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으로’ 코인 브로커의 함정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6.19 08:24:27
  • 호수 14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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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알려준 일확천금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코인으로 돈을 벌었다’는 말처럼 쉽게 들리는 말이 돈을 잃었다는 말이다. 그만큼 코인 투자로 돈 벌기가 어렵다는 것을 방증하는데, 코인 브로커들은 “내가 쓴 방법으로 투자하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속삭인다. 투자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이 말이 거짓말인 것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비트코인 뉴스는 하루가 멀게 올라온다. 비트코인이 하루 새 2000달러가 떨어졌다거나, 9570만원대 상승했다거나, 1억원을 다시 돌파할 것이라는 등의 내용이다. 어떤 기사에는 9000만원으로 5억원을 벌었다며, 비트코인이 앞으로 5배는 더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돈을 벌었다는 이들이 ‘앞으로도 비트코인은 성장할 것’라고 하니 당장 투자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중개수수료

비트코인 구매 방법은 다양하다. 거래소나 브로커를 이용하면 되는데, 개인이 사용자 인증 후 거래소를 통해 송금할 수 있다. 거래소를 통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들어가고, 이용자는 국내외 거래소를 통해 암호화폐를 거래한다. 

한 국내 유명 거래소는 ‘아시아 최고의 암호화폐 거래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곳은 이용자가 1000만명이 넘으며 1800개 이상의 다양한 암호화폐를 지원한다. 신용카드, 은행 송금 등을 통해 직접 암호화폐를 구매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시스템의 틈을 타 ‘거래소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는 실정이다. 이런 움직임은 유튜브서 활발하게 일어난다. 이 유튜버들의 특징은 국내 거래소보다 해외 거래소를 높게 평가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이나 개인 연락처로 연락해서 자료를 받으라고 부추긴다.


한 유튜버는 비트코인의 국내 거래소와 해외 거래소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유튜버는 “비트코인으로 돈 벌었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런 말을 들으면 거래소 앱에 들어가서 얼마나 올랐는지 확인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 비트코인이 1억원을 넘어 1억1000만원을 향해 가고 있다. 이제 들어가기엔 너무 많이 오른 것 같고 그렇다고 그냥 두고 보자니 남들은 다 돈을 버는데 나만 못 버는 것 아니냐. 여러분도 돈을 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하는 것이니 더 확실하게 돈을 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600만원으로 3000억원 만들어?
전문가가 소개한 해외 거래소

그가 예를 든 곳은 국내 코인시장의 전설이라는 A씨였다. 유튜버는 A씨는 600만원으로 3000억원을 만들었고, 그가 이렇게 큰돈을 번 것은 비트코인 선물거래라고 소개했다. 그는 “A씨가 이렇게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레버리지’ ‘양방향 거래’인데 이 두 가지는 국내 코인 거래소와 해외 거래소의 가장 큰 차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거래소에선 레버리지 거래가 불가능하다. 간단하게 말해 암호화폐서 레버리지란 자신이 가진 돈보다 더 많은 암호화폐를 사는 방식이다. 레버리지 거래는 구매력을 높이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이 더 많다. 특히 초보자는 이용하기 힘든 기술이고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많아서 추천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튜버는 이 같은 단점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국내 거래소는 레버리지 거래와 양방향 거래가 불가능하다. 주식과 같이 코인의 가격이 올라야만 이익을 얻는 구조다. 하지만 해외 거래소는 레버리지가 최대 250배까지 적용된다. 쉽게 말해서, 최소한의 자본으로 최대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 거래소를 ‘한국 김치 프리미엄’이라고 비난했다. 해외 거래소 시세와 비교하면 국내 거래소서 거래되는 코인의 시세가 매우 높다는 의미였다.

