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컴백 윤석열 위기 상관관계

‘잠룡의 귀환’ 긴장하는 용산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침묵 모드에 들어간 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이내 다시 등장하겠다고 깃발을 들어 올렸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이야기다. 주변에 온통 적뿐이지만 오히려 이를 기회로 활용하려는 모양새다. 그의 등판이 확실히 누군가에게는 위기로 인식된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이라는 말이 국민의힘 내에 떠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두고 국민의힘 내부서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한쪽에선 한 전 비대위원장의 전대 출마에 긍정적인 시각이 강하고, 다른 한쪽에선 독이 될 것이라며 당권 도전 여부를 두고 말이 많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전대 룰을 두고 당내에서는 몇 차례 소란이 일었다. 

조용한
광폭 행보

앞서 국민의힘은 직전 전대서 룰을 당심 100%로 정했다. 이 덕분에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를 받았던 김기현 의원이 5위로 시작해 당 대표직을 차지한 바 있다. 결국 당정관계는 수직적으로 될 수밖에 없었고, 국민의힘은 대통령실에 질질 끌려다녀야 했다. 당시 전대 룰 변경 여부를 두고서도 많은 분란이 있었다. 

총선을 앞두고 김 의원은 당 대표직서 물러났고, 한 전 비대위원장이 본격적으로 정치 참여를 하면서 다시 비대위 절차에 돌입했다.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윤석열정부 2인자로 불리고, 조선제일검으로 불렸던 한 전 비대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서다. 두 인물의 갈등은 세 차례 불거졌다. 가장 먼저 불거진 갈등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 당시였는데 “국민이 걱정할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던 탓이다. 


대통령실에서는 이 같은 언급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 전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오히려 갈등에 불을 붙였다. 이후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서 화기애애한 만남을 보이면서 갈등이 봉합되는 듯했다. 

그러나 4·10 총선을 목전에 두고 갈등은 재점화됐다. 해병대 채 상병 수사외압 의혹이 벌어지자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종섭 국방부 전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 이후 출국 문제가 발생했다. 또 당시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 등으로 정권 심판론이 극대화된 시점에 한 전 비대위원장은 이들의 사퇴를 요구했다. 

해당 논란으로 인해 두 인물의 갈등이 극대화되면서 총선 대패로까지 이어졌다. 심지어 화해의 제스처조차도 볼 수 없었다. 

총선서 패배하자 한 전 비대위원장은 “모든 책임은 제게 있다”며 바로 물러났다. 이후 국민의힘은 황우여 전 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앉혀 비대위 체제를 유지해오고 있다. 본격적으로 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한 때다. 이때부터 당원 100% 룰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첫목회에서는 당심 50%, 민심 50%가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전당대회 룰과 지도 체제의 전환을 위해 황우여 비대위는 당헌·당규 개정 태스크포스(TF)를 띄웠다. 이 과정서 하이브리드 지도체제 등 다양한 안들이 거론됐다.

세 모으며 전대 준비 완료
비윤 대체 부상 여부 관건

일각에서는 한 전 비대위원장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겼는데, 한 전 비대위원장 측에서 강하게 반발했다. 


결론적으로 TF 역시 쉽게 결론 내리지 못했고, 기존의 단일지도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론 냈다. 전대 룰의 경우에도 직전 상황과 비슷한 흐름으로 흘러갔다.

비대위는 지난 13일, TF가 제시한 민심 20%, 30% 반영안 중 20%를 택했다. 해당 안건은 오는 19일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의결 절차를 걸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현재 전대는 내달 23일로 잠정 확정된 상태로 당 대표 후보 등록은 이달 말경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차츰 모습을 드러낸 시기는 전대 룰 개정 작업이 착수된 때부터다. 룰이 거의 확정됐을 시점에는 본격적으로 메시지를 냈다. 그는 “이재명 대표가 피고인 신분으로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84조에 따라 직을 상실하게 된다”며 이 대표를 저격했다.

지속적으로 원외 인사들을 만나며 조용히 세 모으기도 하는 중이다. 우선 함께 선거를 치렀던 실무자들을 만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 윤석열정부의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발 해외직구 대책을 비판하며 다시 잠행을 이어나갔다.

이후 초선인 정성국·김상욱 의원을 만났고,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 비서실장을 지낸 김형동 의원 등을 만났던 것으로 전해진다.

자신이 한 차례 띄운 지구당 부활, 정치개혁 시리즈 등에 관해서도 의지를 불태웠다고 한다. 그는 현재도 원내와 원외 인사들과 일대일 만남을 지속하고 있다. 

조만간
출사표

이제 한 전 비대위원장의 등판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그가 전대 출마를 위해 캠프를 꾸리고 있으며 자신을 지원할 인물을 확보하고 있다. 출사표는 이르면 조만간 던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본인이 직접 지인에게 (당 대표에)출마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지로 의견을 묻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출마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한다.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으로 분류되는 장동혁 의원은 “많은 분의 뜻에 따라 출마하는 것도 적극적이고, 위험 부담이 큰 행태의 정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이라며 한 전 비대위원장의 전대 출마를 시사했다. 

