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로’ 한동훈이 답해야 할 4가지

뜸들이면 찬밥 된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정치인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잃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메시지를 내놓는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근근이 SNS와 목격담, 당외 세력과의 만남을 통해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당내 상황에 관해서는 여전히 침묵 중이다. 조만간 당내 예민한 문제가 한 전 비대위원장을 향할 듯 싶다. 과연 그는 뭐라고 밝힐까?

차기 당권주자 후보 중 경쟁력이 높은 인물인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밖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 같은 한 전 비대위원장의 몸 풀기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당권을 위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28일 한 전 비대위원장은 22대 총선 당선자 및 낙선자들을 만났다.

당심이냐
민심이냐

이날 만남의 자리서 지구당의 역할을 강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돈 없는 정치 신인에게 정치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취지였는데, 이른바 지구당 부활론이었다. 그의 말 한마디 이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선 앞다퉈 지구당 부활 법안이 발의됐다. 

그는 자신의 SNS에 “20년 전에는 지구당 폐지가 정치개혁이었는데, 지금은 기득권의 벽을 깨고 정치 신인과 청년에게 현장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지구당을 부활하는 게 정치개혁”이라고 적었다. 이 같은 주장은 현재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을 대변하는 듯 보인다.

최근 중도 및 청년층은 국민의힘에 등을 돌렸는데 이들의 포섭을 위해 칼을 빼든 셈이다. 보수 민심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한 전 비대위원장 입장에선 이들의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속적으로 중도 민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총선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중도층 민심의 이탈을 어떻게든 끌어들이겠다는 복안이다. 

이는 한 전 비대위원장의 단점으로도 거론된 부분이다. 처음에는 민심에서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있었으나, 총선 말미로 시간이 흐르면서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하지만, 총선 이후 현재 그의 당내 지지율은 압도적이다. 물론 대외적으로 민심에 영향력이 있다고 보기에는 아직 무리다.

정치권에서는 한 전 비대위원장이 이 같은 연유로 전당대회 전까지 민심을 청취하기 위해 행보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일각에선 이미 그가 당 대표 출마를 위해 몸풀기를 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는데, 사실상 출마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꾸준히 언론에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 팬덤도 점점 증가하고 있는데, 당원들 사이에선 한 전 비대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압도적이다. 

상황이 이쯤되자 몇몇 당권주자 및 친윤(친 윤석열)계 인사들은 벌써 견제에 들어갔다. 차기 당권주자 한 명으로 거론되는 나경원 의원은 “대표직을 맡게 되면 대권주자로서 (정치적 역량이)소모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록 “견제가 아닌 진심”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견제의 취지로 읽힌다. 

대권 도전 위한 4년 중임제
특검법 전문가로서 의견 제시

또 지난 21대 국회서 그가 꺼내들었던 이조(이재명·조국) 심판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도 제기된다. 22대 국회 초반부터 야당에 대한 공격적인 모습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당내 지지 기반이 다소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친한(친 한동훈) 그룹은 당내 비주류인 만큼 당내 일각에선 비윤 대체제로 한 전 비대위원장이 어떻겠냐는 의견도 제시된다. 

친윤에겐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지난 전당대회서도 김기현 의원이 친윤이라는 막강한 세력을 등에 업고 당 대표로 선출됐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한 전 비대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를 전폭 지원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한 전 비대원장과 윤 대통령 사이는 멀어졌다는 게 정가 분위기다. 얼마 전 정부의 해외 직구 금지 대책 발표 때도 한 전 비대위원장은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이를 입증해 보였다. 결국 그는 순전히 개인기를 통해 현 상황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다만 당권에 도전하게 될 경우, 개헌 등 몇 가지 정치적 사안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선 최근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임기를 줄이자는 4년 중임제가 의제로 떠올랐다.

지난달 17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5년 단임제인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하되, 연이어 선출되는 경우에만 한 번 중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대통령 임기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에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별도 입장을 내진 않았지만, 개별 의원들은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4년 중임제에 동의하는 등 범야권도 대체적으로 비슷한 의견이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친윤계의 반발이 거세다. 권성동 의원은 “탄핵을 하자는 이야기”라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상황이 이쯤 되자 시선은 자연스레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 중 한 명인 한 전 비대위원장에게 쏠린다.

아슬아슬
줄타기

그의 개헌 찬성 및 반대 여부를 놓고 민심이 어느 쪽으로 쏠릴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찬성 시 당내서 상당한 반발을 살 수 있도 있지만, 압도적인 당원들의 지지를 생각한다면 속 시원하게 입장을 내는 것도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반대 입장을 드러낸다면 당원에 둘러싸여 확장력에 한계를 맞이할 수 있다. 당장은 침묵을 유지하는 게 답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언젠가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

적어도 정치를 시작했으면 이와 관련한 입장 발표는 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윤 대통령과 날을 세우면 당내 입지가 흔들린다는 불리한 부분이 있지만, 오히려 수평적 직언을 해야 윤 대통령 및 친윤 간의 대립에서 유리한 구도를 이끌어낼 수 있다.

