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한미동맹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기반한 동맹으로, 올해는 70주년을 맞이한다. 하지만 그 뜻과 가치는 무색하게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는지에 따라 한국은 흔들린다. 윤석렬 대통령은 “한미 간 탄탄한 동맹 관계는 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처럼, 흔들리지 않는 한미관계를 위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어떤 것일까?
오는 11월5일, 미국 대통령선거가 실시된다. 이번 선거는 현 대통령인 바이든과 전 대통령인 트럼프의 리턴매치로 관심이 높다. 트럼프가 한미 방위비 분담금을 다시 올리려는 상황서 한국은 어떤 태도로 미국을 대해야 할까?<일요시사>는 지난 9일, 경희대학교서 서정건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만나 한·미 관계를 통해 나아갈 방향을 들어 봤다.
서 교수는 “미국과 관련된 안보, 경제에 대한 큰 그림의 전략을 생각해 볼 때”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서 교수와의 일문일답.
-미국 대선이 6개월 남았다. 미국 현지 분위기와 바이든정권을 어떻게 평가하나?
▲ 현지 미국 사람들도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해 예측 불허라고 한다. 워낙 백중세인 상황이다. 둘 다 고령인 데다 미국 정치와 사회가 양분돼있다. 바이든은 나이에 대한 우려가 지도력까지 이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상황도 개선 조짐이 없고 국경 난맥상도 심각하다. 대외관계에 있어서도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모두 기존의 전통적인 미국 입장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트럼프나 바이든 모두 미국 사람들에게 만족할 만한 선택지는 아니라고 보는 것이 정확해 보인다.
-트럼프, 바이든 특징이 무엇인가?
▲트럼프 경우 2015년 대선 출마부터 따져보면 지난 거의 10여년 동안 미국 정치의 핵심적인 변수로 자리 잡아 왔다. 중국 견제에 대해선 트럼프와 바이든의 차이점도 여럿 존재한다. 트럼프는 통상 쪽에 집중하는 반면, 바이든은 과학기술에 우선순위를 둔다. 또 트럼프가 의회를 끼지 않고 행정명령 중심으로 대통령 지도력을 보이는데 바이든은 의회 입법을 통해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투표 성향은 트럼프보다는 바이든에게 매우 중요한 변수다. 이처럼 의회-대통령 관계, 정당 정치, 선거 경쟁 등과 긴밀히 연결된다. 물론 큰 방향만 놓고 보면 트럼프나 바이든이나 둘 다 중국을 압박하고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으로 한국은 바이든과 트럼프 사이에 낀 모습이다.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예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11차 협상 경우, 2019년 트럼프 1기 행정부 3년 차에 협상이 시작됐다가 불발됐고,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인 2021년에 타결됐는데, 내년 말에 만료된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일찍 시작한 것은 장·단점 모두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과학기술·의회 입법 의지
트럼프, 통상·행정명령 중심 지도
미국 의회가 국방수권법(NDAA)에 주한미군 관련 조항을 넣어서 트럼프를 견제하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를 명령하면 이를 막을 방법은 대통령 탄핵밖에 없을 정도다. 올해 미국 대선 결과 예측도 마찬가지로 어려운 만큼 협상에 대비한 전략을 검검하고, 중장기적으로 자주국방의 방향성을 잡는 것도 중요하다. 또 국회의 감시·감독 기능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트럼프 당선 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예측하나?
▲만일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미국 헌법상 이번 4년이 마지막이다. 지난 1기 행정부 기준으로 보면, 트럼프는 선거 캠페인 공약을 잘 지키는 대통령으로 판명됐다. 다시 말해 트럼프는 2016년 대선 승리로 집권 후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방위비 분담금 압박, 국경 장벽 건설, 중국과의 무역전쟁, 이민 문제 등을 대부분 지켰다.
-올해 공약엔 어떤 것이 있나?
▲관세를 통한 중국과의 무역전쟁, 연방 관료제의 트럼프 중심적 변화, 이민 문제 해결,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중단 등만 고려해봐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초기가 금방 지나갈 것이다. 특히 전기차 정책은 공화당 입장대로 트럼프 역시 매우 부정적인데 선거 자금 차원서 다른 입장을 취할 가능성도 있다. 오히려 2026년 중간 선거 이후 관심 유발을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등이 예측 불허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선 어떻게 하면 되나?
▲트럼프의 특징은 거래 중심의 외교를 한다는 점이다. 미국 대외전략의 큰 그림하에서 주한미군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방위비 분담금 차원서 접근한다는 게 시사점이 크다. 다시 말해 협상만 잘되면 생각보다 큰 우려를 가질 필요가 없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방위비 분담금 협정 내년 말 완료
“주한미군 철수? 막을 방법은 없어”
사실 미국이 기존의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를 어느 정도 포기하고 대신 미국 우선주의를 취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에 따른 우리의 관점과 전략도 다시 생각해 볼 때가 됐다.
-관점과 전략을 상세히 본다면?
▲기존의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되 달라진 미국에 대해 더욱 민감하고 전략적으로 판단하는 훈련이 필요해 보인다. 다시 말해 혈맹이라는 정서적 유대감 못지 않게 서로의 이익에 부합하는 한미동맹이라는 반복적인 재정의가 필요하다. 미국 외교가 미국 국내 정치에 영향을 받듯이, 우리 외교도 우리의 국내 정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한미관계나 우리의 국익을 일종의 범주 차원서 접근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바이든이 북한 문제서 한국을 무시했다고 하는데?
▲사실 바이든정부 초기에는 북한의 핵능력만 고도화시켰다는 내부 비판이 있었다. 따라서 새로운 대북 전략에 대한 관심이 있었는데 워낙 정권 초기에 팬데믹, 백신, 국민 지원금 등 국내 이슈가 산적해 있다 보니 북한 문제가 점점 밀려났던 것 같다.
북한 문제가 미국 언론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 바이든이 북한 문제를 건드릴 이유도 없다. 하지만 이런 현실이 북한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게 현실이다. 북한 문제는 우리에겐 생사가 달린 중대한 안보 위기다.
-북한 문제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미국과의 확장 억제 공조 정책은 분명 옳은 방향이다. 여기에 북한 비핵화를 모색하는 외교적 노력 역시 필요하다. 특히 트럼프가 재선하게 되면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만의 이익을 위한 거래를 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미국의 약속에만 의지하지 말고 우리의 주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미국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에 대한 전망도 중요하지만 우리 스스로 어떤 안보대책 및 외교전략을 원하는지 돌아보고 국내(정치권)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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