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인터뷰> 미일중 전문가 3인 꼬인 외교를 풀다 ‘미국통’ 서정건 교수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5.24 15:32:09
  • 호수 14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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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굽히는 시대는 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한미동맹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기반한 동맹으로, 올해는 70주년을 맞이한다. 하지만 그 뜻과 가치는 무색하게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는지에 따라 한국은 흔들린다. 윤석렬 대통령은 “한미 간 탄탄한 동맹 관계는 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처럼, 흔들리지 않는 한미관계를 위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어떤 것일까?

오는 11월5일, 미국 대통령선거가 실시된다. 이번 선거는 현 대통령인 바이든과 전 대통령인 트럼프의 리턴매치로 관심이 높다. 트럼프가 한미 방위비 분담금을 다시 올리려는 상황서 한국은 어떤 태도로 미국을 대해야 할까?<일요시사>는 지난 9일, 경희대학교서 서정건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만나 한·미 관계를 통해 나아갈 방향을 들어 봤다.

서 교수는 “미국과 관련된 안보, 경제에 대한 큰 그림의 전략을 생각해 볼 때”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서 교수와의 일문일답.

-미국 대선이 6개월 남았다. 미국 현지 분위기와 바이든정권을 어떻게 평가하나?

▲ 현지 미국 사람들도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해 예측 불허라고 한다. 워낙 백중세인 상황이다. 둘 다 고령인 데다 미국 정치와 사회가 양분돼있다. 바이든은 나이에 대한 우려가 지도력까지 이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상황도 개선 조짐이 없고 국경 난맥상도 심각하다. 대외관계에 있어서도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모두 기존의 전통적인 미국 입장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트럼프나 바이든 모두 미국 사람들에게 만족할 만한 선택지는 아니라고 보는 것이 정확해 보인다. 

-트럼프, 바이든 특징이 무엇인가?


▲트럼프 경우 2015년 대선 출마부터 따져보면 지난 거의 10여년 동안 미국 정치의 핵심적인 변수로 자리 잡아 왔다. 중국 견제에 대해선 트럼프와 바이든의 차이점도 여럿 존재한다. 트럼프는 통상 쪽에 집중하는 반면, 바이든은 과학기술에 우선순위를 둔다. 또 트럼프가 의회를 끼지 않고 행정명령 중심으로 대통령 지도력을 보이는데 바이든은 의회 입법을 통해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투표 성향은 트럼프보다는 바이든에게 매우 중요한 변수다. 이처럼 의회-대통령 관계, 정당 정치, 선거 경쟁 등과 긴밀히 연결된다. 물론 큰 방향만 놓고 보면 트럼프나 바이든이나 둘 다 중국을 압박하고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으로 한국은 바이든과 트럼프 사이에 낀 모습이다.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예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11차 협상 경우, 2019년 트럼프 1기 행정부 3년 차에 협상이 시작됐다가 불발됐고,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인 2021년에 타결됐는데, 내년 말에 만료된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일찍 시작한 것은 장·단점 모두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과학기술·의회 입법 의지
트럼프, 통상·행정명령 중심 지도

미국 의회가 국방수권법(NDAA)에 주한미군 관련 조항을 넣어서 트럼프를 견제하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를 명령하면 이를 막을 방법은 대통령 탄핵밖에 없을 정도다. 올해 미국 대선 결과 예측도 마찬가지로 어려운 만큼 협상에 대비한 전략을 검검하고, 중장기적으로 자주국방의 방향성을 잡는 것도 중요하다. 또 국회의 감시·감독 기능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트럼프 당선 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예측하나?


▲만일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미국 헌법상 이번 4년이 마지막이다. 지난 1기 행정부 기준으로 보면, 트럼프는 선거 캠페인 공약을 잘 지키는 대통령으로 판명됐다. 다시 말해 트럼프는 2016년 대선 승리로 집권 후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방위비 분담금 압박, 국경 장벽 건설, 중국과의 무역전쟁, 이민 문제 등을 대부분 지켰다.

-올해 공약엔 어떤 것이 있나?

▲관세를 통한 중국과의 무역전쟁, 연방 관료제의 트럼프 중심적 변화, 이민 문제 해결,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중단 등만 고려해봐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초기가 금방 지나갈 것이다. 특히 전기차 정책은 공화당 입장대로 트럼프 역시 매우 부정적인데 선거 자금 차원서 다른 입장을 취할 가능성도 있다. 오히려 2026년 중간 선거 이후 관심 유발을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등이 예측 불허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선 어떻게 하면 되나?

▲트럼프의 특징은 거래 중심의 외교를 한다는 점이다. 미국 대외전략의 큰 그림하에서 주한미군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방위비 분담금 차원서 접근한다는 게 시사점이 크다. 다시 말해 협상만 잘되면 생각보다 큰 우려를 가질 필요가 없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방위비 분담금 협정 내년 말 완료
“주한미군 철수? 막을 방법은 없어”

사실 미국이 기존의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를 어느 정도 포기하고 대신 미국 우선주의를 취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에 따른 우리의 관점과 전략도 다시 생각해 볼 때가 됐다. 

-관점과 전략을 상세히 본다면?

▲기존의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되 달라진 미국에 대해 더욱 민감하고 전략적으로 판단하는 훈련이 필요해 보인다. 다시 말해 혈맹이라는 정서적 유대감 못지 않게 서로의 이익에 부합하는 한미동맹이라는 반복적인 재정의가 필요하다. 미국 외교가 미국 국내 정치에 영향을 받듯이, 우리 외교도 우리의 국내 정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한미관계나 우리의 국익을 일종의 범주 차원서 접근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바이든이 북한 문제서 한국을 무시했다고 하는데?

▲사실 바이든정부 초기에는 북한의 핵능력만 고도화시켰다는 내부 비판이 있었다. 따라서 새로운 대북 전략에 대한 관심이 있었는데 워낙 정권 초기에 팬데믹, 백신, 국민 지원금 등 국내 이슈가 산적해 있다 보니 북한 문제가 점점 밀려났던 것 같다.

북한 문제가 미국 언론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 바이든이 북한 문제를 건드릴 이유도 없다. 하지만 이런 현실이 북한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게 현실이다. 북한 문제는 우리에겐 생사가 달린 중대한 안보 위기다. 


-북한 문제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미국과의 확장 억제 공조 정책은 분명 옳은 방향이다. 여기에 북한 비핵화를 모색하는 외교적 노력 역시 필요하다. 특히 트럼프가 재선하게 되면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만의 이익을 위한 거래를 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미국의 약속에만 의지하지 말고 우리의 주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미국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에 대한 전망도 중요하지만 우리 스스로 어떤 안보대책 및 외교전략을 원하는지 돌아보고 국내(정치권)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시점이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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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