당권주자들은 확실하게 반대면 반대, 찬성이면 찬성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당 밖에서의 영향력은 아무리 키워봤자 당내 영향력에 미치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다음으로 대답해야 할 사안은 전당대회 룰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전당대회서 당원투표 100% 룰로 바꿔버렸다. 현재 지도부 선출은 대표, 최고위원 선거를 각각 따로 치르는 이른바 단일지도체제 방식이다. 

문제는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의 바통을 이어받게 될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다. 게임의 룰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서 게임 일정부터 잡겠다는 발상은 어쩐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전당대회 룰을 두고 당내에서는 20~50%까지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바꾸면 안 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우선 비상대책위원회는 집단지도체제와 단일지도체제를 합친 절충형 방식을 아이디어로 냈다. 권력을 분산시키고, 대통령실과의 관계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룰을 개정하는 대신 두 체제의 장점만 모으겠다는 셈인데, 관건은 친윤계의 지도부 합류 여부다. 

지지율이 낮아도 순위권에만 들면 지도부 합류가 가능하다. 특히 친윤 체제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당원투표 100% 룰이 친윤 세력이 앞장서 바꿔 거부감을 해소시키는 것도 수월해진다. 이를 두고 한 전 비대위원장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그는 전당대회 룰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인사다. 

강성 팬덤
눈치 보기?

다른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이미 민심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룰과 방식에 따라 주자마다 유불리가 나뉘는 상황 속에서 한 전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려면 이 역시 확실하게 밝혀야 존재감이 한층 더 커질 수 있다.

출마 입장이라면 조건을 따질 게 아니라고 해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당원과 민심에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할 기회가 생긴다. 

온갖 김여사 명품가방 수수 및 해병대 채 상병 특검 역시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답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 본회의에 다시 올라왔던 채 상병 특검법은 결국 부결 처리됐다. 197석을 가진 거야는 22대 시작부터 밀어붙일 태세지만, 한 전 비대위원장은 여기에 대해서도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한 전 비대위원장이 특검법을 찬성한다면 당내 세력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며 “법률가로서 명쾌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이 의원은 “윤심과 민심 사이서 줄타기하는 모습이 아닌가 싶다. 입장을 밝히지 않고 당권과 대권을 꿈꾸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각종 특검법도 1호 법안으로 재발의하려는 가운데, 조국혁신당은 이른바 한동훈 특검법까지 발의했다. 이제야말로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답할 차례다. 

법률가인 그는 윤석열정부 2인자 출신이다. 전문가답게 특검법이 정당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거나 찬성한다면 부족한 부분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민심을 끌어올 수 있다. 당장은 당원과 민심 사이서 고민 중인 그에겐 답할 물리적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앞서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가장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에 속했다. 그러나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주장했다가 당내서 강한 비판을 받았다. 이때부터 입지가 쪼그라들기 시작했고, 대선후보로 이재명 대표가 선출됐다.

전당대회 룰·방식 찬반 여부
대통령 지킬지 말지 결정 필요

한 전 비대위원장은 그의 강력한 팬덤 탓에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듯 보인다. 최근 정치인들은 자신의 팬덤과 반하는 의견을 쉽사리 내놓지 못한다.

민주당 역시 팬덤에 반하는 우원식 의원이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되자, 1만명 이상의 무더기 탈당 러시가 이뤄졌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자신을 다른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원과 민심 사이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앞서 그는 이미 여러 갈등 국면을 맞이했던 바 있다.

그의 최종 목표는 대권으로 당원들에게 둘러싸여 할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선명성이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당권주자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보태고 있지만, 아직 한 전 비대위원장의 참전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차기 당권주자 중 가장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라 슬슬 견제를 받기 시작할 시점이다. 가만히 앉아 침묵만 유지한다면, 계속 공격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한 전 비대위원장과 등을 완전히 돌린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탈당설이다. 이에 대해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꿈도 꾸지 말라”며 급히 진화에 나섰다. 윤 대통령 탈당설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정치권으로 퍼졌다.

홍 시장은 “여당으로서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과 한 몸이 돼 윤 대통령을 보호하지 못하고 중구난방으로 제각각일 때 윤 대통령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탈당이 불가피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일각에서는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당 대표에 당선됐을 경우 윤 대통령이 탈당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에 대해서도 한 전 비대위원장은 분명한 입장을 드러내야 한다. 

다만 지금까지의 갈등만으로도 윤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발언은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한 전 비대위원장의 출마로 당권도전에 나서는 인물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추후 여러 경로서 다양한 견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 탈당?
6월 복귀설

여권 내부에서는 한 전 비대위원장이 이르면 6월 복귀한다는 의견이 있다. 팬덤을 확인했고, 세력화와 조직화를 위해 필요한 부분만큼 공개적으로 나서 당 대표 도전을 공식화하기 위함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한 전 비대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맞붙으려고 하지 않는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책임을 지는 정치보다는 단순히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차철우 기자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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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