이들 유튜브 채널의 특징은 유튜버의 얼굴이 나오지 않고 AI 음성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다. 유튜브 채널 하단에는 해외 거래소를 추천받을 수 있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이나 카페 링크가 달려 있었다. 어떤 유튜버는 “핸드폰 번호로 ‘투자’라고 문자를 주면 추천해줄 만한 해외 거래소 목록을 보내주겠다”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투자 손실은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고 명시했다. 물론, 개인 자유의 뜻에 따라 하는 투자는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해당 정보 자체가 잘못된 경우가 많다.

얼굴 없는 코인 유튜버
정신 차리면 출금 금지

실제로 외환 브로커를 찾는 홈페이지에는 해외 거래소서 코인을 샀지만, 출금이 안 된다는 내용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한 이용자는 “2024년 3월28일 증거금 3000만원(7300만원 중 일부) 인출을 요청했으나 지난 11일까지 인출되지 않고 있다”며 “거래소에 문의하면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말만 계속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인출을 요청하니 본사에서 추가금의 송금을 요청한 적이 있다. 그런데도 석 달 동안 아무런 대응이 없다. 계속 자금이 준비되면 입금을 도와주겠다고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아예 문의할 곳 자체가 없어진 경우도 있었다.

다른 이용자는 “해외 거래소에 2000만원 정도 돈이 있었는데 인출이 금지됐고 사이트도 사라져 어디에 문의해야 할지 모르겠다.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글을 올렸다. 또 다른 이용자도 “한국 담당자라는 사람을 통해 거래소를 소개받아 투자했지만 돈을 찾을 수가 없다. 담당자라는 사람에게 계속 연락하고 있지만, 연락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피해글이 올라오는 데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들이 자꾸만 속는 이유는 뭘까? 잘못된 해외 거래소라고 하더라도 거래소 리스트 목록에 존재하고, 순위권 안에 있다가 나중에 확인했을 때는 사라져 있기 일쑤인 탓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선 해외 브로커의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땀을 흘리지 않고 노동의 댓가를 바라는 이른바 쉽게 돈을 벌겠다는 허황된 생각이 피해로 이어지는 셈이다.

실상은 사기


상당수 코인 관련 유튜브서 해외 거래소라고 소개한 곳들은 사실상 해외 브로커인 셈이다.

한 코인 전문가는 “요즘 들어 유튜버들 중 기법 강의를 올려놓고 최고의 돈벌이 수단인 것처럼 차트를 보여주는데, 해외 브로커를 거래소로 속이고 투자금을 전부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며 “유튜브, 증권TV 등 방송으로 정보를 알려주는 사람 중에 진짜 정보를 주는 사람은 없다”고 조언했다. 

