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 소재 갤러리마리서 우종일 작가의 개인전 ‘떠나고, 나를 찾다’를 준비했다. 우종일은 미국과 한국이라는 서로 다른 두 문화권을 기반으로 작품활동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노마딕 라이프 연작과 초기 작업인 흑백 인체 누드 등 20여점을 선보인다.
우종일은 “이전 작품 중 많은 부분은 아날로그 방식의 단순한 촬영 기술로 이뤄졌고 보이는 것이 전부였다면, 이후 작품에서는 변화하는 트렌드에 따라 어떻게 하면 아날로그 형태를 새로운 예술 영역에 접목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고민이 개념예술에 관심을 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궁극의
‘노마딕 라이프(Nomadic life)’ 연작은 자유와 안식, 외로움을 동시에 갈망하는 인간의 유목민적 특성을 표현한 컨셉추얼한 사진이다. 광활하고 드넓은 자연을 배경으로 실재하지 않을 것 같은 자그마한 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적막한 대지 위에서 환하게 빛을 발하는 집 모양의 간이 조형물은 너무도 비현실적이어서 종종 사진이 아닌 디지털 합성이라는 오해를 받거나 회화처럼 간주된다.
비현실적인 프레임을 구성하는 대자연 속 이동식 집과 여인의 이미지는 모두 작가가 치밀하게 계산해 의도한 요소다. 우종일이 구현한 이동식 집은 언제든 돌아가 쉴 수 있는 안식의 상징이면서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고 떠날 수 있는 자유로움의 상징이기도 하다.
우리가 영위하는 대부분의 삶은 일정한 범위 안에 고정돼있고 그 속에서 우리는 늘 일탈과 자유를 꿈꾼다. 변화무쌍한 문명의 속도서 벗어나 간절히 쉼을 원하기도 한다. 사진 속 여인의 누드는 그런 감정을 대변하는 매개며 외로운 우리 모두의 모습이다.
노마딕 라이프 등 20여점
비현실적 상상력과 계획
우종일은 “비현실적인 상상력은 내게 영감을 주고 작품의 배경을 생각하게 하면서 창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그 뒤에 구성이나 대상의 배치 등은 철저한 계산과 감정의 절제를 거쳐 완전한 계획을 갖고 진행한다. 다양한 색과 공간, 계산된 빛과 구성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하는지 보여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서부와 우리나라의 대부도, 강화도 등 여러 장소를 옮겨 다니며 직접 제작한 컬러풀한 텐트를 실제로 현장에 설치해 촬영을 진행한다. 여러 악조건 아래 순조롭지만은 않았던 로케이션 촬영을 통해 작가는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이미지의 증폭을 선사한다.
우종일의 작품은 소유하지 않음으로써 온 세상을 소유할 수 있고, 지금 이 순간 내가 머무는 곳이 바로 나만의 집이 될 수 있는 노마드적 삶을 그림처럼 마주할 수 있게 한다.
아름다움
갤러리마리 관계자는 “우종일은 미국서의 초기 작업과 전작인 ‘조선의 여인들(Woman of the Joseon Dynasty)’, 노마딕 라이프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를 이어가며 인간이 가진 궁극의 아름다움을 포착해 왔다”며 “그는 자신의 작업이 단순히 시각적인 만족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하고 폭넓은 해석으로 보이는 것 이상의 언어적인 메시지를 사진에 담아내고자 하는 작가의 오랜 열망을 이번 전시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오는 31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우종일은?]
▲학력
Portland Community College Associate Degree of Photography(1986)
Pacific Northwest College of Art(1983)
▲개인전
‘SNEG Gallery’ Moscow(2023)
‘Nomadic Life’ BHAK Gallery(2022)
‘경희궁_현재시대’ 갤러리 마리(2020)
‘Galeries Bartoux’ Honfleur(2018)
‘우종일 사진전’ 갤러리 비선재(2017)
‘보석을 입은 조선의 여인’ 아트파크(2016)
‘Women’ 갤러리 인덱스(2016) 외 다수
▲수상
소버린 예술재단 아시아 작가상(2011)