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술자리 대놓고…’ 케타민 투약 현장 포착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6.03 10:59:58
  • 호수 14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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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하듯 꺼내는 ‘흰색 가루’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30대 한 남성 사업가가 술자리서 일행에게 공개적으로 마약을 권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업가 A씨는 술에 취한 상태로 흰색 가루가 든 비닐백을 여성 일행들에게 공개했다. 병원에서만 쓰도록 사용이 제한된 향정신성의약품인 케타민이었다. 이는 빠른 환각 증세 때문에 ‘데이트 강간 약물’로 분류되기도 한다.

지난해 9월경 A씨는 여성 B씨를 포함한 또 다른 여성 C씨와 서울 강남 모 업소서 술자리를 가졌다. 술자리가 무르익자, A씨는 가루 형태로 가공한 케타민을 꺼내들며 투약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날 A씨는 C씨에게 “예쁘다”고 호감을 표현하면서 케타민을 꺼냈다. 이를 본 B씨가 “이거 케타민이야?”라고 묻자, A씨는 “아니면 내가 왜 이러고 있겠냐, 좋은 거다”라고 답했다. 이에 C씨는 “조용히 하라”며 만류했다.

동물용 마취제

케타민은 동물용 마취제로 쓰이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호흡부전의 위험성이 낮은 수면 유도제 등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오남용 시, 환각 증세를 동반하기 때문에 마약으로 분류된다.

술자리가 끝나갈 무렵, A씨는 두 여성에게 숙소로 가자고 권유하기도 했다. 이에 B씨는 A씨에게 “무례하다”며 거절한 뒤, C씨와 함께 자리를 빠져나왔다. 다음 날 A씨는 B씨에게 “어제는 미안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케타민을 요구한 부분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특히, A씨는 B씨 등에게 유부남인 사실을 숨기고 지속적인 만남을 요구하기도 했다. 

B씨는 취재진과 인터뷰서 “A씨가 케타민을 권유하고, 숙소에 가자는 모습에 불쾌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며 “A씨가 처벌받지 않으면 다른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할 수도 있다”고 제보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케타민은 술이나 음료에 타서 마시는 방법으로 복용할 수 있기에 클럽 등지서 ‘케이’란 이름으로 성폭행에 악용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서 케타민이 발견돼 사회적 파장이 일었다.

수개월이 지나도록 경찰에 알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B씨는 “초면에 마약을 권유할 정도로 무서울 게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며 “시간과 장소 모두 신고자가 특정되는 증거였기에 보복이 두려웠다”고 토로했다. 경찰은 현재 A씨가 지인에게 케타민을 권유했다는 내용의 신고를 접수한 상태다.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에 따르면 케타민은 해리성 마취제로 흥분, 시각 및 청각 환각 등의 향정신성 작용이 있기 때문에 오남용과 중독·금단 증상을 보일 수 있어 국내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특히, 짧은 시간 고용량 투약 외에도 개인에 따라 용량과 관계없이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또 호흡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치명적일 수 있어 투약 시 반드시 응급상황을 위한 의료진과 의료장비가 필요하다. 반복 투약 시에는 간독성이나 신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

술에 타 먹는 ‘케이’ 
버닝썬 성폭행에 악용  


케타민은 환각 증상 및 흥분 유발 작용으로 클럽서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번졌다. 최근 떠들썩했던 연예인들의 마약 문제를 비롯해 베트남 등 동남아를 거점으로 한 마약 유통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각에선 과거보다 마약을 구하기가 쉬워졌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는 걱정 섞인 목소리도 있다.

과거 대면으로 거래하던 것과 달리, 요즘은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해 마약 거래가 손쉽게 이뤄진다. 

마약 공급책은 이른바 ‘던지기 수법’ 등으로 단속망을 피하고 있다. 이는 마약 판매상에게 마약류를 전달받은 후 화장실, 소화전, 우편함 등 특정 장소에 숨겨 구매자가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유통 방식이다.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 운반책 역할을 담당하는 이들도 많다.

