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로’ 한동훈이 답해야 할 4가지

뜸들이면 찬밥 된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정치인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잃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메시지를 내놓는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근근이 SNS와 목격담, 당외 세력과의 만남을 통해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당내 상황에 관해서는 여전히 침묵 중이다. 조만간 당내 예민한 문제가 한 전 비대위원장을 향할 듯 싶다. 과연 그는 뭐라고 밝힐까?

차기 당권주자 후보 중 경쟁력이 높은 인물인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밖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 같은 한 전 비대위원장의 몸 풀기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당권을 위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28일 한 전 비대위원장은 22대 총선 당선자 및 낙선자들을 만났다.

당심이냐
민심이냐

이날 만남의 자리서 지구당의 역할을 강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돈 없는 정치 신인에게 정치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취지였는데, 이른바 지구당 부활론이었다. 그의 말 한마디 이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선 앞다퉈 지구당 부활 법안이 발의됐다. 

그는 자신의 SNS에 “20년 전에는 지구당 폐지가 정치개혁이었는데, 지금은 기득권의 벽을 깨고 정치 신인과 청년에게 현장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지구당을 부활하는 게 정치개혁”이라고 적었다. 이 같은 주장은 현재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을 대변하는 듯 보인다.

최근 중도 및 청년층은 국민의힘에 등을 돌렸는데 이들의 포섭을 위해 칼을 빼든 셈이다. 보수 민심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한 전 비대위원장 입장에선 이들의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속적으로 중도 민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총선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중도층 민심의 이탈을 어떻게든 끌어들이겠다는 복안이다. 

이는 한 전 비대위원장의 단점으로도 거론된 부분이다. 처음에는 민심에서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있었으나, 총선 말미로 시간이 흐르면서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하지만, 총선 이후 현재 그의 당내 지지율은 압도적이다. 물론 대외적으로 민심에 영향력이 있다고 보기에는 아직 무리다.

정치권에서는 한 전 비대위원장이 이 같은 연유로 전당대회 전까지 민심을 청취하기 위해 행보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일각에선 이미 그가 당 대표 출마를 위해 몸풀기를 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는데, 사실상 출마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꾸준히 언론에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 팬덤도 점점 증가하고 있는데, 당원들 사이에선 한 전 비대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압도적이다. 

상황이 이쯤되자 몇몇 당권주자 및 친윤(친 윤석열)계 인사들은 벌써 견제에 들어갔다. 차기 당권주자 한 명으로 거론되는 나경원 의원은 “대표직을 맡게 되면 대권주자로서 (정치적 역량이)소모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록 “견제가 아닌 진심”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견제의 취지로 읽힌다. 

대권 도전 위한 4년 중임제
특검법 전문가로서 의견 제시

또 지난 21대 국회서 그가 꺼내들었던 이조(이재명·조국) 심판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도 제기된다. 22대 국회 초반부터 야당에 대한 공격적인 모습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당내 지지 기반이 다소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친한(친 한동훈) 그룹은 당내 비주류인 만큼 당내 일각에선 비윤 대체제로 한 전 비대위원장이 어떻겠냐는 의견도 제시된다. 

친윤에겐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지난 전당대회서도 김기현 의원이 친윤이라는 막강한 세력을 등에 업고 당 대표로 선출됐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한 전 비대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를 전폭 지원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한 전 비대원장과 윤 대통령 사이는 멀어졌다는 게 정가 분위기다. 얼마 전 정부의 해외 직구 금지 대책 발표 때도 한 전 비대위원장은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이를 입증해 보였다. 결국 그는 순전히 개인기를 통해 현 상황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다만 당권에 도전하게 될 경우, 개헌 등 몇 가지 정치적 사안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선 최근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임기를 줄이자는 4년 중임제가 의제로 떠올랐다.

지난달 17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5년 단임제인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하되, 연이어 선출되는 경우에만 한 번 중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대통령 임기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에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별도 입장을 내진 않았지만, 개별 의원들은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4년 중임제에 동의하는 등 범야권도 대체적으로 비슷한 의견이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친윤계의 반발이 거세다. 권성동 의원은 “탄핵을 하자는 이야기”라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상황이 이쯤 되자 시선은 자연스레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 중 한 명인 한 전 비대위원장에게 쏠린다.

아슬아슬
줄타기

그의 개헌 찬성 및 반대 여부를 놓고 민심이 어느 쪽으로 쏠릴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찬성 시 당내서 상당한 반발을 살 수 있도 있지만, 압도적인 당원들의 지지를 생각한다면 속 시원하게 입장을 내는 것도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반대 입장을 드러낸다면 당원에 둘러싸여 확장력에 한계를 맞이할 수 있다. 당장은 침묵을 유지하는 게 답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언젠가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

적어도 정치를 시작했으면 이와 관련한 입장 발표는 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윤 대통령과 날을 세우면 당내 입지가 흔들린다는 불리한 부분이 있지만, 오히려 수평적 직언을 해야 윤 대통령 및 친윤 간의 대립에서 유리한 구도를 이끌어낼 수 있다.

