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컴백 윤석열 위기 상관관계

‘잠룡의 귀환’ 긴장하는 용산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침묵 모드에 들어간 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이내 다시 등장하겠다고 깃발을 들어 올렸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이야기다. 주변에 온통 적뿐이지만 오히려 이를 기회로 활용하려는 모양새다. 그의 등판이 확실히 누군가에게는 위기로 인식된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이라는 말이 국민의힘 내에 떠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두고 국민의힘 내부서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한쪽에선 한 전 비대위원장의 전대 출마에 긍정적인 시각이 강하고, 다른 한쪽에선 독이 될 것이라며 당권 도전 여부를 두고 말이 많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전대 룰을 두고 당내에서는 몇 차례 소란이 일었다. 

조용한
광폭 행보

앞서 국민의힘은 직전 전대서 룰을 당심 100%로 정했다. 이 덕분에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를 받았던 김기현 의원이 5위로 시작해 당 대표직을 차지한 바 있다. 결국 당정관계는 수직적으로 될 수밖에 없었고, 국민의힘은 대통령실에 질질 끌려다녀야 했다. 당시 전대 룰 변경 여부를 두고서도 많은 분란이 있었다. 

총선을 앞두고 김 의원은 당 대표직서 물러났고, 한 전 비대위원장이 본격적으로 정치 참여를 하면서 다시 비대위 절차에 돌입했다.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윤석열정부 2인자로 불리고, 조선제일검으로 불렸던 한 전 비대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서다. 두 인물의 갈등은 세 차례 불거졌다. 가장 먼저 불거진 갈등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 당시였는데 “국민이 걱정할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던 탓이다. 


대통령실에서는 이 같은 언급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 전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오히려 갈등에 불을 붙였다. 이후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서 화기애애한 만남을 보이면서 갈등이 봉합되는 듯했다. 

그러나 4·10 총선을 목전에 두고 갈등은 재점화됐다. 해병대 채 상병 수사외압 의혹이 벌어지자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종섭 국방부 전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 이후 출국 문제가 발생했다. 또 당시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 등으로 정권 심판론이 극대화된 시점에 한 전 비대위원장은 이들의 사퇴를 요구했다. 

해당 논란으로 인해 두 인물의 갈등이 극대화되면서 총선 대패로까지 이어졌다. 심지어 화해의 제스처조차도 볼 수 없었다. 

총선서 패배하자 한 전 비대위원장은 “모든 책임은 제게 있다”며 바로 물러났다. 이후 국민의힘은 황우여 전 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앉혀 비대위 체제를 유지해오고 있다. 본격적으로 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한 때다. 이때부터 당원 100% 룰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첫목회에서는 당심 50%, 민심 50%가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전당대회 룰과 지도 체제의 전환을 위해 황우여 비대위는 당헌·당규 개정 태스크포스(TF)를 띄웠다. 이 과정서 하이브리드 지도체제 등 다양한 안들이 거론됐다.

세 모으며 전대 준비 완료
비윤 대체 부상 여부 관건

일각에서는 한 전 비대위원장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겼는데, 한 전 비대위원장 측에서 강하게 반발했다. 


결론적으로 TF 역시 쉽게 결론 내리지 못했고, 기존의 단일지도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론 냈다. 전대 룰의 경우에도 직전 상황과 비슷한 흐름으로 흘러갔다.

비대위는 지난 13일, TF가 제시한 민심 20%, 30% 반영안 중 20%를 택했다. 해당 안건은 오는 19일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의결 절차를 걸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현재 전대는 내달 23일로 잠정 확정된 상태로 당 대표 후보 등록은 이달 말경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차츰 모습을 드러낸 시기는 전대 룰 개정 작업이 착수된 때부터다. 룰이 거의 확정됐을 시점에는 본격적으로 메시지를 냈다. 그는 “이재명 대표가 피고인 신분으로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84조에 따라 직을 상실하게 된다”며 이 대표를 저격했다.

지속적으로 원외 인사들을 만나며 조용히 세 모으기도 하는 중이다. 우선 함께 선거를 치렀던 실무자들을 만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 윤석열정부의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발 해외직구 대책을 비판하며 다시 잠행을 이어나갔다.

이후 초선인 정성국·김상욱 의원을 만났고,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 비서실장을 지낸 김형동 의원 등을 만났던 것으로 전해진다.

자신이 한 차례 띄운 지구당 부활, 정치개혁 시리즈 등에 관해서도 의지를 불태웠다고 한다. 그는 현재도 원내와 원외 인사들과 일대일 만남을 지속하고 있다. 

조만간
출사표

이제 한 전 비대위원장의 등판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그가 전대 출마를 위해 캠프를 꾸리고 있으며 자신을 지원할 인물을 확보하고 있다. 출사표는 이르면 조만간 던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본인이 직접 지인에게 (당 대표에)출마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지로 의견을 묻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출마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한다.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으로 분류되는 장동혁 의원은 “많은 분의 뜻에 따라 출마하는 것도 적극적이고, 위험 부담이 큰 행태의 정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이라며 한 전 비대위원장의 전대 출마를 시사했다. 