일각에선 한 전 비대위원장이 비윤(비 윤석열) 대체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비윤 세력은 21대 국회서 원내대표 선거 당시 비윤계 의원에게 표를 몰아줬던 바 있다. 또 전투력을 가진 친윤 세력의 대부분은 현재 침묵을 유지하는 중이다. 특히 전면에 나섰던 권성동 의원과 장제원 전 의원이 잠잠하다.

한 전 비대위원장의 약점은 취약한 원내 기반이 지속적으로 꼽혀왔는데 비윤 대체제로 인식될 경우, 비윤 표가 결집될 수도 있다. 이 경우 등판과 동시에 당내 세력 다지기에 들어갈 수도 있다. 

친윤 세력은 한 전 비대위원장의 전대 출마를 원하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이들 중에서 당 대표로 나설 인물이 딱히 없다는 게 문제다.


누군가를 세운다 해도 한 전 비대위원장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금까지는 친윤(친 윤석열) 세력이 당을 주도해 왔다. 그러나 민심도, 당심도 친윤 세력이 압도할 만한 거리가 부족하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당 대표에 당선되는 순간 바로 대립각을 세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비윤도, 친윤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이다. 당장 윤 대통령을 강하게 타격할 경우, 친윤 등의 당내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수직 관계
탈피 가능?

세를 다져야 하는 입장서 일찍부터 날을 세워버리면 당장의 당 대표 선거서 변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한동안은 윤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타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권주자로 발돋움하기 위해 윤 대통령에게 맹렬히 비판을 가하는 시기는 전대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윤 대통령을 때려 반사이익을 얻는 구조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두 번은 고개를 숙였지만, 이제는 그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미 윤 대통령과의 식사 자리를 거부했다. 완전히 등을 돌린 이후로, 어떤 만남도 더 이상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대통령실서 당을 향한 그립을 강하게 쥐었지만 이번만큼은 다르다.


결국 한 전 비대위원장의 상승세는 윤 대통령에게는 위기인 것으로 인식된다. 만남의 가능성이 언제든 열려 있다고는 하지만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선 두 인물을 벌써 가르고 있다. 반윤의 길을 걸어 특검에 동의할 가능성에 관한 부분에서다. 윤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이 넘게 남은 상황서 한 전 비대위원장이 등을 돌린다면 윤 대통령은 바로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 수수 의혹에 관해 한 전 비대위원장은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기 때문에 기존 입장서 선회하게 될 경우, 중도층을 잃게 된다. 

192석을 갖고 있는 야당은 8석만 확보하면 김 여사 특검은 실행이 가능해진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친한계가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검이 시행된다면 이는 보수 전체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대통령 때리면 반사이익 발생
친한 사실상 특검 캐스팅보트?

국민의힘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굉장히 소원해진 게 틀림없다”고 못 박으면서도 “윤 대통령과 관계를 복원시키지 않으면 어려움에 처한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한 전 비대위원장이 윤 대통령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한 전 비대위원장을 압도할만한 거리가 딱히 없다는 점인데 (한 전 비대위원장 출마 시)내달 전대서 대통령실의 지원 유무도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 전 비대위원장에게는 당내 친윤 세력이 걸림돌로 이들과 만남을 가졌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친윤 세력에겐 한 전 비대위원장이 눈엣가시 같은 존재인 탓이다. 친윤 그룹은 줄줄이 정부의 주요 요직에 자리해 윤 대통령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독자적으로 당내 세력을 구축해 생존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살아만 난다면 존재감 면에서 압도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함께 뛸 ‘러닝메이트’도 중요하다. 앞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를 맡았을 당시 최고위원들이 줄줄이 사표를 던지면서 지도부의 존속이 어려웠다.

일각에선 한 전 비대위원장이 이를 대비하기 위해 함께 출마할 최고위원마저 고심 중이라는 소문도 들려온다. 이렇듯 한 전 비대위원장은 출마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당을 접수하기 위해 고민하는 듯 보인다. 당 접수 이후에는 당의 본거지인 영남에 공을 들일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의 본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영남을 위해 그는 최근 홍준표 대구시장과 함께 공을 들이고 있다. 홍 시장 역시 연일 한 전 비대위원장을 공격하고 있다. 

문제는 한 전 비대위원장의 인기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지역 기반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윤 대통령 입장서도 위태로울 수 있는 대목이다. 이미 한 전 비대위원장은 총선 당시 영남을 자주 찾으며 인기를 실감했던 바 있다. 

영남 민심은?
당연한 갈등

앞으로 한 전 비대위원장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데 이는 윤 대통령과 날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두 인물의 갈등은 어쩔 수 없는 수순이라고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관계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두 인물 모두 각자의 생존을 위해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한 전 비대위원장을 향한 공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의힘, 다른 당권주자는?

국민의힘이 본격적으로 전당대회 모드로 돌입한다.

곧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출마가 있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잠재적 당권주자로 언급되는 이들도 몸을 푸는 중이다. 

대표적인 인물은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다. 나 의원도 출마를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당권 주자인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역시 출마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조만간 입장을 밝힐 계획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역시 당권주자 중 한 명으로 불린다.

지난 전당대회에서는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 전당대회에는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은 대부분 강력한 차기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한 전 비대위원장을 향해 강한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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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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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