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으로’ 코인 브로커의 함정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6.19 08:24:27
  • 호수 1484호
  • 댓글 0개

조용히 알려준 일확천금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코인으로 돈을 벌었다’는 말처럼 쉽게 들리는 말이 돈을 잃었다는 말이다. 그만큼 코인 투자로 돈 벌기가 어렵다는 것을 방증하는데, 코인 브로커들은 “내가 쓴 방법으로 투자하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속삭인다. 투자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이 말이 거짓말인 것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비트코인 뉴스는 하루가 멀게 올라온다. 비트코인이 하루 새 2000달러가 떨어졌다거나, 9570만원대 상승했다거나, 1억원을 다시 돌파할 것이라는 등의 내용이다. 어떤 기사에는 9000만원으로 5억원을 벌었다며, 비트코인이 앞으로 5배는 더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돈을 벌었다는 이들이 ‘앞으로도 비트코인은 성장할 것’라고 하니 당장 투자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중개수수료

비트코인 구매 방법은 다양하다. 거래소나 브로커를 이용하면 되는데, 개인이 사용자 인증 후 거래소를 통해 송금할 수 있다. 거래소를 통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들어가고, 이용자는 국내외 거래소를 통해 암호화폐를 거래한다. 

한 국내 유명 거래소는 ‘아시아 최고의 암호화폐 거래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곳은 이용자가 1000만명이 넘으며 1800개 이상의 다양한 암호화폐를 지원한다. 신용카드, 은행 송금 등을 통해 직접 암호화폐를 구매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시스템의 틈을 타 ‘거래소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는 실정이다. 이런 움직임은 유튜브서 활발하게 일어난다. 이 유튜버들의 특징은 국내 거래소보다 해외 거래소를 높게 평가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이나 개인 연락처로 연락해서 자료를 받으라고 부추긴다.


한 유튜버는 비트코인의 국내 거래소와 해외 거래소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유튜버는 “비트코인으로 돈 벌었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런 말을 들으면 거래소 앱에 들어가서 얼마나 올랐는지 확인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 비트코인이 1억원을 넘어 1억1000만원을 향해 가고 있다. 이제 들어가기엔 너무 많이 오른 것 같고 그렇다고 그냥 두고 보자니 남들은 다 돈을 버는데 나만 못 버는 것 아니냐. 여러분도 돈을 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하는 것이니 더 확실하게 돈을 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600만원으로 3000억원 만들어?
전문가가 소개한 해외 거래소

그가 예를 든 곳은 국내 코인시장의 전설이라는 A씨였다. 유튜버는 A씨는 600만원으로 3000억원을 만들었고, 그가 이렇게 큰돈을 번 것은 비트코인 선물거래라고 소개했다. 그는 “A씨가 이렇게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레버리지’ ‘양방향 거래’인데 이 두 가지는 국내 코인 거래소와 해외 거래소의 가장 큰 차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거래소에선 레버리지 거래가 불가능하다. 간단하게 말해 암호화폐서 레버리지란 자신이 가진 돈보다 더 많은 암호화폐를 사는 방식이다. 레버리지 거래는 구매력을 높이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이 더 많다. 특히 초보자는 이용하기 힘든 기술이고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많아서 추천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튜버는 이 같은 단점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국내 거래소는 레버리지 거래와 양방향 거래가 불가능하다. 주식과 같이 코인의 가격이 올라야만 이익을 얻는 구조다. 하지만 해외 거래소는 레버리지가 최대 250배까지 적용된다. 쉽게 말해서, 최소한의 자본으로 최대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 거래소를 ‘한국 김치 프리미엄’이라고 비난했다. 해외 거래소 시세와 비교하면 국내 거래소서 거래되는 코인의 시세가 매우 높다는 의미였다.

이들 유튜브 채널의 특징은 유튜버의 얼굴이 나오지 않고 AI 음성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다. 유튜브 채널 하단에는 해외 거래소를 추천받을 수 있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이나 카페 링크가 달려 있었다. 어떤 유튜버는 “핸드폰 번호로 ‘투자’라고 문자를 주면 추천해줄 만한 해외 거래소 목록을 보내주겠다”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투자 손실은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고 명시했다. 물론, 개인 자유의 뜻에 따라 하는 투자는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해당 정보 자체가 잘못된 경우가 많다.

얼굴 없는 코인 유튜버
정신 차리면 출금 금지

실제로 외환 브로커를 찾는 홈페이지에는 해외 거래소서 코인을 샀지만, 출금이 안 된다는 내용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한 이용자는 “2024년 3월28일 증거금 3000만원(7300만원 중 일부) 인출을 요청했으나 지난 11일까지 인출되지 않고 있다”며 “거래소에 문의하면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말만 계속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인출을 요청하니 본사에서 추가금의 송금을 요청한 적이 있다. 그런데도 석 달 동안 아무런 대응이 없다. 계속 자금이 준비되면 입금을 도와주겠다고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아예 문의할 곳 자체가 없어진 경우도 있었다.

다른 이용자는 “해외 거래소에 2000만원 정도 돈이 있었는데 인출이 금지됐고 사이트도 사라져 어디에 문의해야 할지 모르겠다.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글을 올렸다. 또 다른 이용자도 “한국 담당자라는 사람을 통해 거래소를 소개받아 투자했지만 돈을 찾을 수가 없다. 담당자라는 사람에게 계속 연락하고 있지만, 연락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피해글이 올라오는 데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들이 자꾸만 속는 이유는 뭘까? 잘못된 해외 거래소라고 하더라도 거래소 리스트 목록에 존재하고, 순위권 안에 있다가 나중에 확인했을 때는 사라져 있기 일쑤인 탓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선 해외 브로커의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땀을 흘리지 않고 노동의 댓가를 바라는 이른바 쉽게 돈을 벌겠다는 허황된 생각이 피해로 이어지는 셈이다.

실상은 사기


상당수 코인 관련 유튜브서 해외 거래소라고 소개한 곳들은 사실상 해외 브로커인 셈이다.

한 코인 전문가는 “요즘 들어 유튜버들 중 기법 강의를 올려놓고 최고의 돈벌이 수단인 것처럼 차트를 보여주는데, 해외 브로커를 거래소로 속이고 투자금을 전부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며 “유튜브, 증권TV 등 방송으로 정보를 알려주는 사람 중에 진짜 정보를 주는 사람은 없다”고 조언했다. 

이어 “절대 타인이 내 돈을 공짜로 불려주지 않는다. 이런 유튜버들은 특정 거래소서 매매하게 만들면 일정 금액의 10~30% 정도를 수수료로 받는 구조”라고 귀띔했다.

<alsw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