일각에선 한 전 비대위원장이 비윤(비 윤석열) 대체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비윤 세력은 21대 국회서 원내대표 선거 당시 비윤계 의원에게 표를 몰아줬던 바 있다. 또 전투력을 가진 친윤 세력의 대부분은 현재 침묵을 유지하는 중이다. 특히 전면에 나섰던 권성동 의원과 장제원 전 의원이 잠잠하다.

한 전 비대위원장의 약점은 취약한 원내 기반이 지속적으로 꼽혀왔는데 비윤 대체제로 인식될 경우, 비윤 표가 결집될 수도 있다. 이 경우 등판과 동시에 당내 세력 다지기에 들어갈 수도 있다. 

친윤 세력은 한 전 비대위원장의 전대 출마를 원하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이들 중에서 당 대표로 나설 인물이 딱히 없다는 게 문제다.


누군가를 세운다 해도 한 전 비대위원장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금까지는 친윤(친 윤석열) 세력이 당을 주도해 왔다. 그러나 민심도, 당심도 친윤 세력이 압도할 만한 거리가 부족하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당 대표에 당선되는 순간 바로 대립각을 세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비윤도, 친윤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이다. 당장 윤 대통령을 강하게 타격할 경우, 친윤 등의 당내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수직 관계
탈피 가능?

세를 다져야 하는 입장서 일찍부터 날을 세워버리면 당장의 당 대표 선거서 변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한동안은 윤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타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권주자로 발돋움하기 위해 윤 대통령에게 맹렬히 비판을 가하는 시기는 전대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윤 대통령을 때려 반사이익을 얻는 구조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두 번은 고개를 숙였지만, 이제는 그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미 윤 대통령과의 식사 자리를 거부했다. 완전히 등을 돌린 이후로, 어떤 만남도 더 이상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대통령실서 당을 향한 그립을 강하게 쥐었지만 이번만큼은 다르다.


결국 한 전 비대위원장의 상승세는 윤 대통령에게는 위기인 것으로 인식된다. 만남의 가능성이 언제든 열려 있다고는 하지만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선 두 인물을 벌써 가르고 있다. 반윤의 길을 걸어 특검에 동의할 가능성에 관한 부분에서다. 윤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이 넘게 남은 상황서 한 전 비대위원장이 등을 돌린다면 윤 대통령은 바로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 수수 의혹에 관해 한 전 비대위원장은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기 때문에 기존 입장서 선회하게 될 경우, 중도층을 잃게 된다. 

192석을 갖고 있는 야당은 8석만 확보하면 김 여사 특검은 실행이 가능해진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친한계가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검이 시행된다면 이는 보수 전체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대통령 때리면 반사이익 발생
친한 사실상 특검 캐스팅보트?

국민의힘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굉장히 소원해진 게 틀림없다”고 못 박으면서도 “윤 대통령과 관계를 복원시키지 않으면 어려움에 처한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한 전 비대위원장이 윤 대통령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한 전 비대위원장을 압도할만한 거리가 딱히 없다는 점인데 (한 전 비대위원장 출마 시)내달 전대서 대통령실의 지원 유무도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 전 비대위원장에게는 당내 친윤 세력이 걸림돌로 이들과 만남을 가졌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친윤 세력에겐 한 전 비대위원장이 눈엣가시 같은 존재인 탓이다. 친윤 그룹은 줄줄이 정부의 주요 요직에 자리해 윤 대통령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독자적으로 당내 세력을 구축해 생존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살아만 난다면 존재감 면에서 압도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함께 뛸 ‘러닝메이트’도 중요하다. 앞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를 맡았을 당시 최고위원들이 줄줄이 사표를 던지면서 지도부의 존속이 어려웠다.

일각에선 한 전 비대위원장이 이를 대비하기 위해 함께 출마할 최고위원마저 고심 중이라는 소문도 들려온다. 이렇듯 한 전 비대위원장은 출마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당을 접수하기 위해 고민하는 듯 보인다. 당 접수 이후에는 당의 본거지인 영남에 공을 들일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의 본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영남을 위해 그는 최근 홍준표 대구시장과 함께 공을 들이고 있다. 홍 시장 역시 연일 한 전 비대위원장을 공격하고 있다. 

문제는 한 전 비대위원장의 인기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지역 기반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윤 대통령 입장서도 위태로울 수 있는 대목이다. 이미 한 전 비대위원장은 총선 당시 영남을 자주 찾으며 인기를 실감했던 바 있다. 

영남 민심은?
당연한 갈등

앞으로 한 전 비대위원장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데 이는 윤 대통령과 날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두 인물의 갈등은 어쩔 수 없는 수순이라고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관계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두 인물 모두 각자의 생존을 위해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한 전 비대위원장을 향한 공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의힘, 다른 당권주자는?

국민의힘이 본격적으로 전당대회 모드로 돌입한다.

곧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출마가 있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잠재적 당권주자로 언급되는 이들도 몸을 푸는 중이다. 

대표적인 인물은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다. 나 의원도 출마를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당권 주자인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역시 출마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조만간 입장을 밝힐 계획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역시 당권주자 중 한 명으로 불린다.

지난 전당대회에서는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 전당대회에는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은 대부분 강력한 차기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한 전 비대위원장을 향해 강한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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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