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예고 ‘새로운 대응’ 시나리오

‘강대강 대치’ 분명히 터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우리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지난 9일 재개하자 같은 날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새로운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이 새로운 대응의 일환으로 군사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북한이 할 수 있는 여러 도발 가능성을 제시했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하 김 부부장)이 “한국이 국경 너머로 삐라 살포 행위와 확성기 방송 도발을 병행해 나선다면 의심할 바 없이 새로운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지난 9일, 김 부부장은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서 “대한민국은 지난 6일과 7일 또다시 정치 선동 오물을 들이미는 도발행위를 묵인해 상황을 악화시켰다”며 “북측 지역서 너절한 정치 선동 오물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구겨진 담화

김 부부장이 말한 정치 선동 오물은 앞서 탈북민 단체가 보낸 대북 전단을 가리킨다. 

김 부부장은 “우리는 이미 경고한 바대로 지난 8일 밤과 9일 새벽 시간에 기구 1400여개로 휴지 7.5t을 한국 국경 너머로 살포했다”며 “뒤져보면 알겠지만 우리는 빈 휴지장들만 살포했을 뿐, 그 어떤 정치적 성격의 선동 내용을 들이민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이 같은 우리의 대응은 정당하고도 매우 낮은 단계의 반사적인 반응에 불과할 뿐”이라며 “우리의 대응 행동은 9일 중으로 종료될 계획이었지만 상황은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은 한국이 이날 시작한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해 “이는 매우 위험한 상황의 전주곡”이라며 “확성기 방송 도발을 재개한다는 적반하장격의 행태를 공식화하는 것으로써 계속해 새로운 위기 환경을 조성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한민국의 지저분하고 유치한 처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쉴 새 없이 휴지를 주워 담아야 하는 곤혹은 대한민국의 일상이 될 것”이라며 “서울이 더 이상의 대결 위기를 불러오는 위험한 짓을 당장 중지하고 자숙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 부부장은 담화서 새로운 대응을 언급하며 도발 수위를 높이겠다는 의향을 내비쳤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에 대해선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김 부부장이 언급한 새로운 대응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관심 집중됐다. 남북 간 긴장 구도가 우발적인 무력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오물 풍선에 독극물 채워?
과거처럼 폭격 가할 수도

지난 2015년 우리 정부가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을 당시 북한은 준전시 상태를 선언하며 확성기 조준사격으로 우리 군을 압박한 바 있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은 북한도 고출력의 대남 확성기로 맞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군사적으로 과거처럼 폭격을 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소리는 비무장지대(DMZ) 확성기서 내고 실제 싸움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서 하는 성동격서 전략일 가능성이 있어 이런 것들을 다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이 생화학 물질이 담긴 풍선을 보낼 가능성은 항상 열어놓고 있지만 사례가 아직 없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며 “대북 심리전은 인체에 해를 주지 않고 심리에만 해를 끼치는 것이기 때문에 독극물이라는 건 별개의 문제”라고 짚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요시사>에 네 가지 정도가 예측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 연구위원은 “첫 번째는 오물 풍선이 빈 종이로 왔기 때문에 내용을 채운다는 개념이 될 수 있다”며 “진짜 삐라를 보낼 수 있고 거기에 약간 충격을 줄만한 어떤 내용물이 더 추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북 확성기와 관련해 동시 병행적으로 진행될 경우 직간접적인 소위 화력을 동원한 타격이 될 수 있고 기존에 통상적으로 해왔던 것이지만 서해상이나 동해상서 사격훈련을 무력 시위용으로 강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술핵이 탑재 가능한 무기를 동원해서 대남 시위를 하는 방식이 있을 것 같다”면서도 “통상적으로 이 정도가 가능할 것 같고 지금 북한이 하는 걸 봐서는 확전의 의지는 별로 없어 보이며 경고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번에도 NLL로 불똥? 
당분간 회색지대 도발?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북한이 하는 게 일종의 회색지대 도발”이라며 “북한도 정면충돌은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에 무력 도발보다는 우리 측의 대응이 어려운 GPS 교란이나 오물 풍선 같은 회색지대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여정 담화 내용의 핵심은 전단을 날리지 말고 건들지만 않으면 본인들도 가만히 있겠다는 얘기”라고 평가했다.

통일부는 김 부부장의 위협에 대해 “우리의 정당한 대응을 도발의 명분으로 삼는 오판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구병삼 대변인은 지난 10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우리 국민의 불안과 사회 혼란을 야기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구 대변인은 “그동안 북한의 오물 풍선 등 일련의 도발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들을 취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부부장이 언급한 새로운 대응에 대해서는 “북한이 언급한 데 대해 별도로 예단하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 9일 대북 방송을 재개한 뒤 확성기를 추가로 가동하지 않고 상황을 관리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10일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는 대북 확성기 방송과 관련해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해 상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10일에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전방 지역에 대남 방송용 확성기를 설치하는 동향이 식별됐다”며 “현재까지 대남 방송은 없었고 우리 군은 북한군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비열한 행위를 할 경우 즉시라도 방송할 준비가 돼있다”고 설명했다. 군은 북한의 추후 행동에 따라 대북 확성기 방송 송출을 결정할 계획이다.

강약 조절


우리 군이 확성기 방송을 일시 중단을 하면서 북한이 추가적인 오물 풍선 살포에 나서지 않는다면 상황이 소강상태로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서거나 일부 민간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가 또다시 이뤄지면 사태가 다시 악화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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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