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Trade-Off’ 김혜리

독자성을 증명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 서촌에 위치한 갤러리 TYA가 작가 김혜리의 개인전 ‘Trade-Off’를 준비했다. 김혜리는 아날로그와 뉴미디어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각예술 작가다. 판화와 회화, 비디오, 설치를 통해 작업에 내포된 구체적인 서사를 보여준다. 

작가 김혜리는 인간관계와 삶의 유한성에 대해 연구한다. 관계로부터 나타나는 양가적 감정을 시각화시키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TYA서 열리는 개인전 제목인 ‘Trade-Off’는 한글로는 매끄럽게 해석되지 않는다. 국어사전서 ‘교환’의 의미로 번역되지만 실생활서 사용될 때는 ‘A를 내줘서 B를 얻었다’ 정도의 뉘앙스를 지닌다. 

방향의 다양성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나아갈 방향의 다양성을 얻었고 동시에 자아와 독자성에 대한 확신을 잃었다. 이른바 ‘트레이드 오프’ 시대서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의 독자성을 증명해야 한다. 

이번 전시는 현대인이 자신의 독자성을 확립하는 과정서 어려움과 혼란을 느낀다는 점에 착안했다. 현대인이 자주 이용하는 디지털 소셜네트워크는 수많은 가능성을 동시다발적으로 제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모든 경우의 수를 헤아리는 전지전능한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는 착각을 안긴다. 

하지만 우리가 인터넷을 통해 접하는 정보는 알고리즘의 의도에 따라 편집된 조각들이다. 소셜네트워크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그리고 욕망 앞에서 유약한 인간은 자신의 취하고 싶은 정보를 여과해내지 못한다.


아날로그+영상작업
시대배경 예술작품

결국 현대인은 수많은 가능성의 격류 속에서 제일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또는 최악의 선택을 피하기 위해 허우적대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망각해버린다. 현재의 기술을 통해 더 다양한 삶을 살 수 있는 자유를 얻은 반면, 이곳이 타의에 의해 통제되는 거대한 시뮬레이션 게임 같은 위화감도 느낀다. 

아날로그 매체로 제작된 김혜리의 작업은 대체로 영상작업과 함께 전시돼 서로를 유기적으로 엮고 보완한다. 전시된 판화 작업이 영상에 등장하거나 영상에 등장한 오브제가 실제로 전시돼있는 방식이다. 그는 다양한 문화와 시대 배경에 존재하는 예술작품을 차용했다. 

중세서 르네상스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시기의 회화, 이탈리아 해부학 모형, 18세기 중국대사가 그린 풍경화, 조선 후기 궁중 회화 등에서 발견하는 미감의 유사성과 발원지를 연구해 작업에 투영했다. 

김혜리의 가장 최근 작업에는 그가 해외에 거주하며 느낀 문화 정체성의 혼란이 담겨있다. 한국서 오랜 기간 서양미술사 중심의 교육을 받으며 작업에 깃든 ‘한국스러움’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 자문한다. 

친구나 가족구성원, 그리고 애인, 예술가, 인간 등 자신의 유일무이성을 정의하기 위한 현대인의 사투는 아마 끝이 없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든지 대체가능한 게임 속 NPC 대신 유일무이한 주인공을 꿈꾼다. 김혜리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욕망에도 다른 시각의 방향성이 있다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자아의 확신


TYA 관계자는 “모두가 성공을 꿈꾸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도 소수의 약속서 파생된 실재하지 않는 개념일 수 있다”며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가 누구인지 정의하기 위한 치열한 과정서 얻는 부산물 중 분명 유의미한 결과물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이 스스로에 관한 끝없는 탐구 속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부산물을 건져 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다음 달 2일까지.

<jsjang@ilyosisa.co.kr>

[김혜리는?]

▲학력
런던 예술대학교 캠버웰 판화과 석사(2022~2023)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학사(2016~2020)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판화과 학사(2015~2020) 

▲개인전
‘How Did We Get Here?’ RE:PLAT(2024)
‘The Less I Know the Better’ ReDE Gallery(2022)

▲2인전
‘Fleeting Glimpse of Heaven on Earth’ L.A.D 복합문화공간(2022)
‘Domino Dancing’ 100_0 gallery(2021)
‘Losing Love I write’ 옥보단 갤러리(2020)
‘Fake Film : 가짜 영화’ WWW SPACE gallery(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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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