이어 “절대 타인이 내 돈을 공짜로 불려주지 않는다. 이런 유튜버들은 특정 거래소서 매매하게 만들면 일정 금액의 10~30% 정도를 수수료로 받는 구조”라고 귀띔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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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다. 대권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후보가 또 한 번 판결대에 서야 할 상황에 놓인 것. 그 후보로서는 지난 대선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리스크를 떨칠 기회이면서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대법원이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오는 6월3일 조기 대선이 열린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각 당은 최종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컷오프를 거쳐 8명의 후보를 추린 후 1차 경선서 4명을 뽑았다. 2차 경선서 과반 득표자 여부에 따라 추가 경선을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민주당은 3명의 후보가 4개 권역을 돌며 지난 27일,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압도적 1위 제동 걸리나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짊어진 상태다. 조기 대선의 책임 소재가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지워진 상황이라 내부가 혼란스럽다. 실제 후보 간에도 탄핵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종 1인이 결정되는 다음 달 3일까지 후보 간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1극 독주’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경선 지역마다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였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득표율보다 높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경쟁자로 나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은 한 자릿수 득표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지난 27일 마지막 경선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다자 대결, 양자 대결서도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어떤 후보와 붙어도 15%~20%p 차이로 넉넉하게 앞선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재수 끝에 대권을 잡는 데 성공한 문재인 전 대통령 때와 오버랩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표현이 선거를 지배했듯, 이번 대선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유권자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흘러가던 선거 구도에 대법원이라는 변수가 던져졌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처음 불거져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려 있던 ‘사법 리스크’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중에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다시 한번 판결대 위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20대 대선 과정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로 판결했다. 항소심 유죄, 무죄로 뒤집어 김명수 체제서 7대 5로 회생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지난달 26일에 나왔다. 이후 헌재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이 전 대표의 대선 행보를 막을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3개월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6·3·3 규정에 따라 대법원 판결은 대선 이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전 대표의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에 회부하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오전,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오경미·권영준·엄상필·박영재 대법관으로 구성된 2부에 배당했다. 주심은 박영재 대법관이 맡았다. 그러나 곧이어 해당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전합은 ▲소부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기존 대법 판례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소부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의 상황에 올리게 된다. 사건이 전합에 회부되면서 조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재판 업무를 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 회피를 신청한 노태악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이 최종 판결 선고를 포함해 심리 및 판단을 하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노 대법관은 이해 충돌을 우려해 전합으로부터 빠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고 첫 기일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도 기일을 잡았다. 대법원이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판결 선고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이 전 대표 앞에도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놓이게 됐다. 먼저 대법원이 상고 기각을 하는 경우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기각하면 공직선거법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된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정말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어지는 셈이다. 변수 등장 경우의 수 반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한다고 해서 바로 형이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확정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대선 전에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 경우에는 이 전 대표의 대선후보 자격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파기자판’ 가능성도 나온다. 파기자판은 상급심 재판부가 하급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대법원이 판결을 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보수 진영 등에서 대선 전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두고 파기자판 가능성을 거론했던 바 있다. 대법원이 벌금 100만원 이상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다면 이 전 대표는 피선거권 박탈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에 대한 법리해석을 따지는 법률심에 해당하며, 징역 10년 이하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선 양형을 판단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파기자판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대법원이 심리를 서두르는 것과는 별개로 선고가 대선 이후에 나면 헌법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점화될 전망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5년 만에 평행이론?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소추’에 대한 해석이다. 기소로 봐야 하는지, 기소와 재판을 합쳐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 또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 정지 여부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행보를 경계하는 듯한 모양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이 전 대표는 우리 당 대선 (경선) 후보기도 하지만 선고 결과에 따라 우리 당이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건이라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하다”면서 “(대법원의)공정한 재판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대법원이 국민 참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대표의 운명이 또다시 대법원의 결정에 달렸다는 점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전 대법원의 판결로 ‘기사회생’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전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됐다. 또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았다. 1심과 2심 모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해서는 판결이 엇갈렸다.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였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대법원서 확정되면 이 전 대표는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상황이었다. 경기도지사직은 물론 대선 가도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판이었다. 조희대 체제도 12명이 판결 이례적 속도전 대선 전에? 대법원은 이 전 대표의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 판결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12명 대법관의 의견은 7(무죄) 대 5(유죄)로 갈렸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7명의 대법관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고 봤다.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박상옥 전 대법관 등 5명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정도로 왜곡됐다면서 유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상대방 후보의 질문이 즉흥적인 것도 아니었고 이 전 대표도 답변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당시 판결이 낳은 후폭풍이다. 7대 5 판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재판 거래 의혹으로 번졌다. 특히 화천대유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만배씨가 대법원 선고를 전후해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의 집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확산됐다. 여기에 권 전 대법관은 퇴직 이후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등록 없이 변호사로 활동한 혐의도 받았다. 이 기간 그는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또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거액을 받거나 약속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6명 가운데 1명이기도 하다. 2표 차로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이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결국 2022년 대선서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지긴 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없었다면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할 뻔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5년 뒤 이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고비마다 또 한 번? 문제는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린 모래주머니다. 이 전 대표는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에서 공직선거법 사건만 확정 판결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 대법원이라는 산만 넘으면 이 전 대표 앞에는 ‘꽃길’만 깔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건 대법원에 달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