당권주자들은 확실하게 반대면 반대, 찬성이면 찬성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당 밖에서의 영향력은 아무리 키워봤자 당내 영향력에 미치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다음으로 대답해야 할 사안은 전당대회 룰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전당대회서 당원투표 100% 룰로 바꿔버렸다. 현재 지도부 선출은 대표, 최고위원 선거를 각각 따로 치르는 이른바 단일지도체제 방식이다. 


문제는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의 바통을 이어받게 될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다. 게임의 룰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서 게임 일정부터 잡겠다는 발상은 어쩐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전당대회 룰을 두고 당내에서는 20~50%까지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바꾸면 안 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우선 비상대책위원회는 집단지도체제와 단일지도체제를 합친 절충형 방식을 아이디어로 냈다. 권력을 분산시키고, 대통령실과의 관계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룰을 개정하는 대신 두 체제의 장점만 모으겠다는 셈인데, 관건은 친윤계의 지도부 합류 여부다. 

지지율이 낮아도 순위권에만 들면 지도부 합류가 가능하다. 특히 친윤 체제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당원투표 100% 룰이 친윤 세력이 앞장서 바꿔 거부감을 해소시키는 것도 수월해진다. 이를 두고 한 전 비대위원장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그는 전당대회 룰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인사다. 

강성 팬덤
눈치 보기?

다른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이미 민심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룰과 방식에 따라 주자마다 유불리가 나뉘는 상황 속에서 한 전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려면 이 역시 확실하게 밝혀야 존재감이 한층 더 커질 수 있다.


출마 입장이라면 조건을 따질 게 아니라고 해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당원과 민심에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할 기회가 생긴다. 

온갖 김여사 명품가방 수수 및 해병대 채 상병 특검 역시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답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 본회의에 다시 올라왔던 채 상병 특검법은 결국 부결 처리됐다. 197석을 가진 거야는 22대 시작부터 밀어붙일 태세지만, 한 전 비대위원장은 여기에 대해서도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한 전 비대위원장이 특검법을 찬성한다면 당내 세력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며 “법률가로서 명쾌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이 의원은 “윤심과 민심 사이서 줄타기하는 모습이 아닌가 싶다. 입장을 밝히지 않고 당권과 대권을 꿈꾸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각종 특검법도 1호 법안으로 재발의하려는 가운데, 조국혁신당은 이른바 한동훈 특검법까지 발의했다. 이제야말로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답할 차례다. 

법률가인 그는 윤석열정부 2인자 출신이다. 전문가답게 특검법이 정당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거나 찬성한다면 부족한 부분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민심을 끌어올 수 있다. 당장은 당원과 민심 사이서 고민 중인 그에겐 답할 물리적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앞서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가장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에 속했다. 그러나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주장했다가 당내서 강한 비판을 받았다. 이때부터 입지가 쪼그라들기 시작했고, 대선후보로 이재명 대표가 선출됐다.

전당대회 룰·방식 찬반 여부
대통령 지킬지 말지 결정 필요

한 전 비대위원장은 그의 강력한 팬덤 탓에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듯 보인다. 최근 정치인들은 자신의 팬덤과 반하는 의견을 쉽사리 내놓지 못한다.

민주당 역시 팬덤에 반하는 우원식 의원이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되자, 1만명 이상의 무더기 탈당 러시가 이뤄졌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자신을 다른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원과 민심 사이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앞서 그는 이미 여러 갈등 국면을 맞이했던 바 있다.

그의 최종 목표는 대권으로 당원들에게 둘러싸여 할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선명성이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당권주자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보태고 있지만, 아직 한 전 비대위원장의 참전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차기 당권주자 중 가장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라 슬슬 견제를 받기 시작할 시점이다. 가만히 앉아 침묵만 유지한다면, 계속 공격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한 전 비대위원장과 등을 완전히 돌린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탈당설이다. 이에 대해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꿈도 꾸지 말라”며 급히 진화에 나섰다. 윤 대통령 탈당설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정치권으로 퍼졌다.

홍 시장은 “여당으로서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과 한 몸이 돼 윤 대통령을 보호하지 못하고 중구난방으로 제각각일 때 윤 대통령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탈당이 불가피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일각에서는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당 대표에 당선됐을 경우 윤 대통령이 탈당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에 대해서도 한 전 비대위원장은 분명한 입장을 드러내야 한다. 

다만 지금까지의 갈등만으로도 윤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발언은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한 전 비대위원장의 출마로 당권도전에 나서는 인물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추후 여러 경로서 다양한 견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 탈당?
6월 복귀설

여권 내부에서는 한 전 비대위원장이 이르면 6월 복귀한다는 의견이 있다. 팬덤을 확인했고, 세력화와 조직화를 위해 필요한 부분만큼 공개적으로 나서 당 대표 도전을 공식화하기 위함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한 전 비대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맞붙으려고 하지 않는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책임을 지는 정치보다는 단순히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차철우 기자 ckcjfd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