘 사례가 드물어지고 있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장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처럼 대중을 선동할 수 있는 강한 쇼맨십을 가진 정치인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장 대표에겐 고씨·전씨와 같이 세를 모아줄 수 있는 ‘정치 무당’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장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보수의 김어준’일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한 전 대표를 제명했다고 하더라도 그의 정치 생명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한 전 대표는 재심 청구 포기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제명 결정 무효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불안한 동거 언제까지? 아울러 한 전 대표 제명이 확정되더라도, 국민의힘 내부엔 대구·경북 기득권을 안정적으로 누리기 위해 소극적 정치를 하는 언더 찐윤이 남아있다. 이들은 국민의힘 내부를 실질적으로 지배한다. 또 전씨·고씨 등 ‘정치 무당’과 언제까지 손을 잡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전씨는 이미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반대하는 등 장 대표를 길들이려고 하고 있다. 장 대표의 ‘국민의힘 극우 정당 개편’ 프로젝트는 첩첩산중이다. 한 전 대표 제명 결정은 시작일 뿐이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