직접 투약을 하지 않더라도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마약류 유통에 가담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종종 고액 알바, 고수익 보장이라는 문구와 함께 SNS, 구인구직 사이트에 아르바이트로 위장해 마약 운반책을 모으는 경우도 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케타민·필로폰·엑스터시 등을 매매, 수수, 소지 등을 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여성들에게 케타민을 권유한 유명한 사례도 있다. 2021년 12월 골프 리조트와 기독교 언론사를 운영하는 기업 회장의 아들 권모씨는 한 여성에게 케타민을 권유했다. 권씨는 해당 여성 D씨와 성관계한 후 이를 촬영한 영상을 소장하다 덜미가 잡혔다.

당시 D씨는 MBC와 인터뷰서 “(권씨가)여성들이 담배를 피우려고 하면 ‘베란다에 나가지 말고 안에서 피우라’는 등의 방식으로 케타민이 든 전자담배를 건넸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씨는 “(여성들이)모르고 (케타민 흡입을)한 적은 없다. 제가 뭘(약물을) 타고 그런 건 전혀 없다”고 권유 사실에 대해선 부인했다.

반면, D씨는 “권씨가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하던 서울 강남 아파트서 전자담배 기기로 액상 형태의 케파민을 피웠다”고 주장했다. 이에 권씨는 “케타민은 센 게 아니고 액상담배 같은 거다. 처음에 신기해서 몇 번 한 게 다다. 수면제 식으로 생각했다”며 흡입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케타민 흡입이 합법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동영상 속 일부 여성들은 의식을 잃은 듯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 수사대는 2021년 12월9일 저녁 미국으로 출국하려던 권씨를 긴급 체포해 입건하고 컴퓨터 등 증거를 압수했다. 

의료용 오남용 확산
처방 76%가 강남구

경찰은 권씨가 몰래 찍은 62개의 성관계 동영상이 발견했는데, 최소 50명의 여성이 촬영된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안겼다. 권씨는 “나쁜 목적으로 (촬영)한 게 아니라 개인 추억 소장용으로 했다”며 일부 동영상은 상대 동의 없이 촬영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마약 유통은 대범하게 진화하고 있다. 텔레그램 같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메신저는 물론 비트코인까지 거래에 사용되면서다. 최근 유통되는 마약류 중 공급량이 많은 것이 케타민이다. 액체, 가루, 알약 등 다양한 형태로 투여될 수 있기에 나도 모르게 흡입하거나 먹을 수 있다.


케타민은 병원에서만 쓰도록 사용이 엄격히 제한된 향정신성의약품이지만, 오남용이 크게 확산하고 있다.

원래 동물 마취제로 사용되는 약물인 케타민은 진정 작용을 해 사람을 안정시키는 ‘다운(down) 계열’ 마약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가격은 1g에 30~40만원 정도다.

과거 케타민 중독에 빠져있었던 한 제보자는 매체와 인터뷰서 “클럽에 가면 항상 엑스터시 한 알과 케타민 1g씩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엑스터시(MDMA)는 한 알에 15만원 정도로 거래되며 ‘메스암페타민’(필로폰) ‘코카인’ 등과 같은, 이른바 ‘업(up) 계열’ 마약이다.

업 계열의 엑스터시와 다운 계열의 케타민을 함께 사용하면 강한 환각 작용이 나타난다는 투약자들의 경험담도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마약사범이 역대 최대인 2만7611명을 기록한 가운데 지역별로는 강남구가 마약 사건이 최다 성행한 곳이다. 강남구는 서울서 의료용 마약류를 취급하는 병원들이 가장 많다. 중독성 의료용 마약류로 분류되는 케타민은 서울시 전체의 76%, 프로포폴이 44%로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다.

10대 마약사범도 5년 사이 10배 가까이 급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검찰이 매년 발간하는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20대 마약류 사범은 2000년 1658명에서 지난해 8368명으로 5배 이상 늘었다.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20대 마약류 사범의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은밀한 형태

중독자가 확산되는 가운데 마약 재활 치료가 가능한 병원은 매우 드물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마약류 중독자 전문 치료보호기관은 전국 24개 병원이다. 보건복지부가 제공한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마약 중독자를 치료한 병원은 전국 통틀어 3곳, 치료 실적은 421건이었다. 지난해 마약류 사범으로 검거된 이가 2만7611명인 것과 비교해 병원서 제대로 치료받는 이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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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